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4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50화(250/385)
불같은 열정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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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재 : 오늘 건우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여???
-백준섭 : 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우 방방 뛰는 거 나도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정조준 : 마 강건우 홈런 한 두 번 쳐보나 깝치다 골로간다
-김권종 : 건우 홈런 87개째야 조준아
-정조준 : ;;;
-정조준 : 별거 아니네
-김권종 : 넌 5년 차에 저 정도 쳤잖아
-김권종 : 건우는 1년하고 반 정도
-정조준 : 아니 형;;;
-정조준 : 스토커에요???
-정조준 : 그걸 다 어케 알아요???
-김권종 : 상대 타자 분석은 기본이잖아 조준아
-정조준 : ;;;
-강건우 : 죄송합니다
-강건우 : 승기 형 때문에…
-박용재 : 승기 형이 또 뭔 짓 혔어?
-민승기 : 에이스를 위해서 홈런을 친다
-민승기 : 뭐 그런 이야기겠지
-민승기 : 그것이 에이스에 대한 예의…
-강건우 : 아니라고
-민승기 : 큭큭큭 이게 바로 요새 유행한다는 츤데레인가 그런 건가?
-조용한 : 뭔 소리야 그거 나 어릴 때 유행했을 텐데
-민승기 :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조용한 : 건우가 고생이 많다
-강건우 :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준섭 : 야 혹시나 우리랑 할 때 홈런 치면 그런 거 하지 마라
-채지성 : 형 홈런 안 맞으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조용한 : 넌 그냥 홈런 맞는 게 낫겠더라
-채지성 : 왜요???
-조용한 : 준섭이 불쌍하지도 않냐
-조용한 : 볼넷만 먹었다 하면 도루도루
-조용한 : 어휴 솔직히 도루는 투수 탓이지
-백준섭 : 인정할 수 밖에 없네
-손용기 : 그건 아니지
-이대훈 : 포수 탓임
-봉재석 : 형님들 죄송한데 투수 탓은 아니죠
-정수호 : 포수들 요새 공 던지기 힘들어?
-조용한 : 시바 투수들 쪽수만 많아가지고
-백준섭 : 야 여기 10개 구단 주전 포수들 다 초대하면 안 되냐?
-백준섭 : 쪽수 딸려서 서러워서 살겠나
-민승기 : 도루 내주는 건 투수 탓이지
-조용한 : 오 승기 웬일로 맞는 말을
-민승기 :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투수의 책임이자 투수의 공
-민승기 : 그건 바로 투수가 경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지…
-백준섭 : 저 새끼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조용한 : 에이 시벌 돌아이같은 투수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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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는 비로 취소되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경기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별 미련 없이 취소시켜 버리더라.
“팬 무서운 줄을 몰라요, KBO는. 안 그래? 비 오는데 비옷까지 입고 경기 보겠다고 온 팬들 무시하는 거야 뭐야?”
유리의 입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지난 일정인 바이킹스 3연전 중 2경기를 비로 쉬었다. 그래서 선수들 체력도 비교적 넉넉한 편인 데다가, 어제의 기세를 몰아나가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엄청 나쁘지는 않다.
음.
굳이 입에 올리자면, 호세 킹을 대신해 다른 투수가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전에 한 번 더 나설 수 있으니까 그렇다.
“충분히 경기할 수 있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메이저리그는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고 동점으로 연장전에 들어가면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한다. KBO는 뭐.
“우리 누나 경기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
“앤디 딱 등판해서! 연승 가는 건데!”
비 소식은 다음 주까지 있다. 비 내리는 날이 꽤 잦아졌다. 그래도 전반기 마지막 일정은 선더버즈 원정 경기이기에, 비가 와도 진행될 것이다.
흐름이 여전히 좋다. 경기를 계속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이유다.
“그래도 뭐…남은 세 경기는 할 수 있으니까.”
후반기 막바지에 잔여 일정이 많이 남아 있어서 빡빡하게 경기하면 부상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로테이션도 나쁘지 않고.”
남은 세 경기는, 이훈-앤디-국민성이 나서기로 됐다. 승기 형은 마지막 경기에서 4일 휴식 후 등판하고 싶다고 우겼지만, 감독님은 후반기 첫 경기를 에이스가 잡아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로 승기 형을 현혹 시켰다.
어떻게 보면 다루기 쉬운 사람이다. 아니, 대놓고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올스타전 명단은 이미 발표됐다. 오션스 팬들이 오션스 선수들로 줄을 세웠다. 인터넷에서는 이걸로 또 싸움이 났다.
