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2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28화(228/385)
무슨 반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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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이 던지고 국민성이 복귀해 선발로 등판하는 동안, 장태영은 한 번 등판해 0.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 언더 스로우 투수나 사이드암 투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내게도 익숙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자로서는 내가 조금 낯설다고 해서 그런 투수들을 상대했을 때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이드암이나 언더 스로우를 상대할 때, 궤적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어차피 사람이 던지는 공이다. 릴리스 포인트가 낮고 무브먼트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물리 법칙을 벗어나진 못한다.
다만 내 생각인데, 언더 스로우로 던질 거면 그렇게 던지는 이유와 강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투수들은 팔 각도를 낮게 해서 던지는데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냥 그게 더 편하거나, 혹은 오히려 그렇게 던졌을 때 구위가 좋을 수도 있으니.
야구가 재밌는 점은 정답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아무튼.
장태영은 던질 때, 타자를 압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마 대부분의 투수들이 그럴 것이다.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쉬운 일이다.
패스트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파울을 끌어낸다. 그걸 두 번 하고, 날카로운 변화구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면 만사 해결이다.
그런데 세상일이 그렇게 다 쉽게 풀릴 리가 없다. 패스트볼이 타자들이 가장 좋은 공인데도 투수들이 그 공을 던지는 것은, 이 공이 가장 제구하기 좋기 때문이다.
포심의 구위가 안 좋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형 패스트볼을 장착해 피장타율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구까지 안 좋으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훈 이야기이긴 한데.
아무튼, 장태영의 0.2이닝 2실점은 보이는 것보다 내용이 더 안 좋았다.
볼넷, 안타, 볼넷을 차례로 주며 만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교체되었다.
김정용 선배가 등판해 희생 플라이를 하나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에게 병살을 유도하며 불을 껐다.
이런 경기 내용이면 그게 누구라도 고개를 들기 힘들다. 하지만 그 최악의 피칭을 했음에도, 우리 감독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팀을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라고 말했더니 장태영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대.”
유리가 살짝 코를 찡그렸다.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 정유리가 단장한테 저 투수 꼭 데려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대…”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강력하게 주장까지는 아닌 거 같은데…”
“천재 코치 유리 누나가 콕 찍었으면, 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해야지. 인생을 확 뒤바꿀 기횐데 말이야. 안 그래?”
“하지마…”
조금 부담감을 느끼나?
“부담돼?”
“부담 안 될 수가 없지…”
“장태영이 뭐라고 했길래?”
“울던데…”
“울어?”
“고맙대…”
“고맙다고?”
“전부 다 자기 포기했는데 일면식도 없는 자기한테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대…”
유리의 눈가에 물기가 고이고 있다.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뭔가 연민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거, 그놈 안 되겠네.”
“왜?”
“어디 임자 있는 여자한테 그런 식으로 작업을.”
“장태영 애도 있어.”
“뭔가 뭉클하네.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겠다.”
유리가 내 말을 듣고 히히 웃었다. 그리고 휴지를 가져와 코를 킁 하고 푼 다음 다시 입을 삐죽대더니 말했다.
“아니 뭐, 그냥…데려와서 망해도 별로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응. 이제까지 선수들을 숫자로만 봤는데 다들 사연이 있겠구나 싶어서 괜히 미안해져가지고…”
야구는 때로, 굉장히 잔인하다. 로스터는 한정되어 있고 구단은 유리의 말대로 선수를 숫자로 판단한다.
“오늘 자기 아들이 나한테 편지 썼다고 갖다 주더라.”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들은 자신이 성공할 거라 믿고 입단하고, 그렇게 계약한 만큼 누군가는 직장을 잃어야 한다.
“시키는 거 다 하겠대.”
“잘됐네.”
“뭐가?”
“슬라이더 던지라고 해.”
“슬라이더가 진짜 해결책이 될까?”
“응.”
“안 되면 어떡해?”
꽤 많은 말이 함축된 질문이다.
글쎄…
솔직히 그렇게까지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그건 자기 일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유리의 글썽이는 눈을 보고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그, 음…거, 진짜 안 되면, 그래. 음. 내 개인 트레이너라도 고용해서…”
“왜?”
응?
이게 아닌가?
“그렇게까지…? 하긴. 장태영도 네가 데려오면 좋겠다고 했었지?”
내가 좀 오버했나보다.
“그냥 잘 하게 옆에서 많이 도와줄게.”
“응. 슬라이더 던지게 했다가 잘 안 되면 네 책임.”
“내 책임이야?”
유리가 배시시 웃었다.
이 표정을 보고 다른 말을 할 수는 없지.
“농담이야, 농담. 휴. 내가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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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나 사이드로 연습 삼아 던져본 적은 있다. 아니, 있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진지하게 시도해본 적은 없다. 그냥 최적의 팔 각도를 찾는 과정에서 몇 번 시도해본 것이 다다.
확실히, 이런 자세는 허리를 포함해 신체 여러 부위에 무리가 간다. 스크루볼을 주 무기로 던지던 투수의 팔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었다던 말이 떠오른다.
