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5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60화(260/385)
안 친한 형제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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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가 있다. 특정 선수가 어떤 계기를 통해 단번에 자기 앞을 가로막던 벽을 넘어버리는 그런 거.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럴 가능성을 높이려면 좋은 감독, 좋은 코치, 좋은 팀, 좋은 동료 선수들, 좋은 팬, 좋은 환경 등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모든 것이 갖춰진다고 해서 무조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의 여러 요소가 완성되어 가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훈, 훈이 형 같은.
오션스 불펜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아졌다. 마구 같은 업슛을 던지는, 제구는 안 되지만 언더스로 장태영.
좌타 우타를 가리지 않는 커터의 이휘은. 물론 너무 공격적이라 종종 터지긴 하지만.
그리고 좌타자 한정 저승사자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정혁.
거기에 나까지.
지난 경기에서 이 필승조 4인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본다. 우리는 4이닝을 삭제시켰다.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 냄새조차 맡지 못했다.
그런데 이 조합은 원래 잘 던지는 투수들이었다.
물론,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 각성해 리그를 뒤집어놓을 언더 투수.
팀을 옮긴 뒤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엔진스 왕조의 한 축이 되었을 우완 투수.
그리고 원래 잘 했지만, 오션스에서 그냥 사라졌을 좌완.
유리는 두 투수의 재능을 조금 더 빨리 터뜨리도록 유도했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는 역할이 있었다.
정혁이 형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이 사람에 대해서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데,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오던 사람이 의욕을 잃고 그저 그런 선수로 살아가는 모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많이 봤었다.
FA로 거액의 계약을 맺었으니 금전적으로는 풍족해졌는데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으면, 항상 하던 것들을 조금씩 놓게 된다.
항상 하던 것들은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스트레칭하고 간단한 맨손 운동을 한다거나, 경기 직전에 짬을 내서 상대 선수의 최신 데이터를 읽는다거나.
혹은, 러닝 30분을 15분으로 줄인다거나.
점점 문제가 생긴다. 야구가 잘 안 풀리면 짜증은 나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뭐, 이제 좀 설렁설렁해도 괜찮지 않나?’
4년 기준인 KBO에서 두 번 세 번 FA 대박을 터뜨리는 선수들도 있긴 하지만, 한 번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서서히 잊혀 갔을 정혁이 형이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저 사람의 마음속에서 야구에 대한 의욕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거나, 잘 할 예정이거나 잘 했던 선수들과 훈이 형은 다르다.
내가 합류하기 전의 투수 이훈은 평균자책점이 6점 중반인 4승 11패의 투수였다. 올 시즌의 기록은 7승 4패 평균자책점 4.22.
평균자책점 4.22의 선발 투수. 어쩌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팀의 5선발인 데다가 승패 기록을 보면 알다시피 변수를 충분히 만들어 준다.
때로 상대의 1, 2선발급을 만나 호투하기도 하고, 초반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거의 없다. 두들겨 맞더라도 5이닝 정도는 먹어 주면서 팀을 돕고 있다.
-나 : 형 멋있었어요
-이훈 : 정말????
아.
이름 바꿔놔야지.
-훈이 형 : 다음 등판 때는 더 잘 던질게
-훈이 형 : 그때도 형 응원해주라
어쨌거나, 많은 선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팀이 발전하고 있다.
내가 이 팀에 온 것이 계기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유리의 지분이 크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운도 따르면서 많은 것들이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어제 경기 마지막에 있었던 그 사건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이걸.
아이언스의 핵심 선수 몇 명이 하루 만에 삭발을 하고, 대부분이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입은 채 경기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오션스는 멸망했다.
이게 정규 시즌이라 다행이지.
포스트시즌이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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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스, 오션스 상대로 어제 패전 설욕! 14대 5대승!] [박정신, 이종섭, 최철, 고준수의 삭발 투혼.] [오대서 감독, ‘글쎄. 저놈들이 시대를 착각이라도 했나봐.’]└기강 ㄷㄷㄷㄷㄷㄷ
└연봉 순으로 잘라서 삭발시킨거 아님?
└어제 샤우팅 치더만 무서워서 자진 납세 한듯
[구건석 2군행. 치열한 순위 싸움 중에 3할 타자를 2군으로 내려보낸 이유는?]└이새낀 1군에서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다
└아니 씨바 건석이 빼는게 말이나 되냐? 기록 안 봄? 포시 가기 싫음?
└포시고 지랄이고 팀에 도움 안되는 새끼 필요 없음
└도움이 안돼? 구건석이 해준게 얼만데
└니같은 새끼들땜에 씹건석 같은새끼가 스타병 걸리는거임
└싸인 요청해도 쳐다도 안 보는 개새끼 저새끼 땜에 울아들 이제 야구장 가는거 싫어한다
└은퇴해라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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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야 해…누나 보고 싶어도 꾹 참구…”
유리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냥 가만히 그런 유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유리는 벽을 어루만지며 다시 인사했다.
