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2화(22/385)
프로야구 3대 구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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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훈련은 아무래도, 감독의 성향에 따라 많이 갈리는 편이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절대적인 훈련량에 대해 고집이 없다. 훈련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몇 분 만에 개인 훈련을 마무리시키기도 한다.
선수 입장에서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원하는 수준이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내다시피 하며 직접 지도하기도 하지만, 한정된 기회 내에서 뭐라도 보여주지 못하면 리스트에서 사라진다. 어떤 선수들은 차라리 퍼질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굴려지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실력, 집중력, 번뜩임.
이런 감독 아래에서는 무엇이라도 증명해야만 한다.
이 감독은 백업 멤버나 대타 혹은 대수비, 대주자를 그리 선호하지 않고 한번 결정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편이다.
그러니까 고심 끝에 2루수로 결정된 노경우는 운이 좀 따랐다고 봐야 한다.
“야, 손맛 크으. 내일도 백투백 한 번 가자.”
감독님은 시즌이 개막되고 두 경기를 치른 후 처음 있는 휴식일에 훈련할 거면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모든 선수가 훈련장에 출근했다.
“넌 수비 훈련부터 해라.”
“야, 내가 아직 신인이라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지 경험만 쌓이면…”
저렇게 말하는 놈은 진심으로 처음 본다. 멘탈 하나만큼은 타고난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출장 정지가 포함된 징계를 받을 것이 확실한 양대근 선배는 오늘도 묵묵히 훈련 중이다.
개인적으로 어제의 그 사건이 약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못된 인성과 승부욕은 한 끗 차이다. 사실, 욕심 많고 성질 더러운 선수들이 야구를 더 잘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어제 삽질하면 오늘 쪽팔려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그런 의미에서, 어제 못 했다고 오늘 고개 숙이는 것보다는 어제 못 하고 오늘 잊어버리는 이시욱 선배 같은 스타일이 개막 시리즈 두 경기를 못 뛰었다고 풀 죽어 있는 김세완 선배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시욱이 좋다! 야! 내일 홈런 기대한다!”
어제 다 같이 술자리를 갖더니, 투수조 조장 김정용 선배가 이시욱 선배의 연습 타구를 보고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나는 펑고를 좀 받고 배팅 훈련을 좀 한 후, 요즘 유리와 함께 연습 중인 투구 폼으로 공을 좀 던져보고 훈련을 끝냈다.
사실, 자율 훈련이니 훈련하러 안 나올까 생각도 했었는데.
유리랑 오후에 만나기로 해서 할 일도 없고 해서.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가 가장 먼저 퇴근을 선언하자 몇몇 사람은 조금 당황한 것 같지만, 자율 훈련이니까.
“야. 왜 이렇게 빨리 가냐?”
“할 거 다 했어.”
“그래도 선배님들 다 아직 훈련 중이신데…”
“부족한 게 없어서 훈련 더 안 해도 돼.”
“어…”
“먼저 간다.”
“…나도 갈까?”
“넌 부족한 거 많으니까 펑고 받으러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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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야! 건우 어디 갔냐?”
이시욱이 강건우를 찾자, 노경우가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했다.
“먼저 퇴근했습니다.”
“뭐? 벌써?”
“예…그…”
노경우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무리 노경우라도 그 미친 동기 놈이 말한 그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 그, 아버지가 좀 편찮으시다고…”
“그래?”
“예.”
“그럼 가야지. 니는 속 좀 괜찮나?”
“전 괜찮습니다!”
“그으래? 야, 우리 경우. 술 잘 마시던데. 건우는 사회성에 문제 있나? 술자리도 안 와, 인사도 없이 가버…윽!”
그 순간, 누군가가 이시욱의 뒤통수를 움켜쥐었다.
이시욱도 1.9m에 가까운 거구다. 그런 이시욱을 가볍게 제압한 양대근이 말했다.
“이시욱.”
“아, 왜요 행님!”