아무튼, 내가 언더 스로우 폼을 잡고 있는걸 본 김정혁이 말했다.
“야. 이제 투타 겸업도 모자라서 언더로도 던지려고? 좀 지나면 양손 투구까지 하겠다?”
양손 투수를 해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기는 했었는데. 밸런스 잡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포기했었지.
“아뇨, 그냥 스트레칭 중입니다.”
“그게 스트레칭?”
김정혁이 이상한 표정으로 웃었다.
“너 언더로 던지면 구속 얼마나 나오냐?”
“글쎄요.”
“그래도 150은 나오겠지?”
“뭐, 구속이 중요한가요.”
“공 느린 놈들이 하면 자학개그인데, 공 빠른 놈이 그런 말 하면 느린 놈들한테 모다구리 맞는 거야.”
사실, 김정혁이 맨날 하는 말이다.
김정혁은 구속이 140km/h 초반에 형성된다. 제구가 굉장히 좋은 편은 아닌데 구속이 일정하다. 포심의 90%가 141~144km/h 사이다.
포심과 슬라이더만으로 성공적인 FA 계약까지 따낸 선수.
음.
뭔가 힌트가 있을 것 같은데. 마침, 장태영이 불펜 세션에 들어왔다.
“근데 슬라이더만 던질 때도 있잖아요.”
“어. 그렇지.”
“좀 여쭤봐도 돼요?”
“네가? 나한테?”
어이없다는 듯 웃은 김정혁은 뭐든 물어보라고 했다. 하긴, 내가 다른 선수들한테 노하우를 물어본 적이 없었지.
생각해보면 코치한테도 마찬가지였고.
“왜 슬라이더만 던지시는 거예요?”
김정혁이 묘하게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야.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잡히는 대로 던질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아니, 포심 아예 안 던지고 슬라이더만…”
“그야 뭐.”
김정혁은 코웃음 비슷한 걸 치더니 말해주었다.
“포심 던지면 맞을 거 같아서.”
“아.”
“다들 너처럼 포심 던지진 못한다니까? 그리고, 슬라이더라는 공이 좀 그래. 운 좋으면 절대 안 맞을 수도 있다. 운 나쁘면 뭘 던져도 마찬가지고. 솔직히 눈 감고 던져도 비슷해. 나 같은 놈들은.”
그러니까, 그냥 포심이 맞을 거 같으면 눈 감고 슬라이더만 던진다?
기도 메타가 이런 건가?
좀 특이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나로서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근데 그러고 보면, 이게 장태영에게 필요한 모든 것 같기도 하다.
이게 존에 들어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슬라이더만 던져대던 사람이 바로 저 투수였으니까.
아무튼, 우리 대화를 장태영도 듣고 있었다. 유리 말을 다 듣겠다고 했고, 유리가 슬라이더를 던져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을 테니, 뭔가 느끼는 게 있을지도.
뭔가 묘한 책임감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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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됐다.
그 말은, 각 팀의 팬들이 싸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오션스, 엔진스, 불도저스, 바이킹스, 다이아몬즈가 이스턴 올스타.
메테오스, 파이러츠, 엔젤스, 선더버즈, 아이언스가 웨스턴 올스타로 나뉜다.
이 싸움의 특이한 점은, 같은 그룹으로 묶인 팀들 간의 싸움이 살벌하다는 것이다.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을 올스타로 뽑아주고 싶어 한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종종 다른 그룹의 팀들끼리 동맹을 맺기도 한다.
[메)자연재해 동맹 파워 한번 보여줘야 안 되겠음?] [아)야 솔직히 쟤들보단 우리가 더 머릿수많음 우리랑 같이 가자] [엔젤스 갤러리 일동은 오션스 대 엔젤스의 한국시리즈를 염원합니다] [선)형들 우리 사이 나쁘지 않잖아?] [파)마 우리가 남이가]오션스는 원래부터 팬이 많기로는 손에 꼽는 팀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부터 호성적을 기록하며 야구를 끊었던 팬들도 많이 돌아왔다.
어차피 한국 올스타전 투표는 인기투표일 뿐이라며 큰 의미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정말로 인기투표기에, 확실히 머릿수 많은 쪽이 유리하다.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오션스 선수들을 이스턴 올스타로 줄 세워버린 화력이 그걸 증명한다.
그러다 보니 오션스는 이 시기에만 타 팀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같은 이스턴 올스타팀의 팬들과는 싸움이 벌어진다.
[미친새끼들아 양심적으로 3루수는 서우주 줘야하는거 아니냐? 이시욱 뽑은 새끼들 양심 ㅇㄷ?]└노-루
└노루가 왜 씨발놈아
[그래 승기 뽑는거 ㅇㅋ 근데 솔직히 박의현이 조용한 제끼는건 좀 아니지 않냐?]└왜아님?
