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1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14화(214/385)
사기꾼들의 스포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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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홈런을 친 것 같은데, 따지고 보니 4경기 동안 홈런이 없었다. 메테오스 3연전 1차전에 시즌 20호 홈런을 때렸고, 다른 두 경기가 우천 취소되고 난 뒤 아이언스 3연전과 엔진스 1차전에 홈런이 없었으니.
사실, 홈런 숫자가 딱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홈런을 시즌 내내 하나도 안 치더라도 승리하는 길은 있다.
그래도 뭐.
홈런을 많이 칠수록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렇게 승리를 쌓다 보면 우승에 가까워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시절, 투수를 그만두고 타자에 전념하게 되면서 홈런 숫자가 30개 이상으로 늘어났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나 자신을 홈런 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투수 포기 2년 차에 42홈런을 치며 MVP를 타긴 했었지만, 그때 타율이 0.356이었다.
그다음 시즌 타율은 0.360이었고.
물론, 배럴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것은 맞다. 발사 각도를 상승시키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가져갔다. 타구 발사 속도를 올리면서.
홈런도 자연스레 늘어났지만, 메이저리그 3년 차에 0.345의 타율 이후 타율이 꾸준히 내려가다가 마무리 겸 타자로 전향 후에 3할을 회복했고, 타자로만 뛰기로 결정한 후 4시즌 간 타율은 3할 4푼에서 3할 6푼 정도였다. 그다음 시즌에 0.331을 찍었고, 34세 시즌에 0.291에 28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다음 시즌, 10년 만에 타율 2할 7푼대를 기록한 뒤 은퇴했었다.
스윙을 크게 가져간 것은 홈런을 포함한 장타를 늘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컨택 능력에 자신이 있어서다. 굳이 공을 신중하게 고르는 타입은 아니지만 내 타격 능력을 무서워하는 투수들 때문에 출루율도 자연스레 상승한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이미 겪어본 바 있기에 투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지려 하는지 이해하고 이용했었다.
그런 핵심 요소들은 경험에서 우러나기도 했었지만, 외부의 도움도 분명히 있었다.
외부의 도움, 뭐. 8할 이상이 유리였다는 것은, 유리에게 메이저리그 MVP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내가 가진 재능의 크기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건우야!”
“응?”
“이훈! 턱!”
“응? 이훈 턱?”
아침에 함께 출근하기 위해 내려왔는데, 다소 흥분된 얼굴의 유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 표정을 어디서 봤었더라, 고민해보니.
그래.
맞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개선점을 찾아냈을 때, 유리는 항상 저런 얼굴로 알아듣기 힘든 말을 쏟아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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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의 턱 각도보다 1.5도 이상 턱이 올라간 상태에서 투구를 시작하면 피장타율이 늘어나고, 반대로 평소보다 내려간 상태로 던진다면 피OPS가 감소한다. 단, 2.6도 이상 내려가면 제구가 말도 안 되게 엉망이 되어 볼넷 빈도가 높아진다. 여기까지가 유리가 내게 한 말을 정리한 부분이다.
별거 아닌 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유리는 자신이 발견해놓고도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유리가 보여준 영상을 보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알고 봐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물론, 유리가 구단의 지원을 받아 쓰는 장비를 활용했다고 한다. 말이 좋아 1.5도지 이걸 알아챘다는 것 자체가 유리의 관찰력이 평범한 수준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유리의 걱정은, 현재 이훈이 메커니즘 개선 과정 중이라는 거였다. 너무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진행하면 선수가 혼란스러울까 봐. 확실히, 알고 봐도 구분하기 힘든데 적정 각도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쉬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공 던질 때 어깨 근육이 경직되거나 반대로 이완되어 그런 것 같다고는 하는데, 일단 더 테스트를 해봐야 할 문제인 듯했다.
이건 코칭스태프의 영역이다. 기술적으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렇고.
어제 농담으로 말했는데, 진짜로 하겠다고 나섰다.
내가 언론에다 농담한 대로 사직구장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파손된 부분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숫자가 표기되는 디지털 시계를, 아날로그 형태의 원형 시계로 교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아서 주상욱에게 물어봤더니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숫자 11을 금색으로 칠하겠다네.”
“11이요?”
“그리고 12를 은색으로.”
“아.”
주상욱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부산의 전설 그 자체인 투수의 백넘버 11을 금색으로 칠하고, 자기 백넘버 12를 은색으로…
“그리고 시곗바늘에 자기 이름을 몰래 써넣겠다고 하더라.”
대충 알았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어제 거실에 서서 야구장 쪽 한 시간 정도 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 말을 하더라니까.”
생각해보면, 메이저리그 구장의 전광판에는 시계가 없는 곳이 꽤 많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 파크에 아날로그형 시계가 붙어있다.
뭐…
알아서 하라지.
