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2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27화(227/385)
무슨 반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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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늘 대타와 대수비로 출전했음에도 어딘가 지쳐 보이는 주상욱과 정예성에게 체력 관리와 컨디션 유지의 중요성을 집에 오는 내내 강조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TV로 자신의 오늘 활약상이 나오는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확인했다.
‘이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카메라다. 아무리 확대해도 화질이 무너지지 않는다.
시계 숫자 12에는 타이머를 설정해두었다. 약간 타이밍이 어긋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마운드에 서 있을 때 정확히 12번 깜빡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많이 밝지는 않다. 혹시라도 상대 팀에게서 타격에 방해된다는 항의가 들어올까 걱정해서였다.
‘멋있어…!’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뒤에서 주상욱과 정예성의 기척이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감동적인 장면이다.
민승기의 마음속에 영원한 금메달인 11번.
그리고 그 뒤를 쫓기 위해 노력하며, 반짝이려 애쓰는 자신의 12번.
경기 후에 자신이 그 시계를 바라보는 모습이 찍힌 부분도 확인했다. 퍼뜩 생각난 것이 있어, 시계의 불빛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그리고 밝기를 올린 후, 뒤돌아서서 거실에서 셀카를 찍었다.
흐릿하게나마 시계의 숫자 12가 빛나는 모습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상욱과 정예성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저 형 또 뭐하냐…”
“하루 이틀도 아닌데요. 뭐…”
그리고.
아침.
“저 형 또 하냐…”
“하루 이틀도 아닌데요…”
눈 뜨자마자 거의 같은 자세로 셀카를 찍는 민승기를 보고, 두 객식구는 어제와 거의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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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연승을 기록하면서, 오션스의 시즌 승률은 정확하게 8할이 되었다.
역대 KBO 최고 시즌 승률은 1985년 엔진스의 0.706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1906년 시카고 컵스의 0.763.
전체 시즌으로 따지면 40%가 조금 안 되게 소화했기에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이 정도로 인상적인 승률이라면 남은 경기에서 어느 정도 부진한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호성적을 내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물론, 시즌은 아직 절반 이상 남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팀 전력은 조금씩이나마 탄탄해지는 중이다. FA 영입도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줬고, 트레이드도 요소요소 잘 보강된 데다가 기존 전력들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당연히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이번 14연승을 거두며 달성한 8할 승률만 보더라도 팀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투수가 부진해서 점수를 좀 내준 날이면 타자들이 만회해주고, 타격 컨디션이 별로라 점수가 안 나면 투수들이 막아준다.
어쩌면 이게 그냥 운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투타 밸런스를 모두 운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장태영은 좀 어때?”
승리와 연승, 그리고 8할 승률에 대한 대화 끝에 유리에게 던진 내 질문이었다.
유리의 표정이 약간 아리송하다.
“글쎄. 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
메테오스 일정이 끝나고, 내야 유틸리티맨 남승현이 1군 로스터에서 말소되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장태영이 등록되었다.
“뭔가 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말을 안 들어?”
“듣긴 듣는데 제대로 하는지는 모르겠네. 좀 더 지켜봐야지.”
개선이 안 되더라도 크게 타격까지는 없다. 반대급부가 팀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는 선수였으니 더 그렇다.
최대 약점이 제구력이라고 한다. 그게 메테오스에서 1군에서 쓰지 못한 이유라고.
그것 외에도 꽤 사연 많은 선수인 듯하다. 박용재에게, 내 싱커를 가르쳐 줬으니 그 투수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니 충분한 정보를 알려줬다.
-박용재 : 갸?
-박용재 : 알고 보면 애는 착헌디…
알고 보면 착하다는 말은 대부분, 착한 걸 알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리고 오션스에서 꽤 많이 일어난 일이지만, 어딜 가나 있는 일 중 하나는 코치와의 불화다.
분명, 메테오스는 오션스보다 투수 육성을 잘 하는 팀이다.
하지만 육성 방향이나 여러 면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박용재 : 소문나면 내가 곤란헌데
-박용재 : 건우는 누구처럼 주둥이 대신 확성기 달고 다니는 타입 아니지???
특별한 이야기까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언더 스로우 투수나 사이드암 투수는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싱커나 서클체인지업 같은 역회전성 공을 장착하는데, 이 부분에서 투수 코치와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원래는 사이드암이었는데 점점 팔 각도가 내려갔다고.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면이 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연구가 필요한 투수일 것 같기는 하다.
당장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길게 보면서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슬라이더 봤어?”
“슬라이더?”
유리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물었다.
“포심, 커브, 서체 던지는 투순데?”
