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5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53화(253/385)
불같은 열정으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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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리의 가족은 거실에 모여 앉아 치킨을 먹으며 야구 관련 방송을 보고 있었다. 정규 방송이 아니다. 오션스 광 팬으로 유명한 이용길 기자가 운영하는 개인 채널.
이용길 기자는 언제나 그랬듯, 휴식기에 행복회로를 풀파워로 돌리고 있었다.
-이게 말이죠. KBO 역대 한 시즌 최고 승률이 1985년 엔진스의 0.706이고, 그 시즌 전반기에 엔진스가 0.741의 승률을 기록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오션스 승률이 무려 0.740입니다. 그때는 전반기와 후반기 각각 55경기, 110경기를 치렀다는 걸 생각해야 하긴 합니다. 물론 144경기를 모두 소화해보고 난 뒤에 다시 이야기해야겠지만, 현대 야구에서 7할대의 승률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이용길은 거기까지 말하고 물을 마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아니, 그렇게 봐야 했었습니다. 2029 시즌 오션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해도요.
정현수는 낄낄 웃으며 오션스 갤러리에 글을 쓰고 있었다. 최근 오션스 갤러리는 활황이다. 워낙 글이 많이 올라와서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댓글은커녕 클릭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타이밍이 괜찮았는지, 댓글이 꽤 달리기 시작했다.
[꼴용길 방송 보는 놈 있음?]└ㅋㅋㅋㅋㅋㅋ보고있음
└이제 꼴용길이라 부르지 마셈 ㅅㄱ
└왜또
└꼴복회로 터지는 중
└8할 승률 가능할 거 같은데 7할 승률 가능 여부 따지는 놈이 꼴빠임? 내가 보기엔 안티임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소린가 했네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보. 택배 왔던데.”
“아. 한국시리즈에서 쓰려고 새 깃발 주문했어.”
이런 분위기에서,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며 정유리가 뛰쳐 들어왔다.
“엄마! 아빠!”
-선수 하나가 부상 당해도 지금 굉장히 잘 대처하고 있거든요. 오션스가 정말 강해졌다는…
“어. 딸. 데이트 잘 하고 왔냐.”
“생각보다 빨리 왔네.”
“난 오늘 누나 안 들어올 줄.”
정유리는 온몸에 힘을 주고 걸어오더니, 가족들 앞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나 건우랑 결혼할 거야!”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차례로 정종석, 오소희, 정현수의 반응이 나왔다.
“뭐, 하지 말라면 안 할 거냐?”
“그래라.”
“아, 비켜 쫌. 안 보이잖아.”
정유리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아니, 딸내미 결혼하겠다고 중대 발표하는데 반응이 왜 그래?”
“안 하겠다고 말 하는 게 더 놀라울 것 같단다 딸아.”
“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할 거라고!”
오소희가 물끄러미 정유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럼 오션스 올해 우승하겠네?”
정현수는 못마땅한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겨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속보) 울엄마 딸, 오션스 올 시즌 우승 선언]#
아침 식사 중, 아버지가 굉장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니네 올 시즌 끝나고 진짜 결혼할 거라며?”
내 계획을 말씀드릴 때가 온 것 같다.
“예. 신혼집은 여기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지었어요.”
“뭐? 집을 지어?”
아버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다 지었습니다.”
“…”
“…”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어머니가 슬쩍 한숨을 쉬시더니 말씀하셨다.
“즈그 아빠 닮아가지고 맨날 지 맘대로…”
그리고 아버지의 항변이 이어졌다.
“아니, 난 저 정도로 내 맘대로 하지는 않는데…”
그것과 관련해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지만.
나는 우리가 얼마나 진지한지에 대해 설명해 드렸고, 아버지는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셨다.
“하긴 뭐. 일찍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다만, 어머니는 걱정이 좀 있는 것 같았다.
“휴. 몹쓸 짓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예?”
그리고 그 걱정은 내 걱정이 아니라 유리 걱정이다. 전에도 그러시긴 했었다.
“아니, 유리 봐봐. 나이도 나인데 예쁘지, 착하지, 똑똑하고 능력 있지. 네가 내 아들이지만 애가 변덕도 심하고 그러잖아. 유리가 많이 힘들면 어떡하나 싶다.”
박한 평가?
아니.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진 거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는…
음.
아니 무슨, 사람을 정말…
“걱정하지 마세요. 잘할 거예요.”
잘 할 거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어쨌거나, 크게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하도 결혼할 거라느니 사랑한다느니 주접을 떨어대서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긴 모양이었다.
“할 거면 잘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만…”
“아들. 집 지은 거 구경은 시켜 줄 거냐?”
어쨌거나, 이번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서 어머니가 조금은 안도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같은 일을 두 번 한다고 해서 그 전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난 준비되어 있다. 내게 뭐가 필요한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어쨌든 우승부터 하고요.”
