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9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97화(197/385)
잔말 말고 타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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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창원 파이러츠 0 : 1 부산 오션스.]└ㅎ ㅏ………..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혼자 다 해처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십라
└진심 역대급이네 강건우
└역대급이 아니라 유일신급;;;
└좆같다 좆건우
└근데 이렇게 뛰면 체력이 남아나나? 선발 로테 고정각임?
└체력 걱정은 되는데 이 정도로 하면 안 쓰기가 힘들거 같음
└족건우 저새끼 메이저 언제 감?
└진짜 야구 볼 맛 난다 너무 행복하다
└건우 올림픽 메달 안 땄으면 진심 군대 대신 가줬을거임
└세상 혼자 사네 시발 ㅋㅋㅋㅋ 던지고 치고 ㅋㅋㅋㅋㅋㅋㅋ
└던지는 것도 지리고 치는 것도 지림;;; 홈런 스윙 존나 개쩐다 와
└ㅇㅈ타격 폼 아름답다는 말 홍삼캔디 빠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방금 느낌
└아니 씨발 저새끼 진짜 약빤거 아니냐고 어케 이게 됨?
└차라리 좆건우 선발때는 발빠른 대주자로만 라인업 채워서 번트 번트 대고 득점권 되면 컨디션 좋은 주전 타자 대타 계속 내는게 나을듯
└아직 4횐데 ㅋㅋㅋㅋㅋㅋㅋ 정신차려라 꼴빠들아 갑자기 선발로 올라온 투수가 9회까지 어떻게 체력 유지하면서 던지냐 ㅋㅋㅋㅋㅋㅋ
└강건우특)140키로대 던지면서 체력 배분하다가 조준이 나오면 168박음
└알아서 페이스 배분하고 있는데 뭔 개솔ㅋㅋㅋ
└니들 말대로면 선발 투수로는 데뷔전 하는 투수한테 개떡발리면 더 쪽팔리겠네?ㅋㅋㅋㅋㅋ
└진심 오늘 뭐 퍼펙트 이런거 당하면 파이러츠 버리고 오션스로 갈아탐
└주변에 오션스로 복귀한 사람 개많음 강건우 보는 맛 있다고
└오지마 티켓 구하기 힘들어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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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치고 돌아오며 씩 웃으니, 다들 날 괴물 보듯 본다.
물론, 즐거워하긴 했지만.
“뭐, 홈런 치는 거 하루 이틀 봐요?”
내 말에 서창열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발.”
선수들도 웃음이 터졌고, ‘시발’을 알고 있는 감독님도 박수를 치며 웃어댔다.
그리고 김정용 선배가 덕아웃 난간에 붙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시욱아! 건우 쉬게 시간 좀 끌어! 최소한 10구는 보자! 시욱아!”
다른 선수들도 그 외침을 듣고 노루 형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이런 여유가 그리 많진 않았다. 선발로 등판할 때는 조금 예민하기도 했다.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려는 방법이긴 하다. 다만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 보니,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마운드에 서서 순식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슬쩍 덕아웃 옆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분석실을 살짝 살폈는데, 유리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음이 나온다. 뭐 하고 있는 거지?
“나 멋있었어?”
유리가 세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왼손은 여전히 입을 가린 채 오른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얼마나?”
그렇게 묻자 두 팔을 최대한 벌려서 흔들었다.
아무래도, ‘엄청 많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웃으며 말했다.
“퍼펙트 바라는 만큼 하트 크게 그려줘.”
유리가 두 팔로 하트를 그리고 폴짝 뛰었다.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유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시 다녀올게.”
유리의 고개가 세차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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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의 타순 한 바퀴가 돌았을 때, 파이러츠의 타격 성적 표기는 삼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0’ 뿐이었다.
심지어 1, 2, 3번 타자가 한 번 더 상대한 4회 초에도 그랬다. 끈질기기로 소문난 테이블 세터도, 한국에서 5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정조준도.
강건우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지만 아무 결과를 내지 못 했다.
하지만, 파이러츠도 어떻게든 상대 방법을 짜내려고 노력했다.
“160킬로 넘는 공도 어느 정도 제구가 되는 것 같은데.”
“자존심 존나 상하는데, 나한테는 160킬로 던지지도 않더라.”
“140키로대는 좀 칠만 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거 왜 못 치겠지?”
“140 후반대는 제구가 미쳤어.”
“그냥 딱 바깥쪽 낮은 코스 140 후반대나 150 초반대로 온다고 생각하고 때려봐야겠는데.”
