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0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09화(209/385)
광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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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은 알고 있었다.
‘나는 강건우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게 열등감이나 질투일 수도 있고, 동경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김세완이 가진 강건우에 대한 감정은 조금 달랐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부정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그 누구도 강건우는 될 수 없으니까.’
김세완은 신장 174cm로 사이즈도 크지 않고 타고나게 골격이 빼어난 것도 아니며, 소위 말하는 강한 손목 힘을 가지지도 못 했다.
유연한 편도 아니다. 천부적인 수비 센스 같은 건 립 서비스로라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작은 사이즈의 학창 시절부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
드래프트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김세완이 입단했을 때의 동기 중에는 지금 KBO에서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이 몇 있다.
천재 타자로 불렸던 천제현은 데뷔 시즌을 포함해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포스트 홈런왕이라고 주목받았던 윤태호는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부원은 공수겸장 중견수로 20-20을 기록했으며, 챔피언팀 포수 박지훈이나 백업이긴 해도 국가대표 유격수 옥시경, 멀리 가지 않아도 황석규도 있다.
사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바이킹스에 김권종이 있다. 불도저스 마무리 용수현 또한 리그 상위권 마무리 투수다.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때도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권종의 공을 때려 안타를 뽑은 것은 김세완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다.
김세완은 그게 조금 부끄러웠다. 부모님의 행동이 아니라, 그 빗맞은 안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본인과 본인 부모님뿐이라는 점에서.
아무튼, 손에 닿을 거란 상상도 하기 힘든 선수의 모습을 보는 것은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지금까지 김세완이 봐왔던 몇몇 선수들.
특히 정귀현이나 고은태같은 놈들은, 그냥 운이 좋은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잘 맞힌 것 같은데 야수 정면으로 가면 주전 선수들은 ‘재수 더럽게 없네.’라고 넘기고 다음 타석에 들어서면 되지만, 오랜만에 기회를 잡은 김세완 같은 선수들은 다음 타석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김세완은 워크에씩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도자를 잘 만나야 꽃을 피울 수 있다. 타격 코치가 바뀔 때마다 타격 폼을 바꿔야 했고,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이 자신감 없는 선수에게 ‘네가 해야 할 일은 노력이다’라고 말했었다. 별거 아닌 말이었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선수로 자신을 바라보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는 다른 것을 느꼈다.
어쨌거나.
강건우를 보고 있으면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자신과 주전급 선수들의 격차가 있긴 해도, 강건우와 그 주전급 선수들 간의 격차만큼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
강건우의 안타에 열심히 달린 후, 미끄러지듯 태그를 피하며 득점을 올렸다. 비디오 판독 이후 득점을 인정받고 기뻐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덥석 잡더니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오오오! 킹세완 선배니이이이임! 저 박의현은 감동 받았습니다! 포수의 빈틈을 찾아내는 날카로운 통찰력! 포기하지 않는 집념! 그리고 근성! 베이스 러닝의 신기원! 방금 그 주루는 그 어떤 포수도 막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킹! 세! 완! 킹! 세! 완! 킹! 세! 완!”
자기 자신을 어필하고, 없는 자신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박의현을 조금 따라 했었는데.
그 가짜 광기는, 진짜 광기 앞에서 폭삭 사그라들고 말았다.
“어, 어, 어, 어, 그래, 그, 고, 고맙다, 응. 응. 알겠어. 그래. 의, 의현아. 잠깐만, 어,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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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킹이 2사 2, 3루 위기에서 삼진을 잡아냈다.
가장 큰 위기에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풀타임 선발로 뛴다고 해도 매번 퍼펙트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때 그 경기에서도 안타가 될 뻔한 순간은 꽤 있었다.
언제 어느 순간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사람은 항상 그런 일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
위닝샷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다. 가장 어려울 때 주저 없이 던질 수 있는 공.
물론, 그 공조차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거나 손에 제대로 채이지 않으면 맞아 나간다. 혹은, 제대로 던지더라도 맞을 수도 있다.
몇몇 투수들에게 결정구로 쓰일 수 있는 공을 장착시킨 유리는, 호세 킹에게는 그 방법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제구를 잡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저런 타입의 투수가 제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구는 매번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를 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완벽하게 원하는 곳으로 던지려면 던질 때마다 같은 위치에서 놓고, 그립이 똑같고, 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이 같아야 한다. 같은 위치에서 놓으려면 투수의 메커니즘이 기계 같아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완전히 같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던지려고 단련하는 것이다.
