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6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65화(265/385)
커피 프린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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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의 싱커는 춤을 추는 것처럼 현란하게 움직이거나, 칼같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되며 평범한 땅볼을 유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160km/h를 넘나들면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타자들은 공을 정확히 보고 치는 것이 아니다. 평균적인 구속을 상대하는 것이 몸에 익어 있고, 손에서 공이 떠난 직후에 어디로 어떻게 날아올지 예상하고 스윙한다.
호세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161km/h의 포심 구속을 머릿속에 넣고 타석에 서게 된다. 평소보다 타이밍을 더 빠르게 잡고 들어오는 것이다.
개인 차이는 있기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선수들이라면 160km/h의 공이라도 칠 수 있다. 구속이 다가 아니라서 그렇다. 구위는 어느 한 가지 요소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빠르기만 하다고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한다면, 호세는 거의 언터처블에 가까워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어쨌거나, 저 밋밋한 싱커가 통하는 이유를 그런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타자는 160km/h 정도의 공을 노리고 들어온다.
그런데 싱커의 구속이 150km/h 정도가 나온다.
150km/h 짜리 싱커라. 충분히 위협적이긴 한데, 10km/h 정도의 구속 차이가 나는 데다가 조금 밋밋하긴 해도 약간은 무브먼트가 있기에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 효과를 보고 있는 듯했다.
따악!
그래도, 조금만 더 떨어지면 더 좋겠다.
오히려 160km/h에 못 따라오는 스윙이 정타를 만들어낸다.
옆으로 미끄러지며 상체를 던지듯 몸을 뻗었다. 무게 중심을 제어하지 못하면 부상 위험이 조금은 있는 동작이다. 억지로 잡아당긴 타구가 애매한 코스로 날아왔고, 자세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에 시도했다.
타구는 땅에 튕기지 않고 내가 팔을 뻗은 곳에 그대로 와서 꽂혔다. 그리고 나는, 다리 힘으로 억지로 버티며 일어나는 탄력으로 옆으로 점프해 미처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에게 태그했다.
“아아아아!”
다이아몬즈 팬들의 아쉬움이 쏟아져나온다.
오늘만 이런 장면이 두 번째니, 아쉬울 만도 하다. 이런 건 자주 나오는 플레이가 아니라서.
호세가 큰 콧구멍을 벌렁거리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미미한 낙폭과 160km/h를 생각하고 휘둘러서 배트 앞쪽에 맞아 타구 속도가 빠른 탓에 주자가 자기 베이스로 돌아오지도 못한 것이다.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인 호세가 등판할 때면 그나마 내야수들 할 일이 적은 편이었다. 앤디 뿐만 아니라 국민성은 내야 땅볼을 무더기로 만들어내는 타입이고, 이훈도 투심 장착 후 땅볼 비중이 늘었으니.
“정신 좀 차려야겠다.”
“그래. 너 정신 좀 차려라.”
“…”
노경우 정신 차리라고 말했는데, 이런 식으로 역공이?
난 정신을 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하기에는 유리한테 한 행동이 떠올라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내가 반박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노경우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갑자기, 먹고 살기가 참 빡빡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K-야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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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프런트에서는 종종 호세 킹을 다른 투수로 교체하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좌완 강속구 투수. 얼마나 매력적인 투수이냐 마는, 그래도 기대치에 영 못 미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박준기 단장은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었다. 특히, 정유리 코치가 꽤 오래 호세 킹을 케어하고 있다.
사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문제는 모든 팀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 너무 잘 해도 문제고 못 해도 문제다. 앤디 가필드를 내년에도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지난 시즌보다 안정감이 더 좋아진 앤디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는 영입 대상이 되어 있었다.
호세 킹을 내보낸다면, 다음에 오는 투수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시즌 중반에 합류해 잘 적응할 수도 있는지도 문제다.
정유리 코치뿐만 아니라 감독이나 투수 코치도 저 투수가 더 나아질 거라 이야기하고 있다. 수석 코치는 한술 더 떠서, 정말 나아진다면 장수 외국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전 코칭스태프들과는 악연에 가까웠지만, 지금 코치진들과는 사이가 좋다. 게다가 성적에도 여유가 있다. 굳이 코치들과 틀어져 가며 모험을 할 필요까진 없었다.
그러다가 저 투수가 정말 극적으로 좋아지기라도 한다면?
-호세 킹! 또 땅볼을 유도해냅니다! 이번에는 노경우! 달려들어서, 1루로, 아웃!
-오션스 내야수들이 수비 집중력을 보여주며 호세 킹 선수를 돕네요.
-그런데 묘하게 이시욱 선수 쪽으로 공이 안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오션스의 1루수와 2루수, 유격수가 굉장히 바쁘네요.
다이아몬즈 타자들로서는 답답해서 가슴을 치고 싶을 심경일 것이다.
타구 질은 나쁘지 않다.
어딘가 운이 나빠서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약이 오르지만, 문제는 투쟁심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다.
