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0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11화(211/385)
누가 우승 소리를 내었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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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서 감독은 몹시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불편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모든 게 그랬다.
지난 경기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꺼낼 필요까지도 없었다. 사실, 그런 건 그냥 기 싸움에 불과했다. 혹은, 팀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다. 우리가 못 해서가 아닌, 상대의 수작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
어떤 사람들은 오대서 감독에게 구식이라느니, 쓸데없는 시비를 건다느니 하지만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그래도 휴 브레드먼은 괜찮은 말싸움 상대다. 서로 너무 지저분해지지 않는 선에서 끊을 줄 안다. 어떤 감독은 오대서가 그런 말을 하면 허허 웃으면서 ‘왜 그러시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었다.
오대서의 생각으로는, 감독끼리도 어느 정도의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많았다.
경기 내적으로는 번트 실패, 수비 실책, 투수의 실투 등등이 있다. 본인이 생각해도 자기 자신이 꽤 꼰대 같다고 생각이 든다. 프로라는 놈들이 특타 좀 시켰다고 벤치에서 죽는소리나 내고 있으니.
그럼에도 팀을 이끌어야 한다. 프로 야구팀의 감독으로 팀을 이끌 때, 오늘도 중요하지만 내일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들은 구식이라고 욕하기도 하지만, 오대서 감독은 선수들이 최소한의 투쟁심을 가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강건우가 몸을 풀고 마운드로 올라올 때, 대타를 내보낼 것을 지시했다.
“형욱이 내보내.”
“예?”
9회 선두 타자로 나설 선수가 최근 타격감이 좋은 구건석이었기에, 그 지시를 들은 코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형욱은 이번 시즌에 조금씩 기회를 얻기 시작한 어린 선수다.
“지형욱 대타.”
“아, 예. 알겠습니다.”
타석에 나설 준비 중이던 구건석은 대타로 교체되었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대서 감독은 아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만 바라보고 있었다.
타격감이 좋거나 말거나. 스윕 직전인데 벤치에서 잡담하며 웃고 있는 놈보다는 나갈지 못 나갈지 모르는데 배트 한 번 더 휘두르는 놈이 더 믿음직하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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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파울!”
딱!
“파울!”
딱!
“파울!”
대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초구 150km/h 포심에 타이밍을 놓쳤는데도 배트를 어떻게든 가져다 대길래, 2구에 구속을 10km/h 정도 끌어올렸는데도 파울이 나왔다.
그리고 3구 투심까지, 포심을 노리고 배트가 나오다가 궤적을 수정해서 갖다 맞혔다.
정타는 없었지만 스윙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별생각 없이 던졌는데, 고개를 돌려 전광판에 쓰여있는 이름을 보고 납득했다.
‘지형욱이었네.’
아는 이름이다.
아이언스는 박의현을 못 알아봤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수를 몰라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수가 별로 없는 지형욱은 나중에 국가대표로 뽑힐 만한 자원이고, 자기애가 강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다가 포스팅 무 응찰에 FA 때도 계약에 실패하긴 했지만, KBO에서는 꽤 족적을 남길 선수다.
국제대회에서는 그리 좋지 못했다. 국내용이라는 비난을 받긴 했어도 노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그냥 뭐…
일정 수준 이상의 체인지업에 약점이 있어서였다.
유망한 투수가 마이너리그를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체인지업을 익혀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체인지업을 대신할 수 있는 강력한 공을 가지고 있거나.
그건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체인지업을 때릴 줄 알아야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뭐, 그리 날카롭지 못한 체인지업이라면 손목을 비틀어 궤적을 따라가는 배트 컨트롤로 어떻게 때려낼 수는 있겠지만.
지형욱이 배트를 붕붕 휘두르며 다시 타석에 섰다.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체인지업을 던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체인지업을 던졌다. 타자가 눈을 부릅뜨고 배트를 돌렸다. 내가 던진 공은 타자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배트를 피했다. 타자의 엉덩이가 완전히 빠졌고, 스윙하는 힘을 못 이겨 무릎을 꿇고 배트가 날아가 버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자화자찬 같기는 하지만 정말 좋은 체인지업이었다. 허공에서 잠시 멈춘 것처럼 보였고, 낙차도 같이 챙긴.
“우와아아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지형욱이 분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본 후, 옆으로 튕겨 날아간 배트를 주워 고개를 푹 숙이고 원정 덕아웃으로 향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까먹고 있었던 선수다. 뭐. 여기서 더 하다 보면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겠지.
