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4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46화(246/385)
야구는 포수 놀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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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오션스, 악재? 주전 포수 박의현 발목 부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부상으로 이탈.]이 소식은 꽤 청천벽력 같았다. 박의현 부상 1개월 이상 이탈?
최소한 7월 한 달을 통째로 날려 먹게 된 것이다. 회복 추이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생각보단 이탈 기간이 길었다.
“주상욱 요새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지, 어제 던져보니까 어땠어?”
“잘 받더라. 어쩔 수 없지.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긴 한데, 문제는…”
“문제는?”
“주상욱까지 다치면 다음 포수가…”
“아…”
이런 상황을 대비해 주상욱을 데려온 것이다. 박의현이 최근 물오른 수비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약간은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주상욱은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팀의 주전 포수였던 선수다.
기본적으로 장타를 때려줄 능력이 있어 타선에도 도움이 될 테고, 박의현과 비교하면 좀 그렇지만 수비 경험도 꽤 있다. 내 바람이기도 하지만, 큰 문제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주상욱은 진짜 다치면 안 되는데.”
유리의 근심 가득한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팀의 세 번째 포수인 조용수는 꽤 심각하다. 나름 열심히는 한다. 최소한의 자질이 있으니 프로에 지명됐을 테고, 그나마 팀에서 가장 낫기에 주전 포수 자리를 잠깐이나마 맡았겠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야구 지능이 좀 부족한 편이다. 포구에 집중하다 보면 떨어지는 공을 블로킹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빠른 주자가 나가면 도루 저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공을 다 잡기도 전에 송구 동작을 시작한다.
조금 급하게 어쩔 수 없이 주전 포수가 된 데다가 욕을 하도 많이 먹다 보니 멘탈이 나가버렸고 그 멘탈이 돌아오지 않았다.
2군에서는 공격형 포수놀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1군에 돌아와서도 그렇게 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열광적인 팀에는 종종 그런 선수들이 있다. 어쩌면 조금 편안한 분위기의 팀으로 옮기면 더 잘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워낙 성적이 엉망진창이었으니 다른 팀에서 데려갈지는 미지수다.
아무튼,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은 중요하다. 주상욱이라면 오히려 주전으로 나서고 싶은 욕심을 가진 선수니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여기서 주상욱이 좋은 활약을 한다면, 박의현과 출전 시간을 나눠 가지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주전 포수가 되고 싶어 하겠지만, 그게 팀에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홈 경기를 위해 돌아온 월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실내 훈련장에서 만난 주상욱은 어딘가 처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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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주상욱은 종이 몇 장을 들고 그걸 바라보다가, 강건우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 별 건 아니고…”
입술이 간지럽다.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던 말을 한숨처럼 토해내려다가, 기어코 붙잡았다.
“그냥 속이 좀 안 좋네.”
“승기 형이 밥 먹는데 이상한 소리 한 거 아니에요?”
씩 웃었다. 뭐, 그러긴 했었다.
그런데 그런 거로 속이 안 좋아지진 않는다. 그래도 민승기랑 함께한 지가 꽤 됐으니.
다이아몬즈 시절, 여러 가지 의미로 고독한 에이스였던 민승기와 단둘이 밥을 먹은 적도 많았다.
민승기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주상욱은 본인이 같이 밥을 먹어준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끊이지 않는 잔소리에도 앞자리에 앉아준 것은 주상욱의 순수한 호의였다.
“아니야. 괜찮아.”
그렇게 말하자 강건우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며 자리를 떴다.
주상욱이 쥐고 있는 종이는, 박의현이 보내준 자료였다.
구단 전력 분석팀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박의현이 손수 만든.
‘나는…’
솔직히, 박의현이 다쳤을 때 걱정하는 마음도 컸지만, 주전으로 나서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생각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의현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주상욱! 나는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될 것 같다! 내가 없는 동안 오션스를 잘 부탁한다! 그리고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든 자료를 보내줄 테니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상욱이 직접 만든 자료는 굉장히 꼼꼼했다. 이번에 받은 것은 오션스 투수들에 대한 자료였다. 그리고 다른 팀 타자들에 대한 자료는 다시 보내주기로 했다.
말하자면, 영업 비밀이나 마찬가지다. 어디 가서 돈 주고 구할 수도 없는, 박의현이 지난 시즌부터 쌓아온 자신의 역사.