우승은 꼭 할 생각이다. 어찌 됐거나 약속은 약속이다.
우리가 우승하는 데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전력 보강이 아니라, 선수들의 건강과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도 작년 한국시리즈를 겪었으니, 지나치게 긴장하는 선수가 많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
나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준비되어 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우승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은 있었다.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바이킹스와의 처절한 사투 끝에 올라와서 어느 정도 감은 살아 있었지만, 체력적인 문제와 부상 이슈 때문에 뒷심이 부족했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그 타구를 넘겼더라면. 그게 펜스 맞고 튀어나오는 안타가 아니라 홈런이었더라면, 우승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시즌의 오션스는 상당히 강하다.
어느 정도의 경험도 있고 선수층 문제도 괜찮아졌다.
그렇다면…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있었다.
노루 형.
오션스 우승의 키 플레이어는, 노루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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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욱은 아침부터 강건우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건우동생 : 형
-건우동생 : 이제부터 저랑 같이 훈련하실래요?
훈련?
좋지.
나쁠 건 절대 없다. 이시욱은 은근슬쩍 강건우랑 같이 훈련하고 싶어 했었다. 훈련하는 걸 보고 있으면 굉장히 체계적이고, 뭔가 그럴싸해 보인다.
게다가 실전에서도 강건우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 아마 강건우가 아니었더라면, 올 시즌 배가 터질 만큼이나 욕을 먹었을 것이다. 유격수 강건우 덕분에 자신의 부족한 수비 실력이 어느 정도 가려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시욱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답장했다.
-나 : 초코시욱과 함께 훈련할 준비 됏나
-나 : 햄은 만만치 않타
-나 : 각오해라
조금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간 이걸 실수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건우동생 님이 대화방에 초대하셨습니다.
-건우동생 : (파일)
-건우동생 : 형 이거 훈련 코스거든요
-건우동생 : 미리 좀 봐두시면 좋을 거 같아요
-경우동생 : 시욱이 형
-경우동생 : 왜 그랬어요…
-경우동생 : 강건우 지옥에 왜 들어오세요…
-건우동생 : 식단도 좀 조절해드리고 싶은데
-건우동생 : 괜찮으시겠어요?
뭔가 본격적으로 느껴진다.
식단?
“음.”
-나 : 초코파이 몬 묵나?
별생각 없이 채팅을 쳤는데, 곧장 답장이 왔다.
-건우동생 : 형
-건우동생 : 제 생각에 오션스 우승의 키 플레이어가 바로 형이거든요
내가?
키 플레이어?
세상이 드디어 나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가?
“흐으으음.”
오욕의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대근이 햄이랑 친하다는 이유로…’
맨날 경기 끝나고 양대창 같이 먹으러 간다는 오해를 샀었다.
물론, 자주 가긴 했다. 양대창보다 삼겹살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서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나는 열심히 했는데.’
공 안 보고 친다고 노루 새끼라는 별명도 붙었고.
‘변화구 구분이 안 되는 거를 내보고 우짜라고.’
요즘은 꽤 나아지긴 했지만, 개인의 타격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은 컨디션이 나쁜 날도 있다. 혹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도 그냥 막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을 칠 때도 있다.
‘내도 감정이란 게 있는 사람인데!’
강건우가 평가하는 이시욱의 최대 강점은 바로 멘탈이다. 욕을 아무리 먹어도 초코파이 하나 먹으면 바로 회복된다. 그래도 당연히 상처는 받는다. 타고나게 무던한 성격이긴 해도.
-나 : 식단 조절하면 뭐 많이 좋아지나?
강건우가 기다렸다는 듯 채팅을 쏟아냈다. 신체 밸런스가 어쩌니 살을 조금만 빼면 선구안도 좋아질 수 있고 수비 범위도 늘어날 거라느니,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 한 영어 단어도 등장하고.
이해는 잘 안 되지만, 선구안과 수비 범위라는 말이 이시욱의 판단력을 흐려 놓았다.
-나 : 진짜가
-나 : 내를 크보 3루 수비 완탑으로 만들어줄 준비 됐나
-건우동생 : 형이 굳게 마음먹고 따라온다면 가능합니다
-경우동생 : 형 도망치세요
-경우동생 : 이새끼 악마에요
-나 : 마 함 해보자
-나 : 내가 어? 한다 하면 하는 사람 아이가
-나 : 노갱우 니는 우는소리 그만하고 햄만 따라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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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났다. 그리고 12일 만의 홈 경기를 준비 중인 사직 야구장에서는, 꽤 일찍부터 누군가가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딱!
“하나, 둘, 셋, 넷!”
“으아, 윽, 억, 윽!”
강건우가 직접 펑고를 쳐 주고 이시욱이 그걸 받아내는 수비 훈련.
