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2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25화(225/385)
무슨 반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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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장님, 왜 이렇게 일 처리가 빠르시지?”
나는 오늘 아마도, 경기에 나서 봤자 한 타석 정도일 것이다. 지난 등판 이후에는 하루 쉬고 그다음 날 대타로 나가서 수비까지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휴식일이 없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경기에 뛰어도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꼭 그래야 할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13연승 하면 좋지만, 그거 하겠다고 유리의 세 가지 소원 중 하나인 부상 안 당하기를 날려 먹을 순 없지.
아무튼, 어제 경기 끝나고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그러게. 생각보다 빠르네.”
나와 유리는 우타자를 상대할 불펜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고, 유리가 전력 손실 없이 데려올 투수가 없을까 라고 고민하길래 문득 떠오른 이름을 말해줬더니 재빨리 트레이드가 성사되어 버렸다.
선수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장도 성장할 수 있긴 하다. 분명 나와 계약하려 할 때만 해도 조금 어설프고 조급한 단장이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근데 진짜 될까? 장태영…”
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과거로 돌아와서, 메이저리그 시절의 경험을 활용해 잘 해나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확고하게 장담할 수는 없다.
박의현이라는 모르는 포수가 두각을 드러냈듯, 나중에 존재감을 발휘할 장태영이라는 투수가 오션스에 와서 계속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저 투수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잘 될걸.”
“그래?”
솔직히, 내가 알던 그 모습이 나오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냥 불펜진에 다양성을 가미했다는 것에서 의의를 찾으면 된다.
“솔직히 누나한테 배웠는데 못 하면 못 하는 놈이 멍청한 거지.”
내가 슬며시 웃으며 말하자, 유리가 조금 부끄러웠는지 살짝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책상을 팡팡 치며 큰소리를 쳤다.
“아!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어쨌거나.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군에서도 거의 등판하지 않아서 데이터도 거의 없을 텐데 유리 말만 듣고 떡 하니 데려와 버리다니.
하긴 뭐, 내준 선수가 김지호라서 좀 쉬웠을지도 모르지만.
경기 직전까지 유리가 자료를 만들고 있는 옆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더니, 적군이 밀려들어 왔다.
“와. 임마 이거. 오늘 게임 안 뛴다고 여기서 놀고 있네.”
“와. 나쁜 새끼.”
유리는 아니라고 일 하는 중이라고 두 손을 휘저었지만, 나는 노노 브라더스에게 일침을 가했다.
“전 야구 잘 해서 괜찮은데요.”
어제 경기에서 나란히 무안타에 그친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슬며시 몸을 돌렸다.
“형. 제가 말했죠. 쟤 나쁜 새끼라고요.”
“갱우야…”
“네?”
“나는 어제 볼넷 한 개 먹었다. 니는?”
“…”
“야구도 몬하는기…”
“우와…”
“왜. 나한테도 나쁜 새끼라고 할라고?”
“해도 돼요?”
“마. 일로 온나. 오늘 좀 맞자.”
노경우가 후다닥 튀어나갔고, 노루 형이 ‘저놈 새끼 잡아라!’ 하면서 쫓아갔다.
유리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바보들…”
역시 내 유리 누나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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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밸런스가 잘 유지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게 팀이든, 선수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이번 경기에서 호세 킹이 그랬다.
최근 주 무기로 쏠쏠히 써먹은 좌타자 몸쪽으로 맹렬하게 파고드는 포심이 존 밖으로 살짝씩 빗나갔고, 다른 코스에서의 최고 구속이 150km/h 초중반대로 줄어들자 우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비교적 쉽게 때려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건우가 빠진 오션스 타선이 분전했다.
1회 초에 1점을 내주자 1회 말에 곧바로 2점을 내며 반격했다.
서창열과 배영한이 연달아 출루했고, 양대근의 적시타에 이어 울프팩의 희생 플라이까지.
3회 초에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이시욱의 투런 홈런이 나왔다.
인터넷에서 메테오스 팬들이 오션스 팬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니네 강건우 선발 땡겨 쓰는거 진짜 개멍청한 짓인거 알고는 있냐?] [ㅂㅅ들 한 겜 이기자고 담날 경기를 확정으로 말아먹네] [좆건우 없으면 소금물도 아니고 그냥 맹물되는 새끼들 ㅋㅋㅋㅋ]경기 전만 하더라도 그런 의견이 팽배했다. 아무래도 강건우 원맨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맨 팀으로도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했다면 강건우가 다른 선수들을 도울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션스 팬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솔직히 어제도 건우 투타 겸업 안 하고 선발로만 뛰었어도 이겼을 거 같지 않냐?] [돌멩이새끼들 뭐라했냐 다시 함 시부려봐] [노루 선에서 정리되는 새끼들 ㅋㅋㅋㅋ]그 뒤로도, 어느 한 팀에서 점수가 나오면 경기만큼이나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응 느그노루 이제 수비할때도 공 안보죠 ㅋㅋㅋㅋ]이시욱의 실책이 나왔을 때는 메테오스가.
