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1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17화(217/385)
사기꾼들의 스포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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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이 많았다 하더라도, 9이닝을 온전히 먹어 치우는 것은 팀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6이닝 동안 5실점을 하며 부진했지만, 남은 3이닝 동안 겨우 1실점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휘은-김정혁-강건우의 불펜이 가동되더라도 3이닝 1실점이면 충분히 좋은 성과다.
6이닝 동안의 50구.
그리고 그 이후 3이닝 동안의 48구.
앞의 6이닝에 비해 뒤의 3이닝이 조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내용은 꽤 괜찮았다.
정유리는 자료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있고, 실전에서 얻을 수 없는 데이터도 있다.
실전 등판에서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던질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디테일한 신체 반응은 따로 시간을 내서 테스트해야 한다.
그렇기에, 관찰력이 중요하다. 비싼 장비를 이용해 턱 각도와 회전수의 상관관계를 측정할 수 있지만 어떻게 교정해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 바로 정유리의 역할이다.
각종 장비를 사용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어쨌거나 오늘 이훈의 등판에서 정유리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50~60구가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불필요하거나 혹은 과도한 힘이 들어가는 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보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전기 충격기…못 쓰려나…”
정유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에서 얌전히 지켜보던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조준이 형한테 전기 충격기 달아버린다고 협박했던 적도 있었지.’
실제로 달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개선 방법이 후딱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현실성 없는 방법들을 소거하고 나자, 결국 하나만 남았다.
“존나 굴려야겠다.”
“누굴?”
“어?”
집중하느라 강건우가 옆에 있었다는 걸 까먹은 정유리가 조금 당황했고, 대충 눈치챈 강건우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이훈?”
정유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미친 듯이 굴려서 정유리가 생각하는 메커니즘을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역시 야구 선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게 최고다, 라는 것이 정유리의 생각이었다. 실전에서 하나하나 지시할 수는 없으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각 상황에 맞는 행동을 언제나 할 수 있게 죽도록 굴리는 것이다.
강건우는 정유리에게 컨설팅을 받았던 어떤 선수가, 정유리를 독재자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스프링 캠프 때부터 굴렸어야 했는데…”
“아직 시간은 많아.”
이 커플은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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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은 꽤 효율적인 투구를 한다. 타자와의 심리전을 즐긴다. 타자가 어떨 때 배트를 내고 싶어 하는지, 또 어떤 상황에서 조금 더 지켜보려 하는지 간파해낸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하는 것이 특기다. 공은 느리지만 워낙 제구력이 좋아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타자가 보기엔 분명 같은 코스인데 어떨 때는 볼이 되고 어떨 때는 스트라이크가 된다.
존트론 도입 이후, 심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일도 확 줄었다 보니 위력은 더 올라갔다.
내버려 두면 홀짝 게임일 뿐이다. 그래서 타자가 바깥쪽 낮은 코스만 노리고 강하게 때리려고 마음먹으면 귀신같이 예측도 못 한 코스로 느릿느릿한 공이 얄밉게 와서 꽂힌다.
120km/h의 체인지업이 약 올리듯 존 중앙에 날아오는데 제대로 스윙도 하지 못 해 카운트를 내주고 나면, 타자는 본인 스스로 화를 낼 수밖에 없다.
공 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 선수들이다. 공이 느리고 빠르고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얼마나 변화의 각이 크건 간에 공을 무조건 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씩씩대며 타석으로 돌아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면 국민성의 함정에 완벽히 걸려든 것이다. 날아오는 투심의 윗부분을 때려 허무하게 땅볼로 물러나고 나면 더 화가 난다. 전광판에 쓰인 128km/h라는 숫자를 보면 분노가 가라앉질 않는다.
불도저스는 국민성을 상대하는 2차전에도 1차전과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다.
타순 한 바퀴를 돌 때 동안 국민성의 타자를 약 올리는 듯한 피칭에 당해버리면 팀은 수렁에 빠져든다.
바닥이 없는, 국민성이라는 늪에 빠지고 나면 헤어나올 길이 요원하다. 차라리 시작부터 강하게 때려 내야를 꿰뚫는 타구를 날리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오늘 경기, 오션스의 내야는 1루수 양대근에 2루수 노경우, 유격수 강건우에 3루수 황석규로 구성되어 있었다.
[확실히 돌돌규 3루 서니까 수비 안정감이 다르다]└ㄹㅇ임 건우도 3루쪽으로 커버 덜 가니까 진짜 편하게 경기봄
└석규가 3루 수비 저렇게 잘 했었나?
└노루 3루수 보다가 돌규 보니까 선녀임
└상대적으로 수비 잘해보이는거 쌉인정ㅋㅋㅋㅋㅋ
└근데 생각해보면 돌돌이 수비 그리 나쁘지 않았음
└ㅇㅇ비교대상이 박멘탈이라 그렇지
└하긴 박정신이랑 비교했으니 ㅋㅋㅋㅋ 노루랑 비교하니 존나 개쩌는 3루수임 ㅋㅋㅋㅋ
└코너 외야도 그럭저럭 안정적이고 괜찮은듯
└걍 노루 좌익수 세우고 돌규 3루 세우면 안 되냐?
