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0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07화(207/385)
광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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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스전, 김세완은 노경우를 대신해 선발 2루수로 선택됐다.
대전에서 이틀 연속 우천 취소로 휴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경우는 손등의 불편함이 커져 라인업에서 빠졌다.
때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별의별 이유로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노경우는 휴식 시간에 물을 마시려다가 페트병을 놓쳤고, 병을 다시 잡으려다 손등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다른 구장에서 훈련 중 난입한 고양이를 피하다 발목을 다친 선수도 있었기에 약간의 관심을 받았다.
[물통 맞고 부상vs고양이 한테 쫄아서 부상]└쫄긴 ㅅㅂ 안 밟으려다 발목 돌아간건데
└노라니 부상 아님
└근데 왜 경기 안 뜀?
└조금 다쳐서
└그게 부상이야 븅신아
└김세완보다 정예성이 낫지 않음?
└요새 김세완 타구 질 괜찮음
└세완아…
한때 다른 선수들 때문에 은퇴도 고려했던 김세완은, 묵묵히 준비해왔다.
강건우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강건우는 짧고 특색있는 훈련 위주로 진행하는 편이다.
티 배팅을 바람 빠진 축구공으로 한다거나, 손가락과 실로 연결된 플라스틱 공으로 투구 훈련을 한다거나 등등.
사실 직접 물어보면 쉽게 대답해주고 왜 그런 훈련을 하는지 설명해줬을 테지만, 김세완은 스스로 겉도는 스타일이었다.
강건우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코어 단련에 힘쓴다는 것도 알아챘다. 구단 트레이너와 함께 근육량 증가를 위한 운동에 집중했고, 구단에서 제공하는 요가 클래스에 참가했다.
기술적으로는, 조금 뜬금없지만 배영한에게 많이 배웠다.
김세완은 배영한 같은 스타일을 꺼리는 사람이었다. 가벼워 보이고, 술 좋아하고, 주변에 여자 많은.
자신을 가장 괴롭히던 두 사람과 얼핏 비슷해 보이니.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배영한은 겉보기보다 꽤 프로다웠으며, 편견과는 달리 훈련을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그리고 최근, 몇몇 선수들의 출장 정지 기간에 조금 기회를 얻었다가도 크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던 김세완에게 배영한이 조언했다.
“야. 기 좀 죽지 말고, 어? 쟤네 좀 봐라.”
배영한이 말한 ‘쟤네’는, 손등에 찜질을 하고 있는 노경우와 그 옆에 앉아서 부상 부위를 구경하고 있는 박의현이었다.
“오늘 손등만 괜찮았어도 4타수 4홈런 각인데.”
“노경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네 손등이 마운드처럼 치솟지만 않았어도!”
“아, 형. 솔직히 마운드는 좀 오바 아니에요?”
“나 박의현 오버를 모르는 남자! 노경우! 프로는 몸 관리도 실력이다! 고작 물병도 못 잡으면서 사직의 2루에 묻힐 수 있겠나!”
“아니, 갑자기 그게 왜 나와요…”
“나는 내 옆을 지나가는 것 그 무엇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형 얼마 전에 정용 선배 커브 놓쳐가지고…”
“아아아아아아아! 안 들린다! 노경우!”
“정용! 선배! 커브! 놓쳐!”
“앗! 김정용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아, 정용 선…? 뭐에요. 없잖아요.”
“야구 선수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흔들리지 않는 멘탈! 넌 아직 멀었구나 노경우!”
“와. 돌겠네.”
따로 떼놔도 헛소리를 하는 놈들인데, 붙여 놓으면 더 이상한 놈들이다. 배영한이 말했다.
“자신감 있게 해라. 자신감 없어 보이는 것보다 헛소리라도 하는 게 낫거든. 코치들은 보면 딱 알아. 득점권인데 죽을상 하고 있으면 쟨 안 되겠구나 하고 대타 낸다고.”
“그, 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면 팀을 위해서라도 대타가 나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배영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냉정하게 말해줄까?”
“예?”
“팀 먼저 챙기는 거, 좋지. 근데 그건 본인부터 챙기고.”
“아…”
“본인 안 챙겨지는데 팀 챙기는 거? 뭐, 팀에서 은퇴 후 코치라도 하게 해주면 괜찮지.”
“…”
“우린 개인사업자야. 자기 밥벌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뜻이거든.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저걸 따라 하라고?
김세완은 고민했다.
저 두 사람의 텐션을 자신이 따라갈 수 있을지.
물론, 배영한의 말뜻은 저 텐션을 따라 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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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은 올 시즌 5승 2패로 아이언스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지난 만남에서 잘 던지다가 내게 만루 홈런을 맞으며 패전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시즌 평균자책점 2.89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국민성은 5승 1패 평균자책점 1.91로 최철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공이 느리다는 이유로 종종 평가절하당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평가될 투수가 아니다.
