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5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52화(252/385)
불같은 열정으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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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이 날 볼 때와 타자들이 날 볼 때의 반응은 엄청나게 다르다. 일단, 내 얼굴을 본 투수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아, 강건우…”
이거 아니면.
“강건우 너 이놈…”
뭐 이런 반응이다.
그리고 타자들은 이렇다.
“오, 강건우.”
“야. 강건우.”
“으. 강건우.”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른 뉘앙스다. 약간 뭐라고 해야 하나. 아 강건우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허파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나온다면, 으 강건우는 두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자세히 말하면 이런 거다.
“아. 강건우 때문에 연봉 깎이게 생겼다니까.”
“으, 강건우. 너 때문에 고과 개박살 나잖아.”
음. 아니다. 투수와 타자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는 그냥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잘들 지내셨죠?”
야유가 쏟아졌다.
“강건우 저놈, 실실 쪼개는 거 봤지? 응?”
“조준이 건우한테 오늘 개발리더니 또.”
“건우야. 살살 좀 하자. 제발.”
“강건우! 너 나 은퇴시키려고 작정한 거 맞지?”
어쨌든.
서창열이 썩소를 지으며 올스타 선수들에게 말했다.
“아, 꼬우면 오션스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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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모인 선수들은 대부분 꽤 프로다운 선수들이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두고 인기투표라고 비아냥거리는 만큼 안 그런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편이었다.
그래도 이틀간의 휴식이 있다. 물론 시즌을 치르는 중간에 월요일 휴식일도 있고 우천 취소 일정도 있긴 하지만, 훈련이 있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이 이틀은 말 그대로 휴가다. 올스타전에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은 4일간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더 길겠지만.
어쨌거나, 올스타 브레이크만큼은 구단에서도 풀어주는 편이기에 선수들은 가벼운 음주를 즐기기도 했다.
“야. 창열이 요새 행복해 보인다?”
조용한을 싫어하는 KBO 선수들은 별로 없다.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소문난 주당이기도 하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며, 현역 생활을 더 오래 하겠다는 각오로 조금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참지 않았다.
“아. 진짜 형이 만들어주는 폭탄주 그리웠다니까.”
“이 형이 배합 하나는 끝내주지.”
조용한은 자신의 개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껄껄 웃었다. 폭탄주 배합과 볼 배합.
서창열이 특유의 그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짓고 앞에 놓인 잔을 한 번에 털어 넣고는 말했다.
“여기 졸라 재밌긴 해.”
“바이킹스 있을 땐 군기만 잡더니, 거기선 안 하나 봐?”
“뭐, 강건우 군기 한 번 잡아 줘?”
“되겠냐?”
서창열이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아니.”
“저놈 저거, 진짜 물건은 물건이라니까.”
“그게 아니라.”
“안다, 알아. 대근이가 주장인데 뭐 그럴 분위기나 되겠냐?”
양대근은 절대 그럴 성품이 못 된다. 물론, 작년부터 벤치 클리어링에서 신사다운 모습이라곤 절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옆에 앉아있던 윤세환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래도 기강 좀 잡아 줘요, 형.”
서창열의 여유롭던 눈이 순식간에 형형하게 변했다.
“뭐?”
긴말이 아니더라도 분위기만으로 충분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서창열이다.
날고 긴다 하는 선수들도 눈빛 하나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순간 윤세환이 당황해 손을 저었다.
“아니, 형. 농담이에요, 농담.”
아니었다. 선수 중에도 오션스의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과도한 세레머니나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는 것 등, 특히 경기가 기울었을 때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어쨌든 여기는 싸우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 각 팀 베테랑들이 자리 잡고 앉아있고, 상대도 나쁘다. 서창열은 코웃음을 치고는 다음 잔을 털어 넣었다.
“기강은 씨바, 여기가 군대야? 군대도 안 갔다 온 새끼가.”
조용한이 서창열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리며 말했다. 서창열에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야이 새끼야. 너도 안 갔다 와 놓고. 세환아. 창열이도 농담한 거다. 알지?”