└노루가 좌익수 수비 잘도 하겠다
└어깨도 좋은데 괜찮지 않냐?
└어깨는 좋은데…
└수비 범위 양대근이랑 삐까뜰듯
└에이 설마
어쨌거나, 경기가 끝난 후에 오션스 팬들이 평화롭게 야구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오션스가 승리했다는 뜻이다. 패배했다면 지금쯤 오늘의 역적이 누군지에 대해 격렬한 싸움을 벌이거나, 팀 해체 적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민승기는, 팀의 7연승과 더불어 ‘민승기 시계’ 시안이 만족스럽게 뽑힌 것에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주상욱.”
“예.”
“시안 어떠냐?”
“제가 괜찮다고 14번째 말씀드리는 것 같은데요, 완댜님.”
“14번으로는 부족하지.”
주상욱은 한숨을 내쉬는 대신에, 민승기에게 받은 롤렉스 시계를 잠깐 떠올렸다.
친구비를 받은 거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훌륭합니다.”
“보는 눈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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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은 종종, 어제 상대한 투수와 완전히 다른 타입의 투수를 상대할 때 어려움을 겪곤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20km/h 중후반의 속도로 코너 구석구석을 찔러오는 투심을 때려내려다가 무식하게 160km/h로 날아오는 포심을 쳐야 한다니.
제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더 불도저스 타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몸쪽 제구가 되고 있다고는 한들 그 정도 구속의 공이 몸쪽으로 날아오면 움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불도저스는 호세 킹을 처음 상대한다.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난다면 투수가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좌완 파이어볼러, 제구 안 되는.
시즌 초에 몇 명이나 호세 킹의 빠른 공에 맞고 괴로워했고, 그 이미지가 오히려 호세 킹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투수를 흔들고 싶었는지, 몇몇 불도저스 타자들은 호세 킹의 위협적인 몸쪽 공에 항의하는 듯한 제스쳐를 보이곤 했다.
하지만 킹은 흔들리기는커녕, 글러브를 옆구리에 끼고 합장하는 자세로 ‘나마스테’라고 말하며 그런 시도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솔직히 나 같으면 저런 동작 때문에라도 더 열 받을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몸쪽 공이 먹힌다는 이야기는 슬라이더의 위력도 자연스레 올라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조금 밋밋한 느낌이긴 해도 체인지업도 조금이나마 좋아지고 있다.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내가 선발로 나선다면, 이휘은이 마무리로 등판하고 호세 킹이 셋업맨으로 뛰는 그림도 충분히 그려 볼 법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약간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이휘은은 커터를 앞세워 좌타자를 잘 잡아낸다. 우타자에게도 약하지는 않지만.
김정혁도 확실히 좌타자에게 강한 좌투수다. 거기에 호세 킹도 좌타자를 더 편하게 상대하니까.
우타자를 안정적으로 상대할 만한 불펜 투수가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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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원정 3연전을 스윕하며 다음 원정지로 이동했다. 유리는 바빠 보인다. 이훈은 목 보호대를 차고 있었고, 승기 형은 큭큭큭 강건우라고 말하며 시계 시안을 내게 자랑했다. 주상욱은 영혼 없이 ‘멋있습니다 완댜님’이라고 말했으며, 전 불도저스 소속인 배영한은 불도저스 팬이 건네준 선물을 서창열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야. 넌 이런 거 못 받지?”
“시바. 나도 인천 가면 아이돌이야.”
“나보고 은퇴는 불도저스 와서 해달라던데. 전에 바이킹스 팬이 너한테…”
“그 말 금지다.”
한 바이킹스 팬이 서창열에게 SNS로 가서 얼마나 잘 먹고 잘사는지 지켜보겠다며 욕설을 보낸 적이 있었다.
물론, 가서도 잘 하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더 많긴 했다고 한다.
서창열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아무튼, 그 날이 다가왔다.
이번 원정 3연전은 창원 파이러츠 전이다.
-정조준 : 건우쉑 한우 일발장전 됐냐?
삼구삼진으로 조준이 형과 한우 쏘기 내기를 했다. 국대 단톡방에 한우 선물 세트를 돌리고, 상대 팀 한우 회식비도 내주기로.
-윤태호 : 근데 솔직히 삼구삼진 내기는 좀 심한 거 아냐?
-정조준 : ???
-정조준 : 우주형 건우쉑한테 삼구삼진 당하던데???
-서우주 : ?
-예지호 : ?
사실, 삼구삼진은 나도 장담할 수 없기는 하다.
조준이 형이 말을 이상하게 해서 이미지를 다 깎아 먹어서 그렇지 상당한 수준의 타자다.
국가대표 단톡방에 속해있는 타자들이 다 수준이 꽤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 사람은 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4년 연속 3할에 20-20을 했던 형이다.