팬들이야 승기 형이나 앤디 같은 투수에게 더 열광하고 기대할 수 있지만, 최소한 내게는 국민성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오늘 키스톤 파트너는 김세완. 원래 좀 뻣뻣했는데, 이번 시즌 들어 유연성이 좋아졌다. 유연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으면 수비에서 장점이 생긴다. 무게 중심이 무너진 채 포구해서 잘 잡고도 공을 못 던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표본이 많지는 않아도 그런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타격에서도 종종 좋은 타구를 날린다. 예전에는 배트를 쉽게 내지 않아 투수들이 마음 놓고 힘 뺀 공을 존에 집어넣곤 했었다. 그러다 보면 볼카운트가 몰리고, 안 좋은 카운트에서 억지로 때리다가 범타로 물러나고.
그리고 오늘은 어딘가 표정이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국민성이 등판하는 날이면 내야 땅볼의 빈도가 상당하다. 상대 타자들에게 타격을 강요한다.
존트론 도입 후 국민성의 볼넷 빈도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당장 이번 시즌 9이닝당 볼넷이 2개가 안 된다. 볼 같은데 스윙하지 않으면 느려터진 공에 삼진을 당하고, 스윙하면 애매한 코스라 정타를 때리기 힘들고.
공 끝이 지저분하고 치기 쉽지 않은 코너로 공이 가니 자연스럽게 타구가 내야에 머문다.
딱!
아이언스 선두 타자 정종훈의 타구가 김세완 쪽으로 향했다. 주로 밀어치는 우투좌타 타자이기에 3루 쪽으로 수비 위치가 쏠려 있었기에 쉬운 타구는 아니었는데, 김세완이 스텝을 밟으며 왼손을 쭉 뻗어 공을 잡아냈다.
예전 같으면 잡고도 중심을 못 잡아 송구를 못 할 때가 많았는데, 디딤발을 강하게 내밀어 브레이크를 걸고 빠른 동작으로 송구했다.
발이 그럭저럭 빠른 편인 정종훈이 여유롭게 아웃.
더 달라진 부분은, 아웃 카운트를 잡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다는 점이다.
“ㅡㅡㅡㅡ.”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은데, 제대로 듣지 못했다. 수비 방식에 대해 따로 이야기하면 그것만 신경 쓰느라 굳어버리곤 했기에 그런 이야기도 잘 못 했었는데.
2번 타자 박정신의 타구가 기술적으로 노루 형의 키를 넘겼다.
2년 전만 해도 이 팀의 주전이었던, 리그 최고 수준의 3루수 박정신.
그리고 현재 리그에서 수비력 하나만큼은 최하위인 노루 형.
묘하게 무언가가 겹치는 모습에 관중석이 살짝 술렁였다. 그래도 노루 형은 기죽지 않고 이렇게 외쳤다.
“이건 정신이 햄도 못 잡는다! 내가 잘못한 거 아이다!”
그래놓고 아차 싶었는지 다시 말을 바꿨다.
“민성아! 아이다! 내가 몬 잡았다! 니는 잘 던진 거다!”
국민성은 신경도 안 쓸 텐데.
안타를 맞은 적도 없다는 듯 국민성이 빠른 피칭을 이어갔다. 공은 느리지만 인터벌이 짧다. 굳이 고민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는 건지 자신이 던지려는 곳으로 꽂아대는 투수다.
아이언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웰치의 타구가 2루 베이스 거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나는 빠르게 움직여 타구를 잡아냈다. 1루 주자의 스타트가 빨랐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대신, 글러브를 들어 올려 그대로 김세완에게 토스.
“아웃!”
김세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공을 정확히 받아내며 2루 베이스를 밟고 1루로 빠르게 송구.
“아웃!”
깔끔하게 병살로 연결됐고, 박정신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김세완이 살짝 웃었고 홈 팬들이 병살에 환호했다.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얼핏, 군더더기 없이 수비해낸 김세완이 이렇게 말한 것 같다.
“어제는 경기 안 했는데.”
저 말, 노경우가 종종 하는 말인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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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스의 근본 투수인 최철과 오션스만의 월드 클래스 국민성의 맞대결은 투수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최철은 강건우와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마냥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일단은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
4회 초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1대 0. 아이언스의 우세.
4회 말, 이닝 선두 타자로 나선 이시욱의 빗맞은 타구가 2루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졌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다음 타자 울프팩은 볼넷.
[울프팩이 이걸???]└어케 참음???
└당연히 떨공삼일줄
└제발 병살만 치지 말고 혼자 죽으라고 기도했는데ㄷㄷㄷㄷㄷㄷㄷ
└선풍기 고장 ㄷㄷㄷㄷㄷㄷ
컨택 능력이 확연히 좋아지긴 했지만, 성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큰 스윙에 공을 고르기보다는 강하게 때리는 타입.
