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0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05화(205/385)
인간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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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이닝을 소화해 9자책점.
평균자책점 1.52.
7경기 등판해서 경기당 7.1이닝이 넘는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9이닝당 탈삼진 또한 13을 넘기고 있으며, 7전 7승으로 100% 승률.
가장 부진했던 경기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이며, 퍼펙트게임 1회에 1실점 완투승 두 번.
오션스 입단 후 1개월 반.
민승기가 이뤄낸 성과였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고 한 달 반 밖에 안 되기는 했지만, 올 시즌 오션스의 성적을 긍정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선수입니다.
-민승기와 강건우. 두 축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눈에 띌 정도로 올라오고 있죠. 그 예측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얼마 전 야구 전문 기자들의 투표에서 1오션스 2강 6중 1약이라는 결과가 나왔었죠.
-예. 현재 오션스가 26승 9패로 1위, 21승 13패의 파이러츠와 20승 1무 13패의 엔젤스가 뒤를 따르고 있고요. 4위와 5위 이하로는 1~2게임 차이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성적 차이보다 전력 차이가 더 클 수도 있다는 평가죠. 시즌이 진행될수록 오션스가 어떤 모습을 계속 보일지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강건우가 투타 겸업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민승기와 강건우로 투타의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두 선수는 혼자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기량까지 끌어낸다.
강건우는 주로 노경우를 케어하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꽤 많은 선수가 강건우의 훈련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물론, 디테일한 내용은 정유리가 책임지고 있지만 강건우를 보고 훈련량을 늘리거나 루틴을 잡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민승기도 마찬가지다.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긴 하지만, 기량과 프로 의식에 있어서 민승기에게 태클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래도 투수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강건우보다는 민승기의 뒤를 따르고자 하고 있다.
물론, 민승기는 다른 투수들의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부담감보다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왕관…’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민승기 버전으로 해석하자면 아주 조금 다르지만, 아무튼 결은 비슷하다.
‘왕관은…내 것…!’
사실, 많이 다르다. 그래도 거기서 거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강건우의 홈런으로 2점의 득점 지원을 가지고 시작한 민승기가 초구를 던졌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투구 메커니즘이 더 좋아졌다. 최고 구속도 156km/h로 2km/h가 증가했고, 전문가들은 민승기의 구위나 제구가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지만 사실 민승기가 달라진 점은 그런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부터 민승기가 좋아진 부분은 바로 멘탈이다.
등 뒤에 주자가 있으면 제구가 안 되던 민승기를 바꾼 것은 단순한 생각 하나였다.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
때론 원론적인 이야기가 핵심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꿈인 오션스 입단을 이뤘기에 자신감이 붙었을지도 모른다.
따아아아아악-!
초구 155km/h 포심이 제대로 맞았다. 상투적으로 표현하자면, 타구가 빨랫줄처럼 날아가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민승기는 홈런을 맞은 후 생각했다.
‘왕도 가끔은 인간미가 있는 법이지.’
좋은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방 맞았다고 지레 겁먹고 공을 바깥으로 빼려다가 볼넷으로 주자를 쌓고, 억지로 존 안에 집어넣겠다고 힘 빼고 던졌다가 장타를 맞으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선두타자에게 초구 홈런을 맞은 민승기는 다음 세 타자를 변함없는 태도로 처리했다.
유격수 앞 땅볼.
삼진.
우익수 플라이 아웃.
민승기는 피홈런을 잊은 것처럼, 카메라를 향해 상쾌하게 미소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물론 1점을 내준 것은 기분 나빴지만, 팀의 기둥이자 주인공이며 에이스인 자신이 인상을 쓰고 있으면 다른 팀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강건우는 그런 민승기를 보고 생각했다.
‘하긴, 홈런 맞고 마운드에서 무릎 꿇고 우는 것보단 저게 낫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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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버즈는 굳이 따지자면 타격의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황보경태도 나갔으니 더더욱.
외국인 투수를 꽤 잘 뽑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확연히 눈에 띄는 선발투수는 없다.