“알죠, 형.”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양대근이 자신의 주먹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강건우에게 말했다.
“건우야.”
“예.”
“진정한 고수는 주먹 한 번 휘두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법이다. 봤지?”
그러자 강건우가 대답했다.
“형한테 한 대 맞아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요.”
“야야. 형 평화주의자인 거 알면서 왜 그러냐.”
“한 대 맞아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어떨까요?”
그때, 저쪽 테이블에서 이시욱이 흥분해서 떠들고 있었다.
“그래 갖고, 어? 마! 내가 이시욱이다! 그때부터 쌔리 마 17대 1의 처절한 싸움이 벌어졌는데…”
양대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쟨 아무리 맞아도 안 되는데?”
“사랑의 매랑 매직 싸대기랑은 다르죠.”
양대근이 씩 웃더니 소리쳤다.
“야! 네가 17이었으면서 왜 또 거짓말하냐!”
“와! 행님! 저는 구라 칠 줄도 모르는데요!”
서우주가 크게 웃으며 양대근에게 말했다.
“야! 얘 좀 데려가라! 시끄러워 죽겠다 진짜!”
“와, 우주 행님. 언제는 저한테 KBO 간판 3루수 후계자라고 해놓고!”
“내가 언제?”
노경우는 외국인 선수들이 앉은 곳에 끼어서 KBO의 국민 호미가 되고 있었고, 투수들은 강건우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본 양대근이 웃으며 말했다.
“야. 건우야. 너 쟤네한테 한 번 가봐. 아까부터 계속 여기만 보고 있잖아.”
“저 저기 가면 죽이려고 할 텐데요.”
“술 억지로 주면 한 잔당 홈런 한 개씩 친다고 해.”
“한 잔 크기가 사발 크기면 어떡하고요?”
양대근이 씩 웃으며 강건우를 억지로 떠밀었다.
“뭐 어떠냐.”
“형 먼저 가시게요?”
“어?”
“가시려고 저 보내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알았냐?”
강건우가 슬쩍 웃자, 양대근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야. 비밀이다. 우리 마누라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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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냐.”
아이언스 투수 최철이 날 진지하게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첨언했다.
“사직 공포증 생길 것 같다…진짜로…”
파이러츠 맹대규가 옆에서 가만히 있다가 그윽하게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좀.”
웃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웃는 걸 본 투수들이 내게 농담조로 비난을 퍼부었다.
“이게 웃기냐?”
“우리가 진지하게 부탁하는데 웃어?”
“야, 솔직히 전반기 35개는 선 넘었지.”
“아 밥 좀 같이 먹고 살자고. 그게 어렵냐?”
가만히 생각해보면, 메이저리그에서 농담일지라도 이런 말을 들었다면 아마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KBO 리그를 우습게 보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른 문화를 가진 리그일 뿐이다.
“장외 홈런은 안 칠게요.”
내 대답에 투수들이 단체로 뒤집혔다.
“와, 강건우.”
“내가 말했지? 본전도 못 찾는다니까?”
“야. 애초에 나처럼 안 맞으면 되는 거지.”
“형은 안 맞으려고 볼만 던지다가 얘한테 한 경기에 도루 서너 개씩 당하잖아요.”
“뭐? 말은 똑바로 해야지. 서너 개가 아니라 한두 개 두세 개 거든?”
그게, 그러니까. 이렇게 복작복작 오손도손 야구하는 것도 꽤 재밌다. 물론 우승은 꼭 해야 하니까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긴 해도, 이렇게 긴장 풀고 농담하면서 지내는 게 나쁘진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역시, 화룡점정은 이 사람이다.
유기농 우유를 대신해서, 마지못해 무알콜 맥주 한 캔을 들고 구석에 앉아있던 승기 형이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승기 형 왜 웃어요?”
“상대를 잘못 골랐군, 너희들…”
“뭐? 야, 승기 술 마셨냐?”
