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6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69화(269/385)
부산의 상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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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게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그냥 당연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메이저리그 데뷔가 꿈이었던 내가, 승리를 한 두 개 쌓다 보니 두 자릿수 승리에 욕심이 났고, 데뷔 시즌에 정확히 10승을 거두고 나니 어느 순간 10승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두 자릿수 승리에 3할 타율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걸 해냈다.
욕심은 더 커졌다. 홈런도 좀 더 치고 싶고, 기왕 두 자릿수 승리인 거 앞자리가 2였으면 좋겠고, 평균자책점도 왕창 낮추고 싶고.
그렇게 3번째 시즌은 20승에 20홈런, 타율 0.345에 평균자책점 1.86.
그걸 달성하고 나니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뭐,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난 줄 알았지.
그다음 시즌은 홈런 숫자를 빼고는 전체적으로 성적이 조금씩 안 좋아졌다. 그래도 두 번째 MVP를 탈 수 있었는데, 그 시즌에 또 다른 엄청난 괴물이 각성해서.
다음 해, 몸에 약간의 이상이 느껴졌고 그다음 시즌에는 무너져버렸다.
그때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성격이 바뀔 정도로.
지금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더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무조건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훨씬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마음가짐이다.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아홉수 같은데 자주 걸리곤 했다. 20홈런을 처음 쳤을 때도 19개에서 다음 한 개를 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야구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선수가 내 발목을 잡는 멍청한 놈이 아니라 친구고, 경기 후 사기꾼 냄새 풀풀 풍기는 놈의 헛소리를 들어주는 대신 유리와 웃으면서 퇴근한다는 점에서.
39호 홈런을 친 다음 날.
나는 곧바로 40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상대하는 투수들의 패턴에도 싸이클이 있다. 어떨 때는 볼넷만 왕창 쏟아지기도 하고, 또 그 시기를 지나면 그럭저럭 때릴 만한 공이 온다. 이러다 보면 볼만 나오는 기간이 있다.
칠 수 있을 때 더 때려야 한다. 압도적으로 때리다 보면 투수가 볼을 던지려다가도 긴장해서 실투를 더 많이 던지게 되니까.
“아. 오늘 시원한 국물 땡기네. 행님. 둘이 먹다 하나 죽으면 큰일 나는 동태탕에 살얼음 동동 쏘주 한 잔 콜?”
“죽으면 큰일 난다. 더운데 무슨 동태탕이야.”
“이열치열 모릅니까? 살이 그래 찌니까 덥지.”
“이열치열 알지. 이빨 열 개 치아 열 개. 시원하게 한 번 날려줄까?”
“고소합니다. 가까이 오지 마이소. 진짜다. 진짜 고소한다.”
비는 안 왔지만 무지하게 더웠던 날이었다. 40번째 홈런을 쳤을 때, 사직 야구장은 무더위가 모조리 날아가 버린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홍보팀 직원의 너스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홈런이 나오자 사람들이 엄청나게 열광했다고 한다. 소리를 질러서 목이 아프고, 안 그래도 더운데 방방 뛰어서 더 더워져서 순간 맥주 판매량이 600% 상승했다나.
반면, 동료 선수들 반응은 시원찮았다. 작년 기록은 깨고 좋아하라나.
한때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에 신경을 썼지만, 사실 40개 정도로 만족하기는 좀 그렇다.
-유리 누나 : 오늘 빠른 퇴근
-유리 누나 : 누나랑 40홈런 축하 파티할까???
-유리 누나 : 선수들이랑 파티하기로 했으면 내일 해도 돼!
당연히 콜이지. 나는 빨리 정리해서 나갔다. 유리가 먼저 기다리고 있는 차에 올라타자, 유리는 머리띠를 쓰고 날 반겨줬다.
“강-건우 40홈러어어언 축하해애애애!”
머리띠에는 풍선 두 개가 귀처럼 달려 있었고, 4와 0이 쓰여 있었다. 40홈런을 축하해주는 게 기쁘다기보다는, 유리가 이렇게 해주는 게 기뻤다.
“40홈런 강건우! 내 남친 강건우! 2년 연속 40홈…런…”
유리는 두 팔을 흔들며 율동까지 췄다. 혼자 춤추며 노래하다가 부끄러워졌는지, 빨간 얼굴로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모른 척 외쳤다.
“아! 됐고! 누나가 파티 해줄 테니 가자!”
많이 부끄러웠을 텐데 이런걸…내가 막 웃어대자 유리가 진지한 얼굴로 차를 출발시켰다. 여전히 머리띠는 한 채로.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는 우리가 살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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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야! 40홈런 축…건우 어디 갔냐?”
“어. 건우 어디갔노?”
“건우 갔냐?”
“언제?”
“안 보이는데?”
메이저리그에는 신인 선수가 데뷔 후 첫 홈런을 치면, 다들 모른 척하는 전통이 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강건우가 40홈런을 기록하면 다들 관심 없는 척하다가 축하 파티를 해주기로 했는데.
“…”
“…”
쥐도 새도 모르게 강건우는 사라지고 없었다.
“…야. 누가 이거 하자고 했냐?”
