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6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62화(262/385)
안 친한 형제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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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야.”
“예. 석규 형.”
홈런을 때려내고 이닝이 끝난 후, 승기 형이 큭큭 대며 웃는 걸 애써 피했더니 석규 형이 말을 걸었다.
표정이 이상하다. 눈이 양옆으로 긴 편인데, 눈가가 씰룩대고 있다. 이럴 때는 꼭 이상한 개드립을 치는 편인데.
“황보경태에 대한 비밀, 궁금하지 않냐?”
“비밀요?”
불길하다.
“사실…”
“예.”
“황보경태는…”
“…”
“…황씨다.”
“…”
“나와 같은 창원 황씨…”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러니까 이름이 보경태란 이야기다, 건우야.”
“…”
한숨이 푹 하고 나왔다. 석규 형은 진지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지만, 눈 끝이 또 꿈틀댄다.
“넌 안 속는구나.”
“그걸 누가 속아요?”
내가 그렇게 묻자, 석규 형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등 뒤를 가리켰다. 노루 형과 노경우가 대화 중이었다.
“보경태 내가 오늘 잡는다. 딱 봐라 갱우야.”
“형. 보경태 선배님한테 약하잖아요.”
“지금까지는 내가 봐준 기다.”
“뭘 봐줘요.”
“니 햄 못 믿나?”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
“저 두 사람은 바로 속던데. 같은 집안사람이라고 했거든.”
“저 두 사람이니까 속죠…”
“그런가? 음.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석규 형의 눈이 FA 외야수 둘을 향했다.
“형.”
“왜?”
“하지 마세요.”
“왜?”
“이번엔 진짜 맞을 거 같은데요.”
석규 형은 씩 웃더니 헬멧을 쓰고는 잘 보라며 창열이 형과 영한이 형에게 다가갔다.
“형들.”
“아, 또 왜!”
창열이 형의 반응을 보아하니, 외야에서 맨날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진심으로 지긋지긋해 하는 표정이다.
“제가 황보경태에 대한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마! 절루 가!”
“사실은 황보씨가 아니라 황씨…”
“또 뭔 소리야?”
“본명이 보경태…”
“하…”
“창원 황씨…”
“돌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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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야. 보경태 공 우째 치는지 좀 알리 주라.”
노루 형은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아무래도, 음.
타격 시 체중 이동을 어느 정도 개선하면서 단점이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노루 형 같은 타입의 타자들은 황보경태 같은 스타일의 투수에게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험상, 불도저스 포수 박지훈도 국가대표 조용한, 백준섭에 가려져서 그렇지 만만치 않은 포수다.
순수 수비력만 보면 평균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을 한다거나, 투수와 호흡을 잘 맞춘다. 여담으로, 트래시 토킹 같은 걸 시도해서 타자를 흔들기도 하고.
“형 뭐 노렸었어요?”
“변화구.”
“무슨 변화구요?”
내 질문에 노루 형이 눈알을 살살 굴리더니, 작게 대답했다.
“그냥 변화구. 변화구가 변화구지.”
그렇게 대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음.
여러 종류의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는…
사실, 야구에선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정답은 없다.
아까 노루 형이 삼진당했던 상황을 복기해보자.
초구로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파울. 그다음은 가운데에서 떨어지는 포크볼. 크게 헛스윙. 3구는 커브로 볼. 바깥쪽.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점차 옮겨가면서 시선을 어쨌거나 낮은 곳에 고정해놓고 142km/h 짜리 높은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유도.
“시야를 좀 넓게 가지시면 어떨까요?”
“내 시야 겁나 넓은데.”
“아니.”
“진짠데.”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다. 근데 이런 게 재밌게 느껴지는 것도 웃기다.
“큭큭큭…”
무언가 말을 해주려다가, 불길한 웃음소리를 듣고 멈추고 말았다.
“보기 좋군…”
“어. 승기 햄. 안 쉽니까?”
지금은 잠깐, 이닝 교대 시간이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짧게나마 휴식을 취하거나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제 곧 저 형이 마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아니, 곧이 아니라 지금쯤이면.
“에이스의 승리를 지켜주기 위한 너희들의 헌신.”