“조준이는 그냥 168km/h 노리고 들어가는 게 낫지 않냐? 쟤 조준이만 나오면 죽으라고 던지네.”
“유일하게 실점했던 게 조준이라서 그런가.”
“그게 노린다고 때릴 수 있으면 다행인데.”
정조준은 마른세수를 하며 대답했다.
“저 새끼, 빠른 거 노리고 들어가면 느린 거 던지고 느린 거 노리면 빠른 거 던져요. 돌아버리겠네 진짜.”
약간은,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서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 미친놈은 정조준에게만 마무리 투수로 올라온 것처럼 던졌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굳이 긍정적인 면모를 찾자면, 강건우가 자신을 더 경계하고 있다는 건데.
또 다른 문제는, 다른 타자들이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는 강건우에게 안타를 하나쯤 뽑아낸다 하더라도 강건우가 위기에 몰리면 168km/h 포심을 펑펑 뿌려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5회 초 선두 타자는 에릭 랜들러.
첫 타석에서 비슷한 세 공에 허무하게 물러났지만, 파이러츠 선수들은 저 외국인 타자가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 공 세 개 때문에, 에릭 랜들러의 눈이 고장 나 있었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 헛스윙.
구속이 구별이 되지 않는다. 에릭 랜들러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전광판을 확인했다.
‘이게 135km/h라고?’
155km/h는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마운드에 선 괴물이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심호흡하고 다시 타석에 돌아왔다.
맞히기 힘들지만, 바깥쪽 낮은 코스로 계속 들어오니 배트를 야구 조금 더 길게 잡았다. 그리고 홈 플레이트 가까이 바짝 붙었다.
숨을 죽였다.
어떻게든 건드려라도 봐야 했다. 타격감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자신의 배트가 저 공에 닿을 수는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두 번째 공.
조금 중앙으로 몰린 공이다. 칠 수 있다. 건드리기라도 해야 한다. 힘차게 스윙했지만.
부웅-
“스트라이크!”
에릭 랜들러는 잇몸을 꽉 깨물었다. 마지막 순간, 눈을 살짝 감아버린 것 같았다. 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뒤에 앉은 박의현은 강건우의 스플리터가 땅에 닿기 전에 팔을 뻗어 잡아냈고, 심호흡했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항상 투수를 케어해왔지만 오늘만큼은 본인에게 누군가의 케어가 필요했다.
공을 돌려받은 강건우가 직접 싸인을 냈다. 박의현은 자신이 싸인을 낼 생각조차 못 하고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에릭 랜들러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시작되는 다음 피칭에 아무 대비도 못 하고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아웃!”
존 중앙.
구속은 133km/h.
그냥 아무 무브먼트도 없어 보이는, 밋밋하고 먹음직스러운 공.
에릭 랜들러는 자신이 삼진을 당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가 심판이 삼진이라고 다시 말해주고 나서야 멍청한 얼굴로 파이러츠 덕아웃을 향해 걸어갔다.
오션스 덕아웃에서는 감독과 투수 코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갱에게 알아서 던지라고 지시했었나?”
“아뇨. 포수와 의견을 나누되 상황에 따라 벤치에서 싸인이 나갈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죠.”
“갱이 일방적으로 싸인을 내고 있는 것 같은데?”
“조용히 하세요, 보스.”
“뭐? 왜?”
“그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요. 투수 운영은 제게 맡긴다고 했잖아요.”
휴 브레드먼 감독은 기막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론버거 킨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불만이 있어 보이는데요.”
“없어!”
“그럼 됐습니다.”
강건우는 감독과 투수 코치가 아무 의미 없는 말다툼을 하는 동안, 다음 타자인 최지용을 잡아냈다. 감독이 말했다.
“제기랄. 코치 눈치 보여서 감독도 못 하겠군.”
“그럼 그만둬요.”
“빌어먹을.”
“내가 할 테니까.”
“Tiger shake it.”
“뭐라고요?”
“그런 게 있어.”
“한국말로 욕하는 건 반칙이라고요.”
“욕 아니야. 아니, 그보다 이건 영어잖아.”
“Shake it이 아니라 ‘새끼’라고 말한 거 다 알아요.”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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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타자 유시훈이 바깥쪽 낮은 코스의 초구 148km/h 포심에 파울을 쳤다.
가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드디어 왔나?
이게 뭐냐면, 그러니까.
유시훈이 공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자신 있게 휘둘렀고, 파울라인을 벗어나자 크게 아쉬워했다.
선발 투수로 뛰면, 그 날 잘 먹히는 패턴이 있다. 아무것도 안 먹히면 힘들어지는 날이고.
