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4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48화(248/385)
야구는 포수 놀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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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언젠가 한 번은 스스로의 알을 깨고 나갈 기회를 잡는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다른 사실은, 자신을 막아 세우던 벽을 넘어섰다고 해서 그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 넘어서도 그 감각을 잊으면 안 된다.
인생의 큰 기회를 잡아놓고도 허무하게 날리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시즌에 잠재력을 터뜨린 것처럼 보인 선수가 다음 시즌이 시작되자 그런 것들을 다 잊은 것처럼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부지기수다.
그래도 한 번 해봤기에,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불타오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알을 탁 깨고 나온 선수는 호흡이 달라진다. 머릿속에 이걸 해야지, 저걸 준비해야지, 이런 생각을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거다. 거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그냥,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이니까.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기에 실수할 거라는 생각도 안 하는 것이다.
이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플레이와는 다르다.
파앗!
주상욱이 평범하게 포구한 후, 아주 자연스럽게 1루로 송구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깨가 엄청 좋은 포수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평균적인 수준보다 아주 조금 좋은 정도?
“아웃!”
그런데 바이킹스 최고의 주자 중 하나인 베테랑 김만재를 1루에서 잡아냈다. 딱히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적당히 리드 폭을 잡고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실전에서는 사소한 동작 하나가 결과를 좌우하곤 한다. 어쩌면 바이킹스 덕아웃에서 타자에게 좀 지켜보라는 싸인이 나왔을 수도 있다.
베테랑치고는 조금 치명적인 실수지만, 김만재가 조금 방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1루로 완전히 귀루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어가면서 헬멧을 벗어 열기를 좀 뺀 뒤 다시 쓰려 할 때 포수가 던진 공이 날아왔다.
운이라고 보기에는, 주상욱의 표정이 너무 자신감이 넘쳤다.
“우와아아아아아!”
“상욱아! 오늘 마 직이네!”
“주상욱! 주상욱! 주상욱!”
유리의 말이 떠오른다. 언제였더라, 기억은 정확히 안 나는데.
바이킹스 주자들 다리 몽둥이 다 부러뜨리고 싶다고.
유리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듣기로도, 이 팀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팀 중 하나였다고 했었다. 그런 것 때문인지 바이킹스를 잡을 때 팬들의 환호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만재가 허무한 표정으로 무릎 꿇고 앉아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원정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주상욱의 활약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이야긴데, 1회 말에 우리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4연타석 홈런 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냐고.
1사 1루에서 때린 내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좌익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고, 대근이 형의 타구가 내야를 뚫어내지 못했다.
김권종은 훌륭한 투수다. 내가 어떤 선수이건 간에, 함부로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라는 뜻이다.
울프팩이 풀스윙 세 번으로 삼진을 당했다. 노루 형도 삼구삼진으로 물러났다. 황석규의 옷깃에 공이 스쳐 사구로 출루한 상황.
주상욱이 살짝 말려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밀어 때렸다.
솔직히, 그게 넘어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스윙 자세가 완벽하지 못했고, 조금 빗맞은 느낌이었는데.
주상욱 본인조차도 눈을 껌뻑이며 ‘이게 넘어간다고?’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튼.
오션스의 원수 김권종에게 선취 투런 포를 때려내며, 지난 엔진스 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을 뽑아낸 주상욱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팬들의 환호가 빗발치고 있었다.
“주상욱! 주상욱! 주상욱!”
약간 얼떨떨해 보이는 주상욱은, 기분이 그래도 꽤 괜찮은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좀 당황스럽긴 한데…”
“기분은 괜찮죠?”
“좋긴 하네. 이러다가 실수 한 번 하면 쌍욕 퍼붓겠지?”
오션스 팬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좀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자, 주상욱이 아차 하고 말했다.
“야. 하긴. 넌 욕 먹어 본 적 없으니까 모르겠지. 이런 이야기는…”
두리번거리던 주상욱은, 오늘의 선발 투수를 찾았다.
“음.”
나는 그냥 웃었다. 국민성은 느린 구속과 다양하지 않은 구종, 그리고 높은 땅볼 비율로 인해 아직도 정당치 않은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야구가 원래 그렇다.