“…”
“잊지 않고 최고의 투구로 보답하마…”
“아. 빨리 마운드나 올라가요.”
“호오. 강건우.”
“왜요.”
“나의 빛나는 피칭이 그리 빨리 보고 싶은가.”
“…”
“네 마음 이해는 한다.”
“예…”
“어디에서도 나 같은 투수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승기 형이 마운드를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자. 보여주마. 역사에 길이 남을 오션스 왕조의 왕, 나 민승기의 마법을.”
그렇게 말하고 흑막처럼 웃으며 걸어가는 승기 형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노루 형이 코를 긁었다.
“저 행님 와저라노…날이 덥드만 돌아뿟나…”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안 더워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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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하다 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보통 이런 말을 하면 좋은 면보다는 안 좋은 부분을 이야기하게 될 때가 많은데, 가끔은 좋은 쪽으로 그런 일이 생길 때도 있다.
“아웃!”
“우와아아아아아!”
“아!”
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습 타구를 이시욱이 그대로 받아낸 까닭이다.
쉬운 타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못 막아낼 만한 타구는 아니었다. 3루수가 저런 걸 놓치면 욕 몇 마디 정도는 각오해야 할 만한 타구.
하지만 이시욱이 그걸 깔끔하게 처리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시욱이라서 그렇다. 이시욱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어깨를 으쓱하는 퍼포먼스까지 보였다.
“노루 수비 진짜 많이 늘었네…”
예측을 벗어난 이야기였다. 정유리는 오션스 선수들을 오랫동안 분석해왔다.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시절부터다. 물론 중학교 시절의 과거로 돌아가자면 이시욱은 오션스에 없었지만.
정유리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생각했다.
‘역시 이론이랑 분석이 다 맞지는 않으니까…’
오션스에서 절대로 갱생 불가능한 리스트를 짠 적이 있다.
이훈의 제구력.
이시욱의 수비력.
종속진의 멘탈 등등.
물론, 리스트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자신이 책임자가 된다면 이시욱과 이훈을 팔아버릴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두 선수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약점을 지우는 것과 강점을 강화하는 것. 이건 코치 입장에서 엄청난 딜레마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종속진을 팔아버린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유리에게는 요즘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미뤄놓은 일들도 있었는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포기했던 이시욱의 수비력이 괜찮아지는 것을 보고 모든 일을 혼자 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건우 너 진짜 천재구나…”
혼자 소리 내 중얼거렸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훈련 코스를 짜주긴 했지만, 실책 한 번 할 때마다 강건우가 ‘노루 새끼’라고 말하기로 했다고 저렇게 집중력을 발휘할 줄이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건우가 메이저리그로 갔다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우리는 계속 만날 수 있었을까. 뭐. 건우가 미국에서도 나한테 이렇게 잘 하고 결혼하자고 매달렸으면 못 이기는 척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그러면 오션스는?
일단, 트레이드가 없었다는 가정하에 작년 주전 유격수는 김세완이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세완은 유연성이 떨어진다. 성실하기는 하지만 중압감에 무너져내렸을지도 모른다. 본인도 주전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대타로 활약할 때 더 편안해 보인다.
강건우를 대신해 1순위로 뽑혔을 가능성이 있는 유병성이 주전 자리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 메테오스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긴 했지만 강건우와의 격차는 크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그렇다면 3루수 이시욱은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격수 자리의 강건우를 믿고 수비 범위가 굉장히 좁은 이시욱을 3루수로 변환시켰다. 그렇게 됐더라면, 울프팩이 재계약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형오가 여전히 마무리 투수 자리를 맡고 있을까?
이휘은이나 김정혁이 그 자리를 대신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강건우가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대학생에 불과한 정유리가 오션스 코칭 스태프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휘은의 커터도 없고, 이훈의 투심도 없다. 없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으.”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물론, 정유리의 상상은 좀 더 제한적이었다. 박의현은 이 팀에 오지 않고 은퇴했을 것이고, 노경우는 선더버즈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며, 서창열, 주상욱, 정예성, 장태영도 없다. 국민성은 2군을 전전하고 양대근은 FA가 되는 순간 미련 없이 떠날 사람이었다.
