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5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55화(255/385)
불같은 열정으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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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수비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던 이시욱 선수, 결정적인 상황에서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그 사이에 옥시경이 홈을 밟아 스코어 2대 1! 파이러츠가 한 점 따라붙습니다!
2사 3루 상황에서 이시욱이 평범한 타구를 뒤로 흘렸다. 소위 말하는 알까기.
오랜만의 리그 경기에, 홈 경기다. 에이스 민승기가 등판하고 강건우가 홈런을 쳤다. 생각만큼 추가 점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흥에 겨운 오션스 팬들의 온도가 갑자기 확 내려갔다.
“마! 노루 이 새끼야!”
“역시 니는 잘 한다 해주면 안 된다!”
살짝 시무룩해진다. 그래도 멘탈이 흔들리거나 집중력이 깨질 만큼은 아니다. 이시욱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 멍청한 새끼! 그걸 만다고 흘리갖고!’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강건우의 입 모양을 보았다.
‘하…노루.’
강건우는 약속을 지켰을 뿐이고, 이시욱은 터덜터덜 걸어서 3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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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루, 노루 형이 타석에 들어설 차례다.
경기 전에 자기가 실수하면 꼭 노루라고 말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시무룩해 하며 초코파이를 먹었다. 난 분명히 안 한다고 했는데, 저 형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제발 쫌 해도. 그것도, 어? 그냥 말고.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꼭 좀 해도.’
그래서 최대한 그렇게 해줬다. 안타 하나 칠 때마다 하나씩 먹겠다고 했지만, 아직 안타가 없는 노루 형의 초코파이는 하나 남았다.
조금 걱정은 된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매 타석 안타를 칠 수는 없다. 괜히 그런 부담을 갖지나 않을까 싶어서.
“아, 오늘 용기 형 컨디션 장난 아니네.”
지난 이닝에 병살타를 치고 팬들의 분노 어린 야유를 맞았던 대근이 형이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따지자면 오늘 투수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원래 제구력이 좋은 타입인 것을 감안해도 실투의 비중이 아주 적다.
그렇다고 해서 실투를 던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걸 내가 노린 것이고, 사실 완전히 실투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타격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다. 가진 재능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익히고 나면 어느 정도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따아악-!
노루 형이 결대로 밀어 때렸다. 바깥쪽으로 오는 공을 편하게 쳤는데, 워낙 손목 힘이 좋은 사람이라 그런지 타구가 쭈욱 뻗어 날아갔다.
요새 울프팩이 그러던데, 수비를 안 하니 살이 좀 찌는 것 같다고.
그 거구가 2루에서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몸을 가졌기에 민첩하거나 빠르진 않지만, 의외로 가속도가 붙으면 상당히 빠르다. 물론,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것은 좀 힘들고 잘 멈추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맹렬하게 날아간 타구가 펜스에 충돌해 떨어졌다. 조준이 형이 펜스 플레이를 잘 해냈다. 타구가 떨어질 위치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공을 잡아 홈으로 강하게 던졌다.
“우와! 우와! 우와아아아아아!”
“울프팩! 울프팩! 울프팩!”
울프팩이 육중한 몸을 옆으로 내던지며 홈 플레이트를 발바닥으로 터치했고, 포수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해갔다.
팬들이 울프팩을 응원할 때 내는 소리와 노루 형의 이름을 섞어서 외치기 시작했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
“이! 시! 욱! 이! 시! 욱!”
“노-루! 노-루! 노-루!”
울프팩이 알통 포즈를 취하며 시끌벅적하게 덕아웃으로 뛰어 들어왔고, 신나게 축하해준 대근이 형이 갑자기 수심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 시욱이 적시타 쳤다고 벤치 돌아오면 엄청 깝죽거리겠네. 건우야. 형 잠깐 숨어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좀 불러주라.”
그리고 잠시 후.
“마! 나가 죽어라 그냥!”
“니 지금 뭐하노! 돌았나!”
나는 덕아웃 뒤쪽 문을 열고 대근이 형을 불렀다.
“형.”
“어? 무슨 일 있어? 뭔가 심상치 않은데…”
턱짓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시욱이 형 견제사당했어요.”
대근이 형이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우와. 오늘 이시욱 진짜 가지가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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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 노루 형은 냉탕과 온탕을 제대로 오갔다.
호수비로 시작하더니 실책.
적시타를 때리더니 견제사.
그리고 이게 정말 노루 형이 맞을까 싶은 엄청난 다이빙 캐치를 선보이며 다시 자신감을 찾나 싶더니, 병살타를 때렸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초코파이는 견제사 이후 해치운 상태였다. 나는 노루 형이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까 하나 챙겨둔 초코파이를 내밀었다.
