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6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63화(263/385)
커피 프린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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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형은 나라 잃은 표정을 지으며 부산으로 이동하게 됐다. 감독님은 승기 형에게 로테이션 한 번 건너뛸 것을 명령했고, 승기 형은 다급하게 접착제로 손톱을 붙이면 다음번에 선발 등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린지. 손톱에 접착제를 붙여서 던지겠다는 주장을 들어주는 감독이 세상에 어딨다고. 오공 본드는 무슨.
뭐. 옛날에는 그랬다곤 하는데.
지금은 무려 2029년이다. 그런 게 통할 리가 있나.
“후…”
셀러리 한쪽 입에 물고 담배 피우는 흉내 내며 속상해하는 척이라.
이 사람, 대체 어디까지 내게 보여줄 셈인 걸까.
“강건우……”
쓸쓸한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며 한 말은 뭐.
항상 듣던 것과 비슷한 그런 말이었다.
에이스란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팀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팀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존재이며, 감독님이 미국 출신이라 그런지 동양의 신비로운 정신적 요소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아서 슬프다고.
그리고 이깟 손톱 부상 따위가 자신을 막아 세우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입단 첫해에 로테이션을 거를 거라고는 평생 상상도 못 해본 일인 데다가, 아침에 별자리 운세를 봤는데 늘 하던 대로 하지 않으면 큰 재난이 닥칠 거라는 이야기를 봤다고 한다.
“형.”
“…말해라.”
“말이 너무 많아요.”
“…”
그 말을 듣고는 또 일장 연설을 시작하려 했다. 고독한 에이스가 어쩌니.
“그냥 그렇게 부산 가기 싫으면 감독님한테 직접 말해보세요.”
“강건우.”
“예.”
“나한테 들은 그대로 감독님에게 가서 대신 말을 좀 전해줬으면 한다.”
“예?”
“영어 실력이 아직 부족해서…내 진정한 뜻을 전달하기가 쉽지가 않네.”
“통역사 있잖아요.”
“…”
“왜요?”
“…통역사가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참을 수가 없어서, 그냥 내 생각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저는요?”
“뭐?”
“저도 형을 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전혀 쓸데없는 시도였던 것 같다.
“네 눈에 담긴 것은 존경심과 일종의 동질감…”
“뭔 소리에요, 지금?”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구나. 내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라, 강건우.”
“…”
“네 속에 있는 이야기. 아마 나 말고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항상 가면을 쓰고 있었겠지. 자. 바로 지금이다.”
단단히 미친 사람…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그냥 말해버렸다.
“저 사실 원래 메이저리거였는데 과거로 돌아와서 오션스로 온 거예요.”
“뭐라고?”
승기 형의 눈이 커졌다. 지금 당황한 건가?
“MVP를 세 번 정도 탔고요. 사이 영 상도 탔고요. 거기서는 선발이랑 타자랑 같이했거든요. 유격수 말고 다른 포지션을 더 많이 하긴 했는데. 우승도 꽤 많이 했었어요.”
“흠.”
승기 형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믿는다고…?
“그랬군.”
“예?”
“역시, 넌…”
“예…?”
승기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정도였군. 메이저리거가 되어 그런 목표를 이루고 싶었지만, 개인의 영달보다는 오션스 우승이라는 대의를 위해 한국에 남은 것…”
…안 통했다.
승기 형이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넌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강건우. 좋다. 팀을 네게 맡기지.”
“…”
“나는, 이 팀의 미래를 보기 위해 잠시 떠나 있으마.”
“…”
그리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며칠 뒤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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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스와의 3연전을 마치고 우리는 수원으로 이동했다. 다이아몬즈와의 원정 경기가 있다.
종속진의 징계가 거의 끝나간다고 한다.
수석 코치님이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전에 안 좋은 일 있었지. 그래도 뭐 그 뒤로는 별일 없었고…그런데 인터넷에서 말이 좀 나온다. 종속진이 복귀를 시키니 마니 하고. 별생각 안 하고 지내다가도 말이 나오면 다시 그게 생각나서 거칠어질 수도 있으니까, 다들 신경 좀 쓰자.”
잘못한 건 그냥 종속진인데, 괜히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웃기다.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한 번 해봐?
“괜히 상대 자극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긴 한데…”
아무래도 큰 싸움이 또 벌어지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벤치클리어링도 하나의 볼거리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있지만, 한국은 좀 다르니까.
벤치 클리어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 또한 리그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여긴다. 사실, 사이 안 좋은 팀이 있으면 상대할 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밖에서 볼 때는 즐길 거리가 된다.