오늘 경기에서 낮은 코스 포심이 메인 디쉬였다. 마무리 투수 때와는 조금 다르게 가져온 패턴이 잘 먹힌 것은, 상대 타자들이 높은 코스의 빠른 볼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속구, 그리고 현란한 변화구들.
하지만 오늘 나는 상대에 따라 조금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구속을 낮춘 포심과 약간의 변형 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 위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고작 파울 하나에 불과했지만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물론 심각한 빨간 불이 아니라, 살짝 노란불.
상대 타자들이 드디어 작은 대처법을 마련한 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많은 선택지가 있다. 저 선수들이 저 코스의 그 속도 포심만 노리기로 했는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확인할 필요는 없다.
박의현에게 다른 싸인을 냈다. 박의현이 살짝 어깨를 치켜세우더니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공이 내 손을 떠났다.
중앙에서 살짝 바깥으로 치우치는 듯 공이 날아간다. 유시훈의 배트가 나온다.
공은 배트를 피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꺾였다. 유시훈의 배트가 헛돌았고, 박의현은 존에서 벗어난 곳에서 내 슬라이더를 포구했다.
유시훈이 애써 표정 관리를 시도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공을 던지려 했지만, 유시훈이 베테랑답게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하며 내 호흡을 끊으려 했다.
호흡은 중요하다. 신체 리듬을 끌어올려 타자를 공격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뭐.
내가 시작하면 그게 호흡이다. 내 몸뿐만 아니라 마운드를, 그리고 경기장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나다.
슬라이더가 날았고, 유시훈의 배트는 슬라이더를 따라잡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직인다 건우야아아아아아아아!”
“마 오늘 결혼식 올리자! 자격 있다!”
또 하나의 이닝이 끝났다.
이제, 12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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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 덕아웃은 꽤 침울했다. 베테랑 유시훈이 히팅 포인트를 뒤로 좀 당기며 강건우를 공략해보려 했는데,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140km/h 후반대의 바깥쪽 낮은 코스 포심.
제구가 거의 완벽했기에 제대로 때려내지 못했다. 그런데 강건우는 그 파울타구가 나오자마자 슬라이더를 레퍼토리에 추가했다. 2개의 슬라이더라 타격 코치와 타자들의 논의를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복잡한 심경은 감독이 가장 컸다.
‘투수를…’
손용기의 투구 수가 거의 100개가 다 되어 간다.
다음 투수를 누구로 선택해야 할까.
손용기는 굉장히 잘 막아냈다. 불펜을 아끼면 승부를 포기했다고 욕을 먹을 수 있다. 점수를 낼 수 있을지 감독 본인이 전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도 내일은 월요일 휴식일이다. 서창원 감독은 어떻게든 활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필승조를 준비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강건우는 5이닝 동안 고작 45개를 던졌다.
탈삼진이 10개다. 감독은 하위 타선의 선수들에게 투구 수를 늘려보라는 주문을 했다.
타자들이 이 주문을 얼마나 소화해낼지는 모른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불명확한 강건우의 한계 투구 수다.
물론 저 페이스면 81개로 9이닝을 혼자 책임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60~70개면 구위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할 수 있는 것은 투구 수를 늘려 강건우를 강판시키거나 구위가 떨어질 때를 노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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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의 7번 타자가 배트를 짧게 쥐고 타석에 나왔고, 2스트라이크가 될 때까지 배트를 내지 않았다.
1볼 2스트라이크. 그리고 다음 공에 파울을 쳤다.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노리는 것이 뭔지 알 수 있다. 야구는 이래서 재밌다. 수 싸움.
그리고 내가 그런 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훨씬 더 재밌다.
파훼법이랄 것도 없다.
그냥, 빠르게 던지면 된다.
“스트라이크! 아웃!”
야구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꽤 제한적이다. 타자들에게 조금 더 버텨보라고 주문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우투좌타 2루수 오현태에게 초구와 2구를 스트라이크 존 안에 욱여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스트라이크 표식에 불이 두 개 들어오자 오현태가 타격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다음은 서클 체인지업이다. 메이저리그 좌투수들의 몸값은 이 서클 체인지업에 꽤 좌우된다. 우타자를 잡아낼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똑같다. 우투수가 좌타자를 잡아내는데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다.
“스트라이크! 아웃!”
앉아있는 관중이 거의 없는 것 같다.
2스트라이크가 될 때까지 미동도 없는 타자를 상대하는 것은 일종의 배짱 싸움이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서 유인구를 하나 던지면 카운트 하나를 손해 보게 된다.
