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5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57화(257/385)
안 친한 형제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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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넌, 하…그 명승부가 끝나자마자 뭐? 한우? 한우 회식? 허, 진짜. 내가 어? 어이가 없어서 어? 말이 안 나온다.”
말이 안 나온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말이 잘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너무했나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들었지만, 돌이켜보니 너무한 건 아닌 것 같다.
약속은 약속이지.
게다가 이 사람은…
잊고 지냈었는데,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솔직히 제수씨가 너랑 살아주는 게 신기하지. 어? 내기할까?’
생각해보니 열 받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고 저 양반 말이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 받는 건 열 받는 거다.
“우린 투뿔 아니면 안 먹어.”
“마. 투뿔이 우습게 보이냐.”
“맛있게 보이는데.”
어쨌거나, 회식은 하기로 했다.
지금 이 시간에 그 많은 인원이 들어갈 한우 집을 어떻게 찾느냐고 조준이 형이 땡깡을 피웠지만, 그럼 우리가 알아서 먹을 테니 카드 주고 가라고 하니 알아서 찾아줬다.
“아. 형.”
“왜 임마!”
“국대 단톡방에도 한우 돌리기로 했지?”
“지독한 새끼…형이 돈이 어딨다고…”
“연봉 8억 아냐?”
“아니거든.”
“아 그 정도 받을 만큼 잘 하진 못 하나?”
“7억 조금 넘는다 이 새끼야!”
“잘 버네.”
돈이야 뭐.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는 거고.
조준이 형이 투덜대면서 날 슬쩍 바라보더니, 하나 물었다.
“마지막에 던진 공 뭐였냐?”
나도 종종 그게 궁금할 때가 있다. 크게 의미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대답해줬다.
“투심.”
“시바. 내 그럴 줄 알았다.”
알면서 왜 물어보냐, 혹은 알면서 왜 손도 못 댔냐고 말하지는 않았다.
“형.”
“왜 임마.”
“한국 시리즈 우승하고 나면 내 공 치는 법 알려줄까?”
그런데 이 말이, 알면서 왜 물어보냐는 말보다 더 열 받게 만든 듯했다.
“내가 못 친 게 아니라 안 친 거거든? 넌 딱 봐라. 다음에 만나면 죽었다.”
“왜 안 쳤는데?”
“마, 그거야, 어? 니 연봉, 어? 쥐꼬리만도 못한 연봉 걱정에, 어?”
흠.
주식 계좌 까버릴까.
메이저리그에서도 존트론 도입 확정한다는 기사가 언제쯤 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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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션스 선수들은 조준이 형에게 다 인사했다.
“어우. 조준아. 덕분에 너무 잘 먹었다.”
“…배 터지게 드셨어요?”
“고기 진짜 맛있더라. 우리 와이프도 엄청 좋아하더라고.”
“…포장도 했어요?”
“어. 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나? 아이고, 미안해서 어쩌나. 잠깐만 있어 봐. 내가 포장해간 건 돈 줄게. 계좌번호 좀 불러줄래?”
“아닙니드…괜츤습니드…”
나는 대근이 형이 일부러 조준이 형의 멘탈을 공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대근이 형이 뒤통수를 슬슬 긁으며 난처해 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는 말을 듣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이고, 내가 어제 너무 많이 포장을 해가지고…”
“괜츤드그요…”
“육회 대짜에 갈비 선물 세트까지…”
“…”
조준이 형이 날 노려봤다. 아니 뭐, 그렇게 억울해할 거면 대근이 형한테 돈 받든가.
아니면 안타 때렸어야지.
“어, 조준이. 어제 거기 진짜 맛있더라.”
“야. 너 때문에 아직 소화가 안 된다. 오늘 실책하면 너 때문이다?”
배영한과 서창열이 약 올리듯 실실 웃으며 지나가다 한마디씩 했다. 이건 100%다. 특히 서창열은 확실하다.
잠깐 캐치볼이나 하자고 말하려고 우리 선수단 쪽으로 왔다가 본전도 못 찾은 조준이 형은 ‘오늘 오션스 다 뒤졌다’라고 중얼거리면서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유준이 달려와 외쳤다.
“어제 너무 잘 먹었습니다. 선배님!”
