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19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198화(198/385)
Glass effe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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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 라커룸에 적막이 흘렀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이럴 때야말로 베테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리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오늘 경기에서 영 성과를 못 냈으면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다만, 6이닝 1실점 패전투수가 된 손용기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특히, 이런 날이면 야수들이 선발 투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법이다.
“시즌 끝났나? 경기도 빨리 끝나고 좋구만. 야. 오늘은 회식 없다. 오랜만에 경기도 빨리 끝났고, 내일 쉬는 날이니까. 다들 집에 가서 와이프랑 애들한테 충성해. 조준이는 와이프도 여자친구도 없으니까 형 따라와라. 나랑 같이 저녁 먹자. 아. 지용이도 없냐?”
“저 얼마 전에 여친 생겨서…”
“그래. 시경이는?”
“저도 여친 있습니다.”
“그럼 와이프, 여친 둘 다 없는 놈 조준이 뿐이야?”
“용기형, 저 오늘 특타 좀 하려고…”
“특타는 무슨. 그냥 따라오기나 해. 니 형수가 너 한 번 데리고 오라더라. 감독님 오시면 욕 한 바가지 먹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가자. 감독님 오셨는데 경기 빨리 끝났다고 실실 쪼개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물론, 오션스 라커룸은 완전히 달랐다.
경기가 끝나고 여전히 출장 정지 징계 기간인 양대근과 두 외국인 선수가 라커룸을 찾았다.
“와, 건우. 와, 건우 진짜, 와.”
“아, 이 행님 출장 정지 먹드만 말도 정지 먹었나. 할 줄 아는 말이 와랑 건우뿐입니까?”
양대근이 이시욱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치며 또 말했다.
“우와. 강건우. 우와…건우 아직 인터뷰 중인가?”
“예. 아직 수훈선수 인터뷰하고 있어요.”
“그래? 야. 근데 이시욱.”
“손바닥 진짜 무식하네. 예?”
“넌 오늘 뭐 했냐?”
“탄탄한 1루 수비?”
“오늘 포구 몇 번 했냐?”
“셀 수도 없이?”
“삼진이 19개고 뜬공이 4갠데?”
“어…”
“그럼 땅볼 아웃 몇 개?”
“어…”
“4개.”
“그렇네.”
“그렇네는 무슨.”
“흐흐.”
“근데 의현이는 왜 저러냐?”
박의현은 라커룸 한쪽 구석에서, 벽에 머리를 박고 시체처럼 앉아 있었다.
강건우가 압도했고, 파이러츠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정말 잘 막아냈다. 원래 투수전은 경기 시간이 짧은 편인데 오늘은 더 심했다. 경기에 소요된 시간은 고작 1시간 14분.
지난 기록인 1시간 33분을 크게 단축했다.
경기 시간은 이렇게 짧았으나, 박의현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 하루였다.
강건우는 경기 중에 이렇게 말했다. ‘힘들면 그냥 놓쳐도 돼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168km/h의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나무 방망이로 때리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 공을 잡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슷한 궤적과 다른 속도의 공이 잡기 직전에 제멋대로 움직이는 건 거의 공포나 마찬가지였다. 이닝이 진행될수록 더 심했다. 구종이 추가될 때마다 뇌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특히 누가 줄을 묶어놓고 잡아당긴 것처럼 툭 꺾이던 슬라이더가 떠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흐어어어어어어…”
160km/h 투심을 떠올리자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졌다. 그 구속으로 훅 꺾여 들어오는데, 미트 끝으로 겨우 잡아냈다. 다시 잡으라면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오직 주상욱만이 박의현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자기 실수로 퍼펙트가 깨지면 은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공을 받았다는 것은,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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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은 기어코 손용기의 제안을 거절했다.
경기가 끝난 후, 서창원 감독은 특별히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쉬고. 내일은 훈련장 나와라. 용기는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못 한 타자들에게 벌을 내리는 차원에서 훈련을 시키려는 건 아니었다. 이럴 때일수록 몸을 더 써서 감각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기자들도 파이러츠 선수단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다. 오늘 같은 날 주인공은 당연히 강건우다. 게다가 오션스 홈 경기라 별문제 없이 퇴근할 수 있었다.
답답하고 몸이 간지러웠다. 뭐라도 해야 숨이 쉬어질 것 같아서 손용기를 따라가는 대신 스윙이라도 하려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
훈련용 배트에 추를 끼웠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뭘까 생각하다가, 그 어느 때 보다 조용한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을 열어 국가대표 단톡방을 켜자, 경기 시작 전에 왔던 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조용한 : 자자 오늘도 무사히 다들 다치지 말고 ㅇㅋ?
-백준섭 : 형도 무릎 조심
-백준섭 : 조만간 연골 없어질 듯
-조용한 : 넌 아닐 줄 알지?
-윤태호 : 오늘도 잘 부탁 드립니다
-송병재 : 태호야 살살!
-윤태호 : ㅎㅎ!
하긴. 경기가 워낙 빨리 끝났으니. 다른 팀들은 아직 경기 중일 것이다.
