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8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89화(189/385)
잔말 말고 타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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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킹 다음 국민성.
내가 봐도 이건 진짜 악마 같은 로테이션이다.
몸쪽 바짝 붙인 160km/h 짜리 공을 보다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느릿하게 들어오는 130km/h 짜리 공을 봐야 한다.
빠른 공을 보다가 느린 공을 보면 치기 쉬운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느려도 어지간히 느려야지.
게다가 호세 킹의 몸쪽 공은 의도적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제구가 개판이라 날아온다는 점에서 타자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타자들도 호세 킹의 몸쪽 공이 고의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맞으면 화는 나는데, 여기서 벤치 클리어링 나고 보복 구 던지면 싸움은 더 커지게 된다.
느린 공이라고 해서 안 아픈 건 아니지만, 이쪽 공은 160km/h다.
게다가 나도 있다. 167km/h 포심이 머리로 날아오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 것이다.
물론, 맞은 선수가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언스 감독이 나와서 심판에게 화도 냈다. 호세 킹은 거기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나마스테’라고 말했다.
외야에서 서창열이 시동 걸 준비를 하고, 1루 베이스에 서 있는 대근이 형이 글러브를 옆구리에 끼고 짝다리를 짚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을 도맡는 선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큰 싸움이 벌어지면 이런 선수가 나선다.
여기서는 그 정도까지 필요는 없다.
서창열과 양대근 콤비면…뭐라고 해야 할까. 전쟁 억제력이 충분하다고 해야 하나. 나도 고은태를 조진 적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저 둘에 비하면 부족하지 않을까.
투심을 던질 때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누르면서 제구를 잡은 국민성이다.
몇몇 다른 팀 팬들이 느려터진 똥볼 가지고 심판을 매수했다느니 하는 말이 쏙 들어갔다. 존트론 도입 이후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해졌다.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야구 선수에게 밸런스는 굉장히 중요하다. 최적의 밸런스를 1년 내내, 그리고 커리어 내내 유지하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좋다. 수천 수만 번 지루한 동작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은 그 밸런스를 몸이 잊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다.
최적의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SMC 같은 장비가 도입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적의 메커니즘을 찾아내는 것은 별개다. 빼어난 성적을 올리는 선수들도 그 메커니즘을 확립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유리는 그 메커니즘을 찾아내는데 당대 최고였다.
어쨌거나, 밸런스는 좋을 때도 흐트러지고 나쁠 때는 더 많이 흐트러진다. 어제 호세 킹 때문에 밸런스가 살짝씩 흐트러진 아이언스 타자들은 국민성의 그 분노를 유발하는 피칭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어제보다 타자들이 더 화난 것 같았다. 특히, 어제 몸에 공 맞고 거의 달려들 것 같은 표정을 지었던 아이언스 용병 타자 제이스 웰치는 131km/h 투심에 헛스윙 삼진당한 자신에게 화가 엄청나게 났는지, 배트를 무릎에 찍어 반으로 동강 내 버렸다.
다만, 우리에게도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아이언스도 이번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기에 충분해 보인 이유는, 4J이라고 불리는 타선의 힘뿐만이 아니라 안정적인 1~4선발에 국가대표 언더스로 용종혁과 45억 FA 불펜 고준수가 포함된 투수진이 아닐까 싶다.
박빙으로 흘러가던 경기는 좌완 셋업 김정혁의 방화로 기울어져 버렸고, 우리는 선수단 버스에서 역전패의 충격보다 더 큰 소식을 뉴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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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다이아몬즈 선발 투수 종속진, 금지약물 양성 반응.] [수원 다이아몬즈 구단, ‘사태 파악중.’] [종속진,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검출.] [종속진의 도핑 시점은? 오션스 시절 혹은 다이아몬드 이적 후?] [다이아몬드 일부 팬들, 오션스가 약물 복용을 알고도 트레이드했다고 주장.] [오션스 박준기 단장, ‘도덕적으로 사과해야 할 과정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다이아몬즈에게 심적으로는 죄송.’] [최근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점대 투구를 펼쳤던 종속진, 약물의 힘이었나.]└꼴션스 사기꾼새끼들아 트레이드 무효로 하자
└ㅂㅅ이냐ㅋㅋㅋㅋ딱 꼬라지 보니까 우리랑 할때 0이닝 7실점 한 뒤에 개빡쳐서 약빤거 같구만 무슨 ㅋㅋㅋ
└약빤거 알고도 틀드 보낸 좆션스 해체좀
└전에 꼴션갤와서 종속진 보내줘서 갓맙다던 새끼들 태세전환 보소
└클린 다이아몬즈는 약을 빨았을거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까 ㅡㅡ
└아 그래서 틀드 무효로 하자고?