서창열의 말에, 이시욱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이시욱의 눈이 노경우를 향했다.
이시욱과 노경우. 노노 듀오의 아이디어였다. 슬쩍 눈치를 보던 노경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건우는 사라지고 없지만 뭐 어떻습니까! 야구는 팀 스포츠잖아요! 홈런은 건우가 쳤지만, 팀 모두를 위한 파티를 하고 싶습니다! 건우 없는-건우 파티! 예!”
“…”
“…너였냐?”
“…어, 그…시욱이 형이랑 같이…”
“하여튼 저 두 놈이 문제라니까.”
“행님. 아닙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어쨌거나.
정유리의 용돈 제안에 넘어간 정현수는 나름 성심성의껏 파티를 위해 강건우의 집을 꾸몄다.
[윗집 형 40홈런 기념 파티장 세팅했다]└유리 누나가 시키드나
└ㅇㅇ
└이새끼 그래도 학식이 되더니 변했네 유리 누나 말도 듣고
└마 테이블보 좀 비뚫어졌다 각 제대로 안 세우나
└조명 톤 어케 안됨?
└기왕 하는거 성의껏 하라고 십새야
└이게 최선이냐?
└사진 확대해보니 컵에 물기 있는데? 죽고 싶냐?
└시발 괜히 올렸네 잔소리 오지네 니들
└개념글이 우습게 보이나본데 똑바로 세팅해라
└ㄹㅇㅋㅋ
강건우 없이 축하 케이크를 나눠 먹고 있는 사직 야구장 라커룸에서, 정예성이 SNS에서 급속도로 퍼진 그 사진을 발견했다.
“건우, 정유리 코치님이랑 파티하러 간 거 같은데요.”
그리고 다시 한번 노노 듀오를 향한 비난이 폭주했다.
“정 코치님한테라도 미리 말했어야지!”
“강건우 그놈이 끝나자마자 코치님한테 뛰어갈 거 생각 못 했냐?”
“하. 저 새끼들 진짜. 케익은 존나게 맛있네.”
“건우 거 좀 남겨 놀까요?”
“노루! 손으로 퍼먹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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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작은 상자에 담긴 케이크 조각을 받았다.
“이게 뭐예요?”
“그, 건우야. 미안하다.”
“뭐가요?”
대근이 형은 살짝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사실 어제 우리가 깜짝 파티를 계획했는데…아무도 네가 먼저 간지 몰랐지 뭐냐.”
서프라이즈 파티?
하긴 어제 유리 메시지 받자마자 말도 없이 뛰쳐나가긴 했다.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진짜로요.”
정말로 괜찮았다. 약간 옛날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좀 급하게 움직이긴 했으니.
미국 시절 기억이 떠오르면 그냥 그렇게 되더라. 인사라도 하고 나갈 걸 그랬나 싶다.
박스를 열어보자 케이크는, 음.
“…”
“…”
대근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대근이 형이 코를 긁으며 말했다.
“거, 좀 작나?”
좀이 아니라 많이 작긴 하다. 솔직히 이걸 먹으라고 줬다고 생각하기는 좀.
“시욱이가 다 먹었다.”
대근이 형이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요새 초코파이 양껏 못 먹어서 당이 부족했나.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래. 40홈런 축하한다. 난 언제 40개 쳐보냐.”
“형은 홈런만 노리고 치면 40개 이상 충분히 치실 거잖아요.”
사실 덩치만 보면 50개는 충분히 칠 것 같이 보인다. 스윙 공격성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홈런만을 노리는 스윙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외야수들의 사이를 노려 타구를 날려 보내려 한다. 그러다 잘 맞으면 홈런이 되는 거고.
자신만의 타격 철학이 있는 타자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존중할 만하다. 대근이 형은 씩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그냥 똑딱이가 마음 편해.”
“정말로요?”
“어.”
“왜요?”
내 질문에 대근이 형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성격을 모르고 봤더라면 이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겁먹고 뒤로 몇 발은 물러설 것이 틀림없다.
“비밀…지켜줄 수 있냐?”
“예. 뭐…지켜드릴게요.”
“홈런 때리면 투수들이 자꾸 죽일 듯이 쳐다봐서…”
“예? 뭐라고요?”
“아니 뭐. 신인 때 좀 그랬다 이거지. 지금은 아니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프로 생활을 해온 걸까.
“형은 야구보다는 꽃집 주인이나 과일가게 사장님이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야. 아니야. 건우야. 내가 과일가게 사장이면 깎아달라는 거 거절 못 해서 거덜 날걸.”
“인상 쓰고 있으면 무서워서 깎아달라고 못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전에 손님이 아무도 안 오는 건 아닐까?”
동의해버릴 뻔했다.
어쨌거나, 이번 시즌을 마치고 나면 대근이 형은 FA 자격을 얻는다. FA를 앞두고 홈런을 좀 늘려서 몸값을 올리고 싶어 할 법도 한데, 그런 욕심도 없는 것 같다.
“설마요. 근데, 형.”
“응?”
“내년에도 같이 뛰면 좋겠어요.”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멀었지만. 대근이 형은 조금 당황하며 대답했다.