전반기에만 9승 2패에 평균자책점 2.46을 기록하고 경기당 7이닝씩 먹어치우는 선발 투수도 욕먹는 것이 바로 야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오션스는 그런 성향이 더 강한 팀이라서.
“저기 보다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오늘 사이좋게 삼진을 먹은 노노 브라더스가 시무룩한 얼굴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갱우야. 초코파이 물래?”
“저 전에 형이 주신 초코파이 먹고 병살 쳐서 안 먹을래요.”
“마. 초코파이한테는 죄가 없다. 그냥 니가 몬 하는 거지.”
“형도 못 하잖아요.”
“마!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이다 아이가!”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정신 좀 차리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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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과 김권종은 KBO를 대표하는 배터리다.
다이아몬즈 시절 민승기와 주상욱도 꽤 유명했다. 주상욱은 다른 투수들이 나올 때는 실수가 잦지만, 민승기와 호흡을 맞출 때면 수비력이 더 좋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젤스 차종윤과 정수호도 나름의 이름값이 있었다. 호흡이 잘 맞는 것도 있지만, 정수호 등판 경기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많이 때려내는 거로 엔젤스 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엔진스의 백준섭은 외국인 타자들과 호흡을 아주 잘 맞추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어쨌거나.
조용한과 김권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포수, 걔, 주상욱이. 응. 컨디션 너무 좋더라. 조심하자.”
“그래야죠. 오션스 진짜 강해졌다. 와.”
“왜, 너도 오션스 가게?”
“그럴까요?”
“야이 미친놈아.”
“아니, 승기 형이 오션스 오션스 노래를 부르거든요. 막 오라고.”
“메이저리그 안 가고 저길 가겠다고?”
“음.”
“왜?”
“오션스도 못 잡는데 메이저리그 가서 될 일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못 잡긴 누가 못 잡아! 잡아! 잡으면 될 거 아냐!”
“잘 부탁드려요, 형.”
“하. 요새 너랑 대화만 하면 왜 이렇게 속이 터지는 거 같지?”
“벌써 갱년기 오신 건 아니죠?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
“휴…”
김권종의 신인 시절이 생각났다. 눈치 없는 김권종을 영 마음에 들어서 하지 않는 베테랑들이 꽤 많았다. 어릴 때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던 조용한이 꽤 고생을 많이 했다.
아무튼, 그래도 미워할 수는 없는 놈이다. 꼭 야구를 잘 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조용한이 한숨 끝에 다시 말을 꺼냈다.
“야, 아무튼…아까 홈런 맞은 거 내 판단이 잘못된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미안하다.”
김권종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형이 왜 미안해요? 내가 공 잘못 던진 거지.”
“내가 그거 거기로 던지라고 했잖아.”
“아니에요. 형은 최고예요. 그냥 내가 잘못 던진 거 맞아요.”
다른 놈들은 그렇게 말하면 그냥 넘어가는데, 저놈은 꼭 저렇게 원치도 않은 금칠을 한다.
그리고 저놈은 속에 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FA로 바이킹스에 남기로 하고 도장을 찍기 직전, 먼저 메이저리그 가서 기다리면 자기가 따라가겠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해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형이랑 호흡 맞출 때가 제일 좋아서요. 다른 포수랑 하면 뭔가 공이 내 맘대로 안 가는 것 같다니까요.’
기본적으로 성격은 잘 안 맞지만, 서로가 서로를 최고라고 굳게 여기는 관계다.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조용한은 타자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야.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냐? 권종이 저놈이 좀 싸가지는 없어도 패전은 좀 면하게 해주자. 기왕 하는 거 승리 투수 챙겨주면 더 좋고. 악착같이 달려들어! 아직 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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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는 저력 있는 팀이다. 국민성은 7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투구를 했지만, 그 특유의 끈끈한 스몰볼로 이휘은에게 기어코 1점을 더 뽑아냈다.
김정혁이 교체되어 올라와 불을 껐지만, 다음 이닝에서 2사 만루.
위기 상황에 투입된 장태영은 조용한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다음 타자를 상대로는 삼진. 정말 모 아니면 도인 투수다.
그래도 주상욱은 장태영의 움직임 심한 공을 뒤로 흘리는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감독님도 담이 참 큰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태영을 투입하다니.
나도 홈런을 한 방 때렸다.
바이킹스 마무리 투수 이대훈을 상대로.