이런 걸 선뜻 내주다니. 만약 자기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에 포지션 경쟁자에게.
한 번도 자신이 치졸한 사람이거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스스로 생각해도 그런 느낌이었다.
주전으로 몇 경기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내심 기뻐했던 본인이 부끄러워서.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억누른 채 박의현의 자료를 응시했다.
이런 걸 받았으니 한 글자도 놓칠 수는 없다. 이 노하우를 소화 못 시키면 더 나쁜 놈이 될 것 같았다.
‘이훈.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오직 포수 미트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특히 이훈이 등판할 때면 더 활기차게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문득 떠오른다.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 모습이.
‘시바. 못 할 게 뭐냐.’
내일 등판은 이훈이다. 주상욱은 필요하다면 각설이 타령이라도 같이 불러줄 각오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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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또 틀렸다. 월요일에 비가 오고 화요일 오후부터는 그친다고 하더니, 경기가 시작될 시간까지 비가 그치지 않았다.
예보만 믿고 경기를 준비한 선수들과 구장 관리 직원들이 모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그치겠는데.”
김정용 선배가 어깨를 돌리며 말했다.
“어쩐지 어깨가 그렇게 욱신거리더라니까.”
별 감정 없이 말했지만, 그 말이 조금 슬프게 들린 건…뭐.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행님. 비 언제 그칠 것 같습니까?”
노루 형의 말에 김정용 선배가 자기 무릎을 슬쩍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내일 밤?”
“와. 슬마요.”
“내일 밤 까지나요?”
“못 믿겠으면 내기 한번 해?”
“내기요? 함 하죠!”
김정용 선배가 노루 형의 말을 듣고 허허 웃더니 혼잣말을 했다.
“더 묻지 마라. 슬프니까…”
저 말이 맞는지는 지켜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 경기는 취소됐다. 오늘 우리 선발은 이훈이었고 내일 선발은 국민성이다. 내일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훈은 건너뛰고 국민성이 등판하기로 감독님이 결정하셨다.
경기 취소가 결정된 후, 바이킹스 선수들과 잠깐 마주쳤는데 조용한이 이런 말을 했다.
“아. 잔여 경기 편성 때 너희 만나기 싫은데.”
“그럼 그냥 기권해주셔도 됩니다.”
“뭔 소리냐. 솔직히 너네 승수 보면 너네가 포기해줘도 괜찮지 않냐? 우리 요새 힘들다, 건우야.”
올 시즌, 지난 4시즌 간 1-2-2-1위를 기록한 불도저스와 3-3-1-3위를 했던 바이킹스의 부진이 눈에 띈다. 두 팀 모두 FA 유출을 포함한 전력 누수 때문에.
뭐, 야구에는 원래 싸이클이 있는 법이다. 올라오면 내려가고, 내려갔으면 올라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냥 오션스 라는 팀이 이상한 거지.
내려가서 안 올라왔으니.
“내일 선발 누가 나와요?”
“내일? 아. 대훈이 선발 준비하고 있다. 각오해라.”
쉽게 알려주진 않을 모양이다. 바이킹스의 상징적인 마무리 투수 이대훈이 선발로 나올 리가 있나.
“저희는 제가 선발로 나갑니다.”
“아.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조용한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자기는 해놓고.
그건 그렇고, 주상욱의 표정은 여전히 결연했지만, 어제와는 좀 느낌이 다르다. 뭔가 심적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본인이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서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퇴근 전, 고뇌하는 포수 옆에 미친 투수가 팔짱을 끼고 사직 야구장의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비 오는 날의 사직도 운치가 있지…”
운치?
물 새고 역류하고 썩은 냄새 나고 난린데, 운치?
사람이 어디 한 군데 미쳐버리면 저렇게 되나 싶기도 하고.
쉽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극도로 사랑하게 되면 그런 경우도 있긴 하다고 인정할 수는 있다.
단점이나 그런 건 안 보이는 거지.
음.
유리가 나랑 살면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심각한 얼굴의 주상욱에게 승기 형은 나오는 대로 떠들어댔다.
“주상욱. 어쩌면 드디어 네게 빚을 갚을 기회가 온 걸지도 모르겠군.”
“예?”
“선불로 준 퍼펙트게임의 대가…”
“…”
“분명히 말하지만, 내 컨디션은 지금 만화 같다. 기대해도 좋다.”
만화 같은 건 컨디션이 아니라 형 말투가 아닌가 싶은데요.