주상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자기 등판할 때만 숫자 12가 번쩍일 수 있게 만들고 싶다던데…”
미친 사람이 확실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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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의 턱 위치 교정이나 승기 형의 시계에 대한 야망은 접어두고, 우리는 남은 엔진스와의 경기에 임했다.
국민성이 등판하는 날이다.
국민성은 이번 시즌 컷 패스트볼의 비중을 상당히 줄였다. 심할 때는 한 이닝 내내 투심만 던질 때도 있다.
그리고 내게 체인지업 그립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었다. 내가 세 종류의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것에 대해 관심을 보였었다.
내가 세 종류의 체인지업을 던지게 된 것은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나는 처음에 평범한 체인지업을 던졌다. 공을 검지-중지-약지의 세 손가락으로 잡아서 던지는 구종이다. 낙폭이 그리 크지 않고,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를 주며 타자를 속이기 위한 체인지업.
밋밋한 타입이라 걸리면 제대로 넘어간다.
잘 써먹다가,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역회전성의 써클 체인지업으로 바꿨었다.
아래로 뚝 떨어지는 낙폭을 가진 벌칸 체인지업은 부상으로 악력이 줄었을 때, 포크볼이나 슬라이더 같은 팔과 어깨에 무리가 가는 구종을 대신해서 던졌던 공이다.
그립이야 내가 아닌 누구라도 가르쳐 줄 수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체인지업을 던져야 하는 타이밍에 대해서는 국민성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내가 알려준 것은 써클 체인지업 그립과 거의 유사하게 벌칸 체인지업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써클 체인지업은 검지로 채며 던지지만, 중지를 이용해 공을 채면 구속이 더 줄어들고 각이 커지게 된다. 거기에 투수의 손 형태에 따라 역회전 무브먼트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성은 안타를 맞아도 되는 상황에서, 맞아도 홈런이 나오지 않을 법한 타자를 상대로 그 공을 시험 삼아 던졌다. 이것에 대해 물어본지는 꽤 되었기에, 나는 국민성이 그 체인지업을 꽤 많이 준비하고 연습했을 거라 확신한다.
어쨌거나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을 때,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무브먼트의 공을 멀리 날리지 못하는 타자에게 던졌다는 뜻이다.
패스트볼에는 강하지만 포크볼이나 커브에 약한 최영훈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리고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이주혁은 연속 3구 체인지업에 세 번 모두 헛스윙하며 물러났다.
나는 이날 안타 네 개를 뽑아냈다. 내게 무더기로 볼넷을 내주며 피해 가려 하던 엔진스도 타격 싸이클이 올라온 내 뒤의 타자들을 의식해 쉽게 볼넷을 내주지 못했다. 어쩌면 어제 채지성이 그러다 당해서였을지도 모르겠고.
안타 네 개 중 세 개가 2루타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타자들의 타구도 유성우처럼 사직구장의 외야를 날았다.
2루타가 세 개였고, 나머지 하나가 단타였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7회 말, 어제처럼 전광판 상단의 시계를 맞힐 만큼 큰 홈런은 아니지만 엔진스가 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홈런을 때려 두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후 정예성과 교체되었다.
7이닝 무실점으로 오늘 등판을 마친 국민성은 교체된 후 벤치에 앉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네 덕분이야.”
도움을 준 건 맞지만, 내가 말 했던가?
어떻게 보면 승기 형보다 국민성이 더 뛰어난 투수일지도 모르겠다고.
“던진 사람이 잘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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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섭 : 못 해 먹겠다
-봉재석 : 형 왜요
-옥시경 :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백준섭 : ㅎ ㅏ
-조용한 : 강건우 때문이냐?
-백준섭 : 아 ㅋㅋㅋㅋㅋ
-조용한 : 그맘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태호 : 포수들끼리만 통하는 그런거에요?
-조용한 : 야 이게
-조용한 : 강건우가 타석에 들어온다?
-백준섭 : ㅅㅂ상상만 해도 좆같네
-강건우 : ㅎㅎㅎ;
-조용한 : 이게 뭔가 딱 느낌이 온단말이지
-정조준 : 강건우 엎드려
-조용한 : 건우 탓하는건 아니다 조준아
-백준섭 : ㅇㅈ
-백준섭 : 건우 등짝 보고 있으면 맞을거 같은 느낌이 든다
-정조준 : 저는요?
-백준섭 : 건우 이야기하는데 조준이 끼지 말자
-정조준 : 예???
-조용한 : 그래서 그냥 살살 피해서 볼넷주면 존나 뛴다 이거지
-백준섭 : 맞아 근데 이게 또 쟤가 뛰면 개빡친다니까?
-조용한 : 그치?
-조용한 : 그냥 빠르기만 하면 아 빠르네 ㅅㅂ 하고 말텐데
-백준섭 : 맞음 제발 지금만 뛰지 마라 생각하면 딱 그때 뜀
-조용한 : 낮은 변화구 던지는거 귀신같이 알고 뛰지 않냐?