국가대표팀 동료였던 옥시경에게 바깥쪽 낮은 코스 체인지업 하나.
“스트라이크!”
미동도 없다.
다음은, 몸쪽 낮은 코스로 하나.
“스트라이크!”
헛스윙.
깜짝 놀라서 배트를 휘두르는 걸 보니 어쨌든 생각한 것과는 다른 코스로 들어간 듯하다.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해보게?
슬라이더는 어떨까.
“스트라이크! 아웃!”
끝날 때까지 이렇게 해주면 편한데.
56개.
6이닝 동안 던진 공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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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초.
강건우는 공 여섯 개로 파이러츠 테이블 세터들에게 삼진 두 개를 잡아냈다. 15K.
-미치겠습니다, 정말.
해설자의 짧고 떨리는 멘트가 진지하게 들렸다.
어쩌면 올 시즌은 KBO 역사에 기념비적인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개막전에서 KBO 최초로 퍼펙트게임이 나왔고, 이번에는 역대 2번째이자 시즌 2번째로 퍼펙트게임이 또 나올지도 모른다.
정조준은 다른 타자들과 다르게 투구 수를 늘리려고 시도하지 않고, 초구를 때렸다.
하지만 강건우는 그것마저 간파한 듯,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커브를 던졌다.
따악!
-아! 정조준 선수! 때립니다! 그리고-!
서창열이 선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타구를 잡아냈다.
-아웃! 7회를 간단하게 끝냅니다!
8회 초, 강건우는 오늘 제대로 망가진 에릭 랜들러를 농락하듯 잡아냈으며, 최지용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유시훈에게는 보란 듯이 슬라이더만 네 개를 던졌다.
8회 말.
파이러츠의 승리조 연준우를 상대로 강건우는 오늘 경기 두 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션스가 낸 점수는 2점.
강건우는 이 경기 팀의 모든 점수를 혼자 냈고, 이 경기의 모든 아웃 카운트를 홀로 따냈다.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강건우는 9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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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 대타가 타석에 섰다. 포수 강태오를 대신해서 올라온 그 타자는 내 신경을 긁으려 했고, 당연하게도 나는 거기에 휘말리지 않았다.
배트가 춤을 춘다. 그리고 공은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느물대며 날아가 꽂힌다.
“스트라이크! 아웃!”
또 대타가 나온다. 번트 그립을 잡고 타석으로 들어오자, 우리 팬들의 야유가 악몽처럼 쏟아져 내린다.
솔직히.
퍼펙트 그런 거 안 해도 상관없다.
하면 승기 형이나 조준이 형을 좀 놀릴 거리가 되기는 하겠지만, 굳이 욕심을 내진 않는다.
내야수들이 모두 전진 수비 포메이션을 잡았다.
번트는 나오지 않았다. 배트를 스친 공이 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오기에 조금 걸어나가 잡아낸 후 1루로 던졌다.
노루 형이 송구를 잡아내고는 연신 땀을 닦아댄다.
투수가 신경 안 쓰더라도 야수들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실수하느냐.
승리하더라도, 실수한다면 역적이 된다.
야수들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야수들이 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번엔 대타가 나오지 않는다. 국가대표 옥시경.
과장을 좀 보태서, 배트를 탁구채처럼 잡고 있다.
현재 투구 수는 80개다.
아직 어깨에는 무리한다는 느낌이 없다. 꽤 준비를 잘 했구나 싶다.
관중들이 어떤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지 알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안다.
포심 싸인을 냈다.
그리고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스트라이크!”
163km/h다.
구속이 조금 떨어졌으니 사람들이 내 한계 투구 수가 80개 정도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또 자존심 상하는 일이니까, 다시 한번.
부웅-
“스트라이크!”
165km/h가 찍히자, 또 함성이 터져 나온다.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선발 투수로 뛰어서 그런가, 내 속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비집고 튀어나오는 것 같다.
굳이 생각을 길게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옥시경은 이 스피드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차례다.
마지막 1개.
헛스윙, 삼진, 167km/h. 경기 끝. 9이닝 19탈삼진. 투구수 83개. 무사사구, 무피안타, 무실점, 퍼펙트게임, 경기의 시작이자 중간, 그리고 끝까지.
오롯이 나.
강건우.
마지막 공을 잡아낸 박의현이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고, 팬들이 모두 내 이름을 외쳤다. 나는 왼팔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다음은 뭐.
오션스 선수들이 모두 나를 덮쳤다.
꽤 재밌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