수석 코치님 입장도 이해는 한다. 한국 야구판은 좁고, 코치는 계약직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저 팀에 가서 코치 생활을 이어나갈 수도 있고.
“그런데, 하나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말을?
“먼저 시비 걸어 오면 맞고 오진 마라.”
“오.”
서창열은 단 한 음절로 동료 선수들에게 의미 모를 자신감을 심어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뭐, 감독님 생각이기도 하고.”
수석 코치님이 살짝 웃었다. 그래도 조금 걱정은 되는지 덧붙였다.
“어쨌든 안 다치는 게 최고다. 그리고 승기도 없으니까.”
아무래도 승기 형이 있으면 다이아몬즈 팬들의 반응이 약간은 달라진다. 원래대로라면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등판했을 것이다.
“그리고 건우.”
“예.”
“넌 혹시나…그,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말이다.”
“예.”
“퇴장은 당하지 마라.”
미국 정통 벤치클리어링 일 발 장전되어 있었는데, 이런 특별 지시라니.
수석 코치님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첨언했다.
“아. 건우 빠지면 절대 안 된다 이건 아니고, 물론 빠지면 타격은 크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갈피를 약간 못 잡는 것 같더니, 한숨을 푹 쉬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 상대가 우리 타자들 머리 쪽으로 던지기 전에, 우리한테 168km/h 짜리 패스트볼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겠냐…뭐 그런 뜻인데.”
“빈볼 지시인가요?”
“아니. 오해하지 말고. 168km/h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뭐 그런 거지. 음. 아니다. 다들 잊어라. 농담 한다는 게 선을 좀 넘었네.”
“아, 당연히 농담이죠. 그리고 오션스 전통이 그, 우리끼리 한 농담은 절대 발설 안 하는 거 아닙니까? 거 발설하는 놈 잡아 족치는 전통도 있고. 안 그렇습니까?”
내 짐작인데, 수석 코치님은 서창열의 그 한마디에 꽤 마음을 놓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현수에게서 지금 승기 형이 뭘 하고 있는지를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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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상동에 민승기 떴다]└민승기 거기서 뭐함?
└민승기???
└승기 2군 경기 보러감???
└민승기 ㅋㅋㅋㅋㅋㅋㅋ 커피차 끌고 왔는데
└2군 선수들 커피 사주려고 간거임?
└팬들도 그냥 와서 먹으라고 해서 한잔 얻어먹음 개꿀
└승기 손톱 다쳤다더니 거기 왜 있음?
└가서 함 물어볼까? 승기 형이 쏜다 깃발 옆에서 팬들한테 싸인해주고 있던데
└싸인 못하게 해라 손톱 부상 커질라
└안그래도 왼손으로 싸인하면서 양해 구하더라 오른손 지금 회복중이라고
└민승기 대체 뭔데 ㅋㅋㅋㅋㅋ
└아니 왜 거기 있냐고 ㅋㅋㅋㅋㅋㅋㅋ
[민승기랑 사진 찍었다]-2군 경기 보러 온 사람은 얼마 없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친절하게 인사해주고 왼손으로나마 싸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왜 왔냐고 물어보니까 오션스의 미래를 엿보기 위해 왔다더라
오션스 많이 사랑해달라고 하고 올해 꼭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함
승기형 사랑해
└와 민승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제대로네 ㅋㅋㅋㅋㅋ
└승기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얼꼴빠ㄷㄷㄷㄷㄷㄷㄷ
└아직 있냐? 지금 출발한다
└상동구장 존나 이상한데 있지 않음?
└방금 물어보니 경기 끝까지 다 보고 갈거라고 함
└ㄷㄷㄷㄷㄷㄷ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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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와 다이아몬즈의 경기는 몇몇 사람들이 우려한 것과는 달리 별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종종 다이아몬즈 팬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거나 정귀현이 똥 씹은 듯한 표정으로 특히 강건우 혹은 노경우를 노려보긴 했지만, 사고가 발생하진 않았다.
전에 싸웠다가 본전도 못 찾고 두들겨 맞은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름대로 평화로운 경기였다.
물론 그건 오션스 입장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안정성이 많이 떨어진 다이아몬즈를 상대로 오션스는 선발 전원 안타에 대타로 투입된 김세완과 유준까지 안타를 때려냈다.
타선의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홍석헌이 부상당한 상태의 다이아몬즈는, 설상가상으로 선발진도 쉽지 않은 상태.
