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1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12화(212/385)
누가 우승 소리를 내었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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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즈 정해준 : 선발 투수 내놔라
-박준기 : 아니, 맡겨놨어?
-다이아몬즈 정해준 : 아무나 내놔라
-박준기 : 정신 차려 정 단장
-다이아몬즈 정해준 : 공짜로 내놔라
-박준기 :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
-다이아몬즈 정해준 : 사기꾼아 선발 내놔라
-박준기 : 뭔 선발이야
-다이아몬즈 정해준 : 이훈 내놔라
-박준기 : 홍석헌에 이세영 주면
-다이아몬즈 정해준 : 노경우 얹어라
-박준기 : 차단합니다
-다이아몬즈 정해준 : 양심 없냐
-박준기 : 노경우 데려가려면 홍석헌 이세영에 1라운드 지명권 정도는 얹어야지
-다이아몬즈 정해준 : 박 단장
-박준기 : 왜?
-다이아몬즈 정해준 : 나 잘렸다
-박준기 : 진짜야?
-다이아몬즈 정해준 : 오션스 단장 자리 내놔라
-박준기 : 내려와 술이나 한잔하자 내가 살게
-다이아몬즈 정해준 : 방탄헬멧 쓰고 와라
-박준기 : 무슨 소리야?
-다이아몬즈 정해준 : 술 취하면 박 단장 대가리 깨버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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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즈 단장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종속진은 약물 징계를 맞았고, 초보 감독은 유리 같은 내구성을 가진 조형오를 막 굴리다 3달짜리 부상 진단서를 끊게 했다.
다이아몬즈가 주상욱을 내준 것은, 그 포수보다 다른 포수들의 수비력이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다이아몬즈의 다른 두 포수 중 하나는 1할 타율에 그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수비력이 예전 오션스 포수 수준이었다. 수비가 엉망이니 장점으로 평가받던 장타력도 실종되었다.
단장이 해고된 가장 큰 이유는 그 트레이드가 아니었다. 4년 105억 FA 선발 투수 서현우의 문제가 가장 컸다.
151km/h까지 나오던 최고 구속이 144km/h로 줄었고, 이번 시즌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가 단 한 경기뿐이었다.
흔한 일일 수도 있다. 거액의 FA 계약을 따낸 후에 예전만큼 활약하지 못 하는 것.
평균자책점 4.11에 2승 4패. 다른 상황이라면 몰라도, 역대 투수 FA 최고액 계약이었으니 성에 안 찰 법도 하다.
“그쪽 구단주가 분노했다더라.”
“그래?”
“우리 구단주님이 놀렸다는 소문이…”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사실 야구판에 있다 보면 기상천외한 일을 하도 많이 겪는지라.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미친 소리가 워낙 많았다.
그래도 시즌이 30%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장 해고는 드문 일이다. 아마 다른 이유도 있을 거고, 다른 대안도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나로서는, 오션스가 다이아몬즈 같은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일 뿐이다.
대충 알고 있는 사실은,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오션스 감독과 단장이 경질되었을 거라는 부분이다.
에슬레틱스에 수비 코치로 부임했던 휴 브레드먼은 KBO라면 치를 떨었었다. 지금이야 잘 나가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오션스가 그 상황이었으면 진짜 숨 막혔을 거 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 유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유리가 고개를 갸웃한다.
음.
어제 숨 참던 모습이 떠오른다. 뭐…그것도 그렇지만.
오션스 하는 짓 답답해 죽을 거 같다며 가슴 치던 유리 모습도 떠오르고.
나는 그냥 유리 누나 잘못 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라고 했을 뿐인데.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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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라고 보기엔 압도적인 오션스와 완연하게 상승세를 타던 엔진스가 만났다.
엔진스는 부동산 트리오에 이어 이주혁이라는 거포 유망주 1루수를 발굴했다. 이 왼손잡이 1루수는 타율은 낮은 편이지만(0.259), 출루율이 0.375로 타율-출루율 갭이 1할을 넘기며 올 시즌 29경기에 출장해 이미 1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성공적인 리빌딩을 통해 라인업에 채워 넣은 젊은 타자들에 잘 조합된 베테랑.