완벽한 것은 없다. 호세 킹이 몸쪽 빠른 공을 결정구 삼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완벽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제구력을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을 던질 때는 사소한 것 하나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닝이 끝나자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침착해진 김세완이 숨을 몰아쉬었다. 긴장감을 조절하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좋지만, 그게 너무 과하면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다.
“Namaste-!”
식용유를 외치며 흥분했다가도 숨을 몰아쉬는 김세완, 그리고 나마스테를 외치며 포효하는 호세 킹.
뭔가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지만.
“음…”
김세완이 경기 초반의 그 외침이나 주루 플레이에서 보여줬던 기세와는 달리, 어딘가 힘이 빠진 모습이다.
그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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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잘 하는 놈이 잘 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는 다 떠나서 야구는 그냥 강건우가 잘 한다는 말이 돌고 있기도 하다.
또, 정유리의 손을 거친 투수들이 대부분 과거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야구는 유리 누나한테 배운 놈들이 잘 한다’라는 말도 유행을 타고 있었다.
호세 킹이 위기를 몇 번이나 몸쪽 포심을 던져 넘기자, 오션스 갤러리에서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킹 호세 유리누나한테 코칭 받고 변한 거 ㄷㄷㄷㄷㄷㄷㄷ]└좀 더 봐야지 ㅅㅂ 기복 개심함 좆세킹
└확 달라진거 안 보임?
└달라지긴 개뿔
└무적권 160던질라고 존나 상체로만 던지다가 구속 조절하고 있는데?
└유리 누나 진짜 건드리는 투수마다 대박터짐
└시즌 초반에 몸쪽 던질때마다 데드볼이었는데 오늘 보니 몸쪽 제구 진짜 감 잡은듯
└어케한거임
└해설자가 하체 중심이동 좀 달라졌다는데
└모가 달라진건지 몰겠음
└그러니까 니가 꼴션스나 빨지
└니는
└나도 몰라서 하는 말임
└ㅎ
└ㅎ
정유리도 이런 이야기들을 보고 있었다. 자기에 대한 칭찬이 나올 때는 당연히 기분이 좋다.
그래도 온전히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 칭찬이 기분 나쁠 리는 없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노력이 우선이니까.
정유리는 코치로는 아직 초보다. 여러 가지 이론을 스스로 정립해나가는 단계였다. 그중 하나는 강건우와 다른 선수들의 차이점을 받아들이는 것이었고, 그런 것들을 빨리 인정하는 것이 꽤 중요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많은 선수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완벽한 선수는 거의 없다. 그리고 조금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약간의 운이나 노력이 따라주면 성과를 낸다.
“사직의 식요오오옹유우 킹-세-와아아안-!”
박의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청이 워낙 좋은 선수다. 그리고 아까는 분석실 근처에서 유비 관우 장비에 조자룡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유리는 ‘촉나라는 통일 못 했잖아’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아무튼, 한때 오션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박정신을 꼽았던 정유리는 생각했다.
‘남아 있었으면 진짜 완벽한데…’
현재 오션스의 전력은 정말 좋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울프팩이 아니라 3루나 코너 외야 거포 용병이 있었더라면.
이시욱의 타격 기록이 안정적이고, 울프팩이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박정신이 3루를 보고 코너 외야 수비가 괜찮은 용병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밖에서 팀을 바라보는 팬일 때와 지금은 다르다. 감독 양아들 소리를 항상 듣곤 했던 이시욱은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고, 울프팩의 한 방은 경기 분위기를 바꿔버릴 힘이 있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1사 만루.
울프팩의 배트가 세차게 돌았고, 그 거한은 덩치에 맞지 않게 앙증맞은 배트 플립을 선보이고는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아이언스가 경기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큰 거 한 방이었다.
“울퍼팩! 울퍼팩! 울퍼팩!”
“마! 사직구장 울프팩 만리런 무봤나!”
몸이 들썩인다. 확실히, 저 거구가 때리는 타구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건우가 때리는 타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울프팩이 팔을 들어 특유의 알통 세레머니를 선보였고, 오늘 선발로 던지고 있는 호세 킹은 제일 앞에 달려나가 합장하듯 손을 모으며 점수를 낸 타자들을 환영했다. 3루에 있다가 홈을 밟고 덕아웃에 돌아온 강건우가 분석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유리도 기분 좋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아이언스 용병 투수는 꽤 안정적으로 던졌었는데, 이 한 방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투수가 교체되며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 환호와 행복함으로 가득한 사직 야구장.