“강건우…저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 그런 부탁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
“…황석규.”
근처를 지나가던 황석규가 뜬금없이 끼어들어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서 소리도 내지 않고 배를 잡고 허리를 뒤로 꺾으며 웃어댔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나도 모르게, 폭소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웃어본 적이 언제 있었더라.
황석규가 승기 형의 성대모사를 했다.
“큭큭큭 강건우…의외로 개그를 이해하는 녀석이었군…”
내가 웃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꺽꺽대며 웃자, 승기 형이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저게 웃긴다고? 진심으로? 강건우…?”
여긴 정말 재밌는 곳이다.
정말,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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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미국에 있을 때, 한국을 종종 그리워했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 잘 오려 하지 않았다. 한국에 올 때마다 귀찮은 일이 많아서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돈 때문에 접근하는 건, 뭐. 미국에서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 치고서라도.
방송 출연 제의라거나 그런 것들이 싫었다. 그냥 운동하고 싶을 뿐인데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계속 전화가 오고, 전화를 꺼 놓으면 찾아와서 날 방해했다.
누군가 날 알아보는 상황 자체가 좀 피곤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에 잘 오지 않게 됐고, 미국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가 잘 되는 곳 위주로만 다녔다.
그게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는 정말 이기적이었던 놈이었던 거겠지.
“…준비됐어?”
유리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웃음이 나오고, 옛날 생각에 약간 결연해졌다.
“응.”
철컹, 소리를 내며 레일바이크가 움직인다. 유리가 이런 걸 해보고 싶어 했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 이유를 물어보지도 않은 나나, 이유를 모른다고 같이 해주지 않은 내가 가장 나쁜 놈이지만. 어쨌거나, 이건 유리가 해보고 싶어 했던 것 중 하나다.
“우와-”
더운 날씨에, 바람이 살짝 불어온다. 유리와 나는 미니 선풍기를 하나씩 들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채 레일바이크 위에 앉아있다.
가족 혹은 어르신들끼리 놀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조금 속도를 냈다. 운동으로 단련됐으니 이 정도쯤이야.
속도가 빨라지자 유리가 소리를 지른다.
“야! 야! 강건우! 앞에! 앞에! 야아아아!”
놀랍게도, 깔린 철로를 따라 달려야 하는 레일바이크에서 어르신들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으며 멈춰 세워놓고 셀카를 찍고 있다.
“받아버릴까?”
“야! 미쳤냐! 야! 강건우우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유리를 보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잡았다. 설마 내가 정말로 받아 버릴 거라고 생각한 걸까.
“누나.”
“왜, 왜, 왜, 왜.”
정말 놀란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설마 내가 진짜로 그럴까 봐.”
“아, 강건우! 누나 놀리는 거 재밌냐!”
“세상에서 두 번째로 재밌지.”
“첫 번째는 뭔데!”
“누나랑 이야기 하는 거.”
“아…”
다시 웃으며 말하자 유리가 팔을 뻗어 날 퍽퍽 때렸다.
“누난 재미없어?”
“아, 당연히 존나 재밌긴 하지…”
앞차는 우리가 뒤에서 떠들어대자 천천히 움직였다.
음.
생각보단 금방 끝났다. 덜덜거리며 철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찍힌 사진도 받았다. 속도를 좀 내서 그런지 유리가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드는지 투덜댔지만 내가 사진을 가지겠다고 하자 자기가 가지겠다고 뺏어갔다.
“나도 갖고 싶은데.”
“올. 우리 건우. 누나랑 찍은 사진 갖고 싶어?”
“아냐. 괜찮아. 양보할게.”
“응? 필요 없어?”
“어차피 서너 달 뒤면 웨딩 촬영 할 텐데 뭐.”
유리는 이제 조금 면역이 된 것 같았다. 당황하거나 얼굴이 달아오르는 대신, 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야.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말해 뭐하겠느냐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 누나랑 결혼해서 오손도손 사는 게 내 인생 목표거든.”
