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5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54화(254/385)
불같은 열정으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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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이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세 건의 트레이드가 발생했다.
바이킹스 3루수 박채석(타율 0.262 12홈런)과 메테오스 투수 임성진(2승 3패 7홀드 평균자책점 4.25)의 트레이드. 임성진은 올 시즌 주로 불펜에서 나섰지만 선발 투수가 더 맞는 자원이었다. 선발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적은 없었지만, 과거의 메테오스는 2.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박용재마저 8승에 그친 팀이기도 했다.
메테오스는 3루 외국인 타자가 있지만, 지명타자 슬롯의 활용과 장타력 보강을 위해 박채석을 선택했고 바이킹스는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바이킹스는 또 다른 트레이드도 성사시켰다. 올 시즌 조용한의 백업으로 수비에서 꽤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준 정현덕(0.231, 2홈런)을 아이언스 백업 3루수 이성준(0.274, 5홈런)과 맞교환했다.
결과적으로 부동의 주전 조용한 외에도 수준급 포수진을 갖춘 바이킹스가 후보 포수 중 하나를 정리하고 선발 투수를 받아왔으며, 3루수를 교체한 것이 되었다.
한때 오션스 갤러리에서 난리가 난 것이 바로 3루수 트레이드 썰 때문이었다.
[트레이드 썰 주의]-지방 모 구단에서 장타력 있는 3루수 물색 중이라고 함
└오 우리 3루 보강하냐
└3루수 영입하면 양노팩 교통정리 어케됨?
└양캡 1루에 노팩 번갈아가며 지타+가끔 3루/외야 로테에 양캡쉴때 1루 지타 나눠먹기
└드디어 우리도 3루수 생기나
└우리 돌규 있는데 그냥 외야수 하나 데려오고 돌규 3루 보내는게 낫지 않음? 돌규보다 나은 3루수는 틀드 거의 불가 아님?
└돌돌규가 좁밥 마지노선이긴 함
└돌규 이상=존나 비쌈/돌규 이하=필요없음 ㅋㅋㅋㅋㅋㅋ
└만약 우리 3루수 영입썰이 아니라 노루 틀드 썰이었다면?
└에이 시팔 누가 노루를 3루로 보고 데려감 근데 그래도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 노루 나가면 백퍼 부메랑 처맞음
└노루야…
오션스 팬들은 3루수를 영입하려는 지방 구단이 자기들인 거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언스에는 국가대표 3루수 박정신이 있고 메테오스나 엔진스는 3루 외국인 타자를 쓰고 있었다. 파이러츠 최지용도 차기 국가대표감으로 꼽히는 선수다.
[아까 어떤 새끼가 우리 3루수 데려온다고 했냐] [이러면 돌멩이가 노루 영입하려고 했었을 가능성 있음?]아무튼, 뜬금없이 오션스 팬들과 메테오스 팬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노루 데리고 갈 거면 송태웅은 내놔라.
송태웅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임성진도 아깝다.
이시욱이 비록 3루수 수비력으로는 상당히 보잘것없지만, 방망이에 눈을 뜬 타자다. 드디어 오션스 팬들이 바라던 타격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오션스 팬들에게 욕을 가장 많이 먹는 선수 중 하나였지만, 그래도 남이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두 팀의 팬들이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조롱을 해가며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
또 다른 곳에서 꽤 큰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엔젤스와 선더버즈, 총 5명이 오가는 트레이드 합의.] [서울 선더버즈 봉재석(2.37/1승 2패 18세이브), 김대현(타율 0.257, 6홈런 21도루)<->서울 엔젤스 김경호(타율 0.285, 8홈런), 정현철(2군 타율 0.341), 박은도(2027 엔젤스 1라운드 지명자, 내야수)]슬슬 승부수를 던지는 구단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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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 단장은 중복되는 자원을 정리하고 선발을 보강했고, 엔젤스는 봉재석이라는 뛰어난 마무리 투수와 수비력과 기동력이 좋은 중견수를 수급하는 대신 타격이 뛰어난 외야수와 팀에서 애지중지하던 유망주를 내주었다.
트레이드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다만, 유리의 말로는 황석규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이 있었는데 감독님의 거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전력이 보강된다면 나쁠 것은 없겠지만, 팀의 균형을 깨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포지션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 있었을지는 모른다. 3루 수비력을 위해서라면 굳이 황석규를 팔고 다른 3루수를 데려올 필요까지는 없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서우주 황석규…혹은 최지용급이 아니라면.