유준은 조준이 형보다 한 살 어리다. 조준이 형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내가 왜 니 선배야?”
“존경하는 야구계 대 선배님입니다!”
조준이 형의 표정이 살짝 풀린다. 확실히, 동생들한테 약하다.
“야. 내가 니 스윙을 봤을 때는 말이야.”
“미리 조언 감사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
“흠.”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유준에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잠깐 캐치볼이나 하면서 이야기 나눌까?”
“영광입니다!”
드디어 조준이 형에게 다른 캐치볼 친구가 생겼나. 캐치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고, 잠깐 마주친 손용기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조준이 저 새끼…우리 팀 애들한테나 저렇게 해주지…”
“안녕하세요.”
“그래. 건우야.”
“예.”
“조준이 혹시 뭐 FA 때 오션스 간다 이런 이야기 하든?”
“아니요. 메이저리그 갈 거라던데요.”
“그래? 그런데 왜 저러냐?”
“글쎄요.”
빈말이 아니라 왜 저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파이러츠 선수들이 조준이 형이랑 안 놀아 주는 거 아니에요? 저 형 동생들이랑 노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손용기는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주전급 중에 자기보다 동생이 없어서 그런가?”
“그래도 백업 중에는 있지 않아요?”
“뭐, 있긴 한데…그리 많지는 않아서. 시훈이 형이 어린 애들 다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자기만의 사정이 있긴 하겠지.
그래도 조준이 형한테 다른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다.
하는 행동은 야수조 베테랑인데, 생각해보면 주전 야수조 막내이기도 하니까. 뭐…나름대로 막내의 고충이란 게 있지 않을까.
노경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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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이 또 왜 저러냐?”
정조준이 3연전의 마지막 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거만하게 베이스를 돌고 있었다.
사직 야구장을 찾은 야구 팬들에게 욕을 몇 바가지씩 얻어먹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글쎄요. 뭐…좋은 일이라도 있나?”
분노 섞인 야유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오션스 팬들 사이에서 비호감 덩어리인 정조준이 팬들을 도발한 거나 마찬가지니 이건 뭐라고 변명을 할 수도 없었다.
“어후. 오늘 분위기 전쟁통 확정이네.”
사실, 이미 전쟁이나 다름없기는 했다. 2연패로 격차가 더 벌어지긴 했지만 1, 2위 순위 싸움 중이다. 익숙한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그간 오션스는 파이러츠가 몇 시즌 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하는 것을 저 아래서 바라보기만 했었으니까.
그래서 독기가 더 차 있는 것 같았다. 오션스 팬들은 파이러츠가 당연히 자기들 밑에 있어야 한다는 듯 행동했고, 파이러츠 팬들의 반응은 이랬다.
‘점마들 뭐라하노?’
연고 지역이 붙어 있고, 한때 파이러츠의 연고지가 오션스 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성적으로는 라이벌이라고 해주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그간 억눌려 있던 감정이 대 분출되고 있었다.
거기에 강건우의 등장과 올림픽 야구 금메달로 유입된 신규 야구 팬들이 오션스를 응원 구단으로 정해버렸고, 그런 뉴비 팬들에게 길고 처절했던 오션스 패배의 역사 따위는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다.
작년부터 새롭게 야구를 보게 된 사람들에게 오션스는 그저 강팀이었다. 2위를 기록하고 한국 시리즈에서 아쉽게 실패했으며, 올 시즌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어쨌거나, 야구 팬들이라고 해서 모두 야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야구장의 그 분위기를 즐거워한다. 한때 세계 최대의 노래 연습장이라고 불렸던 사직은 오션스의 선두 질주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었고, 가득 찬 관중들의 열기는 때로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뉴비 팬들은 처음에는 정조준 같은 선수에게 과도한 분노를 표하는 올드팬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내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마! 좆준이 니 죽고 싶나!”
정조준은 그런 야유를 들으면서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야. 조준아.”
“알아요. 존나 멋있었죠.”
“아니, 그게…”
우쭐한 정조준에게 파이러츠 최고참 유시훈이 팬들을 자극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려 했지만, 정조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후. 이게 정의구현이지. 오늘 다 죽었다, 진짜.”