유리가 기분 좋게 웃으며 내게 안겼다.
일 때문에 꽤 스트레스가 쌓여 있지 않았을까. 일 생각을 절대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그걸 지키고 있는지 어딘가 홀가분해 보인다.
우리는 어디 유명 식당을 예약하는 대신, 지나가다 발견한 크지만 허름해 보이는 곳을 선택했다.
“와. 여기 맛있다.”
제철이 조금 지났다지만 재첩국과 지금이 제철이라는 은어를 주문했다.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꽤 맛있었다.
유리도 비싼 레스토랑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식당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누나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넌 별로고?”
“아니. 맛있어. 엄청.”
나도 좋다. 진짜다. 물론, 유리가 좋아해서 더 좋다.
배 터지게 먹고 나가려는데 손님 한 분이 내게 손가락질했다.
“어! 강건우 아이가! 강건우!”
식당에 있던 열 명 가량의 손님들이 그 말을 듣고 이쪽을 바라보더니 거의 동시에 외쳤다.
“강건우?”
“강건우가?”
“강건우 맞나?”
“강건우 맞네!”
어떤 분은 자기가 파이러츠 팬이라고 말하면서도 내 싸인을 받아갔다.
“그래도 원래는 오션스 팬이었다 아이가…”
식당 사장님은 허겁지겁 어디론가 달려와 깨끗한 종이를 구해와서는 싸인을 부탁했다. 식당을 나오면서, 유리는 정말 귀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이런 거 써 붙일 거 같은데? 강건우 단골 맛집! 강건우가 휴가 때마다 찾는 보양식!”
“그냥 모른 척 허락해줄까?”
“가게 이름 강건우 재첩국으로 안 바꾸면 용서해주자!”
그리고 나는, 유리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물론 운전은 유리가 했으니 유리가 날 데려갔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데려갔다고 해도 된다.
전에 와본 적 있는 곳에 도착하자 유리는 날 보며 여긴 왜 왔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집이 다 지어졌다. 나는 여전히 이런 걸 잘 모르기에 건축가에게 모든 걸 부탁했다.
“누나.”
“응? 여긴 왜 왔어?”
“이 집 어때?”
“왜, 신혼집 하자고 말하려고?”
유리가 은근슬쩍 웃으며 내 옆구리를 찔렀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이구. 또, 또. 뭐, 집은 좋네.”
당연히 좋겠지.
이 집은, 유리의 취향을 다 때려 부어 만든 집이니까.
나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이거 진짜 우리 집이야.”
“뭐라고?”
“내가 지었어.”
“응?”
“누나랑 살려고. 누나가 좋아하는 대로 지었어.”
“뭐?”
“안에 가구도 누나가 딱 좋아할 만한 거로 채워놨는데.”
“어?”
“구경해볼래?”
“…?”
“벽 높게 세워서 중앙 정원 만들었고, 정원에 그네 의자도 있어. 2층에 큰 욕조 있는 욕실에 옥상 테라스 바비큐장으로 꾸몄는데. 구경 안 해볼래?”
유리가 눈을 엄청 크게 뜨고는 뭐에 홀린 듯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내가 카드 키를 건네주자 반신반의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어, 왜 울어? 맘에 안 들어?”
그러자 흐어어엉 하고 서럽게 우는 소리를 내면서 내 가슴을 퍽퍽 때렸다.
“바보야,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잖아…”
“근데 왜 울어?”
유리가 때리는 걸 멈추고 내게 폭 안겼다. 그리고 한참이나 웅얼대더니 여전히 안긴 채로 말했다.
“이게 꿈이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런 거라면야 뭐.
나는 유리가 내 옷에 콧물을 묻힌 걸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지하에 누나 연구실도 만들었다?”
“…그거 필요 없어.”
“응?”
“이렇게 예쁜 집에서 일하기 싫어. 일은 직장에서만 할래.”
아무래도, 제대로 마음에 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