└틀드 무효하면 오션스는 백업 포수 백업 내야수 날리고 다이아몬즈는 주전 유격수에 불펜 핵심 날리는거네?ㅋㅋㅋㅋㅋㅋㅋㅋ
└시팔 그래 무효로 하자 다이새끼들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안그래도 김정혁 터졌는데 조형오 복귀하면 우리가 이득 아니냐?
└너네 백업 포수는 어쩌게
└호세 킹 방출하고 포수 용병 데려오면됨
└아니 근데 약쟁이 틀드는 선 넘은거 아님?
└우리가 약쟁이인거 알았겠냐고 ㅅㅂ 우리 팀에서 뛸때 개못했는데
└맞음 느그가 종속진 살렸다고 오션스 투수 육성 구데기라고 지랄해놓고 왜 질척댐
└마 오션스가 야구를 좀 못했었어서 그렇지 사기는 안 친다 물론 지금은 야구 잘 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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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아니라니까?”
오션스 박준기 단장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그 트레이드 판을 짠 것은 박준기 본인이었지만, 약물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오션스가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 트레이드였다.
종속진은 별개로 놓고서라도, 정귀현은 그럭저럭 밥값을 해주고 있었고 조형오는 평균자책점 3.80으로 빼어난 불펜 투수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었다.
물론, 오션스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를 충당했었다. 정예성은 타격 면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대주자와 대수비 역할에 필요할 때는 작전 수행 능력이 괜찮은 후보 선수다. 주상욱은 때로 장타를 터뜨려 주고 있는 데다가 백업 포수로도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즈 정해준 단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증거 있어? 어쩐지 1라운더를 그냥 보낸다 했다.”
“정 단장 말대로 1라운더 넙죽 받아먹을 땐 언제고, 그럼 종속진이 오션스 있을 때 약했다는 증거는 있나?”
“야. 박 단장. 피해자는 우리야. 어?”
다이아몬즈가 피해를 본 것은 확실했다. 박준기 단장도 그걸 알기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모르는 이야기야. 나도 어제 소식 듣자마자 구단 전체에 다시 확인했다니까. 종속진이 약 하는 거 알았던 사람 있냐고.”
“어떤 얼빠진 새끼가 알고 있었다고 순순히 실토하겠냐고.”
“만약 나오면 내가 그 새끼 자르고 나도 사퇴한다. 진짜야.”
하긴, 여기서 입씨름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선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싹 잡아떼지만, 그건 정해준 본인도 믿지 않았다.
골치 아픈 일이다. 72경기 출장 정지?
굳이 따지자면 24세로 어린 선수인 종속진에겐 별거 아닌 시간일 수도 있다.
도핑 테스트에 걸린 선수를 쓰는 것은 부담스럽다. 물론, 약물이 검출되더라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오션스에서 약물을 했다면 오션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속아 넘어간 멍청이가 되고, 다이아몬즈에서 약물을 했다면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멍청이가 된다.
정해준 단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오션스 단장실 문을 쾅 닫으며 소리쳤다.
“사기꾼 새끼!”
오션스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숨죽여 눈치를 봤고, 오션스 단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는 종속진 본인과 약물을 구해준 사람만이 알 것이다.
다이아몬즈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안도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보내길 잘 했지…”
엉망진창이다. 강건우도 약을 했는데 안 걸리는 약을 했다며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준기 단장은 법무팀에 전화를 걸었다.
“예. 단장입니다. 강건우 악플러들 있죠? 예. 강건우 선수랑 아까 연락했는데, 선 넘는 놈들은 선처 없이 몽땅 잡는 거로. 예. 부탁합니다. 특히 가족이나 정유리 코치님 관련해서 이야기한 놈들은 무조건. 예.”
강건우는 본인의 이미지가 어쨌든 신경 안 쓴다고 했다. 현명한 대처다. 선처해주고 용서해주면 당장은 대인군자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끝없이 파리가 꼬이게 된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더니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
‘따로 자료 조사할 사람도 있으니까 자료 취합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유리 누나 건드리는 놈은 절대 합의 없이 진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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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 형
-정현수 : pdf 겁나 많이 땄어
아무래도 이런 건, 해본 놈이 더 잘 하는 법이다. 나는 현수에게 헛소리하는 놈들의 자료를 수집해달라고 했다.