-백준섭 : 싸인 훔치는건가 싶어서 잘 지켜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아녀
-조용한 : 사람 돌아버린다니까
-송병재 : 뭐야 포수들 넋두리 타임이야?
-조용한 : 진짜 미친다 쟤 도루 무섭다고 포심만 던지면 대근이가 넘겨버리지
-양대근 : ㅎㅎ형님
-조용한 : 웃지마 팍씨
-양대근 : ㅎㅎ
-정조준 : 근데 솔직히
-정조준 : 저한테도 비슷한 감정 느끼죠???
-정조준 : 저기요?
-정조준 : 왜 숫자만 줄어들고 답장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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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4승째를 기록했던 이훈은, 엔젤스와의 홈 3연전에는 등판 계획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엔젤스 팬이었던 이훈은 민승기와는 조금 달랐다. 민승기는 다이아몬즈 시절 오션스만 만나면 전의를 불태웠지만 이훈은 반대였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편하기도 했지만, 등판이 없음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좋아요…이훈 선수. 턱 진짜 조금만 들어보실래요? 네. 이제 실전에서 던질 때처럼 투구 동작 한 번.”
몸 곳곳에 무언가를 붙여놓고 대여섯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커니즘 교정을 진행 중이었다.
정유리 코치는 이런 장비를 다루는 데 굉장히 능숙하다.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 그리고 퀄리티 컨트롤 코치와 전력분석 팀장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훈은 시킨 대로 했지만, 정유리는 다시 한번 더 요구했다.
“평소랑 달라요. 다시 한번 해주세요!”
조금 부끄럽긴 했다. 사람들이 많이 지켜보고 있으니.
물론, 평소에 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직업이지만.
어쨌거나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코칭스태프는 이훈에게 별다른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테스트를 끝내고 오늘 경기 선발인 호세 킹과 마주쳤다. 호세 킹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빠르고 이상한 영어로 뭐라 뭐라 말하며 혼자 배를 잡고 웃어댔고,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웃으면서 자신을 지나쳐갔다.
자신도 투수지만, 투수들은 다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았다.
이틀 전에 던졌기에 본격적인 투구 훈련은 없는 날이다. 민승기는 공을 던진 다음 날에 미친 듯이 러닝을 하긴 하지만, 이훈은 그 정도로 하드 트레이닝을 하진 않는다.
팔꿈치가 그리 튼튼하지 못했다. 이훈은 전 투수 코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투구 자세 변경을 시도했고, 훈련 때 포크볼을 아주 많이 던지게 시켰다.
요즘은 유연성 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구단은 여러 파트의 트레이너를 고용했고, 이훈은 오늘 경기 전 일과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서 신인 투수 이병준을 만났다. 빠른 공과 구위로 주목받았고, 2군과 1군 불펜을 오가는 투수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자신과는 달리 언제나 힘이 넘친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부담스럽다.
“어. 병준아.”
“지난 등판 정말 멋있으셨습니다!”
“그래? 고맙다.”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간다. 후배가 멋있었다고 하는데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다.
“포크볼 그립을 좀 배우고 싶은데 시간 되실 때 잠깐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립을 배우러 오는 후배가 있다는 것 자체도.
자신감 없는 타입인 이훈에게 이렇게 다가오는 후배는 거의 없었다.
사실, 예전만 하더라도 오션스는 후배가 선배에게 이렇게 다가오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까 더더욱.
“음. 지금 잠깐 봐줄까?”
“감사합니다!”
이병준은 이훈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약간 우쭐해준 이훈은 그립을 봐주고 던지는 폼 까지 시연했다.
그리고 트레이닝 장소에 훈련 프로그램 전달을 위해 찾아온 정유리가 그 모습을 발견했다.
‘자신감이 넘치면 턱이 올라간다?’
공 던지는 동작을 취할 때, 턱이 꽤 올라가 있었다. 정유리는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힌트라도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삼진을 잡거나 멋지게 아웃을 잡아낸 후에 뜬금없이 장타를 맞기도 했다.
어쩌면 기가 죽을 때 더 제구가 안 되며 무더기로 볼넷을 내주던 게 턱이 내려가서 그랬던 걸지도.
조금 더 관찰할 필요는 있었다. 턱 각도만 살필 것이 아니라 상황이 어땠는지, 표정은 어땠는지 데이터 외적인 부분도 살펴야 할지도 몰랐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니, 뭐 이런 걸 가지고…”
“존경합니다!”
조금 민망해하면서도 광대뼈가 꿈틀대고 있었다.
‘투수들이란…’
정말 예민한 생명체들이다. 어쩜 저런 놈들이 다 있을까. 어쩌면 턱 교정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