그런데 그 선수들을 주고 황석규를 데려가려는 팀이 있겠는가.
사실, 전력 면에서뿐만 아니라 황석규는 팀의 일부다. 감독님이 반대했다고는 하는데, 아마 단장도 반대했을 거다. 그냥 이런 제안이 들어왔었다고 이야기하고 감독님이 안된다고 해서 그렇게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말 냉정하게 말해서, 3루수 시욱이 형이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든다면 트레이드로 해결하는 대신 외국인 타자 교체 카드가 있다. 이번 시즌이 아니면 다음 시즌이라도 말이다. 물론 울프팩도 팀의 일원이기에 마음 같아서는 노루 형의 3루 수비 실력이 좋아지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라커룸 옆자리의 주인이 바뀌는 것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가 원치도 않는 트레이드를 당하면 빡치기는 하지만.
“건우야.”
노루 형이 경기 시작 전에 날 찾아왔다. 입가에 초코파이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다.
“한 개 뭇다.”
시무룩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3루수 트레이드 이슈를 본 모양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팬들이 자기를 팔아 치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처져 있어요? 초코파이 네 개 남아서 그래요?”
내 농담에 노루 형이 씩 웃었다. 그리고 처져 있던 모습을 날려버렸다.
“처지긴 무슨. 안타 한 개 칠 때마다 한 개씩 먹으면 딱 맞다 아이가.”
기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건 정말 엄청난 재능이다.
“최지용 강태오 타석에 특히 집중해 주세요.”
“실수하면 노루 새끼라고 부를 기가?”
“네.”
단호하게 대답하자 노루 형이 주섬주섬 초코파이를 꺼내더니 하나 더 먹어 치웠다.
“안타 하나 칠 때마다 하나 먹을 거라면서요?”
“어. 한 타석은 볼넷으로 나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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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첫 시합.
사직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 선발 매치업은 민승기 대 손용기.
파이러츠 서창원 감독은 오션스를 만날 때마다 털리는 외국인 투수 둘 중 하나를 내보내는 대신, 손용기를 선택했다.
손용기는 강건우가 첫 선발 등판했을 때 오션스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묶은 바 있었다. 패전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그 날 강건우가 상대였다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손용기는 꽤 의욕에 차 있었다. 게임 차가 많이 난다. 그래도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는데 통째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용기 형!”
“조준이 왔냐.”
“…”
“왜?”
“제가 승기 형 족쳐 드릴게요.”
손용기는 피식 웃었다. 의욕만 넘치는 것은 별로지만, 그렇다고 의욕 없는 정조준은 더 이상하다.
“그래.”
그냥 짧게 대답해줄 수밖에.
오션스는 골치 아픈 상대다. 강건우도 그렇지만, 여러모로 피곤한 타자들이 많다.
한순간 삐끗하면 울프팩과 이시욱은 흐름을 뒤바꿔 놓을 수 있다. 하위 타선도 방심하는 순간 만루를 만들어버린다.
준비하고, 집중한다. 10여 년간 해왔던 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그리고 다른 쪽 라커룸.
손용기도 손용기지만, 여기에도 만만치 않게 집중하며 경기를 준비 중인 한 사람이 있다.
“후…주상욱.”
“예.”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군.”
“…아닙니다.”
민승기에게 오늘 경기는 이런 의미들이 있었다.
우선, 후반기 첫 경기다.
민승기는 모든 경기를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가 있는 이 위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은 이곳 사직 구장의 마운드에 서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고, 그 노력의 결실을 맺으며 첫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개막전, 그리고 후반기 첫 경기.
이런 경기에 등판할 수 있는 것은 에이스다. 노력을 늦추지 않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서고 싶었다.
그리고, 상대가 파이러츠다.
인접 지역의 팀이기도 하고 현재 2위 팀이기도 하다. 이런 경기에서 지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게다가 상대 투수가 손용기. 오션스에서 파이러츠로 이적해 에이스가 된 투수.
손용기를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션스에 지명받지 못해 절치부심하다 결국 돌아온 것이 누구였던가.
바로 나다.
나.
민승기다.
오직 세상에 민승기는 단 하나뿐이다!
