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2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22화(222/385)
사기꾼들의 스포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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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우리냐고 싯팔 꼴션스 새끼들아]이건 메테오스 팬의 분노였다.
-연승을 이어나가기에는 그 어떤 대기 투수보다도 좋은 카드라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경기를 위한 포석도 충분히 깔았죠. 강건우 선수는 오늘 선발 등판 이전에 5일간 투수로 등판하지 않았습니다. 휴 브레드먼 감독은 부인하고 있지만, 미리 준비된 등판이 아닌가 싶거든요. 그런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선택이냐 하면 그건 또 쉽게 긍정하긴 힘듭니다. 어쩌면 내일 하루 정도는 강건우 선수에게 휴식을 줘야 할 수도있고, 또 며칠 동안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올리지 못한다는 제약을 안게 되거든요.
이건 KBO 야구 전문가의 의견이었고.
-일리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오션스 팬들은 기뻐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부산 야구 팬 분들이 성미가 꽤 급하시거든요. 사실 오션스가 단기전에 항상 취약했잖아요. 휴 브레드먼 감독이 이 경기에 강건우를 올린다. 이게 뭐냐면, 단기전에서 언제든 승부처에 한 경기를 보고 팀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당장 일주일 뒤의 2연승보다 오늘 1승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원하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기고내일 지나 오늘 지고 내일 이기나 똑같은 1승 1패지만, 연승 분위기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죠.
이것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선발 투수로 등판하면서 3번 타자로 같이 나오는 것보다는 타순을 조정해주는 게 좋지 않으냐는 질문에 휴 브레드먼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를 믿는다. 지난 선발 등판에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냈지 않나. 홈런 두 개를 치고 퍼펙트게임을 달성해냈다.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내 판단이 잘못된 거겠지만.”
물론, 속으로는 좀 다르게 생각했다.
‘저런 멍청한 질문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니.’
그냥 평범한 투덜거림일 뿐이었다. 강건우에서 시작해 양대근을 지나 울프팩 혹은 이시욱으로 이어지는 타선의 파괴력은 리그 최고다. 강건우는 스스로 해결하기도 하고 뒤 타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타자가 또 있다면 몰라도, 그런 일은 없으니.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션스 팬들이 마치 포스트시즌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해 있었다. 응원 단장이 힘차게 응원단상에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자! 최강무적슈퍼오션스의 응원 단장! 팬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션스 선수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약간의 긴장감을 느낀다. 12연승이 걸려있기는 해도, 강건우가 등판하는 것만으로도 팀 차원에서 특별한 경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선수들은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기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를 준비한 양대근 같은 선수도 있었고, 종교를 믿지도 않으면서 온갖 신에게 기도를 올린 박의현도 있었다.
강건우가 아침에 무조건 이기고 오겠다고 약속한 정유리는 자기가 던지는 것도 아닌데 우황청심환을 하나 챙겨 먹었다.
강건우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사직동 쌍깃발의 깃발이 크게 펄럭이는 그 순간, 메테오스 리드오프 이해석을 향해 강건우의 오늘 경기 초구가 날아갔다.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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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석은 강건우의 초구에 크게 헛스윙한 후, 입맛을 다셨다.
원래대로라면 아마도 국민성이 등판할 날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강건우가 올라와 있다.
부상으로 인해 급히 대체 선발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가 올라오더라도 경기는 해야 한다. 그래도 준비할 여유는 좀 주어졌다.
다만, 여유가 있다고 해서 상대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자료는 있었다. 지난 선발 등판에서 구속을 좀 낮춰서 던지기 시작했다고. 상대에 따라 구속을 바꿔가며 던지고, 타자들이 익숙해질 때쯤 변화구를 추가하는 패턴으로 파이러츠를 말 그대로 박살 내 버렸다.
전광판을 보니 148km/h가 찍혀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호들갑을 떨어대던 오션스 포수가 오늘은 말이 없었다.
별일이긴 하다. 아무튼, 방금 그 공은 좀 께름칙했다.
‘별로 안 빠른데 존나 빠르네.’
스피드건이 고장 난 걸 수도 있다. 혹은, 그냥 더 빠르게 느껴지거나.