“어디서 후배들 군기를 잡으려고.”
“제가 언제요!”
“애들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라. 감독님 말 못 들었냐?”
“와, 이 행님. 왜 내만 갖고 그럽니까!”
“네가 제일 문제야.”
“제가 뭘요!”
“아까 건우 인사하고 갔다.”
“전 못 봤는데요!”
“너 초코파이 먹으러 갈 때 인사했으니까.”
“초코파이 먹는게 죕니까!”
“한 번에 한 통을 다 먹으면 네 몸에 범죄가 아닐까?”
“당 떨어지면 공이 안 보여서 그럽니다! 공이!”
“차라리 초콜릿 수액을 맞지 그러냐.”
둘이서 또 투덕대는 걸 본 배영한이 끼어들었다.
“양캡. 우리 욱 너무 잡는 거 아냐?”
“와! 영한 행님! 맞지요? 내만 갖고 이럽니다!”
“아, 양캡. 그렇게 보지 마. 벌써 뺨 아픈 거 같다.”
“아니, 그게…제가…설마…”
양대근은 조금 당황했지만, 배영한으로서는 친해지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눈치 없는 막내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오늘 그럼 훈련 끝나고 한잔하면서 선배님들 하트 만드는 사진 찍는 겁니까?”
분위기가 싸해졌고, 여전히 양대근에게 머리를 잡혀있던 이시욱이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행님! 대근 행님! 저 말고 점마 머리 잡으세요! 저 새끼가 나쁜 새끼에요! 저는 행님 편입니다! 마! 노경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팍 씨 그냥! 야! 어딜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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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과제 너무 많아…”
유리는 야구 보러 오느라고 과제를 못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트를 하는 대신, 음료를 사 들고 SMC를 설치해둔 사무실에 앉아 있다.
“좀 도와줄까?”
“응 아니야. 우리 건우는 야구 잘 하는게 도와주는 거야.”
“그럼 뭐 하고 있을까? 야구 하고 있을까?”
유리는 퀭한 눈으로 말했다.
“그냥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주라. 누나 안 심심하게.”
그래서 나는, 유리가 과제를 하는 동안 조잘조잘 떠들기로 했다. 과제 하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하라고 했으니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유리가 오션스를 좋아하니까 오션스 선수들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하려나.
“이훈 선배 있지? 우리 팀 선발 투수.”
“응. 은퇴한대?”
아직 24살인데 은퇴라니.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6.45에 4승 11패였던가.
“사실 엔젤스 팬이다?”
“뭐? 그런 근본 없는.”
“사람은 착해.”
“어쩐지 엔젤스랑 할 때 특히 더 못하더라니. 팬심이었나?”
“아냐. 그냥 그 선배는 포심이 약한데 자꾸 포심만 던져서 그런 거야.”
“왜 그래?”
“시욱 선배 말로는 자기 포심이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던데?”
유리는 허탈하게 웃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고은태는 곧 트레이드될지도 모르겠어.”
“그래? 누구랑?”
“정확하게는 몰라. 그냥 소문이 있어.”
“음.”
“포수나 불펜 투수 데려온다는 말이 있는데 크게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유리가 과제에 집중하느라 조금 건성으로 듣기는 했지만, 이건 꼭 잘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니까.
나는 계속 떠들어댔다.
“배영한은 부산 여자 만나러 오션스 온 거래.”
“이시욱 선배는 초코파이 한 통을 한 번에 먹어.”
“노경우가 바이킹스 서창열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는데, 서창열이 전설적인 나쁜 놈이었다더라.”
“대근이 형은 탕수육 오자마자 소스 바로 부어버려.”
“울프팩은 원래 투수였는데 포심을 존 중간 말고는 못 던져서 타자로 전향했대. 자기 말로는 180km/h 던졌다는데 입만 열면 허풍이라서 선수들 사이에선 구라팩으로 불려.”
“노경우가 누나 친구 없냐고 자꾸 물어봐. 누나가 예쁘니까 친구들도 예쁜 줄 아나 봐.”