-조용한 : 야 그럼 조준이 삼진 먹어도 건우가 4구나 5구 던지면 조준이가 이기는 거냐?
-백준섭 : 정조준 존나 치졸하네
-정조준 : ???
-정조준 : 아 좋아
-정조준 : 삼구삼진 아니라도 돼
-정조준 : 삼진만 해 삼진만
-송병재 : 족준이 대충 휘둘러서 땅볼 아웃 되고 자기가 이겼다고 난리 치는 거 아니냐?
-정조준 : 아니 홈런 칠건데요???
-민승기 : 정조준
-민승기 : 걱정하지 마라
-민승기 : 어차피 1차전에서는 건우 만날 일 없을 테니까
-정조준 : 예???
파이러츠전 첫 경기 선발은 승기 형이다.
그다음은 앤디, 그리고 그다음은 이훈. 그러니까 저 말은, 마무리 투수가 안 나오고 자기가 최소 완투를 할 거라는 뜻이다.
-정조준 : 아 암튼 한우 꽁으로 먹을 준비나 하세요
-채지성 : 조준이 고맙다 잘 먹을게
-봉재석 : 아이쿠 조준이 덕분에 간만에 한우 먹겠네
-정조준 : 아니 저 말고 건우쉑한테 고맙다고 하시라고요
-손용기 : 조준아 그럼 니가 지면 우리는 뭐 먹냐?
-정조준 : ???
-정조준 : 건우쉑한테 얻어먹으면 되는데 뭔 소리 하십니까 지금???
음.
과거로 돌아온 뒤, 유리와 함께 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근데 이게 또, 조준이 형 놀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건우 : 제가 이겨도 파이러츠 회식은 시켜드립니다
-옥시경 : 오
-정조준 : 오는 무슨;;;
-조용한 : 야 근데 건우 연봉 얼마나 된다고
-조용한 : 솔직히 이건 조준이가 이겨도 조준이가 쏴야 하는 거 아니냐?
-정조준 : 아니 형 내기는 내기죠
-배영한 : 용한 형
-배영한 : 건우 연봉 걱정은 할 필요 없음
-조용한 : 응???
-배영한 : 건우 존나 부자거든
-배영한 : 이 톡방에서 건우보다 돈 많은 사람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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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는 1975년에 창단해 1982년 KBO 리그 창설과 함께 프로로 전환한 원년 팀이다.
원래 창원의 야구 팬들은 대부분 오션스 팬이었다.
2011년에 창원 파이러츠가 창단됐고, 거의 대부분의 창원 야구 팬들이 파이러츠 팬이 되었다.
2013년, 파이러츠는 KBO 1군 무대에 합류해 9개 팀 중 7위를 차지하며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해 오션스는 0.532의 성적으로도 5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역대 최고 승률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기록이었다.
2014년, 파이러츠는 1군 진입 2년 만에 3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오션스는 시즌 7위에 그쳤다.
2015년.
파이러츠는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했고, 오션스는 8위.
2016년 양 팀의 성적은 전년도와 같았다.
2017년, 오션스가 3위, 파이러츠가 4위를 기록하며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다. 파이러츠가 오션스를 꺾었다.
2018년에는 두 팀 모두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 파이러츠가 부활해 가을 야구에 참가하는 동안 오션스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15년 만의 꼴찌, 10개 구단 체제 원년구단 최초 10위, KBO 역사상 최초로 시즌 90패를 세 번 기록한 팀, 10개 구단 체제에서 50승을 거두지 못한 최초의 팀, 10개 구단 체제 이후 최악의 승률 등등.
2020년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원년구단 오션스가 한 번도 이뤄내지 못한 통합 우승을, 1군 진입 후 8년 만에 파이러츠가 달성해버린 것이다.
연고지가 바로 옆인 데다가 한때 같은 팀을 응원한 팬들이 갈린 팀.
그래서 라이벌이라고 생각되곤 하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라이벌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것이 바로 두 팀의 관계였다.
3연전 첫 경기 선발인 민승기는 그 오욕의 역사를 본인의 손으로 씻고자 했다.
절호의 기회다. 민승기가 뛰는 오션스는 파이러츠에게 당했던 그 오션스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2016년, 오션스는 파이러츠를 상대로 1승 15패라는 기막힌 성적을 기록한 바 있었다.
그때 민승기의 나이 15세.
중학생 민승기는 오션스에 입단해 그 치욕을 본인 손으로 바꿔놓으리라 다짐했고.
1회 말 2사 이후, 타석에 들어선 정조준을 상대로 2구째 패스트볼로 외야 플라이 아웃을 끌어낸 후 정조준을 입 모양으로 도발했다.
‘다음.’
큼지막한 타구였다. 서창열의 호수비가 아니었더라면 최소한 2루타가 되었을 타구.
정조준은 황당해하는 얼굴로 투덜댔다.
“아, 저 형은 또 왜 저래. 강건우한테 이상한 거 물들어가지고. 돌아버리겠네.”
강건우는 민승기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오션스에 박의현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팀 밖에서 보기에는 그놈이 그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