“안녕…내 사랑…”
올스타 휴식기에 집을 보여줬고, 그 뒤로 홈 경기만 있었으니 이제 원정 경기를 떠날 때가 됐다. 일정이 쉬운 편은 아니다. 원정을 거의 10일가량 떠나야 한다. 그래서 원정행 버스에 오르기 전에, 집 앞에 잠깐 와서 집한테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 다 했으면 가자.”
“잘 있어…”
귀여워서 그냥 웃었다. 이 정도로 마음에 들어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구장에서 이동해야 하니 이동을 시작했다. 시즌 끝나면 결혼식도 하고, 운전면허도 딸 생각이다.
“이동할 때 버스에서 누나랑 나란히 앉아 가고 싶다.”
내 말에 유리가 코웃음을 쳤다.
그냥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말투나 행동이 조금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옆에 앉아서 누나 잘 때 내 어깨도 빌려주고, 손잡고 이동하고. 얼마나 좋아?”
“잘 한다, 잘 해.”
그것과는 별개로, 화가 좀 줄어든 듯하다. 평소라면 어찌 됐거나 어제 경기처럼 대패했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어제 개박살 났는데 안 열 받았어?”
한숨을 쉰 유리가 대답했다.
“아니, 뭐…걔들 삭발도 하고 양말 올려 신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치…깜짝놀랐잖아. 박정신 삭발하는 거 보고.”
“왜?”
“그런 선수가 아니거든. 좋게 말하면 도인 같고 나쁘게 말하면 좀 이기적인 면도 있고.”
유리는 박정신의 팬이었으니까 나보다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팀에 있을 때 좀 그렇게 솔선수범하고 열심히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
“솔직히 아이언스가 우리보다 성적 좋았으면 좀 빡쳤을 듯?”
유리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팀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는 성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1위 팀에서 선수들 간에 싸움이 생기면 더 잘하려는 승부욕으로 발생한 해프닝이 되지만, 꼴찌 팀에서 그런 게 생기면 하라는 야구는 안 하고 쓸데없이 싸움이나 하는 콩가루 집안 취급을 받게 된다.
개인으로도 그렇다. 3할 치는 타자가 경기 끝나고 놀고 있으면 바쁜 일상 후의 휴식이고 2할 타자가 놀고 있으면 그래서 야구를 못 하는 거라고 욕을 먹는다. 물론, 3할 타자가 다음 날 경기에서 삼진 먹고 병살당하면 재능만 믿고 자기 관리 안 하는 쓰레기 취급을 받지만.
어쨌든.
유리는 출발 직전에 코칭스태프 미팅이 있다고 잠시 자리를 떴다. 버스에 짐을 싣고 타려는데, 오션스tv가 촬영 중이었다.
“오! 강건우 선수가 나타났습니다! 강건우 선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방금 정유리 코치님이랑 같이 계신 것 같았는데. 안 보이시네요?”
“예.”
짧게 대답하는데도 계속 질문을 던져댔다. 오션스tv가 사랑하는 선수가 나타날 때까지.
“앗! 이시욱 선수! 안녕하세요!”
“오. 뭔데요. 또 촬영합니까.”
“예! 강건우 선수가 원래 이렇게 무뚝뚝한가요?”
노루 형이 날 쓱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점마 원래 그랍니다. 그, 정유리 코치님한테 말고요.”
“그, 존경을 표하시는 게…”
“정! 유리 누나! 코치님!”
좋아할 만도 하다. 무슨 말을 던져도 장단을 맞춰주니까. 나는 얼른 버스에 올랐다. 얼핏 듣기로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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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예. 강건우.
-비하인드 썰 같은 거 있으면 좀…
-예. 하나 풀어보까요.
-좋습니다!
-그, 입단 초기에요. 강건우 기강 좀 잡으려고 벼르고 있었거든요.
-기강을요?
-아니 뭐, 심각한 건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 애가 워낙 주목받고 해가지고. 좀 프로의 매운맛을 좀 보여주려고 했다고 해야 하나?
└노루야…
└매운맛은 니가 봐야지…
└노루특)아직까지 양캡한테 기강 잡히는중
-프로 입단하자마자 2군 맛도 안 보고 바로 1군 데뷔했잖아요. 그것도 개막전부터.
-그랬었죠. 오랜만에 초대형 신인이 나타났다, 이런 반응이었으니까요.
-개막전에 홈런 두 개 때렸지. 그것도 김권종 선배님 상대로. 두 번째 경기도 홈런 때리고.
-정말 대단했었죠.
-그래서, 어? 선배 된 입장에서, 어? 아가 기고만장해지면 안 된다 싶어가. 실책이라도 한 번 하면 따끔하게 혼내줄라고 딱 마음을 잡고!
└실책?