거실에서 TV로 경기를 켰다. 부산에서 창원은 가까워 경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정조준이 켠 채널은 엔젤스 대 선더버즈 전.
-오늘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던 윤태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마운드에는 김재욱!
엔젤스 불펜 투수 김재욱이 던지는 걸 보고 마인드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내가 저기 타석에 서 있다면.
-윤태호! 윤태호가 홈런을 날립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홈런! 동점이 되는 선더버즈와 엔젤스!
두 번째 홈런이라.
강건우가 떠올랐다.
그 미친놈. 대체 얼마나 해야 따라갈 수 있을지.
한참을 무아지경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다른 구장에서도 모든 경기가 마무리됐다.
배트를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팔굽혀 펴기를 하고, 스쿼트도 했다. 그런데 다른 팀 경기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국가대표 단톡방은 침묵 상태였다.
원래 경기 끝나면 시끌시끌하다. 그 날 다른 구장에서 있었던 경기의 결과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드물지만 위로를 하기도 한다. 때론 누군가를 놀리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자기를 놀리는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정조준이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정조준 : 뭐임 나 강퇴당했나? 저기요?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숫자가 줄어들고,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박정신 : 조준이 잘 지냈냐
-박용재 : 어이쿠 이게 누구야 조준이 아녀?
-백준섭 : 허허
-조용한 : 아이고 허리야
-서우주 : 지호야 오늘은 웃지 마라
-예지호 : 예 우주형
-정조준 : 반응이 왜 이래?
-이현동 : 조준아 힘내라
-정조준 : 와 누구 죽었어? 강건우 담엔 진짜 잡는다 오늘은 내가 분위기 상 한 번 봐줬다
-조용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조준이
-조용한 : 이 새끼 멘탈 하나는 진짜 진국이라니까
-송병재 : 사실 결과만 보고 놀리려고 했는데
-송병재 : 강건우 투구 영상 보니까 못 놀리겠더라
-백준섭 : 솔직히
-백준섭 : 존나 놀리고는 싶다
-정조준 : 아 맘대로 해 평소대로 하시라고요
-백준섭 : 그래?
-서우주 : 진짜?
-조용한 : 정말로?
-정조준 : 아니 아무말도 안 하고 있는게 더 빡치는데 진심
-서우주 : 지호야
-예지호 : 예
-서우주 : 봉인해제
-예지호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지호 : 조준이형 9구 3삼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지호 :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
-정조준 : 삼진 두 개거든…
-예지호 : 7구 3아웃!!!!!!
-백준섭 : (사진)
-백준섭 : 조준이 삼진먹고 나라잃은 표정 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
-양대근 : 와 오늘 경기 직관 갔는데 분위기 진짜 최고
-배영한 : 난 오늘 수비할때 공 한번도 못 만져봤다ㅋㅋㅋㅋㅋ
-정조준 : 아니;;;
-윤태호 : 조준아 난 그래도 니 마음 좀 이해한다…
-윤태호 : 나도 승기 형한테 퍼펙트 당했을때 진짜 와…
-조용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한 : 조준이 오늘 좆귀네 ㅋㅋㅋㅋㅋㅋㅋ
-정부원 : 형님 좆귀 말고 존귀 아니에요?
-조용한 : 그거나 그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
-정조준 : 아 진짜
-정조준 : 개빡치네 오늘
-정조준 : 강건우 ㅅㅂ 어디갔냐 왜 안나오냐
-손용기 : 조준이 이 새끼
-손용기 : 조용히 좀 있으랬더니 또 긁어 부스럼 만들고 있네
-정조준 : 아 형 놔봐요 야 강건우!!!!!
-양대근 : 건우 데이트하러 갔다
-정조준 : 아니 뭔 맨날 데이트야
-정조준 : 그새끼 데이트하는 동안 전 더 강해질거니까 딱 보십쇼
-채지성 : 휴 다행이다
-정조준 : 형은 또 뭐가요;
-채지성 : 너 나가면 난 뭐 보고 웃냐…
-정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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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러츠 0 : 2 오션스. 사직 야구장에서 펼쳐진 유일무이한 경기!] [강건우로 시작해 강건우로 끝나다. 사직 불야성(不夜城).] [한 시즌에 같은 팀 투수가 달성한 KBO 역사상 두 번째 퍼펙트게임.] [진정한 투타겸업 강건우,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로 나서서 9이닝 19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에 2홈런!] [완벽하다=강건우하다. 사직 야구장에서 볼 수 있었던 야구의 정수.] [83구 퍼펙트게임. 이게 야구냐!]└이게 야구냐;;
└이게 야구지 ㅎ
[휴 브레드먼 감독, ‘갱은 야구판의 갱스터. 모든 것을 빼앗고,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노경우는 야구판의 햄스터
└???
└뜬금없이 노경우는 왜;;
└노경우는 걍 고라닌데
└경우니?
