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0화(20/385)
사직 빵 맛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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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가 시즌 3호 홈런을 쏘아 올렸을 때, 부산 소재 모 은행 지점장은 TV로 야구 경기를 보다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마, 그거 있다 아입니까? 그거! 그 통장 만들러 왔습니다!”
“고객님. 오션스 승률 우대 적금 통장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거요! 통장에 강건우 사진 박힌 거로!”
“죄송하지만 지금 모델이 강건우 선수가 아니라서…”
그간 전혀 팔리지 않다시피 하던 오션스 승률 우대 적금 통장을 찾는 사람들이 시범 경기 기간 폭증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비대면 온라인 계좌 개설 문의도 늘어났다.
재밌는 일이었다. 어제 개막전을 치렀는데 오션스 팬들은 정말 저 팀이 우승이라도 할 것처럼 여기는 걸까.
이 지점장 또한 오션스의 오랜 팬이었으나, 최근 몇 년은 야구를 멀리했었다.
오션스 야구를 보지 않으니 탈모 치료에도 호전이 생길 정도였다.
“여보. 야구 끊었다더니 또 봐?”
“어. 이번엔 좀 잘 하네.”
“이번에는 우승할 거 같아?”
“우승은 무슨. 오션스가 무슨 우승이야?”
“그런데 왜 봐?”
“어…”
TV 화면에서는 광분하는 오션스 팬들이 나오고 있었다. 다음은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강건우, 그리고 관중석에서 기절할 정도로 기뻐하는 젊은 여자 팬 하나. 옆에서 큰 깃발 두 개를 휘둘러대는 아주머니도.
“글쎄.”
“우승할 때까지 안 본다더니?”
“음. 모르겠네. 우승이 꼭 중요한 건 아니지 않나?”
“무슨 소리야?”
지점장은 피식 웃었다. 그러게. 왜 이걸 보고 있지.
“그냥, 흠. 재밌네. 우승까진 안 바라니까 재밌는 야구를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성미 급한 오션스 팬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본인도 그런 오션스 팬 중 하나였다.
지점장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하나 스쳐 지나갔다.
강건우를 통장 모델로 쓰면 어떨까? CF 같은 걸 하나 찍던가, 아니면 목소리만 따서 통화 연결음으로 써도 괜찮고.
물론 강건우가 초반 몇 경기만 반짝하고 사라진다면 영 좋지 못한 선택이 될 것이다. 강건우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고객들에게 욕을 먹기야 할 테지만.
“하이고, 저놈 저거. 난 놈이네 난 놈이야.”
보통 고졸 신인들이 데뷔하면 쑥스러워하거나 어딘가 어설프기 마련인데, 강건우는 그러기는커녕 3점 홈런을 치고 홈을 밟은 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래. 저런 걸 원했었다.
밑바닥에서 헤매는 성적이야 이제 익숙해진 지 오래다.
팬들이 원하는 건 즐길 수 있는 야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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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브레드먼 감독은 야구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야구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백 수십여 경기를 하는데 한두 경기에서 잘 한다고 해서 그 선수가 시즌 내내 잘 할 거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걸 알기에 타자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강건우의 의견을 받아들였었다. 사실 투수로서의 재능이 아깝긴 하지만, 오히려 기특한 마음도 있었다.
투타 겸업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야구 팬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이기에, 어제 홈런 두 개를 치고 오늘 7실점을 하면 투수를 그만두고 타자에만 집중하라고 난리를 칠 것이다.
반대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야구는 멘탈이 아주 중요한 게임이며, 선수가 비난에 노출되어 경기력이 하락하는 것을 수도 없이 봐왔다.
“Gang.”
“Yes, boss.”
“Good.”
“Thank you.”
하지만 이 친구는 어딘가 남다른 면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 선수들도 꽤 있었지만, 강건우의 야구에 대한 접근법은 본인이 생각하는 아주 이상적인 형태와 유사했다.
신체적인 한계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방법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
상대에 따라 방식을 바꾸는 것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훌륭한 재능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무조건 반대하지도 않는다. 본인의 철학이 그렇다는 뜻이었다.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너무 잘 해주고 있으니. 감독은 흐뭇한 얼굴로 새 기회를 잡은 투수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커크. 자네에게 3점이 생겼군.”
“저 친구 오늘 홈런 세 개 치기로 했어요. 그럼 최소 5점이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도중.
또 한 번, 사직 야구장에 시원한 타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따아아악-!
“No! 아니, yes야, No!”
데뷔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던 노경우가 강건우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때려버린 것이다.
“경우야! 건우야! 사랑한다!”
“노경우! 노경우! 노경우!”
휴 브레드먼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신인들이 잘해주면 감독 입장에서 그만큼 편한 것이 없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한국에서는 루키들이 더 신나게 배트를 집어 던진다는 사실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두 경기에서 터진 네 개의 홈런이 모두 신인들에게서 나온 거였지만, 팬들의 환호성에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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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왜.”