어쩌면 이게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지면에서 5cm 정도에서 형성되는, 극단적으로 낮은 릴리스 포인트.
그리고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변화무쌍한 슬라이더.
실제로는 존 안에 들어가는데 맞는 줄 알고 땅바닥을 구르는 타자의 영상이 화제가 됐던 선수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관심을 보였었는데, 좀 늦게 빛을 본 터라 나이가 많기도 했었고 부상 때문에 무산되었던 기억이 있다.
국제대회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었다. 제구는 그때도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한 이닝 내내 대놓고 존 안에 슬라이더만 던져대는데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지 못 했다.
다만 고집이 상당했던 투수인지라, 다른 구종 다 버리고 슬라이더만 던지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확신할 수가 없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투수 놈들이란.
개복치 같아서.
“조금 더 지켜보면서 여러 구종 한 번 던지게 유도해보는 게 어떨까?”
“그럴까…”
정답을 알고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 납득시키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어차피 나도 불펜 트레이닝 세션을 소화할 테니, 조심스레 접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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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전을 앞두고, 서울-창원-부산-인천을 이동하느라 약간 피로도가 쌓인 오션스는 훈련량을 조절했다.
그래도 불펜 세션에서는 투수에 따라 정상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몇 있었다.
국민성이 빠르게 돌아옴에 따라 불펜으로 다시 이동한 강건우를 포함해 어제 던지지 않았던 필승조 투수들.
거기에 장진석이나 김호진, 그리고 장태영까지.
강건우는 장태영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어떤 이유에서든 대부분의 선수가 먼저 다가왔다. 그런데 장태영은 강건우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 투수는 그냥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재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특히, 인터넷에서 자신을 두고 오가는 말들에.
메테오스 팬들은 자신이 떠난다는 말에 아쉽다는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션스를 조롱하는 팬들이 더 많았다. 쓸만한 대주자 내주고 데려가는 게 장태영이냐며.
투수 코치와 불펜 코치는 자신에게 부담을 주려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착 직후 그리 좋은 인상은 주지 못 한 모양이다.
포심 구속은 언더 스로우 치고는 140km/h 정도로 빠른 편이지만, 밋밋한 편이다. 제구도 안 좋아서 볼넷도 많이 내준다.
싱커는 도저히 안 맞아서 익힌 서클 체인지업도 위력적이지 않다. 메테오스 시절 투수 코치의 말로는 이건 서클 체인지업이 아니란다. 하긴, 던진 본인이 봐도 그냥 딱 치기 좋을 정도로 어설프게 들어오는 요상한 공에 불과했다.
커브는 각이 크지만 자꾸 우타자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올라갔다가 적절할 때 내려오지 않아 포수가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팔이 바깥으로 살짝 비틀리잖아요. 안쪽으로 힘줘서 팔뚝 잡아준다는 느낌으로 던져보세요.”
2년 차 강건우가, 프로 10년 차 불펜 투수인 장진석에게 슬라이더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옆에서 김정혁이 거들었다.
“습관이 무섭지. 안 고쳐지면 슬라이더보다 차라리 싱커 같은 거 던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
장태영은 물끄러미 자기 팔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말인지 안다.
선천적으로 팔이 바깥으로 잘 돌지 않는다. 아마추어 때는 이래도 괜찮았지만, 프로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역회전성 공을 던지기가 쉽지 않지만, 장태영 본인조차도 언더 투수는 그런 공을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여 있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묻기도 하는 팀 분위기는 조금 생소하긴 하다. 물론 오션스도 이런 분위기가 정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문득, 메테오스 언더 선발인 홍정수가 떠올랐다.
자기보다 한 살 어리지만 자신과는 다르게 구단 전체의 기대를 받고 있었고, 국가대표로 지난 올림픽에 출전해 꽤 성과를 보이며 군 문제까지 해결한 홍정수.
그나마 장태영은 여기에 자신과 비교될 만한 언더 투수가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뭘 해도 홍정수를 넘을 수 없었다. 넘기는커녕, 반의반만이라도 하라는 말이 얼마나 듣기 괴로웠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왜 지금 잘 나가는 오션스가 자기를 데려왔는지 이해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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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1번으로 나올까 봐 얼마나 걱정한 줄 아냐?”
타석으로 향하자, 바이킹스 포수 조용한이 능글맞게 날 반겼다.
국대 단톡에서 경기 전에 뭐랬더라.
권종이 메이저 가야 하니 오늘 그냥 얌전히 지나가면 안 되겠냐고 했었지.
그리고 오늘 선발인 김권종은 그 말에 얌전한 거랑 메이저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봐서 이 양반 속을 뒤집어 놨었다.
“3번으로 나와도 홈런 잘 칩니다.”