[아니 ㅆㅂ 뭔 ㅅㅂ 꼴스타전임 이게?]└그래서 느그팀에 오션스 선수들보다 잘 하는 놈 누구?
└인간적으로 이시욱은 선 넘었지 서우주가 있는데
└이현동>>>>>>좆경우
작년이랑 비슷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오션스 팬들에게는 무적의 논리가 있다.
“아 뭐, 꼬우면 인기팀 하든가!”
유리는 인터넷 댓글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올스타전 이야기를 할 때는 꽤 신난 얼굴이다.
오션스는 성적이 조금만 좋아도 올스타전 줄 세우기를 하는 팀이다. 듣기로는 성적이 나빠도 그럴 때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선수들은 비 때문에 쉬지만 유리는 쉬지를 못한다. 한참 옆에 앉아서 같이 야구와 오션스 이야기를 했는데, 유리가 의자에 몸을 기대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래도 좋다.”
“기분 좋아?”
“안 좋을 게 뭐 있겠어.”
유리의 눈과 입이 동시에 웃고 있다.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있고, 오션스도 잘 나가고, 거기에…너도 내 옆에 있고.”
살짝 나른한 목소리에, 뭔가 마음이 뭉클해졌다.
유리는 대체 뭘 보고 날 따라 미국으로 왔던 걸까. 그리고 뭐 때문에 날 끝까지 놓지 않았던 걸까.
글쎄. 고민해봤자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다. 그 일을 겪었던 유리를 만나서 물어볼 수도 없고. 애당초 다시 연락해볼 용기조차 못 냈던 멍청이가 바로 나다.
그냥, 나를 그만큼 사랑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나도 누나가 내 옆에 있어서 너무 좋아.”
유리는 기분 좋게 웃었다. 유리는 내 말의 진짜 뜻을 모른다. 몰라야 한다. 그건 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고척 돔 구장에서 열린 선더버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 1차전.
결국, 주상욱은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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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왔드어어어언!”
생각이 많아졌던(볼넷 하나 내주고 다음 타자에게 2루타를 맞아버린) 이훈은 화들짝 놀라며 오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주상욱을 바라보았다.
주상욱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타석에 선 다음 타자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주상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상욱은 이훈이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잠깐 모든 동작을 멈췄다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주먹을 뒤로 숨기며 다시 소리쳤다.
“작, 작년에 왔던!”
이훈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지난겨울에 박의현과 함께 갔던 그곳이 떠올랐다. 저 마음 아주 잘 안다. 뜬금없이 각설이라니. 엄청나게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자기도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긴장하지 말라고 저렇게 애써주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각설이를 외치는 것은.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용기를 주기도 했었다. 한 번 망가져도 된다는 일탈 같은 느낌.
지금 주상욱은 다른 팀이긴 해도 직업상 일 년 내내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과 거의 매일 얼굴을 보는 직장 동료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있다.
다른 무엇 때문도 아닌, 오직 이훈을 위해서.
이훈은 굳게 고개를 끄덕이고 비장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각설이…!”
“죽지도 않고오오오오…!”
“…또 왔네!”
배터리가 교감을 나누는 사이.
선더버즈 타자 조훈기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지금 뭔 짓거리들이야?”
바이킹스에서 성질머리 투톱으로 꼽혔던 선수들이 바로 서창열과 조훈기였다. 나이는 서창열이 한 살 더 많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소리 지르는 포수와 세상 진지한 얼굴로 함께 외치고 있는 투수를 번갈아 본 조훈기는, 외야에서 짝다리를 짚고 삐딱하게 서 있는 서창열을 보고 혀를 찼다.
‘에이,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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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준이 형에게 올스타 투표에서 지면 파이러츠 간다고 했던 이야기로 오션스 팬들이 파이러츠 갤러리로 찾아가 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준이 형은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면 답장을 하지 않는다. 뭐. 거의 몰표가 나와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찌 됐거나, 어제는 주상욱이 이훈과 함께 각설이를 부르짖었고 오늘은 경기 직전 이런 일이 있었다.
“Oh, no…!”
앤디는 징크스에 예민한 사람이다. 경기 시작 직전, 스파이크를 묶은 신발 끈이 살짝 해져서 풀어진 모양이었다. 사색이 되어 새 신발 끈을 찾는 앤디를 보고 황석규가 작게 중얼거렸다.
“오, 예스.”
그리고 노루 형이 코를 파며 말했다.