높은 곳으로 날아왔고 경기 전에 들은 대로 마무리로 뛸 때 보다 구속이 느렸다. 그런데 배트가 따라가지 못했다.
‘위로 도망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포심 패스트볼을 흔히 직구라고 부르지만, 이건 잘못된 명칭이다.
그 어떤 공도 일자로 날아가지 않는다. 소위 직구라고 불리는 포심이 그렇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떨어지는 무브먼트를 보인다.
회전수가 많은 포심은 회전수가 적은 포심과 비교해 아래로 덜 떨어진다. 타자의 뇌는 일반적인 수준의 포심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강건우가 던진 공의 회전수가 높아 떠오른다는 착각마저 드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묵직하게 휘감겨 오는 투심에 파울을 쳤고, 두둥실 떠오는 체인지업에 헛스윙했다.
“건우야!”
“삼구삼진 26개만 더 잡자!”
원래 시끄러운 사람들이긴 하지만.
오늘 포수가 조용하다 했더니, 관중들이 더 시끄럽게 굴고 있었다.
“공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 타자 복현성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다른 타자들에게도 그걸 말해주자, 타격 코치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이목을 끌었다.
“자. 회전수 높은 공은 살짝 떠오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어제오늘 살짝 올려치는 훈련들 했지? 그 감각 잊지 말고, 높은 포심 오면 정타로 때려서 멀리 날려 보내보자. 야. 강건우도 사람이다. 치면 날아가. 우리 선발도 용재잖냐.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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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타자 복현성의 첫 스윙을 보고 약간은 눈치를 챘다.
‘홈런 칠 능력 있는 타자들은 다 어퍼스윙 준비했나?’
나쁘지 않은 접근법일 수 있다. 메테오스 선발 투수가 박용재인 것을 생각하면, 얻어걸리더라도 1~2점 차 접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 좋을 수 있으니.
선발 라인업에서 채정준이 빠진 것도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스윙 스피드 느린 노장이 내 패스트볼을 치기 힘들 거라고 판단했을 테니까.
패스트볼은 어쨌거나 타자가 가장 치기 쉬운 공이다. 마구잡이 스윙으로 홈런 한두 방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노림수를 힘으로 짓눌러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도 어릴 때 치기로 던지던 내가 아니다.
계획을 조금 바꾸자.
박의현은 상당히 좋은 포수다. 내가 요구하는 복잡한 싸인 체계를 단번에 이해하고 있다. 싱커 위주로 던지자는 싸인을 보내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구종이라도 퍼 올리는 스윙에 제대로 걸리면 속절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저런 스윙은 싱커처럼 아래로 떨어지면서도 횡무브먼트를 보이는 공을 제대로 때려내기 힘들다.
물론, 내가 제대로 제구한다는 가정하에.
경기 전에 메테오스 타자들의 특성상 싱커가 잘 먹힐 것 같다는 의견을 박의현이 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게 얼마나 잘 먹힐지 확인해볼 차례다.
2구로 싱커.
딱!
“파울!”
그래도 배트가 꽤 잘 따라 나온다.
싱커는 투수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나오는 구종이다. 그립이나 팔을 비트는 정도와 형태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불펜에서처럼 싱커를 던질 생각은 없다. 파워풀하게 떨어지는 싱커는 팔을 많이 비틀어야 해서 무리가 갈 수 있다.
팔을 비틀어 던지기보다는 그립을 활용해 투심처럼 던진다. 투심보다 느리지만 투심보다 움직임이 심하다.
그리고, 구속을 조금 늘려 주면.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151km/h 싱커에 메테오스 천재 타자 복현성의 배트가 시원하게 돌았다. 황당해하는 표정이 일품이다.
그래.
저런 표정 보는 맛에 투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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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도망가는 것 같습니다.”
메테오스 타격 코치는 타자들의 말을 들었지만, 순식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힘들었다.
자기도 봤다.
투심 같기도 하고 싱커 같기도 하고.