스마트폰으로 야구 뉴스를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오션스 승률 금리 우대 통장 판매율 1,500% 상승.] [바이킹스 주장 조용한, KBO 사무국에 양대근 선처 부탁. ‘사소한 오해가 있었고, 당사자들끼리 화해했다.’]그런데 타닥타닥하던 키보드 소리가 멈춘 걸 깨닫고 고개를 들어보니, 유리가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 왜?”
유리는 대답 없이 웃었다.
아. 심장이 두근대는 게 느껴진다.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 칠 때도 멀쩡했는데.
“…심장 멎을 뻔했잖아.”
“심장? 왜?”
“그렇게 보니까.”
“보면 안 되나?”
“심장에 해로운 것 같긴 한데, 이렇게 있으니까 좋네.”
내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하자 유리는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너 외계인 아니야? 우리 건우 납치하고 건우인 척하는 거지? 우리 건우 내놔라!”
“옛날의 강건우는 죽었어.”
“새로 태어난 거야?”
“맞아. 누나 덕분에.”
유리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길고 긴 사춘기였다…”
그러고 보니, 반지의 검은 점 하나가 사라졌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그걸 이해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행복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유리가 갑자기 노트북을 팍 닫으며 선언했다.
“아, 과제 안 할래.”
“안 해도 돼?”
“내일 야구장에서 할래. 나가자.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
예전의 나였더라면 야구장에서 무슨 과제냐고 핀잔을 줬을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도 안 생기던 눈치가 회귀하니 생긴 걸까.
나는 그냥 유리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끊임없이 떠들면서.
“바이킹스 조용한이 김일전한테 엄청 뭐라고 했나 봐. 대근 선배 말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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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이언스는 2027시즌에 5위를 하며 가을 야구 맛을 봤지만, 2028시즌에는 8위를 기록해 자존심을 구겼다.
그리고 구단 레전드 출신의 오대서를 감독으로 앉히며 취임 선물로 오션스에서 3루수 박정신을 영입해주기도 했다.
개막 시리즈에서 창원 파이러츠와 1승씩을 나누어 가진 아이언스가 부산 원정을 왔을 때.
박정신은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사직이네. 그나저나 대근이는 좀 어떠려나.’
방금 KBO의 징계 결과가 나왔다. 양대근은 5경기 출장 정지에 유소년 야구 사회봉사 80시간.
예상보다는 조금 적은 징계였다. 아무래도 바이킹스 측에서 선처를 호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거기에 오션스 프런트의 적극적인 대응도 있었다. 오죽하면 양대근이 그랬겠냐고.
징계 결과가 나오면 어떤 내용이건 각 팀 팬들 간 설왕설래는 이어지기 마련이고, 바이킹스 팬들은 양대근의 잔여 시즌 전체 출장 정지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결과가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박정신은 양대근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정귀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히 본인뿐이었는데, 박정신은 자기 훈련에만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팀 내 정치나 파벌 싸움 같은 건 도무지 질색이었다. 게다가 오션스 팬들이 소위 말하는 ‘성골’인 황석규를, 다른 지역 출신인 자신을 대신해 주전 3루수로 내보내야 한다는 말도 스트레스였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냥 외면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렇게 보면 양대근과 자신은 닮은 점이 많았다. 오션스 팬들은 서울 출신의 양대근 대신 이시욱의 이름을 부르짖었으니까.
‘대근이한테 연락이나 한번 해봐야겠네.’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이던 양대근이 사람을 그렇게 팼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미안한 마음은 사적인 영역일 뿐. 양대근이 징계로 결장한다고 해서 살살 한다거나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더 집중력을 발휘할 생각이었다. 오션스에 복수한다는 생각보다는, 오션스 전에서 성적이 안 좋으면 조롱에 시달릴 거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정신아. 왜 그러냐. 사직 오니까 감회가 남달라?”