그런데 평소처럼 맨땅에서 펑고를 받는 게 아니라, 얇은 끈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동그라미 안쪽을 밟으면서 훈련 중이었다. 타구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먼 쪽으로 오는 펑고다.
“하나 더 갑니다!”
“마, 거, 건우야!”
딱!
“하나, 둘, 셋, 넷!”
“으어!”
이시욱의 스텝이 흐트러지며 동그라미 하나를 발로 차 버렸다.
“초코파이 하나 더 삭제!”
이시욱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가까운 거리의 타구 처리는 의외로 잘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수비 범위가 좁다. 다리를 길게 뻗으며 풋워크 하는 동작을 익히기 위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놓아둔 동그라미를 밟으며 수비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와. 죽겠네. 그럼 오늘 초코파이 10개 밖에 못 먹나.”
경기 중 먹을 초코파이의 개수는 20개. 그리고 실수 한 번당 마이너스 한 개씩.
지금까지 계속 이 훈련을 한 것은 아니었다. 훈련 세팅은 정유리가 해주었고, 10분 정도를 진행한 후 다른 훈련으로 넘어간다. 정유리의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여러 종류의 훈련 코스를 바꿔가며 훈련하는 이유는 이거였다.
같은 종류의 훈련이 반복 숙달되어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에 비해 훈련에서 더 과장된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할 것.
어쨌거나, 벌써 여섯 개의 훈련 코스를 진행한 이시욱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분명 몸을 움직이는데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네 코스를 더 소화한 뒤 벌러덩 드러누우며 울먹였다.
“다섯 개 가지고 우째 게임 뛰노…”
훈련을 도와주던 강건우가 물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첫날이니까 그냥 드시고 싶은 만큼 드세요.”
이시욱은 강건우를 올려다보았다. 한참이나 멍하게 강건우를 바라보던 이시욱이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아이다.”
“예?”
“약속은 약속이다. 다섯 개. 딱 다섯 개만 먹으께.”
강건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의외로 끈기 있는 사람이다.
민승기는 꽤 오래 달리고 있다. 일찍부터 훈련장에 많은 선수가 나와 있다. 강건우가 후하고 숨을 내쉬고는, 이시욱에게 말했다.
“이제 좀 쉬죠.”
“그라까.”
“필라테스 하면서.”
“그게 쉬는 거가.”
“예.”
“그렇나.”
“예.”
“…”
“…”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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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우는 이시욱의 훈련 모습을 보고 강건우에게 항의했다.
“야. 난 왜 저런 거 안 해 주냐.”
“너도 하고 싶냐?”
“아니, 나한텐 맨날 갈구면서 굴리기만 하더니 왜 시욱이 형한테만…”
“그럼 너도 내일부터 하자.”
노경우는 대화가 끝난 뒤, 잠깐 고민했다. 이게 맞는 건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은 아닐까.
훈련장에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어딘가 기진맥진해 보이는 이시욱이 말했다.
“갱우야.”
“형. 피곤해 보여요.”
“니 말이 맞았다.”
“제 말은 항상 맞죠.”
“한 대 맞고 싶나. 그게 아니라, 점마는 악마가 맞다.”
입단 직후부터 강건우의 악랄함에 시달려온 노경우가 이시욱을 비웃었다.
“마. 지금 니 햄 비웃나.”
“형.”
“어.”
“그래도 폭언은 안 듣잖아요…”
“…폭언?”
“…”
요샌 잘 안 하긴 하지만.
입단 이후부터 강건우에게 시달려온 노경우다. 강건우는 모든 것이 선의였다고 포장하려 했지만.
사실, 다른 선수들도 노경우가 시달리는 것을 봤다. 그래서 나온 말이, ‘강건우가 후배라서 다행이다’였다.
“…갱우야.”
“네?”
“우짜지.”
“왜요?”
“건우가 설마 내한테 진짜 욕은 안 하겠지?”
“안 하지 않아요?”
“아니, 그게…”
이시욱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내가 부탁했거든. 수비하다 실수하면 그냥 갈궈도 된다고.”
“왜 그랬어요.”
“그리고 노루라고 불러도 된다고도 했는데…”
노경우가 몹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형.”
“어.”
“저도 노루라고 불러도 돼요?”
“마. 죽고 싶나.”
“아니, 잃을 게 많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노루라고 부르겠다고?”
“노루야.”
“마. 닌 죽었다 오늘.”
이시욱이 벌떡 일어났고, 노경우가 도망쳤다.
노경우를 잡기에 이시욱은 너무 느렸다. 노경우를 놓치고 헉헉대는 걸 본 양대근이 혀를 차며 말했다.
“넌 나처럼 호타준족은 안 되겠다.”
“뭐라고요?”
“호타준족.”
“와. 이 양반이 아침부터 사람 열받게 하네. 호타준족은 개뿔…악! 또! 또! 힘으로 할라고! 행님! 타임! 타임! 잘못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