[돌멩이들만의 월클 유격수 유병성 자랑스럽다 ㅋㅋㅋㅋㅋㅋ]유병성이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때리자 오션스가.
[장태영이나 데려가는 멍청한 맹물새끼들] [즈그는 김지호 데려가 놓고 좋단다 ㅋㅋㅋㅋㅋ]양 팀은 맞대결이 진행 중이었기에 트레이드된 선수들은 3연전이 끝난 후에 등록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만약 한 선수가 경기에 출전해 맹활약이라도 한다면 골치 아픈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엄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장태영=언더로 던지는 이훈 ㅇㅇ]└언더 이훈이라고? 그럼 달리기 원툴 주고 메이저 1선발급 받아온거임?
└개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더 이훈 ㄷㄷㄷㄷㄷㄷㄷ 오션스 우승 퍼즐 마지막 한 조각 그냥 내주는 돌멩이 클라쓰 ㄷㄷㄷㄷㄷ
└개꿀도르 ㅅㅂㅋㅋㅋㅋ
└후니단이 쓸모있는 날이 다 오네 ㅋㅋㅋㅋㅋㅋㅋ
└꼴갤의 자랑 후니단 ㅋㅋㅋㅋㅋㅋㅋㅋ
└짱돌님들이나 고오급 작전야구 많이 하세요
└마 오션스 작전은 홈런 까고 삼진 잡는다 이건데 모르나 ㅋㅋㅋㅋ
[오션스 갤러리 일동은 돌멩이 갤러리에 후니단을 선물하는 바입니다]└도로 데려가 ㅅㅂ
└우리 애들 잘 좀 돌봐주세요…
└아 ㅋㅋㅋ 트레이드 김지호+후니단<->장태영이라고 ㅋㅋㅋ 못 물린다고 ㅋㅋㅋㅋ
└아니 저 새끼들 왜케 무지성으로 댓글에 ㅎㄴㅎㄴ만 씀?
└원래 그런 아이들임 잘부탁한다
└꼴갤이 돌갤에 똥을 투하했다 ㄷㄷㄷㄷㄷ
이날, 오션스는 메테오스를 꺾고 12연승을 돌파해 13연승까지 달성해버렸다.
선발 투수인 호세 킹은 최근 호투가 무색하게 5이닝 6실점 5자책에 그쳤지만 타선의 지원에 힘입어 시즌 6승을 달성했고, 경기가 오션스의 승리로 끝났을 때 덕아웃 앞으로 달려 나와 요란하게 야수들을 한 번씩 안아주며 감사를 표했다.
[이걸 이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충격실화)십세 킹 6승 2패
└빠따 지원 무엇ㅋㅋㅋㅋㅋ
└심지어 오늘 건우 대타로도 안 나옴ㅎㅎ
└건우 쉬니까 좋네
└ㄹㅇㅋㅋㅋ옛날의 꼴션스가 아니라고
└팀컬러 바뀐거임? 에이스 갈아서 우승하는게 꼴션스 전통 아님?
└오션스특)에이스가 존나 많아서 골고루 조심스레 갈 수 있음
└뭔 개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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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 큭큭큭 강건우
-민승기 : ?
-강건우 : 오늘은…오션스가 에이스를 필요로 하는 날.
-강건우 : 그건 바로 오션스 팬들이 모두 민승기의 이름을 외치는 날이라는 뜻이지.
-강건우 : 모두가 전광판 위에 놓여진 새 시계에서 반짝이는 12라는 숫자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민승기 : 강건우
-강건우 : 큭큭큭 강건우
-민승기 : 하루 쉬더니 미쳐버렸나
-강건우 : 형 저 오늘 지타로 나가는데요
-강건우 : 제 수비 없이 던질 수 있겠어요?
-민승기 :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 법
-강건우 : 동료 선수를 도구라고 말하지 말아 주실래요?
-민승기 : 경기장에서 보자
-강건우 : 큭큭큭큭큭 민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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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야구장에 새 시계가 걸려 있다. 동그란 아날로그 형식의 시계인데, 11이 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시곗바늘에 민승기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을 거라는 주상욱의 밀고가 있었지만, 그걸 확인하러 저기까지 올라갈 수도 없고.
승기 형의 자의식을 생각해봤을 때 아마 그건 사실일 것 같다.
그리고 승기 형의 등 번호인 12번이 얼마나 번쩍거리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진짜 미친 사람이라니까.