“…”
“이거 드세요.”
“….강건우, 니…”
조금 당황해버렸다. 노루 형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왜?
“아니, 아니다. 괜찮다. 나는 오늘 약속한 다섯 개를 다 먹고 병살도 뭇다. 그거 물 자격이 없다.”
“아니에요. 오늘 잘 해주고 계시잖아요.”
“건우야…”
“예.”
“아까는 노루 새끼라고 하드만…”
“…새끼는 안 붙였는데…”
“그거나 그거나…”
어쨌든, 노루 형은 끝까지 초코파이를 거절했다.
아니.
초코파이가 뭐라고 눈시울까지 붉어지고 이렇게까지 거절하는 걸까.
이해가 안 되네.
“야. 강건우.”
노경우가 날 불렀다.
그리고 더 이해가 안 되는 말을 내뱉었다.
“뭐, 당근과 채찍 그런 거냐?”
“그런 건 아닌데.”
“근데 왜 나한텐 채찍만 쓰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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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명문 오션스 에이스의 시즌 13승을 축하하며.”
민승기가 작게 중얼거리며, 불 꺼진 사직 야구장을 내려다보면서 저지방 우유를 홀짝였다.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자 전광판 위 시계의 ‘12’가 살짝 점멸했다.
자기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나왔다.
오늘 경기를 자평하자면, 그리 나쁘진 않았다.
7이닝 2실점. 자책점은 1점.
이시욱이 실책을 저질러 점수를 내준 뒤 시무룩해 있을 때 다독여주던 민승기의 모습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멋있었다.
에이스란, 야수들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쌓아 올리는 법이다.
다시 한번 웃었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반사된 유리창을 통해 보니, 주상욱과 정예성이 둘이서 수군대고 있다.
“…”
굳이 말을 걸지는 않았다.
에이스란 고독한 법.
그냥 귀를 기울였다.
둘의 대화가 살짝 들린다.
‘좀 배고프지 않냐.’
‘치킨 땡기네요.’
‘승기 형한테 먹자고 하면 안 드시겠지?’
‘절대 안 드시겠죠…’
유리창에 비친 두 동생을 다시 바라봤다.
주상욱은 그렇다 치고, 정예성.
프로 운동선수란 놈이 삐쩍 골았다. 저러니 타구에 힘이 없고, 맞아도 멀리 안 나가니 안타가 덜 나오는 거다.
쫍.
민승기는 우유를 끝까지 빨아먹고 뒤로 돌았다. 주상욱과 정예성이 대화를 멈췄다.
‘내가 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보군.’
귀가 상당히 밝은 민승기다. 그냥 못 들은 체할 뿐이다. 자기 눈치를 보는 두 동생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닭, 먹고 싶냐? 먹을래?”
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민승기가 어떤 사람인가. 강박적인 몸 관리의 화신이다. 술 한 방울, 기름 한 방울이 들어갈 때마다 칠 수 있는 안타가 하나 줄어들고 잡을 수 있는 삼진이 하나씩 줄어든다며 회식 분위기를 조져놓던 사람.
굳이 따지고 들자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유연한 면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민승기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다이아몬즈에 있을 때 친구가 없었다.
정예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킨 좋죠.”
민승기가 인자한 표정으로 웃었다. 주상욱은 조금 불길한 마음이 들었고, 민승기는 냉장고로 걸어갔다.
“잠시만 기다려. 닭가슴살 먹자.”
“…”
“…”
주상욱과 정예성이 눈을 마주치고 한숨을 쉬었다. 민승기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냉장고를 열었다.
“오-션스 에이스 민-승-기, 오오-오션스 민-승-기. 오오, 에이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
주상욱이 목을 벅벅 긁으며 앞으로 나섰다.
“아, 형. 오늘 105개 던졌잖아요. 나와요. 에이스면 에이스답게 팔 아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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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이상하게 웃는다. 힛히, 히힛, 흐흐흫 하는 소리를 내면서.
경기가 끝나고 우리 집을 잠깐 보러 들렀다. 유리가 너무 좋아하니 내 기분이 더 좋아진다.
“내가 누나 취향 제대로 맞췄지?”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내가 한 건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정도 잘난 척은 괜찮지 않을까?
“너무…좋아…”
퇴근 후 바로 오기까지 몇몇 난관이 있었다.
조준이 형의 진지한 면담 요청을 빙자한 캐치볼 요구, 노루 형의 수비 특훈 요청 등등.
유리는 그네 의자에 앉아서 셀카를 찍었다. 몇 번 찍더니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집에게 인사했다.
