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6화(26/385)
야구는 즐겁고 힘차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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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의 아버지인 강현재의 직장 동료 중에는 야구 팬이 많았다.
그 야구 팬의 절반은 오션스 팬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강현재와 같이 오션스에서 파이러츠로 갈아탄 사람들이었다.
원래 강현재는 파이러츠 파의 행동대장 같은 인물이었다.
그래서 요즘 입지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강차장님. 실망입니다…”
“김대리. 넌 또 왜 그래?”
“아드님이 오션스에서 아주 날아다니던데요?”
“오션스가 꼴찌 해서 우리 아들 데려갔는데 내가 뭐 어쩌겠냐.”
“조금만 못 하라고 하시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다른 오션스 팬이 끼어들곤 했다.
“지금 걔 하는 거 봐라. 고등학교 때 일부러 살살한 거 같던데?”
최근 몇 년 새, 직장 내 오션스 팬들은 파이러츠 팬들에게 완전히 짓눌려 있었다.
물론, 객관적 전력은 파이러츠가 앞선다. 파이러츠의 현재 순위는 5위지만 아직 네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야, 김대리. 그리고 우리 강차장이 설마 아직 파이러츠 응원하겠냐? 아들이 오션스에서 대박 치고 있는데, 어?”
“너무하십니다. 저희 1차 지명자는 바로 팔꿈치 수술 들어갔는데…”
“그러게 누가 걔 뽑으래?”
“원래는 우동석 뽑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오션스가 드래프트에서 작전 걸어서…”
“프로 세계에선 속는 놈이 나쁜 놈이야.”
사실, 강현재도 말만 안 했다뿐이지 오션스로 다시 넘어갔다. 아들이 오션스 유니폼을 입었는데 어쩌겠는가.
“어, 강 차장! 우리 건우 오늘 컨디션 어때 보이던가?”
“아, 상무님. 아들놈 오늘 좋아 보였습니다. 밥도 많이 먹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이쿠, 듣기만 해도 반가운 소리네. 우리 건우는 참 착실해서 좋단 말이야.”
“건우가 효자이기도 하답니다.”
“들었어. 계약금 받자마자 강 차장 건강검진부터 끊어줬다며? 우리 아들놈은…어휴.”
회사의 오션스 팬들에게는 이미 ‘우리 건우’가 되어 있었다.
아내도 야구에 제대로 관심을 가져 자기 없이도 야구를 보러 다니고, 직장에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아들 칭찬을 늘어놓는다.
“흐흐. 상무님.”
“응?”
“건우가 티켓 열 개를 보내줬는데, 오늘 어떠십니까?”
“강 차장.”
“예.”
“자넨 우리 회사의 희망이야.”
비슷한 일은 정유리의 아버지인 정종석의 직장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정 부장님! 따님이 강건우 여자친구라는 게 사실입니까?”
“아, 우리 딸내미? 건우가 아주 죽어 못 살지.”
“요새 완전 오션스 여신 취급 받던데요?”
“안 그래도 골치야. 마누라랑 같이 야구 보러 다니는데 싸인도 받아가더라니까?”
“안 그래도 사모님께서 전설의 그…”
“사직동 쌍깃발?”
정종석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썰을 풀었다.
“내가 그 깃발에 맞고 나서 마누라랑 연애를 시작했지.”
“오. 정말입니까?”
“말도 마라. 그때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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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선수가 기본과 특출함 사이에 있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예전에는 그게 재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훈련 방식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훈련은 보통 지루하다. 그래서 유리는 유소년 야구 선수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유리의 프로그램은 엄청나게 다양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훈련 하나하나가 퀄리티가 높은 건 아니다.
다만, 훈련에 익숙해질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방식이 바뀌는 거다.
오른쪽으로 오는 타구를 처리하는 내야 수비 훈련을 하게 되면, 타구의 속도와 방향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훈련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훈련에 익숙해지면 착시 효과가 생긴다. 실전과 훈련은 명백히 다른데도, 훈련 상황에서만 문제를 잘 해결하게 되면 변수가 수없이 많은 실전에서는 영 다른 모습을 보이기 쉽다.
반복된 훈련에 선수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고, 실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아…과제 짜증 나!”
사실, 그게 회귀 전에 유리가 고안한 특출난 개념은 아니다. 유리도 남미의 유소년 축구 훈련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었다.
유리는 이론보다는 현장에 강하다.
그리고 내가, 지금의 유리가 아직 생각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서 유리의 발전 기회를 뺏을 생각도 없다.
어차피 유리는 스스로 이 방법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잘 안돼?”
“완전 밀렸어…”
유리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슬쩍 보아하니, 유소년 스포츠 육성 방법에 관한 내용 같았다.
나는 이훈 선배가 매우 진지한 얼굴로 조금 오글거리는 말을 잘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브라질 유소년 축구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흠.”
“…”
“흐으음.”
“방해돼? 끌까?”
“흐으으으음. 아니.”