“어, 나도…그러면 좋겠네.”
“다른 데 가실 거에요?”
“음.”
“누가 꼬셔요?”
“용한이 형이.”
“가실 거에요?”
“글쎄.”
약간 머뭇거리더니,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무조건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정말로 나갔었지. 다른 팀으로 가서 맹활약하는 대근이 형을 본 유리가 굉장히 슬퍼했었다. 그렇게 잘 할 거면 돈이라도 많이 받지 그랬느냐고.
그래도 이번에는, 꽤 거액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어지간하면 남고 싶네. 너 필요 없다고 나가라고 하지만 않으면.
푸근한 웃음이다. 최소한 손바닥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 꼭 같이 뛰자는 말을 하려는데, 멀리서 바보들이 접근해왔다.
“빰-빠라라빠바밤! 강건우! 이 박의현, 어제 못다 한 40홈런 축하를 해주러 왔다! 오오오오오!”
“건우야! 햄이 케이크 사 왔다! 맛 함 봐라! 직이준다! 아! 어제 줄라 했는데 대근이 햄이 다 묵어삣다!”
“강건우 어제 말이라도 하고 가지!”
의현이 형, 노루 형, 노경우가 휘황찬란한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대근이 형이 노루 형을 꾸짖었다.
“누가 다 먹었다고?”
“아! 행님! 파티 분위기 조지지 말고 나오세요! 지난 일은 중요한기 아닙니다!”
어제 나 먼저 가고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보다.
“감사합니다.”
굳이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까진 없겠지. 어쨌든, 웃음이 나오긴 했다. 사실 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흐뭇해서라기보단 진짜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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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8월 2주 차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폭우가 쏟아져 5개 경기가 모두 취소되기도 했고, 약물 징계로 출장 정지를 당했던 종속진을 즉시 복귀시킨 다이아몬즈 구단의 결정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문제는 없었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상투적인 말이 있었을 뿐. 야구 팬들의 실망과 비난이 있다 하더라도 정해진 만큼의 징계를 채웠으니.
순위표는 종종 요동쳤다. 1위 오션스의 위상은 굳건했으나 상승세를 보인 엔진스와 엔젤스가 파이러츠의 턱밑까지 바짝 따라붙었고, 아이언스가 5연승으로 기세를 잔뜩 올렸으며, 메테오스도 위기가 있었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2029 KBO 순위표.]1. 부산 오션스
2. 창원 파이러츠
3. 대구 엔진스
4. 서울 엔젤스
5. 광주 아이언스
6. 대전 메테오스
7. 서울 불도저스
8. 인천 바이킹스
9. 서울 선더버즈
10. 수원 다이아몬즈
최근 몇 시즌 간을 돌이켜 보자면, 순위표는 몇 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 할 구조였다.
지난 시즌만 봐도 그렇다.
가을 야구의 단골손님이던 불도저스와 바이킹스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트레이드로 유망주를 수급한 선더버즈는 다음을 노리는 모양새.
사실, 오션스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자체가 야구 팬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슬슬 가을 야구 윤곽이 조금씩 보였다.
파이러츠-엔진스-엔젤스의 2위 싸움이 본격화되고, 아이언스와 메테오스는 4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으며, 불도저스와 바이킹스는 마지막 한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우천 취소된 경기가 편성되고 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었다.
어쨌거나, 오션스 팬들은 원정길을 마치고 돌아와 홈 경기를 앞두고 있는 오션스 선수들이 이번 주 모든 경기에서 이겨주기를 바랐다.
“지더라도 원정에서 져야지.”
“아니지. 그러면 원정 따라간 팬들은? 얼마나 열 받는지 아나? 돈 시간 써서 따라갔는데 개발리면.”
“그럼 다 이기든가.”
“당연히 그래야지.”
“그게 가능하나?”
“그건 내 알바 아니고.”
“맞네.”
“그래.”
“홈런도 두당 백 개씩 때리고.”
“그래야지.”
“퍼펙트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해주고.”
“이제 말이 좀 통하네.”
“니 야구 좀 아네.”
“내 같은 사람이 오션스 감독을 해야 하는데.”
“지랄하지 마라.”
“알겠다. 술이나 먹자.”
직장인들에게는 악몽 같은 월요일이다. 특히 야구 팬인 직장인이라면 더 그렇다. 쉬다가 출근도 해야 하고, 야구 경기도 없다.
그래도 하루만 있으면 야구가 다시 시작된다.
“내일 선발 십세 킹이가?”
“잘하면 킹킹 킹이지.”
“그건 잘해야 그렇지.”
“잘 할 거다. 응원 좀 해주라.”
“지는.”
“내가 뭐.”
“맨날 술 먹고 욕이나 하면서.”
“욕먹기 싫으면 잘 해야지.”
“아까는 응원하라매.”
“나도 응원하다가 안 되면 욕하는 거다.”
“미친놈이네.”
“애정어린 질책 모르나.”
“잘도 그렇게 받아들이겠다.”
매일 이길 수 없는 스포츠에서 매일 이기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3년 연속 10위를 하던 시절을 잊은 것처럼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