다이아몬즈 감독의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해준(무직) : 야 박준기
-정해준(무직) : 좋냐?
-박준기 : 오늘 너무 좋네요
-정해준(무직) : 좋으면 술 사라
-박준기 : 아니 술 맡겨 놨어요?
박준기 단장은, 낄낄대며 전 다이아몬즈 단장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이아몬즈에 미안하진 않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렇다고 뭐, 우리랑 트레이드해서 손해 많이 보셨으니 선수 하나 고르세요. 하나 드릴게요, 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바닥에서는 속으면 등신이고 속이면 칭송받는다. 다시 한번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이번엔 다른 사람이었다. 엔젤스 단장이다.
-전호섭(엔젤스) : 노경우나 이시욱 어때요
-전호섭(엔젤스) : 근이나 재욱이 가능해요
-전호섭(엔젤스) : 신헌이/준호도 되는데 카드 맞춰 볼까요?
엔젤스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근은 괜찮은 불펜이다. 엔젤스 마무리 투수였는데, 봉재석을 데려오는 대형 트레이드 이후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재욱은 불펜이지만 선발도 가능한 자원. 조신헌은 그럭저럭 괜찮은 타격을 보유한 2루수고, 이준호는 준수한 내야 유틸리티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박준기 단장이 여유롭게 답장했다.
-박준기 : 1대 4 트레이드요?
-전호섭(엔젤스) : 박 단장님.
-전호섭(엔젤스) : 요새 농담 물이 오르셨네요.
정색한 게 분명하다. 뒤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준기 : 죄송한데 카드가 안 맞는 것 같네요
엔젤스도 요새 야수진은 그리 나쁘진 않다. 물론, 업그레이드하고 싶을 수는 있지만, 2루수나 3루수(물론, 1루수가 더 맞지만)를 구하진 않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야 본 속셈을 드러냈다.
-전호섭(엔젤스) : 그럼 이훈은 어때요?
-전호섭(엔젤스) : 2년 전에 수환이랑 트레이드하자고 했던 거 기억해요?
분명 그랬었지.
그런데 이훈은 2년 전의 이훈이 아니고, 엔젤스 백업 포수 신수환도 몇 년 전에 기대한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박준기 : ㅎㅎ
-박준기 : 전 단장님 조크 따라가려면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어딜 날로 먹으려고. 한참 있다가 다시 진동이 울렸다.
-전호섭(엔젤스) : 당연히 수환이랑 하자는 게 아니고요
-전호섭(엔젤스) : 뭐든 맞춰 드릴 테니 꼭 연락 주세요
생각해보면, 처음 단장으로 부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1루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야수가 다른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갑자기 포수를 구하러 다닐 때가 떠올라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했다. 조금이라도 잠재력이 보이는 포수의 대가로 주전급 선수를 요구하기도 했고, 전성기가 지난 포수의 이름을 꺼냈더니 1라운드급 유망주를 내놓으라고 하기도 했다.
이제 상황이 다르다. 앞서 나가는 것은 오션스고, 아쉬운 것은 상대 팀이다. 전력 보강이 이루어지면 나쁠 거야 없겠지만, 몇 건의 트레이드를 성공시킨 이후 전력 뎁스가 훌륭해졌다.
상대를 약 올려 보려다가, 박준기 단장은 스마트폰을 덮었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안읽씹.’
의자에 앉아 등을 뒤로 젖히며 환하게 웃었다.
뭐든 맞춰 드리겠다?
신수환 달라고, 어떻게든 카드 맞춰 드리겠다고 해니 양대근 달라고 했던 놈이 뭐가 어째?
-호세 킹! 자신의 최고 투구를 펼치며 오늘 등판을 마무리합니다! 7이닝 무실점에 탈삼진이 무려 8개! 3피안타 4사사구! 투구 수가 109개니 아무래도 여기까지겠죠! 오션스 원정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팬들에게 화답합니다! 호세 킹 마저 올라왔습니다! 오션스 정말 무서워요!
즐거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에 회장님에게 양대근을 꼭 잡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회장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뭘 당연한 이야기를 해? 안 잡으려고 그랬어? 든든하고 얼마나 좋아? 해외 나가는 거 아니면 절대 밀리지 마! 아. 그리고 든든하다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우리 양주장도 CF 하나 찍으라고 해. 든든한 대양생명보험, 이거 딱 맞지 않나?’
입가에 미소가 마를 날이 없다. 모기업에서 받은 CF 기획을 펼쳐봤다.
“음.”
양대근이 든든한 형, 강건우가 귀여운 동생 역할이다. 초보운전 강건우가 운전 중 사고를 내고, ‘대근이 혀어어엉!’ 하고 외치면 보험사 직원 역할의 양대근이 와서 수습해주는.
강건우가 이 내용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 하는 행동을 보면 마케팅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무서운 막내 강건우의 귀여운 모습도, 커피 트럭 불러서 2군 구장 앞에서 자진해서 싸인회를 여는 민승기도.