좌완 마무리 이대훈은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포심의 회전수가 워낙 좋은 편이고 써클 체인지업이 거의 싱커처럼 가라앉는다. 130km/h 후반대의 포심 평균 구속을 가졌는데, 타격 타이밍까지 체인지업과 구분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편이다. 최고 구속은 145km/h지만 오히려 좀 더 느리게 던지는 것이 더 헷갈리는 투수.
그래도 당연히, 사람이 던지는 공인데 때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히팅 포인트를 완전히 앞으로 당겨서 때려냈다.
이렇게 치면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범타가 나온다. 구위를 씹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스윙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힘 전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투수는 언제나 실점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아직도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타자라도 내 공을 칠 가능성이 있는 거다.
근데 이게 또, 그걸 알고 있더라도 마무리 투수가 블론 세이브를 저지르면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선수 개인에게도 그렇지만, 팀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용한이 사태를 수습했다. 다른 팀인지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보인다. 마운드에 올라가 이대훈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고는, 손가락으로 야수 하나하나의 위치를 다시 지정해줬다. 그리고 대근이 형은 그 시프트에 정확하게 걸려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오늘 경기는 무승부에 그쳤다.
패전 직전에서 다시 기회를 살려 기세를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몰아친 것은 바이킹스였다.
노루 형이 12회 초 2사 만루 상황에서 다이빙 캐치를 해낸 것은 연장전의 하이라이트였다.
“메가! 노루! 다이빙! 봤나! 마! 노갱우!”
물론, 어떤 팬들은 그 호수비보다는 잃어버린 기회를 탓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연장전은 하이라이트 급 호수비 퍼레이드였다. 바이킹스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어쩌면, 3연전 중 첫 경기에서 저렇게 나왔더라면 좀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가 우릴 도운 걸지도 모르겠다.
“4연타석 홈런 못 쳤으니 뽀뽀 금지.”
“어? 진짜?”
“내가 하는 건 괜찮지롱.”
무승부라 팬들 보기엔 좀 답답했을지는 몰라도, 뭐…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상욱의 날카로움이 경기 끝까지 유지됐고, 야수들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니. 우리가 못 해서 무승부가 됐다기보다는 바이킹스가 잘 해서 그렇게 된 경기라고 보면 되겠다.
뭐.
팬들의 의견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노루쉑 기회 다 잃어버리고 호수비 하나 했다고 포효하는 거 꼴 보기 싫으면 추천]└노루 팔고 누구 데려올 수 있냐?
└그냥 줘도 안 받아갈 듯
└그건 아니지 ㅅㅂ
└노루 주고 이동혁 데려오면 안 되냐
└이동혁이 누군데
└내 친군데 사회인 야구단 번트왕임
└씨발 쫌
└작년에 3루타도 다섯 개나 침
└아 쫌
[퍽동 투수 교체 타이밍 나만 빡침?]└투수 교체도 그런데 대타 대주자 내는 것도 졸라 답답함
└김지호 돌멩이 가서 존나 날아다니더라 ㅅㅂ
└아니 김지호 갔더라도 우리 대주자 낼 만한 선수 있는데 안 냄
└번트 엿 바꿔 처먹은 듯
[오늘의 양대근=폐급]└덩칫값 좀 제발
└시프트 걸리는 꼴 보면 속 터짐
└대놓고 기다리는데 거기로 치네 진심
└이대훈 멘탈 터졌는 데 범타 쳐서 도와줌 ㅋㅋㅋㅋㅋ
└FA 40년 40억 가능할 듯
[오늘의 꼴VP.txt]-2안타(1홈런) 2타점 견제 성공 1회 도루 저지 1회 국대급 포수 주상욱
└얜 ㅇㅈ함
└김권종한테 홈런 치는 포수 ㄷㄷㄷㄷㄷㄷ
└박의현보다 나은 거 같은데 어케 생각함?
└타구 시원시원하게 뻗드라
└아 ㅋㅋㅋㅋ 우리도 포수 왕국이라고 ㅋㅋㅋㅋ
└얘도 다치면 다음 포수 조용수인데 왕국은 시발 뭔 개소리임
└유사포수 들이밀지 말자
└조용수 아직 은퇴 안함?
└했을걸?
└조용수 2군 조용한임
└이름 한 글자 다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