현역 은퇴 이후, 그리고 유리와의 결별 이후 거의 모든 인연이 끊겨 있었고 과거로 돌아왔기에 생각지도 못한 다른 이야기들이 조금 잊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감상에 젖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 해도 충분하다. 다음 두 타자를 잡아내 팀의 30승과 내 시즌 세이브 기록을 10개로 늘렸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외야 관중석 앞에서 폭죽이 터졌다. ‘부산 오션스 시즌 30승 선착! 팬 여러분의 성원 덕분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누가 보면 우승이라도 한 줄 알겠네.
“30승! 30승! 30스으으응!”
승기 형이 폴짝폴짝 뛰면서 경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거 참.
항상 부끄러움은 정상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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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선수단 회식이 있었다. 일요일 낮 경기였기에 경기가 빨리 끝나기도 했고, 다음 날 쉬기도 하고.
그래도 팀 분위기가, 축하 회식이라고 해도 과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정유리 누나 코치님 최고!”
“최고오오!”
몇몇 선수들이 유리를 띄워줬다.
선수들은 과음하지 않지만 코치들은 딱히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그것도 그런데 유리는 오늘 기분이 너무 좋은지 꽤 마셨다.
“정유리 코치, 술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냐?”
김정용 선배가 은근슬쩍 내게 챙기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유리는 술이 세다.
“괜찮습니다. 제가 챙길게요.”
“하긴 뭐.”
회식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대근이 형이 슬쩍 눈치를 보고 포장을 주문하자, 너도나도 포장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부모님 드릴 것과 유리네 부모님 드릴 것을 포장했고, 해산 분위기에 유리를 데리고 나왔다.
헤헤 웃던 유리는 대리운전 기사님이 도착하자 눈에 힘을 줬다. 나는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유리는 야구 팬일 확률이 높은 대리운전 기사님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한다.
기사님은 우릴 알아봤다.
“아이고오. 부산 최고 유명 인사 차를 다 몰아보고! 영광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 경기 이야기도 하고, 야구 이야기도 했다. 내 싸인볼을 받은 기사님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운전을 마쳤다. 그리고 주차가 끝나자마자 유리는 ‘파하-’ 하는 소리를 내며 내 무릎 위로 쓰러졌다.
“강건우…”
“응. 괜찮아?”
“우리 건우…최고…”
흐트러진 머리를 만져주며 씩 웃었다. 내게 기적 같은…아니, 기적 그 자체인 사람.
유리는 꼼지락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결혼 확률 50%.”
시즌 30승을 가장 먼저 달성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50% 정도라고 승기 형에게 들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100%야.”
“꼴레발은 필패다! 몰라?”
“난 그런 거 몰라.”
“그럼 뭘 아는데?”
“난 유리 누나밖에 모르지.”
“으흐흐. 강건우우우.”
좋아 보인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나도 그래 보이는 것 같다. 나도 좋으니까.
안 취했으면서 취한 척하는 유리도 귀엽다. 유리가 계속 잠꼬대하듯 말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도 기분이 꽤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가 부축해주자 몸을 흔들면서 말했다.
“요새 좀 꿈 같기도 하고.”
“꿈 같아?”
“응. 요새가 아닌가? 아무튼 좀 그런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 섰다. 유리가 살짝 그르렁대듯 말했다.
“강건우. 안타깝지만 뽀뽀는 안 되겠네.”
“왜? 오늘 타점도 올리고 세이브도 했는데?”
“마늘 많이 먹었단 말이야.”
“숨 참아.”
“흡.”
참으란다고 참는 걸 보고 웃음이 터져버릴 뻔했지만, 그럼 유리가 안 해줄 것 같아서 그냥.
“…”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있었는데,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파하-”
유리가 날 살짝 밀어내고 참았던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깜짝 놀란 얼굴로 외쳤다.
“아! 아! 아!”
“어. 건우. 유리. 왔냐.”
어디 편의점이라도 갔다 오셨는지, 아버지가 손에 봉지를 들고 서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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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내게 앞으로 아파트 단지에서 뽀뽀 금지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자 날 보며 씨익 웃으셨다. 내가 야식거리 포장해간다고 하자 맥주를 사러 다녀오신 모양이었다.
부모님 두 분이 포장해온 안줏거리에 맥주를 드시는 동안, 스포츠 뉴스에서 우리 이야기가 나왔다.
-부산 오션스가 올 시즌 가장 먼저 30승에 도달했습니다. FA 영입 생 민승기 투수가 시즌 8승을 거두며 다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강건우 선수가 시즌 50번째 타점과 10번째 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건우야.”
“예, 아버지.”
아버지의 흐뭇한 표정은…음.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장하다.”
이 말 또한 복합적인 것 같은데…
-30승 10패를 기록한 오션스는, 1992년의 대전 메테오스에 이어 30승 달성 시 승률 2위를 기록했는데요. 1992년에 30승 1무 7패로 해당 기록 1위였던 메테오스는 그 해 오션스에게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그 1992년 우승은 오션스의 마지막 우승으로…
지금이 2029년이니까 오래도 됐다.