“감독님. 뭐 그렇다기보다는…예, 조금 그렇긴 하네요. 애증이 좀 남았나 봅니다.”
“원래 야구 선수란 게 그런 직업이다. 야구로 보여줘라. 아, 그리고 고은태 그놈 좀 어떠냐?”
“은태요?”
“트레이드 제안이 있어서. 단장은 긴가민가한가 보던데…”
야구판은 좁다. 어차피 고은태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들 알고 있다. 휴 브레드먼 감독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건 아니지만 감독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은 퍼졌다.
하지만 실력만 있다면 엄청난 일이 아니고서야 크게 상관하지 않는 곳이 야구판이다. 게다가 감독과 사이가 틀어졌다? 그런 매물은 비교적 싼 값에 데려올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정귀현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었고.
잠깐 생각한 박정신은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안 데려오실 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냐?”
“감독님은 말 안 듣는 놈 싫어하잖습니까.”
오대서가 껄껄 웃었다.
“말 안 듣는 놈 빳따질로 길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옛날 타입의 감독이다. 게다가 선수로 KBO에서 MVP를 2번이나 수상한 레전드 출신이기도 하고.
만약 고은태가 오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강건우 데려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고작 두 경기만 치렀음에도 화제의 이름이다.
감독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너 주고 받아오랴?”
어떤 선수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제 20살.
오션스가 미치지 않은 이상 강건우를 내줄 일은 없었다.
“사직 구장에 불 날지도 모릅니다.”
“오션스는 새 구장도 짓고 좋겠네.”
“저 보내시려고요?”
“왜, 가고 싶으냐?”
박정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은퇴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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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나자마자 야구장으로 달려온 정유리는 꽤 신나 보였다. 큰 깃발 두 개를 돌돌 말아 들고 있던 오소희가 물었다.
“딸내미 오늘 좀 기분 좋네?”
“당연히 좋지. 엄마엄마. 근데 아까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더라?”
“어휴. 너랑 나랑 얼굴 다 팔려가지고. 뭐래?”
“나보단 엄마가 더 유명하지. 그냥 강건우 잘 부탁한대.”
“유명해지고 싶으면 너도 깃발 좀 들어볼래?”
“아냐. 깃발은 됐어. 무거워.”
화요일 경기. 오늘은 둘만 경기장을 찾았다.
테이블 석에 앉아서 떡볶이와 치킨을 먹으며 전광판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박정신 이름 저기 있으니까 좀 이상하네.”
“엄마, 그것보다 건우 3번 타자야!”
“오션스 타자 중에 제일 잘 치잖아 지금. 근데 너 박정신 팬 아니었어?”
“건우 있으니까 됐어.”
“박정신 신인 때 어리바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건우는 신인인데도 되게 잘 하잖아, 그치?”
“건우가 잘 하긴 해.”
“어? 건우 나왔다! 건우야! 누나 여깄다!”
무슨 말을 해도 결론은 건우다. 깃발은 무겁다더니, 두 손으로 깃발을 들고 힘차게 저으면서 자기 여기 있다며 어필하는 딸을 보며 오소희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건우가 그렇게 좋아?”
“애가 얼마나 귀여운데.”
“전에는 짜증 난다고 하지 않았어?”
“작년엔 좀 그랬는데. 갑자기 애가 변했어.”
“그래? 갑자기 왜 그럴까?”
“글쎄?”
하긴.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야구 잘 하니 좋고, 유리가 좋아하니 좋고.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혹시나 틀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나중 일까지 신경 쓰기에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강건우가 관중석을 유심히 살피더니, 깃발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오소희는 꽤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 건우 엄마. 우리 먼저 들어왔어. 응. 테이블 석.”
애들이 아직 어릴 때 층간 소음 때문에 윗집을 찾아갔을 때, 조그맣던 건우가 유리를 보고 부끄러워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반한지 한 15년쯤 됐나?”
“응? 뭐라고?”
“아니야. 건우 엄마도 도착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