약간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정돈되자, 대기 타석으로 나가는 박의현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킹! 세! 완! 선배님! 무슨 일이 있어도 출루해서 선배님이 보여주신 그 주루 플레이를 재현할 테니 적시타 부탁드립니다! 오션스으으으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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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킴이 난타당하는 과정에서 아이언스 감독이 조금 불쾌감을 표했다. 물론, 팀을 집중시키고 재결집 시키는 퍼포먼스이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감독들은 이런 것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곤 한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리그에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볼거리를 더하며 팬들의 몰입도를 강화시킨다.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혼동을 주려 한 것.
마운드에서 호세 킹의 도발적인 세레머니.
울프팩의 관중을 자극하는 듯한 행동.
거기에 경기가 기울었음에도 오션스 선수들이 도루를 시도한 것이나, 관중들의 과도하게 느껴지는 야유 등등.
갖다 붙이면 이유는 많다. 굳이 이유가 없어도 된다.
걸고넘어지면 논쟁거리가 되고, 말을 꺼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아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팬들끼리 싸움이 붙는다.
아이언스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해 살짝 던진 것뿐이다.
그리고 오션스 감독도, 자기 선수들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뿐이다.
“일단, 하나 말씀드려야겠군요. 중요한 경기에서 갱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아이언스와의 경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그들이 갱과 상대하고 싶어 한다면 다음번엔 아이언스 전에 갱의 투입을 고려해보겠습니다. 갱이 아니라도 충분해 보였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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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국민성과 호세 킹이 나왔지만, 감독님의 말대로 아이언스는 승리하기에 충분한 점수를 뽑지 못했다.
사실, 말로 상대를 도발했다가 지기라도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감독님 본인은 인터뷰에서 아이언스 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그 말은 이거였다.
‘강건우 내보낼 만큼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잖아?’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좋은 발언은 아니었다. 역사적으로도 야구에서 입을 털면 언젠가는 반격당했다.
최강 팀이라도 한 팀에게 압도적으로 이기리라는 장담은 없는 까닭이다. 당장 3연전에서 두 경기에서 이겼고 이번 시즌 지금까지 아이언스와의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고 있기는 해도, 내일 경기에서 지기라도 하면 즉시 분위기는 바뀔 것이다.
하지만 오션스 팬 모드의 유리는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와. 우리 감독님 입 터는 거 장난 아니다. 그지?”
“기분 좋아 보인다?”
“당연히 좋지. 오대서 현역시절에 꼴나쌩이었잖아. 표정 썩는 것만 봐도 혈액순환이, 어우.”
꼴나쌩은 꼴션스만 나오면 쌩큐의 줄임말이다. 오션스를 그렇게 잘 때려잡았다나.
“그리고 오대서가 오션스한테 지면 잠도 못 잔다고 하기도 했었어.”
그랬다고 한다.
“우리 감독님 입 털기도 메이저급. 크으.”
엄밀히 말하면 우리 감독님이 메이저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기거나 한 적은 없지만.
그런 게 중요하진 않다.
기분만 좋으면 장땡이지.
“건우야아아~유리 누나가아아~그런것도오오오~가르쳐 주드나아아아~”
정말 기분 좋아 보인다. 이기면 항상 기분이 좋긴 하지만 오늘은 더.
“그 노래 좋아?”
“아.”
너무 좋은 나머지 내가 옆에 있는 것도 까먹고 노래를 불러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유리는 내 얼굴을 보고 조금 허둥지둥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마! 누나가 어? 노래도 쫌 부르고 할 수도 있지!”
“고마 누님 말이 맞심더.”
“뭐래!”
그렇게 말하고도 깔깔대며 웃었다.
우리는 오늘 승리로 승률 0.743을 기록하고 있다.
KBO 역사상 시즌 최고 승률은 0.706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쯤 되면 역사 한 번 써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꼭 우승해서 누나 행복하게 해줄게.”
유리가 날 찌릿 노려보며 대답했다.
“고맙다! 나 정유리! 오션스 우승을 보기 위해 살아온 여자!”
응?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설마 오션스 감염병이 옮은 건 아니겠지…?
“누나…?”
유리가 운전대를 퍽퍽 때리며 웃었다.
왜 웃어…?
“아니, 요새 누가 박의현 흉내 낼 때마다 이상한 표정 짓길래 한 번 해봤는데.”
아무래도, 포커페이스를 단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