“다시 올 때까지 잘 있어야 해…”
아련한 목소리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렇게 귀여운 걸 보고 안 웃을 수가 있을까.
“내일 봐! 안녕!”
손까지 흔들면서 인사하고는 총총 달려와 내 팔에 매달렸다.
“그냥 여기로 이사 할까?”
“그럴까?”
유리가 중얼거렸다.
“하. 오늘 독립선언문 낭독하는 날인가. 야. 건우야.”
“응.”
“우승 못 하면 어떡해?”
단호하게 대답해줬다.
“무조건 해야지.”
유리가 웃는다. 음.
무조건이라는 것은 야구에 없다. 그래도 무조건 할 거다.
어쨌거나, 이 시간이 유리에게는 꽤 힐링이 되는 듯했다. 올스타 브레이크에 일하지 말라고 했더니 유리는 미리 준비해둔 훈련 코스를 선수들에게 뿌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본인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프로 구단의 스태프로 첫해를 보내고 있음에도 자기 역량을 다 쏟아내려 한다.
지금 이 집을 보여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유리에게 이 시간이 많은 위안이 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큼지막하게 만들어 놓은 차고에서 차를 빼고, 리모컨으로 차고 문을 닫으며 유리가 다시 웃었다.
“그래. 큰 차 타려면 이 정도 차고는 있어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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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7월 18일, 화요일 사직 야구장 경기. 3연전 중 두 번째 경기는 정해진 시간보다 10분가량 늦게 시작되었다.
“그래도 비가 그치는군.”
휴 브레드먼 감독은 약간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 사람에게, 여름 날씨는 아직 적응이 힘든 요소 중 하나였다.
“비가 꽤 자주 오네요. 경기가 취소 되는 게 나은지 기다렸다가 끝까지 하는 게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음.”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잘 하고 있을 때 취소되는 건 탐탁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은 홈 경기이기에 경기감독관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이 부분도 잘 이해는 가지 않았다.
어쨌거나, 지난 시즌은 마른장마로 체력 소모가 크긴 해도 비가 그렇게까지 자주 오진 않았는데, 올해는 여름 내내 잦은 비가 예고되어 있었다.
“투수들은 좀 어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은 선수들이 있나?”
타자들에 대한 보고는 이미 들었다. 조용한 편이지만 꼼꼼한 성격의 수석 코치는 그라운드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경기장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글쎄요. 앤디는 가만히 앉아서 모자에 빗물을 받고 있더군요.”
“오늘 선발 투수는 별 이상 없다는 이야기군. 그리고?”
“국은 내일 자기가 던질 때 그라운드가 잘 말라 있기를 바라고 있죠. 불펜은 괜찮습니다. 어제 두 투수가 던졌지만 오늘도 던질 수 있는 상태고, 나머지도 휴식 기간에 컨디션을 잘 유지했어요.”
“다들 훈련이라도 한 건가?”
“그런 것 같더군요.”
알아서 훈련하고 준비하는 선수단.
감독은 자신이 운이 좋다고 느꼈다.
라커룸에 활기가 넘치고, 열정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른 이야기인데 말이야.”
“예.”
“만약, 만약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신다면?”
“젠장. 혹시 날 도청하고 있나?”
“굳이 안 그래도 알 수 있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어디로요?”
“완전히 정해진 건 없어. 그냥, 자네한테 물어보고 싶어서 그래. 만약 자네만 원한다면 함께…”
“어떤 선택을 하든 흥미로울 순 있겠죠. 흠. 만약 메이저리그 팀 감독이 된다면, 날 이 팀 감독으로 추천해주고 가세요.”
“언제나 호시탐탐 내 자리를 노리는군.”
론 버거킨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글쎄요. 여긴 꽤 즐거운 직장이고,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계획이 궁금해요?”
“말해 봐.”
“여기서 몇 년 더 지내다가,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유-리를 코치로 데려갈 겁니다.”
“빌어먹을.”
“그럼 갱도 따라오겠지.”
“제기랄.”
“Ha-ha. 계획이란 이렇게 짜는 거라고.”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죠. 좋습니다. 먼저 메이저리그 감독을 맡고 제가 돌아갈 때까지 버티세요. 그리고 갱이 당신의 팀을 두들겨 패는 걸 난 편안하게 감상할 겁니다. 감독 의자에 앉아서 말이죠. 그리고 이 말을 해줄 수 있겠죠. 굿 럭.”
“실례가 안 된다면, 자네 목 한 번만 졸라봐도 되겠나?”
“좋아요. 감독 대행이 될 기회가 좀 더 빨리 온 것 같군.”
“제발, 내 눈앞에서 10분 정도만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