손용기가 유시훈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내버려 두라고 신호를 보냈다. 오늘 아침에 정조준이 국가대표 단톡방에 한우 선물 세트 기프티콘을 돌렸다. 그리고 하는 말이, 오늘부터 자기를 오션스 킬러라고 불러달라고 했던가.
“봤죠? 다들 봤죠? 아니 뭐, 공 느리잖아요. 딱 보고, 어? 팍 때리면 넘어간다고. 크. 이게 바로 정조준이지.”
파이러츠 선수들은 그런 정조준을 보고 웃어넘겼다. 오랜만에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가 조금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정조준이 기고만장해하는 사이, 국민성은 홈런 맞은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딱!
“아웃!”
아무리 제구가 좋은 투수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 100% 던질 수는 없다.
국민성도 종종 실투를 던진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실투가 아니라도 맞을 수도 있다. 방금 공은 실투였다기 보다는 정조준이 잘 때려낸 것이다.
그리고 다음 타자에게 초구로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유도해낸 국민성은 생각했다.
‘그냥 한 번 맞은 거뿐이지. 문제는 없다.’
홈런을 맞고 멘탈이 흔들리기는커녕, 범타를 유도해내기 위한 최선의 공을 던져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강건우는 그냥 한숨을 내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실책이라도 하면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고 말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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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아니, 이상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니까.
특별하다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 특별하다. 그 이유는 이거다.
[4안타 3타점 3득점으로 승리를 이끈 정조준, ‘아직 끝나지 않았다.’]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긴 했지만, 마지막 경기를 패배하는 것은 약간 찝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승리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국민성이 꽤 두들겨 맞았으니 더 그렇다.
조준이 형 정도의 타자면 누가 상대라도 안타를 생산해낼 능력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더라도.
그래도 국민성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표정이야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희 형, 잘 치더라.”
“저희 형이요?”
“친하잖아.”
부인하기도 좀 그렇다. 그런데 조준이 형은 경기가 끝나고 기어코 날 찾아와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세레머니까지 펼치고 갔다.
음.
허공에다가 어퍼컷을 한 서른 번 정도 날리더라. 맺힌 게 많은 것인지, 아니면 한우 때문에 원한이 남은 것인지.
조금 뻘쭘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도 조준이 형은 개의치 않고 억지로 신난 텐션이었다. 다음엔 같이 캐치볼 하자고 말하니까 그제야 어퍼컷을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유준이 너보다 훨씬 캐치볼 잘 하거든.’
나이를 먹은 걸까. 요즘 따라 왜 사람이 가끔 귀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국민성은 패배나 조준이 형에게 맞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 했다.
“문제는, 맞은 게 아니라 왜 맞았느냐 하는 거지.”
거기에 답이 있을까.
“조준이 형은 원래 감으로 치는 타자라서요.”
“감은 나도 안 뒤처진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번에도 맞으면 뭔가 대응책을 세워야겠어.”
그러고 보면 요즘 국민성의 말수가 꽤 늘어났다.
“커터를 좀 업그레이드해서 던져볼까.”
“조준이 형이 생소한 구종은 잘 대처 못 하는 편이니까, 그것도 괜찮죠.”
“그래.”
심지어, 아주 작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주기까지 했다.
아직 우리 사이가 그렇게까지 친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혼자서 내게 내적 친밀감을 쌓았나? 우리가 절친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런 걸 떠나서, 만약 조준이 형이 국민성 공략법을 찾아낸 거라면 곤란하다. 한국 시리즈에서 파이러츠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한 번은 우승하고 난 뒤에 조준이 형을 좀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괜히 어딘가 변화를 주는 것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국민성이라면 큰 문제 없이 변화를 가져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저기, 민성이 형.”
조금 어색했지만 그렇게 불러봤다. 국민성은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티 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이제 형이라고 부르게?”
“아…”
“그냥 해본 말이다. 왜?”
“음. 저기, 그. 유리 누나한테 커터 좀 봐달라고 할게요. 괜찮으시면 저도 같이 도와드리고 싶어요.”
“고맙다.”
생각해보면, 국민성도 다른 선수들에게는 저렇게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저 웃음도 저 사람 입장에서는 파안대소가 아닐까.
사람들이 내가 형이라는 호칭을 잘 안 쓴다는 걸 알고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라이.
그냥 다 형이라고 부르자. 형이라고 불러준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들어가세요, 형. 내일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