그런데 오션스 팬들조차 놀라움을 감추기 힘들 정도로 좋은 슬라이더를 참아냈다.
어떤 투수라도 중간에 흔들릴 수 있다. 최철이 황석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리자 아이언스 투수 코치와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노경우! 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추모 만루 홈런을 때리고 오마!”
“저 안 죽었거든요?”
김세완은 감독과 타격 코치가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대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찬스라고 판단되면 경기의 어느 시점에서라도 대타가 나올 수 있다. 노경우가 손등 문제로 선발에서는 빠졌지만, 대타로는 여전히 남아 있고, 주상욱이 나올 수도 있다. 좌타자 유준도 가능하다.
자신에게 기회가 자주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팀을 위해서? 배영한의 말이 떠오르자, 그런 건 허울만 좋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스가 마운드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김세완은 감독의 눈치를 보는 대신 크게 스윙하며 대기 타석으로 나갔다.
연습 스윙을 크게 했지만 이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김세완은 눈을 딱 감고 질러버렸다.
“나 김세완! 오늘을 위해 살아온 남자!”
순간, 오션스 덕아웃의 이목이 쏠렸다.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기왕 지른 거.
김세완이 마구잡이로 배트를 휘두르며 다시 소리쳤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카메라가 오대서 감독의 황당한 표정을 클로즈업했고, 휴 브레드먼 감독은 타격 코치에게 말했다.
“대타를 준비시키지 않아도 돼.”
잠시 후, 박의현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김세완은 초구를 잡아당겨 3타점을 올리는 싹쓸이 2루타를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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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은 비교적 만만하게 여겨지는 타자에게 쉬운 공을 던질 때가 있다.
사실, 그런 것도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그 투구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허를 찌르는 피칭이거나, 과감하게 카운트를 잡는 좋은 공이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실수가 되는 거다.
오늘 오션스의 타선에서 김세완만큼 쉽게 가져갈 타석이 또 있을까.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려고 던진 공이 맞아 버렸다. 투수의 선택이 틀린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아마 대부분의 투수가 저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김세완은 잡고 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다음은 서창열과 배영한이니까.
서창열의 안타 때 홈을 밟은 김세완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때로 선수들은, 뜬금없는 타이밍에 틀을 깨고 나오곤 한다.
어쩌면 김세완에게는 그게 오늘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오늘만 그런 날일 수도 있다. 야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긴장 좀 해야겠는데?”
노경우는 내 말에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수비에서 괜찮았던 김세완은 오늘 경기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서 싹쓸이 2루타를 때린 후, 움직임이 더 좋아졌다.
완전히 몸이 풀렸는지 우익수와 겹치는 코스로 날아온 공을 달려가서 잡아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우익수가 처리하는 것이 맞는 코스였는데, 김세완이 처리하자 배영한이 씩 웃으면서 엉덩이를 쳐주며 격려했다.
매일 저런 모습을 보이면 2루수가 바뀔 수도 있다. 그런 경쟁이야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늘 두 개의 안타를 때리며 3타점을 올린 김세완이 수훈 선수로 뽑힌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김세완은 인터뷰 자리에서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울보단이 한 명 늘었다.
승기 형은 김세완이 결국 눈물 한줄기를 흘리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프로의 눈물은 뜨거운 열정의 증거…”
“저한테 홈런 맞고 운 것도 열정이었어요?”
“뜨거운…열정…승리에 대한 갈망…”
“솔직히 말해도 돼요?”
“솔직함은 때때로 중요한 일이 아니지.”
그러고 보면, 야구는 미친 사람들이 잘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내로남불이 잘 되는 미친 사람들이 좀 그런 것 같다. 승기 형이나, 조준이 형이나, 음. 그런 사람들.
물론 100% 그런 것은 아니다.
노경우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김세완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좋은 활약을 했으면 한다.
노경우는 다음 경기에도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됐다. 경기 후반에 대타 정도로는 나올 수 있을 텐데, 수비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김세완이 다음 경기에서도 선발이기에, 수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가갔을 때.
김세완의 눈에서 약간의 광기를 느낀 것은 착각이었을까.
“안녕하세요.”
“어, 안녕.”
뭔가 좀 이상해서 살짝 머뭇댔는데, 김세완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입을 열었다.
“나는…김세완.”
“예?”
“사, 사직의…”
“예…?”
“식용유, 그래. 식용유 같은 남자.”
“…”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언제나 필요한…”
“…”
“…”
“…이런 사람이었어요?”
“…”
“…”
“…미안하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하는 걸 보니 진짜 광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시, 박의현 선배 따라 하시는 거예요?”
“…”
“꼭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그렇지…?”
이거 뭐라 할 말이…
박의현이 오션스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