-나 : 고생했다
-나 : 자료 취합해서 아까 알려준 메일로 보내주고
-나 : 너도 인터넷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고 조심해라
-정현수 : ㅇㅋ
-정현수 : 안 그래도 요새 어그로 안 끔 진짜임 ㅎ
일거양득일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나대고 다니다 큰일 칠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될 테니.
뭐…처음 종속진이 약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선수들도 좀 술렁였지만, 이제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고 새끼 고거, 언제 한 번 사고 칠 줄 알았다.”
김정혁이 이렇게 말했다.
“맨날 요령이나 피우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실종될 정도지. 고놈이 뭐랬는지 아냐? 자기가 운이 없어서 그렇지 운만 따랐으면 강건우보다 잘 했을 거라고.”
조바심과 열등감은 약물에 손대는 큰 원인 중 하나다.
음.
좋게 포장해주자면,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그랬을까…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곤란한 이야기다.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약을 안 했지만, 과거로 돌아온 내 메이저리그 시절의 경험도 반칙인가 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못하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김정혁의 말을 들은 다른 선수들이 나를 대신해 화를 냈다. 나는 별말은 하지 않았다.
노루 형이 꽤 길길이 날뛰었다.
“그 시바 새끼, 진짜. 와. 그것도 모르고 후배라고 챙기줬는데. 금마 만나면 진짜 바로 죽탱이 꽂습니다. 말리지 마세요.”
“전에 꽂지 그랬냐.”
“진짜 아구창 날릴라 했는데 대근이 햄이 말리가지고…”
다들 종속진의 약물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약물 스캔들이 터지면 약을 어디서 구했는지부터 시작해 다른 선수들도 같이 딸려 나오곤 한다. 김정용 선배가 차분하게 말했다.
“이미 다른 팀 선수니까 어쩔 수 없지. 혹시나 약에 대해 아는 사람 있으면 일 커지기 전에 나한테 말해. 없을 거라고 믿지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는다. 방방 뜰 만한 이야기는 아니긴 하다. 그 와중에 서창열이 코를 긁으며 조용히 말했다.
“경기력 향상 약물 말고, 뭐, 목소리 커지는 약 같은 건 안 걸리나?”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말이지만, 선수들 모두의 눈빛이 박의현을 향했다.
박의현이 억울해 죽을 것 같다는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예? 아닙니다! 저 박의현, 그런 약물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우. 목청.”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고도 투수와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낸 적은 있지만, 절대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조금?”
“예! 정말 조금입니다! 저 박의현! 약을 싫어한 나머지 곤약도 안 먹는 남자! 게임에서도 회복약을 먹지 않는 상남자!”
한참이나 시끄러웠다. 고참들이 박의현을 조금 놀리면, 박의현이 항변했다. 그 와중에 황석규가 박의현의 성대모사를 시도했지만 다들 무시해버렸다.
대근이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정리했다.
“자. 안 그래도 다음 경기 다이아몬즈니까…혹시라도, 괜히 분위기 과열 안 되게 오해 살 행동은 하지 말고…”
“오해 살 행동은 뭔가요, 형님?”
“홈런 치고 약 먹는 세레머니를 한다거나…”
“그런 걸 누가 해요…?”
“…주사 맞는 세레머니를 한다거나…”
“아무도 안 할 것 같은데요…”
대근이 형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
왜?
난 그냥 하트 밖에 안 하는데?
“건우라면 혹시나 해서…”
“생각도 못 했는데요…”
대근이 형이 헛기침하더니 또 말했다.
“아니면 뭐, 아무튼.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 특히 노경우. 하지 마.”
“전 또 왜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다이아몬즈 출신 선수들이 조금 숙연해 보였다. 아무래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거기 선수였으니까.
누군가가 도핑 테스트에 걸리면 같은 팀 선수들까지 의심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좀 의심받는 상황이긴 하지만.
특히 어두운 표정의 승기 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큭큭…”
웃어?
“다이아몬즈…”
아련하게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상욱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완댜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승기 형이 눈을 번쩍 떴다.
“그래…!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지…!”
나는 이 대화의 흐름을 전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