두 팀 모두 타선의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타격은 싸이클을 탄다고들 한다. 그래서 안정된 투수력과 수비력이 필요한 것이다.
내야 수비력을 따지고 보면 엔진스가 더 뛰어난 편이다. 오션스에 강건우가 있기는 하지만, 3루에서의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2루도 탄탄해지긴 했지만 리그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엔진스의 새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네드 빌링엄은 오션스와의 외국인 투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엄밀히 말하자면, 앤디 가필드와 네드 빌링엄의 오늘 기록은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이휘은의 실투를 엔진스 신예 이주혁이 넘겨버렸다.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강건우만큼의 임팩트 까지는 아니었다. 데뷔 시즌 0.394의 타율에 52홈런을 보여줄 수 있는 신인이 또 하나 더 있을 수는 없었다.
[시즌 13호 홈런 결승포 이주혁, 엔진스의 새로운 미래.]엔진스 팬들은 오션스의 연승을 끊은 이 경기에 환호했고, 언제나 그렇듯 야구 경기가 끝나면 인터넷 게시판은 엉망이 된다.
[꼴션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스윕? 당해준다고?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션스 팬들은 항상 그렇듯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엔진스 팬들을 놀리려 들었었다.
[경기 전 꼴빠놈들 꼴레발.jpg]-[우승 미리 ㄱㅅ]
-[오늘 경기 예상 : 앤디 완봉, 강건우 4홈런]
-[엔진스 느그가 우승이 뭔줄 아나?]
└우승이 뭔줄 아나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놀리지 마라 진짜 몰라서 물어본걸수도 있지 않냐
└꼴빠면 우승이 뭔지 모를만도 하지 ㅋㅋㅋㅋㅋㅋ
└1992년도에 우승했던 꼴션스는 2029년까지 우승하지 못했고
└꼴션스 다음 우승 예상 : 2092년
└100년 주기라도 꼴션스에게 과분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오션스 팬들은 이런 놀림에 기죽지 않았다.
[오)내일 엔진스 뒤진 eu]-내일 선발 ‘이훈’
[담경기 선발 투수 누군지 보고 온나] [웃는것도 지금까지다. 킹훈 복귀전 ㅅㅅㅅㅅㅅㅅ]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엔진스 팬들은 코웃음을 쳤다.
[이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소 위닝 확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라가라고 사다리 깔아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훈? 내가 아는 그 제구레기 맞음?] [꼴빠놈들 나대길래 강건우라도 나오나 했더니 이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새끼들 왜케 근자감 넘침 이훈 등판인데 ㅋㅋㅋㅋㅋ]#
“요새 엔진스 타자들 자신 있게 막 휘두르거든요. 초반부터 투심으로 범타 유도하면 될 거에요. 준비 잘 하셨으니까 좋은 결과 기대하고 있을게요.”
“고맙습니다.”
이훈은 경기 전, 정유리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재활을 거치는 과정에서 정유리의 도움이 컸다.
3주가량의 공백 기간이 있으면, 실전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각종 장비를 다루는 데 꽤 능숙한 정유리는, 가장 좋았던 경기의 투구 폼을 찾게 해주었다.
올 시즌 가장 좋았던 경기는 불도저스를 상대로 7이닝 2실점을 기록했던 그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다음 등판에서 다이아몬즈와 난투극을 벌였고, 부상까지 당해버리고 말았다.
박의현이 혼을 쏙 빼놓으면서 멘탈이 흔들릴 틈도 안 준다면, 정유리의 코칭은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느낌이었다.
엔진스 타자들을 분석한 자료를 눈이 빠지라 읽었다. 회복은 꽤 빨랐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메커니즘을 찾는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지며 철저히 준비했다.
‘엔진스는…’
대부분 타자가 실투를 홈런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의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 배트에 공을 맞히는 능력도 최근 물이 올랐다.
다만, 정유리의 말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이니 배트가 잘 나온다는 약점도 있다고 리포트에 쓰여 있었다.