마무리 투수 봉재석이 존재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불펜이 리그 상위권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사이드암 정재운은 체력 문제가 있고, 개성 있는 투수들이 몇 있지만 약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 야수진은 꽤 훌륭하다. 홈런왕 윤태호에 선더버즈 팬들이 천재 타자라고 부르는 천제현이 가장 좋고, 나머지 타자들도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
외야진에 비해 내야진이 조금 빈약했지만 FA로 조훈기를 데려오고 황보경태의 보상 선수로 데려온 유승진이 3루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타율은 0.256으로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현재까지 10홈런을 기록하며 무게감을 더하고 있으며, 탄탄한 수비력도 가지고 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승기 형이 2회 말에 이닝 선두타자인 유승진에게 홈런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히 문제라고 하기도 좀 그렇긴 하지만, 3회 말에도 한 방 맞았다.
3이닝 연속 이닝 선두타자 홈런. 3회의 홈런 타자는 선더버즈 유격수 도일국이었고, 그 홈런은 도일국의 커리어 2호 홈런이자 올 시즌 1호 홈런이었다.
승기 형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홈런 세 방을 맞고 3실점이면 그래도 남는 장사긴 한데, 그래도 매 이닝 홈런을 맞는 것은 찝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세 방 중 두 방이 선더버즈에서 가장 장타력이 부족한 타자들에게서 나왔으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
1루수 윤태호나 좌익수 팀 카터는 잘 잡아놓고 2루수 조훈기와 유격수 도일국에게 맞았다는 건 조금 그렇긴 하다.
아주 약간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승기 형은 그 이닝을 끝낸 후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것이…왕관의 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으니 괜찮은 게 아닐까.
아니, 생각해보면 울고 나서 오히려 잘 던졌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워낙 이상한 사람이라서.
박의현은 언제나 시끄럽지만, 그래도 이번엔 이훈이 홈런을 몇 방 맞았을 때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아마 이훈이 3이닝 연속으로 홈런을 맞았더라면 박의현은 ‘후니후니! 미안하다! 내가 볼 배합을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그래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자! 9이닝 3실점이면 충분히 훌륭하다! 우리가 누구!’라고 외쳤을 테지만, 지금 박의현은 진지한 얼굴로 배터리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션스의 미친 사람 양대 산맥도 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3연전이다.
아.
이런 거로 기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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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가 1시즌 내내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승리는 투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할 수 없다.
민승기의 7승 0패라는 기록이 7승 1패가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한 경기만으로 민승기가 끝났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물론, 인터넷은 일반적인 상식보다 조금 더 과한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난 솔직히 민승기가 시즌 28승 무패 평균자책점 1점 정도 할 줄 알았음]└민승기도 사람이다;;;
└뭐 약점 노출된 거 아님? 갑자기 이렇게 줘터질 수가 있나?
└우승 해야하는데 ㅠ
└팩트)7승 1패 평자 2.01으로 민승기는 여전히 크보 탑
└누적말고 최근이 중요한거 아님?
└최근이 언제까지 말하는거냨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야알못새끼덜 이렇게 성질 급해서 어떻게 37년 버텼음?
경기가 끝난 후, 민승기는 꽤 담담한 모습이었다.
오늘 부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자에게 민승기는 대답했다.
“오션스 팬들에게 패배를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그건 선더버즈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의연한 대답에 걱정하던 팬들이 염려를 내려놓았다.
정유리는 민승기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회전수나 구속이나 투구 폼에서도 문제가 없었어요. 결과를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별론데, 이건 그냥 운이 조금 없었거나 선더버즈 타자들 컨디션이 좋았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네요.”
민승기는 쉽게 수긍했다.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면 됐습니다.”
오션스 선수단은 대전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3연전을 펼친 후 금요일부터 주말 경기는 홈에서 아이언스와 3연전, 그리고 그 다음 주는 6경기 모두가 홈 경기다.
강건우는 민승기에게 별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있는 민승기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강건우와 눈이 마주친 민승기는 달리는 것을 잠깐 멈췄다.
“강건우.”
오션스 소속으로 시즌 첫 패배다. 언젠가 있을 일이었고, 강건우는 내심 민승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크게 호흡하며 숨을 고른 민승기가 말했다.
“시련과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지.”
“다행이네요.”
“뭐가?”
“혹시라도 뭐…기죽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민승기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코웃음을 쳤다.
“큭큭. 강건우.”
“예?”
“사실 네 말이 맞다.”
“예?”
“내가 지다니…”
인생 2회차 강건우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민승기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알고 있었다.
민승기는 다른 선수들 앞에서 평소처럼 행동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런데 강건우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놈은 또 다른 주인공이니까.
나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선수가 느끼는 그 압박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지.”