완전, 굴러들어온 복덩이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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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다이아몬즈 2군 한테도 커피차 보냈네]└다이아몬즈한텐 왜 보냄???
└전 소속팀에 대한 예의 그런거 아님?
└다이즈 새끼들이 민승기 욕해서 그냥 보내준듯
└전에 그새끼들이 민승기 욕 ㅈㄴ했잖음
└이미 떠난 선수한테 추접시렵게 욕은 ㅉㅉ
└아)떠난 선수한테 추잡하게 구는건 꼴션스 종특아님?
└ㄹㅇㅋㅋㅋ박정신 아이언스 갔다고 인스타 테러한거 누구?ㅋㅋㅋㅋ
└서운하면 그럴 수 있지
└다이아몬즈 팬들도 서운해서 그런건데?
└민승기는 서운하다고 하니까 니네한테 커피차 보내주고 박정신은 인터뷰에서 오션스 물어보니까 이악물고 다른이야기 했음
└꼴빠새끼들이 얼마나 지독하게 물어뜯었으면 ㅉㅉ
└꼴션스 내로남불 이중성 ㅋㅋㅋㅋㅋㅋ
└양심선언)본인 그때 박정신한테 욕함
└윗댓 단새끼 꼴빠아님 돌빠임
└돌멩이가 왜 박정신 아이언스 갔다고 욕하냐?
└메테오스 와줄줄 알았음
└박정신이 미쳤다고 돌멩이를 가냐;;;
└안미쳤으니까 꼴에 안 남고 돌도 안 가고 아이언스왔지
└아이언스 가서 머리 밀리고 농군패션하고 ㅉㅉ 오션스 있었으면 왕조 멤버 됐을텐데
└왕조는 시발 일단 우승 한 번이라도 하고 말하라고요
└좀 불쌍하긴 함 ㅋㅋㅋㅋ 꼴션스 개암흑기에 고생은 다 하고 팀 떠났더니 꼴션스가 1션스 ㅋㅋㅋㅋ
└근데 나같으면 아무리 우승해도 꼴션스 선수 하긴 싫을듯
└그래서 민승기 서창열 배영한 김정혁 오션스 왔고?
└그건 걔들이 멍청한거고 ㅇㅇ
└설마 니보다 멍청하겠음?
└응 다음 빡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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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형은 마산 구장에 열리는 다이아몬즈 2군 경기에 정말로 커피를 보냈다. 본인이 직접 가진 않았고, 커피 트럭에 자기 싸인볼을 보내서 다이아몬즈 유니폼을 입은 팬들에게 커피와 싸인볼을 나눠주게 했다나.
다이아몬즈 2군 선수들이 승기 형의 그 행동을 고마워했을지는 모르겠다. 상욱이 형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뭐가 이쁘다고…”
짧은 말이었지만, 대충 유추할 수는 있었다. 내가 들은 걸 알아챈 상욱이 형이 조금 뻘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이아몬즈에 있을 때 승기 형이 다른 선수들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았거든…음. 후보 선수들은 꼰대라고 좀 피해 다니고 그랬어. 2군에도 그런 선수들 있을텐데.”
다른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런 게 받아들여지면 팀 리더가 되지만, 성향이 안 맞으면 그냥 꼰대가 될 수 있다.
“쉬라고 보내놨더니 가관이네요.”
“그렇지? 야구계 커피 프린스란다.”
“…자기 입으로요?”
“어.”
“언제는 왕자 말고 왕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더니.”
상욱이 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요새 좀 왔다 갔다 하나 봐.”
“훈련하다 야구공에 머리라도 맞았나?”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상욱이 형이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쌓인 게 좀 있는가 보다.
아무튼, 이번 시즌 가장 좋은 피칭을 보여준 호세는 작은 파티를 열었다. 기분이 꽤 좋은 듯했다. 아무래도, 워낙 텐션이 높은 선수라 내색은 안 했지만 용병 교체와 관련된 기사를 볼 때마다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캡틴. 널 위한 거야.”
호세가 대근이 형에게 닭 다리를 내밀었다. 대근이 형의 눈이 커졌다.
“호세. 캡틴은 닭 다리를 무서워해.”
그러자 호세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내 주장이라면 닭 다리 정도는 극복해야 하지 않겠어?”
완벽하게 적응했네. 하긴. 여기서 떡대로 대근이 형한테 비비려면 호세 정도밖에 없다.
“대근이 형.”
“응?”
“트라우마를 극복해보라고 하는데요? 자기 주장이라면 닭 다리를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그러자 대근이 형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 마음의 상처라는 게 그리 쉽게 치유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난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대근이 형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누, 누가 닭 다리 무서워한다고!”
대근이 형이 닭 다리를 한입에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선보였다. 노루 형이 혀를 찼다.
“으이그. 얼마나 더 찔라고 다리를 한입에 묵노, 진짜. 돼지도 아이고.”
뭐.
응징당하긴 했다. 그리고 노경우는 그걸 보고 웃다가 노루 형한테 응징당했다.
이건 뭐. 바보 가위바위보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