우타자 기준 몸쪽 낮은 곳으로 격하게 휘며 날아온다. 그런데 구속이 포심보다 빠르다. 물론, 강건우가 마음먹고 던진 포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경기에서 주로 던지는 구속을 생각하면 그것보다 빠르다.
그래서 더 골치 아프다. 최종국도 이해석과 복현성에 이어 그 싱커인지 투심인지 모를 공에 범타로 물러났다.
박용재가 서창열을 6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잡아냈다.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는 스플리터가 배트를 피해 나갔다.
박용재는 포심과 커브, 스플리터를 굉장히 잘 던지는 투수지만 주 무기는 투심이다. 어쩌면 강건우가 던지는 저 공에 대해 힌트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투수 코치에게 SOS를 보냈다. 투수 코치가 말했다.
“안 그래도 용재가 그 공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던질 준비를 하다가 강건우가 던지는 걸 본 모양이었다. 타격 코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음.”
투수 코치가 뜸을 들인다. 타격 코치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왜? 뭔데?”
“자기도 모르겠다던데.”
“뭐? 왜?”
“싱커 같긴 하다더라.”
공의 정체를 안다고 해서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니다. 공의 움직임만 봐도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언제 올지 모르는 실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배영한이 박용재 투심에 걸려들었다. 유격수 땅볼 아웃.
유병성도 수비력이 꽤 올라왔다.
다음 타자 강건우가 나올 때, 타격 코치가 투수 코치에게 물었다.
“볼넷 줄 거지?”
타석에서 힘 좀 빼게 하고, 출루시켜서 베이스 러닝 좀 하게 만들어서 체력이라도 갉아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고 하긴 했는데…”
따악-!
강건우는 박용재의 초구를 후려갈겼다. 살짝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큼지막한 플라이로 물러나긴 했지만, 강건우의 표정이 꽤 밝아 보였다.
“저놈 저거, 일부러 초구 때린 거 아냐?”
“홈런 아니면 안 깐다 이건가?”
그럴싸한 이야기다. 체력 보존을 위해서, 원래 타석에서 그러긴 하지만 평소보다 더 홈런만 노릴 수 있다.
타격 코치는 인상을 썼지만, 투수 코치는 슬쩍 웃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되면 투수 파트는 편해진다. 물론, 박용재가 아니라 다른 투수라면 실투 한 번에 홈런 한 방이 나올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오늘 선발은 박용재다.
최소한 맞고 뒤져라 스윙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쉽게 당하지는 않을 투수니까.
“타자들 힘 좀 써봐. 용재 나오는 날인데 어떻게 1점이라도 내야 하지 않겠어?”
살살 긁어대는 투수 코치의 말에, 타격 코치는 입맛을 다셨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상대 투수가 누가 나오건 점수가 안 나오면 타격 파트의 잘못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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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스트라잌!”
이성혁은 심판의 콜이 오늘따라 얄미웠다. 아니, 그냥 작게 말하거나 말 안 해도 되는데 그걸 굳이 저렇게 힘차게 외쳐야 하나.
사실, 공에 제대로 맞혔다면 이렇게 짜증도 안 났을 텐데.
공이 좀 이상하다. 다른 타자들 말대로다.
존으로 날아오다가 몸쪽 낮은 코스로 훅 꺾여버린다. 메테오스로 이적하면서 그립을 평소보다 더 길게 잡는 자세로 수정했는데, 이런 코스와 무브먼트면 쉽지 않다. 그립을 길게 잡은 만큼 몸쪽에 약간의 약점이 생겼다.
그래도 잠실에서 벗어나 장타력을 높이는 시도는 꽤 성공적이었다.
부웅-
“스트라이크!”
두 번째 공도 비슷하게 들어오는데, 손도 못 댔다.
어쩔 수 없다. 타격 코치는 그냥 일발 장타를 노리라고 하는데, 그립을 조금 짧게 수정했다.
그냥 몸쪽 낮은 공만 노린다는 생각으로.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귀신?
독심술?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바깥쪽 높은 곳으로 포심이 날아왔다. 그것도, 160km/h를 넘는 빠른 공도 아니고 그냥 150km/h 언저리의 공이.