아주 작은 힌트를 주는 것 정도쯤은 괜찮지 않을까?
유리는 정신을 반쯤 놓은 채 다큐멘터리에 집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 사다 줄까?”
“응.”
안 물어봐도 아이스 돌체라떼에 샷 하나 추가다. 이거 갖다 주고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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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 우리는 시즌 개막 후 첫 패배를 맛봤다.
전에 말한 대로, 이현호라는 투수는 좌완이라는 것 외에는 메리트를 찾을 수 없는 선발 투수다.
공 느리고 구위 약하고 제구가 잘 안 된다. 그렇다고 멘탈이 강한 것도 아니고, 어느 한 구종을 특출나게 잘 던지는 것도 아니다.
포심은 여지없이 두들겨 맞았고 체인지업은 홈런을 맞았다. 커브는 땅에 처박혔고 슬라이더는 밋밋하기만 했다.
감독의 표정이 심각했다. 독심술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감독이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다.
‘저게 프로라고?’
투수 코치가 실전에선 잘 한다고 이현호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적극 밀어준 것으로 안다.
체격 좋은 좌완 투수라면 환장하는 코치들이 꼭 있긴 하다.
“오늘은 현재일 수도 있고 미래일 수도 있지만, 과거일 수도 있다.”
감독은 지나간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그래도 4승 1패를 거두는 중이니. 메테오스가 5연승을 달렸다고 한다. 우리는 2위로 내려앉았다.
어쨌거나 분위기는 괜찮았다. 양대근 선배도 곧 출장 정지에서 돌아올 테니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집에 왔을 때, 아버지가 살짝 풀 죽어 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어. 건우 왔냐. 고생했다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 무슨. 내일 선발 가필드지?”
“예.”
“가필드 컨디션 어떠냐?”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래?”
아버지가 반색하셨다.
“다시 오션스 팬 하기로 하신 거예요?”
“팬은 무슨!”
어머니가 옆에서 아버지를 보고 웃으셨다.
“너네 아빠 오늘 봉다리 머리에 뒤집어쓰고 춤추더라.”
“뭐? 어떻게 알았어?”
“TV에 나오던데? 해설자가 강건우 아버지라고 설명도 해줬어.”
“어쩐지 종석이가 메신저로 웃더라니…”
사실, 알고 있었다. 유리가 TV 중계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줬었다.
“뭐 어때요. 아들 응원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
“오션스 팬들한테 박쥐 취급받았었는데 이제 파이러츠 팬들한테 박쥐 취급 받을까 봐 그래.”
“박쥐라니!”
아버지가 버럭하셨다.
이런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다. 다시 살아보니 예전과 다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아버지.”
“응?”
“가필드 유니폼 갖다 드릴까요?”
아버지는 타자보다는 투수를 좋아하시는 편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항상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셨다.
“아니. 필요 없다.”
“왜요?”
어머니가 이번에도 크게 웃으면서 말씀해주셨다.
“너네 아빠 오션스 유니폼 필요 없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지?”
“네.”
“아, 여보. 비밀!”
“달라고 하기 좀 그랬는지 가서 네 유니폼 샀더라.”
“아빠가 아들내미 유니폼 사는 게 뭐 어때서!”
솔직하지 못한 분인데, 사실은 솔직하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나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솔직하게 말씀하실 줄은 아시니까.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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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선수 출신으로, 현역 시절에 탑클래스의 선수는 아니었으나 꽤 오래 뛰었던 이재윤은 사직 구장 앞에서 치킨 가게를 하고 있었다.
오션스에서만 14시즌. 대부분 불펜으로 나왔고, 14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4.87을 기록했던 이재윤의 치킨 가게는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였다.
“사장님. 그냥 현역 복귀하시면 안 돼요?”
“그래 버릴까요?”
“불펜 좀 어떻게…”
“흐흐. 그래도 잘 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뭐로 드릴까요?”
“홈런 맛 볼넷 맛 반반 주세요. 적시타맛 소스 두 개 추가요.”
“예! 볼넷 홈런 반반 치킨 나갑니다! 적시타맛 소스 두 개 추가!”
그다지 뛰어난 투수가 아니었음에도, 오션스 팬들은 현재의 불펜 상황을 보고 이재윤을 그리워할 정도였다.
[치킨집 사장님 복귀시켜도 지금 불펜보단 나을 듯]ㄴㄹㅇ
ㄴ홈런은 존나 맞았어도 볼질은 안했던 성님…
ㄴ그립습니다…
ㄴ이놈들 암재윤 욕했다는거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ㄴ아 ㅋㅋㅋㅋㅋㅋ 옛날 떠오르네 ㅋㅋㅋㅋㅋㅋ 연쇄허용마 ㅋㅋㅋㅋ
ㄴ솔직히 이재윤 지금 복귀해도 불펜 넘버 포 정도는 될듯
ㄴ근데 고은태랑 불펜투수 트레이드 썰 있던데??
ㄴ불펜??????
ㄴ이윤호 안되냐???