어쨌거나, 대승을 거둔 오션스 감독 휴 브레드먼은 오늘 인터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며 기분 좋게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할 말이 많았다. 이훈은 오늘 큰 부침 없이 6.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불펜이 승계 주자를 들여보내지 않았더라면 무실점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강건우 활약이야 뭐 굳이 말하자면 입 아플 지경이고, 9번 타자 노경우는 3안타에 3도루를 기록하며 다이아몬즈 내야를 초토화시켰다. 울프팩은 선취점을 따내는 투런 포를 때려냈고, 양대근은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볼넷을 얻어내기도 했다. 물론 거기에 그치진 않았다.
승리한 후 기자들 앞에서 자기 선수들을 자랑하는 것은 휴 브레드먼이 가장 사랑하는 시간 중 하나였다. 경기 전에 기자들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시간이다.
“정말 훌륭한 경기였습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활기가 넘쳤고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죠. 어땠습니까? 이 게임을 즐기셨으리라 믿습니다.”
어떤 기자가 물었다. ‘이훈의 일관성을 관리할 방법을 찾으신 건가요?’ 감독은 ‘우리는 이훈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종종 흔들리는 모습은 성장통이라고 해두죠.’라고 대답했다.
몇몇 질문이 들어왔다. 감독은 다 기분 좋게 대답했고, 질문에 대답해주다가 한 기자가 물었다.
“민승기 선수의 상태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그는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너무 달려온 것 같아 짧은 휴가를 준 상태죠. 이번 시리즈에는 등판하지 못 할 테지만, 다음 일정에서 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오션스 2군 구장에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What?”
감독이 당황하는 걸 보고 기자가 말했다.
“아. 모르셨나 보네요.”
휴 브레드먼은 생각했다. 분명히 강제로라도 휴식을 취하게 하도록 보내놨더니.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긴 했지만 오션스 입단 전 민승기의 기록만 봐도 얼마나 강한 선발 투수인지 알 수 있다.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으니 힘을 좀 비축해뒀다가 올해의 마지막 시리즈에 써먹고 싶었다.
기자가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줬다. 통역이 바쁘게 말을 옮겨주었고, 휴 브레드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미친.’
하지만, 휴 브레드먼은 프로다. 생각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팀에 대한 애정을 좀 드러낸 것뿐이다.
“그는 정말 오션스를 사랑하는 선수입니다. 2군에서 올라올 미래의 동료들을 돕고, 그곳까지 가는 열성 팬들까지 챙길 정도로요.”
그렇게 말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을까. 미국에도 팬 서비스에 능한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추후 자신과 함께 뛸지도 모른다고 마이너리그 경기를 보러 가는 메이저리거가 있을까.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웃다가 자기도 모르게 본심을 말해버렸다.
“그는 미친 사람입니다. 완전히 미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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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장 휴 브레드먼 감독, ‘민승기는 미친 사람.’]└아니 기사 제목 어그로
└난 또 감독이랑 민승기랑 싸운 줄 알았네ㅅㅂ
└야구에 미치고 오션스에 미친 사람 ㅋㅋㅋㅋㅋ
[민승기가 오션스 2군 구장에 간 까닭은?] [다친 김에 휴식하라고 보내놨더니…2군 경기 보러 가서 커피 사고 즉석 팬 싸인회 연 오션스 민승기.]└시발 존나 배신감 느껴지네 오션스 그리 가고 싶어서 다이아몬즈에서 어케 뛰었음?
└민승기 팬이었는데 개실망임. 다이아몬즈 생각도 그 정도로 해봤나?
└승기 다이아몬즈 생각 얼마나 많이 해줬는데 지랄들임 이새끼들 타팀 분탕인듯
└난 다른팀 팬인데 우리 선수가 fa로 나가서 저랬음 개빡치긴 할듯
└너네 다이아몬즈 팬 아니지?ㅋㅋㅋ 민승기 사직에서 다이아몬즈 유니폼 입고 있으면 와서 아직도 90도 인사한다
└아니 씹 ㅋㅋㅋ 분탕이고 뭐고 오션스 선수한테 왜 니들이 당나라 명나라임?
└;;;
└있을때 잘좀 하지 ㅂㅅ들 ㅋㅋㅋㅋ
└솔직히 꼴션스에 있긴 아까움
└1위인데 왜 꼴 붙임?
└통합우승도 없는 새끼들이 ㅋㅋㅋㅋㅋ
└올해 할건데?
└응 하고 나서 이야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