자기 생각이 읽힌 건가 하는 당혹감 다음으로 찾아온 것은 분노였다.
저놈.
정조준 상대할 때는 160km/h대 포심을 뻥뻥 뿌려댔었다.
무시당한 것 같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그런 것 같다.
타석에서 물러나 땅바닥만 보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다가, 오션스 팬의 외침을 들었다.
“고마 집에 가자! 어차피 치지도 몬할긴데 대충 아웃이나 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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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삼진으로 물러난 이성혁이 원정 덕아웃에서 배트를 집어던졌다. 화가 좀 난 것 같다. 다음 타석에서 좀 더 놀려먹으면 완전히 멘탈이 터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메테오스 타자들은 대체로 선구안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2번 복현성이나 외국인 타자 빅터 발타사르정도를 제외하면.
빅터 발타사르를 상대로는 힘으로 찍어 눌렀다. 165km/h, 166km/h, 그리고 137km/h 체인지업.
딱!
“아웃!”
오늘 선발 유격수로 나온 정예성이 깔끔하게 잡아냈다. 땅볼 칠 거면 1구나 2구에 칠 것이지. 괜히 3구째에.
다음 타자인 김세진은 장타 원툴이다. 올 시즌 기록이, 타율 0.235에 출루율 0.294. 다만 50경기에 나서서 홈런이 14개. 6번에서 소위 말하는 ‘설거지’를 담당하는 타자다.
싱커를 대신해서 커브를 던지자, 초구에 풀스윙해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조금 위험했나? 야수 정면으로 갔기에 망정이지 안타를 맞을 뻔했다.
박용재가 침착하게 한 이닝을 더 막아냈고, 나는 다시 마운드에 섰다.
“갱-건-우우우우! 갱-건-우! 갱건우! 오션스 갱건우우우-!”
수비 시에도 울려 퍼지는 내 응원가를 들으며 하위 타선을 맞이한다.
김태주는 레벨 스윙을 하는 타자다. 내 싱커에 힘도 못 쓴다는 뜻이다.
아웃 카운트 하나.
포수 정훈식도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다.
아웃 카운트 둘.
9번 타자 우투좌타 유격수 유병성이 타석에 나온다. 나랑 동갑이고, 원래라면 나를 대신해 전체 1번으로 이 팀에 왔을 선수.
조금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다. 싱커를 잔뜩 의식했는지 홈 플레이트 가까이에 바짝 섰다. 좌타자가 바깥쪽 낮게 들어오는 제대로 된 싱커를 치기는 어렵다. 위치도 위치고, 오른발을 평소보다 더 깊숙하게 박아넣은 듯하다. 어떻게든 싱커를 때려 내야를 꿰뚫겠다는 자세다.
음.
유리가 꽤 좋아했었던 타자였다.
경험이 더 쌓이면 좋은 선수가 될 거다. 유격수 수비도 빼어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어깨는 좋아서 평균 이상은 할 테고.
나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전에 와서 말 걸었던 걸 떠올리면 원래 알던 사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동갑내기 친구에게는 싱커가 아닌 다른 공으로 상대해주기로 했다.
부웅-
“스트라이크!”
유병성이 헛스윙했고, 관중석에서 난리가 났다.
“우와아아아아아!”
“건우야아아아아아!”
전광판에 167km/h라는 숫자가 찍혀 있다.
당황한 유병성을 향해 하나 더.
167km/h.
그리고, 엉거주춤하게 자세가 무너진 유병성이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음 공은 포크볼.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유병성이 스윙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박의현은 땅에 살짝 스친 공을 얼른 주워 넘어진 유병성을 태그했고, 첫 3이닝이 이렇게 끝났다.
“강건우우우우우!”
분석실 창문 너머로 유리가 얼굴을 유리창에 완전히 붙이고 날 바라보는 모습을 발견했다.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유리에게 보내자, 유리가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두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아니 뭐, 이 정도로 쌍 따봉까지.
나는 보답으로 양손으로 하트를 날렸다. 관중들에게서는 환호가, 우리 팀 선수들에게서는 야유가 쏟아진다.
“직장에서는 야구만 하자! 연애는 퇴근하고 하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