ㄴ양심터진 새끼야 이윤호 받아오려면 강건우는 내놔야지
ㄴ강건우 데려가려면 느그팀 주전 다 내놔야함
ㄴ고은태 안사요
ㄴ고은태면 김재욱이랑 바꿔줌
ㄴ미친놈아 그래도 고은태는 풀타임 2루수 가능한 자원인데 김재욱은 좀 아니지 않냐?
ㄴ너네팀 불펜에 김재욱보다 나은 놈 몇 명이나 됨?
ㄴ세명??? 두명인가
ㄴ그정도면 충분한듯 ㅎㅎ
오션스가 포수와 불펜 투수를 원한다는 것은 동네 꼬마도 아는 사실이었다. 사실, 수준급 포수와 불펜 투수는 어느 팀이나 원한다. 그만큼 전력 보강이 쉽지 않았다.
이재윤의 치킨 가게에는 미리부터 포장하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실력이 어쨌건 현역 시절부터 성실함 하나는 정평이 난 사람이었고, 자신만의 치킨 소스를 개발해 현역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은 삼삼오오 야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은 강건우에 대한 이야기였고, 종종 노경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노경우 발 진짜 빠르던데.”
“수비는 좀 불안하지 않나?”
“고은태는 왜 안 쓴대?”
“양대근 복귀 얼마나 남았냐?”
그런데 그 중,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팬 하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와! 씨바!”
“뭔데?”
“와 욕합니까?”
그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고은태 아이언스 갔답니다!”
“뭐라고?”
“트레이드?”
“누가 오는데?”
남자가 스마트폰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박의현!”
“박의현?”
“아이언스 백업 박의현?”
“머고! 우리도 포수 생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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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돌잔치 때 오션스 유니폼을 집었던 남자, 박의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의현입니다!”
예상대로 고은태가 트레이드되었다. 그것도, 이틀 전에 우리와 경기하다 2루수가 부상을 입은 아이언스로.
꽤 활기찬 사람이 왔다. 누군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래도 포수라고 하는데, 기존 포수보다는 낫지 않을까.
아무래도 아이언스와 3연전 도중에 트레이드 하는 건 부담스러우니 끝나자마자 발표된 것 같은데.
2004년생의 젊은 군필 포수라나.
그런데 박정신 FA 때 아이언스에서 보상선수로 건너온 불펜 투수 장진석 선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박의현…”
“앗! 진석 형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형님을 다시 뵙는 날을 학수고대해왔습니다!”
“너 아이언스 입단할 때는 돌잔치 때 아이언스 유니폼 잡았다고 했었지 않냐?”
“형님! 영혼의 배터리는 서로의 사소한 단점을 서로 감싸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장진석은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영혼의 배터리? 너 나랑 실전에서 호흡 맞춰본 적도 없잖아.”
“꼭 해봐야만 아는 건 아닙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션스 선배님들! 후배님들! 저는 박의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스타일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오션스 선수들도 재밌는 놈이 들어왔다는 반응이었다.
-유리 누나 : 박의현 왔다고?????????
-유리 누나 : 와
-유리 누나 : 드디어 우리도 포수 생겼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 어떤 포수야?
-유리 누나 : 타격은 몰라도 수비는 괜찮아
-유리 누나 : 오션스 포수 다 합쳐도 안 될걸??????
-나 : 오션스 포수 다 합치면 몇 점?
-유리 누나 : 9점?
-유리 누나 : 100점 만점에
유리는 오션스한테는 꽤 냉정하다.
실력이야 뭐. 어지간한 포수라면 우리 팀에서 충분히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언스 2루수가 3개월 정도는 못 뛸 정도로 크게 다쳤다더니 그 덕에 괜찮은 포수를 데려온 걸지도 모르겠다.
아이언스는 포수 자원이 꽤 괜찮은 팀인데, 팀의 세 번째 포수라 출전 기회는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사람은 내게도 힘찬 목소리로 악수를 청했다.
“반갑다! 강건우! 정말 잘 하더라! 너랑 꼭 뛰어 보고 싶었다! 잘 부탁한다! 나는 박의현이라고 한다!”
모든 선수에게 꼭 같이 뛰어 보고 싶었다고 인사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 것 같다.
훈련 때도 의욕이 넘쳤다.
“포수 박의현 타격 훈련 시작하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파울을 치더니 이렇게 외쳤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전에 강한 타입입니다!”
그리고 다음 스윙으로 펜스를 맞히더니 곧바로 말을 바꿨다.
“연습은 실전처럼! 예! 아무래도 오늘 제 타격감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노경우가 조용히 지켜보다 내게 말했다.
“와…순식간에 내 캐릭터 묻히네…”
“부러우면 너도 저렇게 하던가.”
“진작에 할걸…”
“…”
“똑같이 하면 이상하겠지?”
“하지 마.”
“하…”
“이상한 거에 욕심내지 말고 펑고나 더 받아.”
“예예. 그럽죠. 말씀 받잡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