└노경우면 ㅅㅂ 타격 훈련이나 더 해라 오늘 무안타 ㅅㅂ
[강건우가 만든 오늘의 기록.]1.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19K)
2. 퍼펙트게임 관련(역대 최소 투구, 역대 최연소, 선발 데뷔전 등등)
…
…
[경기 직관 중이던 오션스 구단주의 기립 박수.] [강건우, ‘팀이 원한다면 언제든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 [오션스 정유리 인턴 스포츠과학자, ‘(강)건우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너무 잘 해줘서 기분 좋다.’] [파이러츠 서창원 감독, 망연자실하게 허허 웃으며 퇴장. ‘등산하다가 비행기에 치인 기분.’] [강건우의 변화무쌍한 선발 등판. 실수는 없었다.]└시발 직구를 149던지다가 168을 던지는데 에이 시발
└투심 160 존나 또라이같음;;;
└슬라이더는 씨발 반칙 아니냐
└꼬우면 야구 잘하라고 ㅋㅋㅋㅋㅋㅋ
[9이닝 19K 2홈런. 강건우 KBO 폭격 일지.]└메이저리그 보내자
└솔직히 갈때 됐다
└아 시발 어디든 좀 보내라고
└엌ㅋㅋㅋㅋㅋㅋ배아픔?
└존나아프다…
└진심 마지막 공 167km/h 찍히는거 보고 비명지름
└좋아서?
└좆같아서
└파이러츠 ㅎ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븅신들
└파)타팀 팬들ㅋㅋㅋㅋㅋㅋㅋ느그도 조만간 당한다 좆같은거 니들도 느껴봐라
└응 아니야 꼴션스 감독이 땜빵선발이라고 했었어~
└땜빵에 좃터진 파이러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오션스 선발 로테 구멍 안 나게 빌어야 되는거 아니냐? 구멍 나면 강건우 나옴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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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본인이 강건우를 선발로 내보내기로 결정했음에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대체 선발…? 이게…?’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그런 결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건우를 선발로 보냈다가 영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부담이 가중된다. 2군에서 선발을 끌어올 수도 있었을 테고, 기대하고 있는 신인 둘 중 하나를 준비시켜 올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잘 해도 선을 넘을 정도로 잘 했다.
그럼 또 강건우를 등판시켜야 하나.
로테이션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강건우를 선발 로테이션에 넣으면 시즌 내내 그렇게 던질 수 있나.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사실, 행복한 고민이긴 하다. 실패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 야구 감독이라는 직업이지만, 잘 될 거라는 행복회로가 팽팽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민승기는 어제 집에 돌아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원래 주인공에게는 뛰어넘어야 할 산이 있는 법이지.’
평소에도 운동하다 잠자리에 들곤 하지만, 어제는 상념이 가득해 시간을 초과하고 말았다.
‘그런데…산이 생각보다 높은 건가.’
자신보다 몇 단계는 높은 수준이라는 것 정도는 민승기도 알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다가 아주 가끔 느끼는 감정.
아주 가끔.
고민에 빠졌다. 직접 본 그 경기, 야구 팬으로서 접근하자면 정말 재밌는 경기였다.
가장 효율적인 투구란 무엇인가.
그런 고민의 정답에 가까운 경기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는 삼진을 잡으려는 노력보다, 1구에 아웃 카운트 하나를 따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 피칭은 도대체.
‘좋다, 강건우.’
민승기는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결론을 내렸다.
‘내가…따라잡겠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민승기에게는 편견이라는 것이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건우의 나이나 이번이 선발 등판 데뷔전이라는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압도적인 피칭.
그것을 한국시리즈에서 해내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강건우 : 형
-강건우 : 롤렉스 얼마에 파쉴?
민승기는 생각했다. 그래. 롤렉스, 구하기 힘들지만.
또 구하면 되니까.
-민승기 : 원가로 가져가라
-강건우 : 화요일에 하나 주세요 좋은 걸로요
-민승기 : 그래
박의현은 그 시계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주상욱도 어딘가 자극을 받았는지, 월요일 자율 훈련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하게 임했다.
요 며칠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정예성도 타격 훈련에 열심이었다.
민승기는 훈련이 끝나고, 주상욱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주상욱.”
“예.”
“하나 가져라.”
“예?”
민승기가 내민 것은 롤렉스 시계.
주상욱이 이걸 왜 자기한테 주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민승기가 말했다.
“조만간.”
“예?”
“나는 다시 퍼펙트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예?”
“그때 네가 내 공을 받고 있을 수도 있겠지.”
“예?”
나름 배려심 깊은 선배의 행동이었다. 박의현이 주전 경쟁에서 앞서 있기는 하지만 벌써 두 개.
주상욱에게 정확히 말하진 않았다.
‘기죽지 말고 더 열심히 해라. 언젠간 기회가 올 거고, 이 선물을 받고 힘내서 그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대신에.
“선불이다.”
주상욱은 이해하지 못했고, 정예성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승기 형이 이거 주던데…”
“롤렉스에요?”
“어…”
“와. 존나 부럽다. 난 안 주나?”
“진짜 개부담스러워. 줘도 받지 마.”
“하긴…”
민승기는 자신의 진심이 그렇게 왜곡됐다는 것도 모른 채, 거실 창을 통해 사직 야구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요일에는 민승기가 저기에서 바이킹스를 상대로 등판한다. 민승기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사직 야구장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