“투심 위주로 던지되, 포크볼도 결정적일 때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한 말일 것이다.
박의현은 훈련 시간에 블로킹 연습에 치중하고 있었다.
“후니후니! 단 하나의 포크볼도 내 뒤로 새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마! 나 박의현! 그 무엇도 흘리지 않는 남자!”
오늘 경기는 노경우도 선발로 복귀한다. 따지고 보면 베스트 라인업이다. 어제 경기에서는 이시욱이 벤치에서 대기하다 경기 후반에 대타로 나왔었다.
사직 야구장에 돌아온 것이 어딘가 기분 좋게 느껴진 이훈은, 본인이 느끼는 감정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곳은 무섭고 어려운 곳이었는데.
타격 훈련을 마치고 불펜으로 이동하는 강건우가 보인다. 황석규가 또 무슨 이상한 소리라도 했는지, 배영한이 한숨을 내쉬고 서창열이 인상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다이아몬즈 단장이 잘렸다는 소식도 들었다. 야구계는 냉정하다.
그래도 이훈은 살아남아 있다. 박의현의 말대로, 죽지도 않고 돌아왔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볼넷을 내주거나 홈런을 맞으면 그 사람들이 분노를 토해내겠지만, 이훈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3주 동안 이상하게도 그런 소음들이 그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적응된 걸지도 모르고, 아니면 부담감이 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엔진스 타자들은 강하고, 작년까지의 이훈은 사직에서 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거둔 3승이 모두 사직에서 기록한 승리였다. 홈 평균자책점 3.15.
다른 걸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시즌이 지나면서 홈구장 성적이 예전처럼 나빠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해왔으니까.
“자. 오늘 훈이도 돌아왔고…”
“오…읍!”
경기 전, 주장 양대근이 또 치고 들어오려던 노경우의 입을 막았다.
그러고 보면 본인 말고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닭 다리로 맞고 시름시름 앓던 양대근은 없다.
“어제는 그냥 똥 밟은 거라고 치고, 오늘은…”
오른손으로 노경우의 입을 막았던 양대근은, 왼손을 뻗어서 이번에는 이시욱의 입을 막았다. 다들 웃었다. 이런 분위기가 다르다. 2시즌 전만 하더라도, 대충 경기 빨리 끝내고 퇴근이나 하려는 무력감이 컸는데.
양대근이 강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건우야.”
“예.”
“홈런 네 개만 치자.”
“채지성 선배가 저한텐 좋은 공을 절대 안 주는데요.”
“그치? 드럽고 치사한 채지성. 걔 나랑 동긴데 고딩 때부터 치사하기론 한국 최고였다…”
다시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양대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오션스!”
박의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화이티이이이이잉! 오션스 화이티이이이이이이! 으아아아아아아아!”
귀가 아프다. 하지만 이훈은 씩 웃으며 함께 외쳤다.
“오션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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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이-훈! 이-훈!”
사람들은 오션스 팬들이 왜 이훈에게 열광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이훈의 팬들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고교 시절부터 제구보다는 구속과 구위로 주목받았던 유망주 출신.
프로팀 투수 코치가 구속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제구를 잡기로 결정했고, 2군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
1군은 조금 달랐다.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는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지는 데 급급해 밋밋해진 구위와 만만한 구속.
장타를 몇 방 맞다 보면 멘탈이 터져서 연속 사사구.
그렇게 베이스를 채우면 어김없이 맞는 홈런.
투수 코치는 다시 구속을 올려보기로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수 이훈의 선택권은 없었다.
변화를 준 뒤 처음엔 괜찮았다. 구속이 150km/h 위로 올라오자 자신감도 붙었다.
컨디션이 좋을 땐 상관없었지만, 조금 안 좋은 날이면 연속 볼넷을 내주곤 했다.
주자가 쌓이는데 타자들은 배트를 내지 않는다. 그게 너무 얄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카운트를 잡으려고 밋밋한 공을 던지면, 귀신같이 배트가 나왔다.
이훈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투구 폼을 몇 번이나 고쳤다. 어쩌면 본인도 투구 폼 변경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른다.