“투구 수 아끼게 허벅지 맞힐 건데, 그냥 얌전히 나가.”
“저 맞히면 대근이 형이 무쌍 찍을 건데 괜찮을까요?”
“요새 어린 것들은 무서워. 한 마디를 안 진다니까. 안 그래요?”
“니 선배들이 너 볼 때마다 그 말 했었지.”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포수와 심판이 나누는 대화가 꽤 친밀하다. 한국 야구판이 워낙 좁아서 그런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좋은 포수들은 수다쟁이인 경우가 꽤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박의현은 조금 선을 넘은 걸지도 모른다.
뭐든 과유불급이니.
어쨌거나, 오늘 선발 매치업은 김권종 대 앤디 가필드.
앤디는 이번 시즌 바이킹스전 세 번째 등판이다.
첫 등판은 6이닝 1실점 승리 투수가 됐었고, 두 번째 등판은 6.1이닝 2실점 패전 투수.
지난 시즌에는 2승 2패를 기록했고 개막전에서 김권종을 상대로 8.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김권종은 올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다. 가서도 애매해 보이는 투구 폼과 트레이드 마크인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가지고 잘 해낼 거다.
그래도 뭐.
절대 못 칠 공까진 아니다.
따악-!
정타로 맞지는 않았다. 살짝 빗맞았지만, 어느 정도 힘이 실린 타구가 내야를 꿰뚫었다.
조훈기와 서창열이 FA로 빠져나간 바이킹스의 수비력은 꽤 나빠진 편이다. 유격수 김만재가 분투하고 있지만, 서창열의 말에 따르면 성격이 워낙 온순한 편이라 다른 내야수들한테 쓴소리를 못 할 거라고 한다.
사실, 3루수가 첫 스텝을 잘 밟았으면 잡혔을지도 모르는 타구였다. 타구 판단이 좀 잘못되어 대각선 앞으로 달려드는 대신 뒤로 물러섰고, 김만재가 급히 달려왔지만 타구를 잡기는 무리였다.
김권종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냥 내가 2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가자 슬쩍 어깨를 털어냈을 뿐이었다.
우리 팀에는 슬라이더 잘 던질 줄 아는 투수가 거의 없는데.
김권종이 장태영한테 슬라이더 가르쳐 주면 좋겠네.
어떻게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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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도 하지만, 야구만큼 그 말이 잘 들어맞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연승이 끊어졌다는 말이다. 앤디는 아쉬워했지만, 자신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보다는 팀 연승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그래 보였다.
그건 좋은 모습이다. 패전을 떠안은 투수가 팀원을 다독이는 것만큼 패배의 후유증을 짧게 털어낼 수 있는 요소는 드물다.
언론에서도 오션스의 연승 행진이 끝난 걸 대서특필했지만, 최근 15경기에서 14승 1패를 했다고 욕먹을 이유는 없다.
다만, 팬들은 연승이 끊긴 것보다는 상대가 김권종이라는 데서 조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원래 김권종이 오션스 킬러로 유명했으니.
[김권좆이 또 ㅅㅂ] [저새끼는 우리 발목 잡는데 뭐 있는듯] [메이저로 끄지라 쫌] [점마 오션스 없었으면 메이저는 개뿔 그냥 평범한 투수였을듯]└그건 아님
└그건 니가
다음 경기는 이훈, 그리고 그다음 경기는 국민성이 경기에 나선다.
사실, 연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144연승 같은 건 있을 수가 없다.
중요한 건 연승이 끝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후니후니이이잇! 이제 기록은 모두 사라졌다! 부담감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아앗!”
“그, 그렇다아아앗!”
“모든 것은 새롭게!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연승은 후니후니부터! 우리가 누구!”
“각설이이이이!”
“그렇다! 이 상황이 우리와 딱 맞다! 우린 두려울 것이 없다!”
“으아아아아아앗!”
박의현은 본능적으로 이런 상황이 투수에게 부담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이 코앞에서 소리를 빽빽 질러대면 정신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이훈이 정말로 저 말을 믿기를 바랄 뿐이다. 연승 가도를 달렸고, 이번에 지면 순식간에 연패가 된다.
휴게실에서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걸 듣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의 장태영을 발견했다.
“어, 원래 저래요.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이상한 사람이 맞긴 한데 좋은 면이 또 많아서…”
내가 말해놓고도 이게 무슨 말인지.
장태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내 연극 동아리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지?”
하긴 그렇게 보일지도.
“그냥 뭐…자신감 북돋는 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장태영의 표정이 더 이상하게 변했다.
이런.
이 팀에 미친 놈들이 가득하다는 비밀을 들켜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