└꼬우면 투표 열심히 하라고 ㅋㅋ
[솔직히 너네 다이아몬즈 한 명이라도 밀어줘야된다 인간적으로]└왜?
└ㅆㅂ너네가 우리한테 털어간게 얼만데
└ㅎㅎ
└빠개지말고 시발
└그래서 누구 밀어주면 됨?
└홍석헌
└걘 별론데
└옛정도 있으니 박은수나 밀어줄까?
[좀만 나눠먹자 미친놈들아 혼자 다 처물라고???]└어디서 왔음?
└엔진스
└흠 엔진스라
└미안한데 너네 뽑아줄 놈 진짜 없다
└아니 이현동 거르고 노경우나 백준섭 거르고 박의현은 진짜 양심 터진거 아니냐고
└응 양심 터졌으니까 꺼져
└ㄹㅇㅋㅋ우리 양심 다 터짐 ㅋㅋㅋㅋ
일단 올스타 투표 초반은 오션스 일색의 이스턴과 메테오스, 아이언스, 엔젤스가 나눠 먹은 웨스턴으로 갈렸다.
-정조준 : 솔직히 내가 오션스였으면 역사상 최다득표 나왔음
좌익수 부분 2위를 달리고 있는 정조준이 투덜댔다. 현재 좌익수 1위는 메테오스의 복현성이다.
-민승기 : 억울하면 오션스 오든가
이스턴 선발 투수 1위 민승기.
사실, 감독들은 특히 투수가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을 그리 안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몇 구 안 던지더라도 어쨌거나 투수가 던지려면 몸을 만들어야 한다. 투수가 그냥 마운드에 올라간다고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 준비에도 꽤 체력이 소모된다.
-조용한 : 야 준섭아 난 올해 쉴란다 니가 나가라
-백준섭 : 지금 밀릴까 봐 밑밥 까는거여?
박의현에게 밀려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국가대표 포수진 조용한과 백준섭이었다.
-정부원 : 창열이 형님 왜 오션스 오셔가지고…
-배영한 : 창열이 원래 이스턴이었잖아
-정부원 : 바이킹스였으면 제가 이겼을 것 같은데요ㅎㅎㅎㅎㅎ
-민승기 : 그럼 오션스 중견수가 1등하고 둘이서 2위 싸움 했겠지
-정부원 : ㅠㅠㅠ
-백준섭 : 오션스 줄세우기 무섭다 무서버
-정조준 : 이게 야구입니까?
-정조준 : 아니 숫자만 많으면 장땡이야?
-강건우 : 응 장땡이야
-강건우 : 대타로나 나오시지
-정조준 : ㅎ ㅏ…
-손용기 : 조준이 뭐 언제는 올스타 그거 안 나가는게 더 낫다고 경기 뛸 시간에 하체 한 타임 더 조진다더니
-정조준 : 아니 용기 형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밀리는게 이해가 안 가서 그래요
-강건우 : 왜케 이해 못 하는게 많아?
-정조준 : 마 죽고십나…
어쨌거나.
이벤트 전이고, 인기투표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중에도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하며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강건우였다.
아무리 팬심이라도 강건우 외의 유격수를 고르자니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강건우 : ㅋㅋㅋㅋ조준이 형이 내 득표 이기면 내가 파이러츠 가서 최저연봉으로 은퇴할 때까지 뛴다.
-정조준 : ???
-김권종 : 조준아 불가능하니까 그런 내기 하지 마
-정조준 : …
-정조준 : 저 한다고 안 했는데요…
한동안 시끄러울 예정이었다.
어떤 오션스 팬들은 강건우를 유격수로만 국한시키지 말고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 카테고리에도 올려달라고 주장했지만, 휴 브레드먼 감독의 인터뷰 이후 그런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휴 브레드먼 오션스 감독, ‘올스타전 좋지만, 강건우가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등판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아직 명단이 확정되려면 몇 주가 남았지만, 특히 강건우와 다른 유격수들 간의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옥시경 : ㅎㅎ저는 그냥 올스타전에 여친이랑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정조준 : 아니 형 아직 안 늦었서
-정조준 : 강건우 잡아야지
-옥시경 : 조준아…
-옥시경 : 말같은 소리를 좀 해…
-정조준 : ;;;
-정조준 : 아니 오늘 파이러츠 나 돕기는 커녕 왜케 딜을 넣지?
-강건우 : 나 같아도 그러고 싶겠다
-정조준 : 야
-정조준 : 나와 ㅅㅂ
-강건우 : 나 지금 광주에 있는데 오든가
-정조준 : 넌 뒤졌다 ㅅㅂ
-강건우 : 10분 기다린다
-조용한 : 조준이 넌 왜 맨날 건우한테 되로 주고 말로 받냐?
-강건우 : 저는 그래서 조준이 형이 좋아요
-강건우 : 사람이 한결 같잖아요
-정조준 : 그거 존경한다는 말이냐???
-정조준 : 요 새끼 이거 부끄러움 타네 은근히 ㅎ
-강건우 : ㅋ
-정조준 :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