투구 폼을 바꾸고 나면 어느 정도 먹혔으니.
여러 번 그걸 반복하다 보니 구속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구가 잡히지도 않았다.
꿈틀대던 포심은 사라졌고, 밋밋한 작대기 같은 포심만이 남았다. 포크볼 장착에 성공했지만, 악력이 많이 소모되는 포크볼에 의존하다 보면 포심의 위력이 더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포수 문제도 있었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투구 폼 교정을 반복하면서 약해진 어깨와 팔꿈치가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이훈은 초구를 던졌다. 투심. 국가대표 중견수 정부원은 그 공을 지켜보기만 했고, 존 안에 들어갔다.
포수에게서 포크볼 싸인이 나온다.
박의현은 정부원이라는 타자의 특성상, 2구에 스윙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공격적인 타자다. 자기 방망이에 자신도 있다.
이훈의 포크볼이 춤추듯 떨어졌고,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다시 한번 포크볼.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포크의 제왕! 포크의 황제! 후니후니!”
이훈은 가끔 박의현이 불안하다.
수비력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저렇게 나대다가 괜히 시비가 붙을까 봐 그랬다.
그래도 믿음직한 사람이다. 다이아몬즈전 벤치 클리어링 사건 때도 그랬다. 마운드에 서 있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썼다.
다음 타자는 이현동. 여기도 국가대표 타자다. 조금 겁이 나서 ‘작년에 왔던…’이라고 중얼거렸다. 정유리의 조언이 떠올랐다. 투심으로 범타를 유도하라고.
그래. 맞다. 타석에 서 있는 게 강건우라면 몰라도.
아무리 국가대표라도 강건우는 아니니까.
숨을 몰아쉬고 공을 던졌다. 투심이 존 거의 중앙으로 날아간다. 살짝 실투 같은 느낌도 들지만, 손가락 끝에 잡아채는 느낌은 좋았다.
따악-!
투심의 살짝 떨어지는 무브먼트에도 불구하고 배트에 맞았다. 하지만 손끝에 잡아채는 느낌이 좋았던 것이 착각이 아닌 것 같았다. 소리만 들으면 장타였는데, 정타로 맞지는 않았다.
타구가 내야를 살짝 넘겨 격하게 휜다. 조금 불안하긴 하다. 저런 타구는 종종 이상하게 떨어지곤 하니까.
하지만 오늘 선발 복귀전을 치르는 노경우가 달려가 타구를 잡아냈다. 뛰어 내려오던 배영한이 노경우가 공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걸 보며 웃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국가대표 타자 둘을 상대로, 삼구삼진에 이어 초구 범타?
0.341 타율의 정부원과 0.310에 홈런 10개를 때리는 이현동을 상대로 공 4개만 던져서 아웃카운트 두 개?
어쩌면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투수가 아닐까?
오션스의 역대 최초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따악-!
…아니었다.
원래 오션스 소속이었던 양재현이 좌중간을 갈라 2루에 안착했다. 시무룩한 얼굴의 이훈이 어깨를 조금 늘어뜨리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마! 이훈! 정신 안 차리나!”
“어쩐지 잘 던진다 했다!”
“홈런 처맞으면 진짜 죽는다!”
오랜만에 듣는 팬들의 아우성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겨우 글러브로 가렸다.
왜 웃음이 나는 거지.
그래도 2루타 맞고 웃고 있는걸 들키면 더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가의 근육이 들썩인다.
“작년에 왔던…!”
힘이 난다. 포크볼이 춤을 췄고, 엔진스 외국인 타자 카일러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각설이.”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5구 연속 포크볼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카일러를 바라봤다.
“훈아! 최고다!”
“오늘 완봉 가자 훈아!”
“훈이 니만 기다렸다!”
“훈아아아아아아아!”
이상하다. 왜 마음이 편한 거지.
1회 초를 끝낸 직후, 강건우가 지나가듯 던진 말에 이훈의 자신감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포크볼 저도 절대 못 치겠던데요. 그렇게만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