“아까 홈런치고 도는데 서창열 선배가 존나 째려보더라. 우리 찍힌 건가?”
“2루 들어올 때 발목 밟아버려.”
“내가 정확히 잘 찍을 수 있을까?”
노경우랑 대화하다가 처음 웃어보는 것 같다.
“쫄았냐?”
“내가? 설마. 아니, 조금 쫄긴 했는데.”
“왜 쫄았냐?”
“서창열 선배 내 고등학교 선배거든.”
“그게 왜?”
“저 형이, 그…뭐라고 해야 하나. 아. 존나 전설적인 씹새끼라서.”
아니 뭐, 애들도 아니고.
하긴, 여긴 메이저리그가 아니니까 조금 그럴 수도 있겠다.
두세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일 테니까.
메이저리그의 수틀리면 죽빵 꽂는 문화가 더 편하긴 하다.
어딜 가나 신인들 기죽이려는 분위기는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봐도 양대근 선배가 바이킹스 포수한테 들은 말이나, 노경우를 노려본 외야수의 행동은 그거다.
사실, 나도 홈런 치고 돌 때 좀 느끼기도 했다.
글쎄. KBO는 원래 배트 플립에 관대한 문화인데 그렇게 시비를 거는 건 의도가 너무 뻔한 일이다.
우리가 벤치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양대근 선배가 다가왔다.
“얘들아.”
“예.”
“옙!”
내가 KBO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포츠는 다 통하는 데가 있다.
팀 내 베테랑이 후배들을 보호해줘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상대가 만만하게 보고 팀 전체를 공격하게 된다. 결국, 이런 건 팀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인 혹은 저연차 선수가 내가 이 팀의 구성원임을 받아들이는 데는 베테랑이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느끼는데 최고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양대근 선배는 그런 쪽이랑은 거리가 멀다.
“야, 그, 뭐냐.”
배트 던지지 말라거나, 세레머니 자제하라고 하면 조금 실망할 것 같다. 양대근 선배는 우물쭈물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 말을 이었다.
“잘 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저쪽에서 이상한 짓 하려고 하면 내가 막아줄게.”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다. 하지만 노경우 입장에서는 꽤 든든한 말일 거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럼 연타석 홈런 치고 빠던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아, 그, 그래.”
과연, 저 양반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선배님.”
“어?”
“빈볼 날아오면 어떻게 하죠?”
“어…빈볼?”
양대근 선배는 눈알을 굴렸다.
“에이, 설마 그러겠어. 만약 던지면…”
메이저리그식으로?
양대근 선배가 살짝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시욱 선배가 끼어들었다.
“어…그럼…”
“행님! 책임진다고 했으면 끝장을 봐야지요! 가서 서창열 죽탱이 팍! 조훈기 와사바리 팍!”
“애들이 뭘 배우겠냐?”
“제가 책임지고 김만재 맡겠습니다.”
“만재는 뭔 죄냐…?”
그러니까 노루 선배는 지금, 170cm짜리 유격수를 자기가 맡을 테니 바이킹스에서 제일 성질 더러운 둘을 대근 선배한테 맡긴다고 말하고 있다.
“아, 빈볼 안 던질 거야. 그런 일 없을 거니까 그냥 야구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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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리는 이닝 교대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온천장 불나방 : 야 니 남친 쩔더라
-나 : 우리 건우가 좀 쩔지
-온천장 불나방 : 좋겠다 가시나
-온천장 불나방 : 나도 좀 데려가지ㅠㅠㅠㅠㅠㅠㅠ
답장은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오션스의 공격이 시작된다.
“최! 강! 오! 션!”
“오션스 승리하리라!”
이제 8회 말.
사직 구장의 분위기는 달아올라 있었다.
스코어 9대 2로 오션스가 개막 시리즈를 압살하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오션스 불펜이 막장이라 하더라도, 무려 7점 차 아니던가.
새 외국인 투수 커크 심슨이 7이닝 2실점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고, 신인들의 백투백 홈런에 이어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온 상태.
3번 타자 이시욱이 타석에 들어왔다. 바이킹스의 마운드에는 불펜 투수 김일전.
“시욱아아아아!”
“함만 쌔리도!”
오션스 팬들에게는 애증의 인물이었다. 지난 시즌 타율은 0.246에 그쳤지만, 홈런은 20개를 넘겼다.
전 감독들이 놓지 못하는 이유는 타고난 손목 힘이었다. 맞으면 넘어가지만, 잘 맞히지를 못하고 아무 공에나 스윙하는 게 문제였지만.
이시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투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스윙.
“스트-라이크!”
이시욱이 입맛을 다셨다. 초구부터 포크볼을 던질 줄이야.
하지만, 이시욱을 상대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지 않는게 멍청한 일이었다.