“오예스? 오예스 좋아하나?”
“아니, 앤디가…”
“오, 앤디. 두유 라이크 오예스? 아이 라이크 초코파이!”
노루 형은 좋은 사람이지만, 저렇게 종종 눈치가 없다. 앤디가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해도 예민한 선발 투수들은 저런 거로도 조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주상욱이 어디선가 달려와 새 신발 끈을 내밀었다.
“Oh, god…”
신까지 찾아야 할 일이냐고 묻는다면, 원래 투수는 그런 족속들이다. 잠깐 분위기가 이상해졌는데 바로 풀리자 노루 형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털어내며 말했다.
“아. 오예스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간만에 오예스 땡기네. 마. 노갱우. 짱박아논 오예스 없나?”
“그런 거 없는데요.”
“없는데요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사 오겠습니다 해야 하는 거 아이가? 마. 햄 2년 차 때는 진짜 빠릿빠릿했다. 아나?”
“누가 빠릿빠릿했다고?”
“와. 대근이 햄 또 내한테만 태클 걸라고.”
“내 라커에 오예스 있다. 가져가.”
“오. 진짜요? 잘 묵겠습니다!”
주상욱은 앤디에게 허리 숙이지 말라고 자기가 직접 신발끈을 새로 매줬다. 그리고 잠시 후, 달려갔던 노루 형이 나타나서 외쳤다.
“아무리 찾아봐도 오예스 없는데요 행님!”
대근이 형이 낄낄대며 웃었다.
“그걸 속냐?”
노루 형이 나라 잃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행님 말을 철석같이 믿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당뇨 걸린다. 초콜릿 작작 먹어라.”
“그게 없으면 야구가 안 되는데 우짭니까!”
“먹어도 안 되는 거 같던데.”
“오늘 몬 치면 다 행님 탓!”
“뭐 하루 이틀 못 치냐?”
“딱 봐라 진짜!”
그리고 이날, 노루 형은 홈런 포함 4안타 4타점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노루 형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내가 햄보다 더 잘 치니까 행님이 3루 보세요!”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수비 코치님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이 하이라이트였다고 생각한다.
“야! 안돼! 난 너도 버거워!”
“저 요새 겁나 잘 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코치님 왜 그러십니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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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게임이 끝난 뒤, 자네 둘은 내 훈련장에 얼씬도 해선 안 돼.”
휴 브레드먼 감독이 이 말을 한 대상은 강건우와 정유리였다. 둘은 조금 다르게 반응했다.
“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정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주 작게 웃음을 지었다. 대놓고 둘이서 데이트 좀 하라는 의미다.
“이틀 푹 쉬고 돌아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건우는 웃음기를 보이지 않고 대답했다. 속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물론, 모두가 쉴 것이다. 그런데 쉬라고 해도 꼭 훈련하러 나오는 선수들이 있다. 그러면 어리지만 책임감 강한 저 스포츠 과학자는 분명히 훈련장에 나와서 선수들을 도우려 할 것이고, 애인의 일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가는 저 괴물 야구선수도 따라 나올 것이다.
휴 브레드먼은 정유리에게 말했다.
“내 직장에서 과로사하는 사람이 나오는 걸 원치 않아.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만약, 자네가 추가적인 휴가가 필요하다면 훈련장에 나와도 좋아. 그럼 2주 정도 휴가를 주지.”
“네?”
일하러 나오면 2주 동안 강제로 쉬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정유리는 마지못해 그 말을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휴 브레드먼은 강건우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날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군.’
강건우가 누군가를 저렇게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 적은 없다. 저 친구는 코치도 감독도 딱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내버려 둬도 잘 한다. 아마 저 친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여자친구뿐일 것이다.
잘 하고 있는데 괜히 손댈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감독의 철학이었다.
최근 들어 태도가 많이 바뀌고 있었다. 전에도 행실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 강건우는 확실히 달라졌다.
동료 선수들과 좀 더 부드럽게 대화하는 법을 익힌 듯했고, 종종 다른 선수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모습도 이제 볼 수 없다. 경기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기도 했다. 홈런 치고 애정표현 하기 바빴는데 이제 진심으로 승리에 기뻐하곤 한다.
재밌는 놈이다.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나이에 맞게 어린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하나 확실한 것은, 어쨌거나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헤이, 갱.”
“예. 감독님.”
휴 브레드먼이 따뜻하게 웃으며 강건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요즘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 계속 재밌게 하자고. 야구, 재밌지 않나?”
강건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야구, 정말 재밌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