└노루 돌았나 ㅋㅋㅋㅋㅋ
└아니 다른건 몰라도 수비 가지고 ㅋㅋㅋㅋㅋ
└노루가 ㅋㅋㅋㅋㅋㅋ수비로 ㅋㅋㅋㅋㅋ후배를ㅋㅋㅋㅋ
-근데 실책은 무슨, 실수도 안 합디다.
-그랬죠…
-그리고 솔직히, 초반에 막 홈런치고 난리가 났길래요.
-예.
-타격 슬럼프라도 오면 좀 선배로서 조언도 주고 할라 했는데.
└조언?
└슬럼프?
└노루가?
└누구한테?
-와. 슬럼프는 개뿔. 이건 뭐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데.
└노루 표정 ㅋㅋㅋ
└귀신이라도 본듯 ㅋㅋㅋㅋ
-사실 애가 너무 잘 하니까. 선배들이 할 말이 없지.
-좀 많이 잘 하긴 했습니다.
-게다가 얼마나 성실한지, 딴짓도 안 하고. 이건 뭐 책잡을 게 없어가지고요.
-그렇게 성실한가요?
-아니, 나중 되니까 우리가 점마 눈치를 보게 되더라니까?
└후배 성실한 것 때문에 왜 나라 잃은 표정 짓는데 ㅋㅋㅋㅋ
└따라해봐라 쫌
-아, 그 정도로요?
-예. 그래가 최근까지 선배들이 건우 눈치 보고 지냈다 아닙니까.
-최근까지라면 요샌 좀 다른가요?
-요새는 뭐…붙임성이 좀 생겼지요. 선배들이랑은 가깝게 안 지내고 만날 노갱우만 잡다가. 이제는 행님행님 하면서 살갑게 할라고 노력도 하고.
-노경우 선수를 잡았나요?
-어휴. 말도 마이소. 내가 강건우 선배라서 얼마나 다행인데. 아무튼, 형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진짜 어색해서 진짜 웃깁니다. 얼굴 근육이 싹 굳어서 입술 바들바들 떨면서 말하그든요?
-강건우 선수가요?
-예. 그래서 요새 선수들 취미 생겼다 아닙니까. 강건우한테 행님 소리 들을라고 줄을 서 가지고.
-저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쉽지 않을깁니다. 아. 이틀 전에 훈이 만루에서 삼진 잡은 거 봤습니까?
-예. 어우. 박정신 선수한테. 진짜 멋있었죠.
-그게 바로, 예? 훈이가 강건우한테 행님 소리 듣고 힘 빡 주고 잡은 거라니까?
└강건우 노루한텐 형이라고 안 불러주냐?
└노루한테도 좀 불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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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어디 갔냐?”
“건우 아까부터 안 보이네요.”
“아, 건우한테 형 소리 들어야 운동이 잘 될 것 같은데.”
“강건우 형들 안 챙기고 또 누나만 챙기러 갔나?”
훈련장이 시끌시끌했다. 강건우가 들으면 이 사람들 대체 왜 이러나 생각할 게 뻔하지만, 최근 팀 분위기가 이랬다.
강건우는 훈련장 앞에서 다른 선수들의 대화를 들었다. 잠깐 투수 코치와 면담을 하고 왔더니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살짝 뇌가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게 뭐라고 저렇게 재밌어하는 거지. 이게 다 국민성 때문이다. 이시욱이 주절대는 오션스tv 영상을 봤다.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살면서 가장 큰 고민은 정유리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그냥 야구였다.
이런 거로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고민이란 것도 웃기는 일이다.
사실, 놀림당하거나 하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항상 멋있는 에이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강건우는 훈련장으로 들어가면서, 살짝 슬픈 표정을 지었다.
“건우 왔냐?”
“어디 갔다 왔냐!”
“건우야 형이 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냥 고개를 슬쩍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선수들이 모여서 숙덕대기 시작했다.
“여친이랑 싸웠나?”
“코치님한테 혼났겠지. 싸우긴 무슨.”
“그럼 좀 나중에 놀릴까?”
“잠깐만 쉬자.”
“혼나지도 않았고 싸우지도 않았거든요? 다 들립니다.”
“기분 안 좋아 보여서.”
“기분 안 좋은 거 아닌데요.”
“그래?”
“건우야 형 해봐.”
“…”
“오. 우리 동생 배팅 훈련 시작하니?”
따아아아아아아악!
“우와. 우리 동생 힘 좋은 것 좀 봐라.”
“건우야. 그래서 공 반으로 쪼개지겠냐?”
“우아아아아아아아!”
“오. 건우 기합 좋고.”
따아아아아아아아악-!
“5연타석 홈런 치겠네, 잘한다 내 동생!”
“건우야! 형이 응원한다!”
“큭큭큭 강건우…다음 경기 내 등판이라고 더 힘내는 건가…”
“으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