그리고 내가 여기 안 왔으면 그 기록은 훨씬 더 길어졌을 테니까.
단기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번 시즌에야말로 그 역사를 끊어내야 한다.
“내가 이 등신 같은 팀 다시는 응원 안 한다고 다짐했었는데…”
“그 말을 수십 번을 했잖아.”
사실 그 말은 유리도 수십 번은 했다. 아니, 수백 번이 맞는 말이겠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맥주를 쭉 들이켜더니 말씀하셨다.
“맨날 욕만 하면서 그래도 계속 보길래 진짜 저게 뭐 하는 짓인가 했었지.”
“당신은 진짜 좋을 때 오션스 야구 보는 거야. 건우 없었어 봐. 야구 보면서 쌍욕 입에 달고 살았을걸?”
“내가 건우 없는데 오션스 야구를 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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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승 선점 부산 오션스. 승리 후 불꽃 파티!] [시즌 8승 투로 팀 30승 이끈 민승기, 8회 끝나고 포효한 이유는?] [아이언스 오대서 감독, 중요한 순간에 이해할 수 없는 대타 기용으로 뭇매.] [(이용길의 야구회로) 강건우의 비중이 더 커졌지만, 작년과는 다른 오션스의 강건우 의존도.] [사직 야구장 우완 안경 에이스의 역사.] [‘사직 식용유’ 김세완의 환골탈태?] [약점이 없어 보이는 오션스의 질주.] [75% 승률, 30승 선점. 구도 부산의 꿈은 이루어질까.]#
KBO는 10개 팀이 모두 그해 우승을 노리는 리그다. 대놓고 리빌딩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10개 구단 중에 5위 내에 들기만 하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고, 때로 5할 승률 미만의 팀도 5위 내에 들 때도 있다.
한 팀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며 다른 구단들을 상대로 좋은 승률을 기록한다면 낮은 승률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팀이 생길 확률은 더욱 커진다.
40여 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아직 시즌을 포기한 팀은 단 한 팀도 나오지 않았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엔젤스 내야수 성호재와 선더버즈 1루수 정기백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시즌 중에라도 부메랑을 맞을 수 있는 트레이드였다.
다만, 그 선수들을 서로가 필요로 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우타 거포가 필요했던 엔젤스와, 센터 내야수가 필요했던 선더버즈.
성호재는 내야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선수다.
트레이드가 벌어지면 누가 더 이득을 봤느냐로 싸우기 마련이다. 엔젤스와 선더버즈 양 팀 팬들의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체로 선더버즈가 이득을 봤다는 여론이 강했다.
선더버즈의 1루에는 국가대표 1루수 윤태호가 버티고 있고, 선더버즈 유격수 도일국이 영 좋지 못했기에 그랬다.
“아쉽지만 카드가 안 맞네.”
-아니, 박 단장.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오션스 박준기 단장은 엔젤스 단장의 트레이드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몇 건의 트레이드 이후 박기꾼이라는 인터넷 밈 덕분인지 트레이드 제안이 잘 들어오는 편이기는 했지만, 이 트레이드는 전혀 수지가 맞지 않았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거, 지나치게 양심 없는 제안이었어. 본인도 잘 알 텐데?”
-잘 생각해봐. 포시 가면 투수는 많을 수록 좋아. 박단장네 지금 김세완도 있고 정예성도 있잖아?
“불펜이 필요하긴 한데, 이건 좀 아니지. 그럼 김세완 데려갈래?”
-이 양심 없는 사람아!
“노경우랑 김재욱 바꾸자는 사람이 더 양심 없지!”
-지명권도 얹어준다니까!
“끊어!”
뚝.
최근 약간의 부침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노경우는 판매 불가능한 자원이다. 김재욱(2029시즌 평균자책점 3.57)이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그럭저럭 쓸만한 투수라곤 해도 선 넘은 제안이었다. 솔직히, 이런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아니, 야구판에는 죄다 양심 터진 사기꾼뿐인가?”
박준기 단장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물론 몇몇 구단의 단장들은 박준기를 사기꾼이라고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겠지만.
박준기가 보기에 다른 놈들은 더 사기꾼이었다.
지이잉-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지난 3연전에서 엔진스에 스윕당한 다이아몬즈 정해준 단장이다.
[다이아몬즈 선발진 붕괴. 예고된 참사인가.]어제 본 기사 제목을 떠올리며 박준기는 스마트폰을 슬쩍 덮어버렸다. 전화를 받아봤자 좋은 소리가 나올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