특히 조용한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더더욱.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가 버티고 있는데 바운드가 겁나서 포크볼을 던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구. 풀스윙!
“스트-라이크!”
이시욱은 이제야 머리가 식는 것을 느꼈다. 또 당해버렸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아웃!”
괜히 지켜보다가 루킹 삼진.
“마! 니는 쳐야 할 때 가만히 있고 가만있어야 될 때 휘두르나!”
“나가 죽어라! 신인들 보기 안 부끄럽나!”
이시욱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지난 일을 금방 잊는다는 거였다.
다음번에 김일전을 만나면 또 포크볼에 당할 테지만, 방금 삼진당한 것도 금세 잊어버리고 덕아웃으로 들어와 초코파이를 먹었다.
“아, 당이 떨어졌나. 공이 안 보이네.”
다음 타자 양대근은 3구에 살짝 몰린 공을 쳐 2루타.
오션스 팬들은 이시욱을 욕할 때는 언제고, 또 신나서 양대근의 응원가를 불렀다.
“엄마! 건우 또 나오겠다!”
울프팩이 내야 땅볼을 치더라도 양대근이 2루에 있으니 병살 걱정은 없을 것이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울프팩은 포크볼을 어설프게 때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오션스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KBO 통산 두 경기에 출전 중인 신인이지만, 성미 급한 오션스 팬들의 행복회로 속에서 강건우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갱! 건! 우우우우우!”
카메라가 강건우의 여자친구로 알려져있는 정유리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정유리는 두 손을 꼭 모아 잡고 강건우가 또 하나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강건우 선수의 여자친구죠?
-하하, 굉장한 미인입니다. 남자친구가 또 홈런을 쳐주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카메라맨의 센스가 대단한데요. 작게 투샷으로 잡아주는군요. 강건우 선수가 아주 사랑꾼이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누나가 보고 있습니다, 강건우 선수!
침을 한번 퉤 뱉은 김일전이 공 던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김일전의 손을 떠난 공이 강건우의 머리 위로 날아갔을 때.
-아! 손에서 공이 빠졌나요? 맞진 않았지만 조금 위험했습니다! 양대근 선수, 3루까지!
카메라가 잡아준 투샷.
[-Live-인천 바이킹스 2 : 9 부산 오션스.]ㄴ아니 씨발 김일좆 저새끼 도랏나
ㄴ저거 고의아님?????
ㄴ건우랑 건우 여친이랑 둘 다 식빵 굽는다ㅋㅋㅋㅋㅋㅋ
ㄴ식빵 구울만 했음
강건우와 정유리의 입 모양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발’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ㄴ김일좆 저새끼 툭하면 빈볼 처 던지네
ㄴ저게 어딜 봐서 빈볼임? 손에서 빠진거지
ㄴ건우 뚝배기 터질 뻔했다 개새끼야
ㄴ어떤 미친놈들이 주자 2루에 두고 저렇게 던짐?? 김일전 제구 안 좋은 거 모름?
ㄴ제구 안되는 놈을 올린 느그 잘못이지
카메라가 급하게 화면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강건우의 입 모양을 본 김일전이 되레 화를 내고 있었다.
“야.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뭐? 씨발? 이 어린놈의 새끼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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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사람 머리로 공을 던져놓고 어린놈의 새끼가 뭐?
그래. 백번 양보해서 허벅지로 날아오면 한 번쯤은 참아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머리는 선 넘은 거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투수가 모자를 집어 던지고 내게 다가오고 있다.
유일하게 걸리는 건 유리가 오늘 경기를 보러 와 있다는 거긴 한데…
“야!”
응?
“정도껏!”
갑자기 3루에서 뛰어나온 양대근 선배가.
“하라고!”
자기보다 머리 한 개 반은 작은 투수의 머리를 왼손으로 덥석 잡아버리더니.
“네가 잘못했잖아!”
철썩!
…뺨을 올려쳐 버렸다.
순식간에 양 팀 선수들이 뛰쳐나와 엉켰다. KBO식 벤치클리어링은 안 이렇다고 들었는데. 바이킹스 포수가 달려가 양대근 선배를 말리려 했지만, 양대근 선배는 바이킹스 선수 몇 명을 달고도 투수의 뺨을 한 번 더 후려쳤다.
“야! 양대근! 야이 새끼야!”
“야이 개새끼들아아아아아아! 내가 그냥 좀 좋게좋게 넘어가자고 했냐 안 했냐아아아아!”
“저 새끼 잡아!”
“너네는 할 거 다 하고 왜 우리한테만 지랄하냐! 야! 서창열!”
“뭐? 서창열?”
“창열이형!”
“이 새끼가 돌았나!”
“우리 애들 괴롭히지 말라고! 다 분질러 버리기 전에!”
어…
대근이형…?
“Mother fuckers!”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