인터뷰에서 농담으로 한 건데 그걸 자기 식대로 이렇게 실행해버릴 줄이야.
어쨌거나, 오늘은 지명 타자로 출장하기로 했다. 울프팩이 벤치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는, 내가 1번 타자로 나가는 것이다.
“언제나 자넬 1번에 넣어보고 싶었어.”
딱히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감독님은 추가로 말씀하셨다.
“굳이 자네가 한국식의 전통적인 리드오프처럼 플레이할 필요는 없어.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 이제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는 뜻이야.”
타순은 이렇다.
나-서창열-배영한-양대근-이시욱-황석규-노경우-박의현-김세완(유격수).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다른 종목에 비해 제한되는 편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나를 1번으로 배치한 이유는, 상대 팀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2루나 3루에 주자가 있고 1루가 비어 있으면 나는 고의사구 혹은 노골적인 볼넷을 얻곤 한다. 이닝 선두 타자로 나서거나 베이스가 다 비어 있을 때 치기 좋은 공이 오는 편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타순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이 배치에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메테오스 감독이 또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뭐, 원래 감독이 그런 직업이다.
감독의 제한적인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일이다. 사소한 거라도 트집을 잡아줘야 안 좋은 일의 이유를 외부로 돌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감독이 징징댄다거나 입만 살았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욕먹고 돈 받는 직업이 바로 프로야구 감독 아니겠는가.
연패에 빠졌으니 뭐라도 투덜대야 한다. 선수들이 ‘내가 잘못해서’ 진 게 아니라, 상대의 이상한 술수 때문에 졌으니 그게 아니면 언제든지 다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감독님은, 기자들의 질문에 꽤 특이하게 반응했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강건우 선수를 1번 지명 타자로 내세운 이유가 뭔가요? 중심 타선에서 타점을 가장 잘 생산해내는 선수 아닌가요?”
앞서 시계에 관해서 설명했던 감독님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손바닥을 펼쳐 알약 하나를 올려둔 감독님이 슬쩍 웃었다.
“여기 알약이 하나 있습니다.”
“예…약이네요.”
“이걸 먹으면 1점을 내고 시작할 수 있죠.”
“예?”
“부작용은 전혀 없고요.”
“…”
“드시겠습니까?”
“예, 뭐…부작용이 없다면…”
“바로 그런 겁니다.”
감독님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질문을 던진 기자는 아무래도 아직 감독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용길 기자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 잘 맞는 편인가.
경기 전, 지명 타자로 나서게 된 나는 타격 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쉬는 동안 뜬 기사들을 둘러봤다.
[오션스, 민승기 앞세워 13연승 도전!] [휴 브레드먼 감독, ‘강건우 1번 타자는 부작용 없이 1점을 낼 수 있는 만능 알약.’] [(PHOTO) 사직 야구장의 새 시계, 민승기가 기린 백넘버 11번에 대한 경의.] [강건우 지명 타자 리드오프, 과연 효과는?] [메테오스 감독, ‘왜 우리랑 할 때만 이상한 거 하는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오션스.]이용길 아저씨가 꽤 열심히 기사를 써재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선발인 승기 형은, 오늘은 ‘큭큭큭 강건우’로 인사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라, 강건우.”
“최소한 형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요.”
“후.”
한숨까지?
아무튼, 승기 형은 오늘 평소보다 좀 더 진지해 보였다. 아마 구단 신기록을 자기 이름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일 테지.
유리는 바쁘다. 장태영은 아직 선수단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내가 아는 장태영은 꽤 고집 센 사람이었는데, 인사할 때는 평범해 보였다.
아무튼, 이제 유리에게 맡겨두면 된다. 장태영이 터지면 좋고, 아니라도 어쩔 수 없고.
울프팩이 내게 말했다.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지 말아줬으면 해.”
어디서 이상한 말을 배워서.
아무튼.
경기가 시작됐다. 야수들은 종종, 수비를 하지 않고 타격만 하는 걸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나는 지명 타자로도 꽤 뛰어본 경험이 있다.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명 타자로 나서면 특히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벤치에서 시작하다 보니, 볼 수 있었다.
승기 형이 마운드에 올라가는 동안 12번 깜빡이는 시계의 숫자 12를.
벤치에 앉아있던 울프팩이 그걸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벤치에서 시작하는 정예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승기 형은 마운드에서 뒤를 돌아보더니, 결국 그걸 하고 말았다.
“큭큭큭…”
들리지는 않지만, 분명히 저렇게 웃고 있을 것이다.
진짜 가지가지 한다.
가지 같은 사람.
주상욱이 무표정한 얼굴을 억지로 손으로 잡아당기며 말했다.
“완댜님…제발요…”
“가지가지 하는 완댜님이네요.”
“그래…가지 나라 완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