“…”
“그리고 내게서 특별한 것을 보기를 원하고.”
“음.”
“야구 선수란, 그냥 치고 던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요?”
조금 뻘쭘해진 강건우는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민승기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꿈을 보여주는 사람.”
“…”
“하지만 모든 선수가 꿈을 보여줄 수는 없다, 강건우.”
“예…”
“그건 특별한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재능이다.”
민승기가 다시 머리카락을 넘기며, 강건우의 어깨를 척 짚었다.
“팬들은 나와 너에게서 꿈을 본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그 꿈을…망가뜨리지 마라, 강건우…”
“아, 예…”
“약속해라.”
“약속요?”
“그래. 내게 약속해라.”
“뭘요?”
“나와 함께 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로.”
강건우는 말문이 막혔지만,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아, 예…그러죠…뭐…예.”
거절하거나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민승기의 눈빛이 지나치게 흉흉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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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의 시즌 37번째 경기.
오션스가 리그 1위를 고수하며 단 한 번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가운데, 메테오스는 현시점에서 리그 4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번에 꼴션스 상대로 스윕해야함] [꼴션스 새기들 선더버즈에 루징 시리즈 하고 왔음 분위기상 최소 위닝 시리즈 쌉가능임] [이번 3연전 꼴션스 선발 로테 가필드 똥민성 십세 킹 맞냐?] [오늘 라인업 떴다.txt] [분위기 이어나가면 충분히 가능할듯] [꼴은 잡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메테오스 팬들도 승리를 원한다. 그리고 그건 오션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돌멩이 새끼들 나대는 거 보기 싫으면 추천] [ㅂㅅ들 존나 비비네] [앤디가 좃으로 보이나봄] [오늘 노경우 빠짐?] [건우 20-20 달성 다 되가는데 오늘 다 했으면 좋겠네 돌멩이들 개빡치게 ㅋㅋㅋㅋ]메테오스도 꽤 달라져 있었다.
원래 좋았던 투수진에, FA로 최종국과 이성혁이 합류해 상승세를 탔다.
전문가들은 오션스의 우세를 예상하긴 했다. 민승기가 시즌 첫 패를 당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다. 겨우 1패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물론, 메테오스 팬들은 메테오스의 무조건적인 우세를 점쳤다.
그리고 1회 초, 강건우가 시즌 37경기 만에 시즌 20호 홈런을 날리는 것을 본 오션스 팬들이 메테오스 갤러리를 침공했다.
[느그 투수 공 깃털 ㅇㅈ?] [속보) 강건우 20호 홈런 타구 GOP에서 발견] [오피셜) 국방부, 홈런볼 주운 북한군 특별 귀화 추진] [20호 홈런 ㅅㅅㅅㅅㅅㅅㅅ] [꼴빠새끼들 1점 냈다고 신나서 몰려오는 거 보소 ㅉㅉㅉ 재밌냐?]└개꿀잼
└존-잼
└허니잼
└예스잼
37경기 만에 20홈런.
말도 안 되는 페이스다. 심지어 4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제 슬슬 상대 투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승부해주지 않을 때가 됐다. 강건우는 다음 타석에서 볼넷을 얻었고, 2루를 훔치는 데 성공해 시즌 19호 도루를 기록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타석에서 또 볼넷을 얻은 후 시즌 20호 도루.
시즌 37번째 경기에서 20-20.
[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0-80가능?] [이게 사람이냐…] [우리 팀 선수지만 진짜 인간미가 없네] [와……………….] [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강건우에게도 시즌 중 부침이 올 수는 있겠지만, 개막 후 한달 반의 기록은 전무후무한 정도였다.
그리고 20호 도루를 성공시키고 씩 웃는 강건우를 보는 몇 개의 시선이 있었다.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정유리, 아무리 내 아들이 잘났지만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놀라워하는 강건우의 부모님, 홈 경기만 기다리며 깃발을 닦고 있는 사직동 쌍깃발, 우리 누나 남친 개쩐다며 인터넷에 자랑하는 강현수.
그리고.
덕아웃 한쪽에서 잇몸을 드러내고 웃고 있는 민승기까지.
“강-건-우우우우! 강! 건! 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우우우!”
민승기를 포함한 오션스 팬들의 행복감이, 하늘에 나부끼고 있었다.
주상욱은 그런 민승기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농담으로라도 ‘완댜님, 행복해 보이십니다.’라고 말을 붙이기조차 힘든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