승기 형은 이상하게 웃더니 자리를 떴다. 그리고 주상욱이 그 뒷모습을 힐끔 바라보고는 중얼거리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
“친구비로 받은거라고요…퍼펙트 하면 하나 더 내놔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주상욱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도 롤렉스 하나 내놓으라고 해. 친구 해주는 게 얼마나 힘든데…”
“형은 하나로 안 되겠는데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재워주니까…”
그래서 참는 거였구나.
우린 같이 웃었다.
“예성이 형은 롤렉스 안 준대요?”
“준다고 했는데 거부했어.”
“왜요?”
“왜겠냐.”
주상욱이 엇차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다들 고충이 많구나.
“뭐, 그냥. 롤렉스 주고 얼마나 더 괴롭힐 거냐면서. 그건 농담이고, 부담스럽단다. 재워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하긴 사람도 워낙 조용하고 진지한 편이라. 따지고 보면 오션스 정상인 그룹에 속한 소수의 사람이다. 김세완이 탈퇴했으니 한 자리 정도는 내줄 만하다.
“먼저 들어가. 난 운동 좀 더 하다 가려고.”
“운동 좀 도와드릴까요?”
“집에 안 가고?”
웃으며 분석실을 가리키자, ‘아’하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가 이런 날 일찍 퇴근할 리가 없다.
실내 훈련장에 남은 선수는 꽤 많았다. 비 와서 경기 취소됐다고 술 마시러 가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만 봐도 팀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기랄. 이게 뭐야? 휴식도 중요하다는 걸 누가 저 친구들한테 좀 알려줘!”
실내 훈련장 입구에서 그렇게 외치는 감독님의 표정도 꽤 밝아 보였다. 복잡한 마음이 드는 듯했다. 휴식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싫을 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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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후배님들! 동기들! 그리고 후니후니! 저 박의현을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 저는 괜찮습니다! 우기우기가 있으니 마음 놓으시고…!
다음 날, 노경우가 스마트폰으로 박의현과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박의현은 부상자면서도 힘이 넘쳐 보였고, 노루 형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우기우기는 낸데…”
구단 자체 방송에서 자기 입으로 우기우기라고 말했음에도, 아무도 우기우기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주상욱이 조금 부끄러운 얼굴로 뒤통수를 긁었다.
아직도 비가 오고 있다. 김정용 선배는 묘하게 승리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경기 안 하려나.”
어제 제일 먼저 사라진 선수는 대근이 형이었다. 형수님과 데이트를 했다는 모양이었다.
유리가 일 중독자처럼 일하고 있으니 이런 단점이 있다. 우린 언제 또 데이트하나. 다쳤다고 뻥 치고 올스타전에 놀아버릴까?
바이킹스는 오늘 선발로 김권종을 예고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화요일 선발을 그대로 내지 않을 모양이었는데, 어떻게든 경기를 잡고 가고 싶은 듯했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다가오는 와중에, 전반기에 어떻게든 경기 차를 줄이고 싶을 것이다. 후반기에 재정비한다 하더라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쉽지 않다.
-나 : 오늘 이대훈 선배님 선발이라고 하셨잖아요
-이대훈 : ???
-이대훈 : 내가???
-조용한 : 야
-조용한 : 그냥 한 말이지
-조용한 : 넌 니가 선발이래매 이 구라쟁이야
-백준섭 : 야 여긴 왜 비 안 오냐?
-백준섭 : 우린 왜 못 쉬냐?
-윤태호 : 형님 여기 돔구장이라 비 와도 합니다
-백준섭 : 나도 아는데 그냥 하소연 한 번 해봤다…
-정조준 : 형 언제 그렇게 늙었어요???
-정조준 : 체력 없어요???
-백준섭 : 야이놈아
-백준섭 : 너도 포수 함 해봐라 얼마나 힘든지
사실, 기상청이 실수한 것이 반갑다. 실수가 아니더라도 비는 왔겠지만.
체력을 조금이라도 비축할 좋은 기회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취소된 경기를 소화하게 되면 한 경기라도 더 박의현이 뛸 수 있을 테고.
오늘 경기도 결국 취소되어 버렸다. 팬들은 기상청을 욕했고, 김정용 선배는 날씨 내기를 한 노루 형에게 만원을 강탈했으며, 주상욱은…
“작년에 왔던.”
…
“음.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각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안 돼…
그 길로 가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