아까 이시욱의 도움으로 아웃 카운트를 따냈던 민승기가, 이번엔 삼진을 잡아내고 포효하고 있었다.
‘뭐, 그래도 민승기는 왔을 테니까…괜찮았겠지?’
이 또한 엄청난 오판이다. 민승기는 득점 지원도 수비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비운의 에이스가 되어 점점 생기를 잃어갔을 것이다.
민승기는 왼손의 글러브를 빼 오른손에 덮어두고 거만한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덕아웃이 잠깐 소란스러웠다. 정유리가 무슨 일인가 싶어 덕아웃쪽 문을 열어보자, 민승기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손톱이 깨졌습니다. 침착하게 대응해주세요. 불도저스가 제가 다쳐서 다음 이닝부터 등판 못 한다는 걸 알면 더 강하게 나올 겁니다. 그리고 우리 타자들도 동요될 거고요.”
물론 민승기가 다친 것은 큰일이다. 정유리는 두 가지 때문에 놀랐다.
저 정도로 침착하게 대처하는 민승기의 태도에 한 번.
그리고 어마어마한 자기애에 한 번 더.
불펜에서 김정용과 전태재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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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형이 4이닝 만에 손톱 이상으로 내려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본드로 손톱을 붙이고라도 뛰고 싶었다고 한다.
뭐…
그랬다가 다음 경기에 못 뛰면 부산 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안 그러기로 했다나.
…
아무튼.
좌투수 전태재가 올라와 좌타자 둘을 처리하고 난 뒤, 정용이 형이 등판했다.
몸이 아직 덜 풀렸는지 초구에 안타를 맞고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내야 플라이로 이닝을 정리했다.
승기 형이 부상으로 길게 자리를 비웠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미국에 있을 때 유리가 승기 형이 오션스 선발로 등판할 때마다 그런 말을 했었다. 민승기한테 미안해 죽겠다고. 꿈도 희망도 없는 팀에서 로테이션 안 거르고 매번 등판해서 개고생만 한다고.
손톱 부상이야 심각한 부상도 아니고 금방 회복되기야 할 테니 별로 걱정할 것까진 없다.
어쨌거나, 우리는 불도저스를 상대로 승리했다. 정용이 형이 2.1이닝을 소화했고, 7회와 8회는 좌우완 두 셋업맨이 정리했다.
그리고 8회에 빅이닝이 나와서 9회 말에 내가 등판하진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구단 채널에서 나온 이야기에 대해서다.
“강건우 선수. 지금까지 선배 선수들에게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 형이라고 부르기는 했는데요…”
“잘 안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네티즌들이 강건우 선수를 강길동이라고 부르는 거 알고 계십니까?”
내가 강길동이라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요…”
“예. 말씀해주세요.”
“그게 왜 이슈가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는데, 기자들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어댔다.
“아니,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게 죄도 아니지 않나요?”
그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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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손톱 부상으로 4이닝 만에 강판.] [민승기, ‘나는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애써준 동료들에게 감사.’] [강건우, ‘형이 아니라 선배라고 부르는 게 죄는 아닌데.’] [승리 투수 김정용, ‘동생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오션스 휴 브레드먼 감독, ‘민(승기)의 다음 등판? 말하고 싶지 않다. 다른 팀의 경기 구상에 혼란을 주고 싶다.’] [최근 수비 집중력 좋아진 이시욱. 오션스의 키 플레이어?]└건우한테 갈굼먹으니 다 좋아지네
└건우야…이제 호세 킹만 갈구면 된다
└한줄로 나 웃기는 놈한테 치킨 쏜다
└호타준족 양대근?
└흠ㅎ 괜찮긴 한데 식상함
└이훈 메이저리그 20승
└그게 왜 웃김? 존나 하이퍼리얼리즘이구만
└씨발 후니단이었네
└노루 수비형 3루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우승
└;;
└후니단 개그코드 수준 보소
└넌 노루단이냐?
└아님
└인증 ㄱ
└노루새끼 눈깔 빼고 타격하는 새끼 수비 범위 반경 10센치
└노루 요새 잘 하는데 왜 그러냐…
└노루한테 말이 너무 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