오늘따라 뭔가 침체된 분위기의 주상욱을 다독였다.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 주상욱.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가져라. 너와 호흡을 맞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민.승.기다.”
주상욱이 결연한 얼굴로 민승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민승기는 만족한 듯한 얼굴로 주상욱의 어깨를 두드렸다.
주상욱은 민승기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고, 뒤돌아서서 씩 웃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박의현이 알려준 민승기 매뉴얼.
더 오랫동안 봐온 자기보다 박의현이 더 잘 안다는 사실에도 좌절감을 느끼진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주상욱에게 박의현은 그런 경쟁 대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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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의 공이 자신 있게 포수 미트를 파고들었다. 최고 구속 156km/h.
이번 시즌 전반기에 찍은 커리어 최고 구속.
‘민승기 컨디션 후반기에도 별 다섯 개…’
정유리는 살짝 웃으며 메모했다. 후반기에도 전반기처럼 한다면.
전반기만큼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만 해 준다면.
이 원년 구단의 역사상 최초 정규시즌 우승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 이걸 기뻐해야 하나…’
1982년에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제야 정규시즌 우승을 노린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각이 보여서 다행인가…’
정유리는 모를 것이다. 그 ‘지금이라도’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우와!”
그리고 이시욱의 호수비에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사실, 호수비라고 부르기에는 좀 애매했다. 다소 느린 타구였는데, 이시욱이 껑충껑충 뛰어가서 상체를 숙여 잡아낸 후 강한 어깨를 과시하듯 1루로 그대로 던졌다.
평범한 3루수라면 쉽게 해결했을 테지만, 3루수 이시욱에게 평범한 타구는 아니었다. 평소 이런 타구는 그냥 슬쩍 움직이는 척만 했다가 강건우를 멀뚱멀뚱 바라봤던 이시욱이었기에, 이런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노루! 니도 할 수 있다!”
“노-루! 노-루! 노-루!”
팬들도 소리를 질렀고, 이시욱은 살짝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웃으며 강건우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정유리가 손을 바삐 움직였다.
노루-까지 썼다가 펜으로 직직 그어 그 글자를 지우고, 다시 썼다.
‘이시욱 수비력 두 배.’
그리고 1회 초 마지막 아웃 카운트.
민승기의 포심이 정조준의 몸쪽을 파고들었고, 빗맞아 먹힌 타구가 내야를 살짝 넘기려는 그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끝까지 쫓아간 강건우가 다이빙 캐치로 몇 미터나 미끄러지며 타구를 잡아냈다.
“아. 시바 강건우.”
정조준이 멍청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1루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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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달려갈 때가 행복할까, 아니면 꿈을 다 이루고 난 후가 행복할까.
두 번째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는 힘들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행복한 그 순간에 행복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미 충분히 행복한데 더 욕심을 내다가 다 놓쳐버릴 수도 있다.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 끝난 뒤에야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
뭐…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
그냥 나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지금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번에 또 배웠다.
두 번째 타석.
2사 2루에서 손용기의 포크볼이 조금 덜 떨어지며 존 안으로 들어왔다.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손목을 유연하게 풀어 둔 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느리고 각 큰 변화구가 존 안에 들어오면 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몸쪽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그립이지만 날 상대하면서 몸쪽으로 용감하게 들어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제구 좋은 투수들이 더 그런 편이다. 제구 안 되는 투수라면 뭐.
실수로 몸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따아아아아악-!
그리고 이건 놓칠 수 없었다. 상체를 약간 숙이듯 때려냈다.
아득하게 타구가 날아간다. 공이 조금만 더 높게 들어왔으면 승기 형이 사랑하는 저 시계를 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강-건-우우우우! 강-건-우! 강건우! 오션스 강건우-!”
“갱! 건! 우!”
“아-직-도오오오오오!”
“건우야! 유리 누나가아아아아아!”
날아가는 타구, 그리고 짜릿하게 귓가를 파고드는 오션스 팬들의 함성.
나는 가슴팍의 ‘Oceans’ 글자를 퍽퍽 때리며 분석실 창문의 유리에게 하트를 날린 후, 팬들을 향해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다.
1루를 지나갈 때, 익사이팅존의 한 팬이 들어 올린 문구가 보였다.
-다음 생엔 내가 유리누나면 좋겠다. 강건우 니가 내 ★ 이다!
아.
안돼.
유리 누나는 하나 뿐이야.
안돼.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