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6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70화(270/385)
부산의 상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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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에서 어떤 선수가 가장 인기 많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분명히 갈릴 수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인기 척도를 살피자면 유니폼 판매량 순위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니폼 판매 순위가 인기의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또한, 실력이 판매량에 직결되지도 않는다. 야구 실력을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도 정말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오션스 올해의 유니폼 판매량 순위 상위권은 이랬다.
1. 강건우.
2. 민승기.
3. 양대근.
4. 앤디 가필드.
5. 이훈.
그래도 대체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많이 팔리는 편이었다. 강건우야 말할 것도 없고, 민승기는 이적 후 커리어 하이 급의 성적을 찍고 있는 데다가 팀에 대한 충성심을 단 하루도 표현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양대근은 의외로 팀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최근부터 유니폼 판매량이 급상승했는데, 상당히 많은 팬이 지난 시즌부터 벤치 클리어링에서 양대근이 활약하는 것을 보고 호감도가 상승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있었고.
앤디 가필드는 사실 많은 팬이 지난 시즌 이후 팀을 떠날 거라 생각했었다. 에이스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준 이 투수를 향한 러브콜이 있었지만, 막상 떠난 것은 2선발 역할을 해준 커크 심슨. 다년 계약을 했다느니 하는 루머도 있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오션스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중 하나로, 인기가 상당했다.
그리고 이훈.
이훈은 오션스에서도 가장 미스테리한 선수로 손꼽힌다. 재능을 터뜨리기 전의 이시욱도 성적에 비해 인기 좋은 선수 중 하나였지만, 어쩌면 KBO 10개 팀 5선발 중에 가장 인기 많은 선수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유니폼 판매량을 본 오션스 팬들의 반응은 이랬다.
[후니단 두당 이훈 유니폼 10개씩 가지고 있는 거 사실이냐?]└본인 오션스샵 알바인데 이훈 유니폼은 꼭 한 사람이 몇개씩 사감
└후니를 음해하지 마라
└이제 슬슬 후니 인기를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솔직히 훈이 정도 되는 투수가 오션스에서 뛰어주는 것도 감사해야지 ㅇㅇ
└니들 그거 앎? 사실 후니 좌완임
└뭔 개소리야 시발
└왼손으로 던지면 리그 터질까봐 참고 오른손으로 던지는거임
└후니단 진심 미친새끼들같음
└후니단으로서 ㅇㅈ함
└또 개소리하려고
└후니에게 미친 우리…후니단 집합!!!
└ㅎㄴㅎㄴ
└ㅎㄴㅎㄴ
└ㅎㄴㅎㄴ
└시팔 말을 말아야지
그리고 민승기는, 이 자료를 두고 강건우에게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강건우. 네 유니폼 판매량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형이 1등 못 해서 억울해서 그래요?”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냥 내가 하려는 말은, 넌 투수와 타자를 둘 다 하고 있으니 두 배로 산정되었다는…”
“패배를 인정합니다. 형 1등 하세요.”
“큭큭큭 강건우…”
선수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이야기이기는 했다. 어떤 선수는 더 잘 해서 유니폼을 더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또 다른 선수는 자기 유니폼을 사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하는 정도였다.
민승기는 몰래 인터넷으로 자기 유니폼을 10장 주문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선수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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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Cook-bob에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 영혼은 이걸로 완성되죠.”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한국의 식문화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듯하다. 오션스tv 진행자는 돼지국밥에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는 호세 킹을 보고 과장되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호세 킹 선수! 와우! 좀 먹을 줄 아시네예!”
하와이안 피자는 싫어하면서, 국밥에 깍두기 국물을 넣어 말아 먹는다?
특이한 외국인이긴 하지.
새우젓과 부추 절임으로 간을 마저 맞추기도 했다.
나는 미국에서 뛸 때 음식에 그나마 적응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호세를 보니 그건 적응도 아니었던 것 같다.
코치진들 사이에서 적응력이란 화두가 나올 때면 호세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리는 호세가 적응력마저 떨어졌다면 외국인 투수 교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믿음과 기다림에 부응이라도 하듯, 요새 호세의 컨디션은 부쩍 올라오고 있다.
몸쪽 패스트볼과 싱커. 이 두 가지 주 무기가 생겼고 밸런스를 계속 조금씩이나마 수정하고 있기에 시즌이 끝날 때면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앤디는 저 정도로 한국식 식문화를 즐기진 않는다. 그냥 ‘존나’나 ‘시발’ 같은 단어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닐 뿐.
울프팩?
요새 입맛이 없다고 오이 냉국을 원샷 때리고 있는 저 친구?
날씨가 너무 더우니 오이 냉국을 구단 영양사에게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돼지국밥이랑 오이 냉국을 같이 먹는 거구 외국인 타자다.
아무튼, 입 짧은 노경우보다 가리는 것이 없다. 대단한 친구들이다.
호세 킹은 최근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더 활발해졌다. 노경우의 돼지국밥에 깍두기 국물을 부어버리며 ‘헤이, 니거. 이렇게 먹어야 맛있어!’라고 외쳤고, 노경우의 반응은 이랬다.
“으아아아아아! 안돼!”
우리 모두 빵 터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영상이 구단 유튜브에 올라가면 꽤 반응 좋을 것 같다.
-정조준 : 그 날이 왔습니다
-정조준 : 강건우 참교육의 날…
-정조준 : 그간 건방지기 짝이 없는 강건우의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셨던 분들께 제가 딱 보여드립니다
-조용한 : 또 시작이냐
-백준섭 : 오늘은 삼진당하면 뭐 쏘냐?
오늘부터 파이러츠와의 3연전이 시작된다. 우리 팀의 선발 로테이션은 호세 킹-이훈-민승기다.
파이러츠는 후반기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에드손 타바레즈로 시작해서 토종 에이스 손용기, 다소 평범한 선발 투수인 이민호 순으로 나온다.
3차전에서 승기 형이 등판할 것을 예측하고 1, 2차전에 좀 더 힘을 준 것 같은 로테이션이다.
어쩌면 그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파이러츠도 당장 1승이 급한 상황이 됐다. 비교적 여유롭게 2위를 달리며 우리를 제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는데, 트레이드로 약점을 보강한 엔젤스와 날씨가 더워지니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엔진스가 맹렬히 승수를 쌓은지라.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실리를 택한 모양새다.
하지만 호세와 훈이 형도 쉬운 상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4, 5선발인 이 두 사람은 요즘 훈련에서 집중력이 좋다.
우리가 이 3연전에서 스윕 승리라도 기록한다면, 한층 여유로워질 것이다. 물론 순위표에서 여유가 조금 생긴다 하더라도 끝까지 집중해야 하겠지만, 최근 조금 지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종종 휴식도 부여하면서 전진할 수 있다.
“놈들을 부숴버릴 준비는 됐겠지?”
감독님도 그런 생각이신지, 평소보다 조금 더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호세가 소리쳤다.
“놈들의 깍두기를 부술 준비가 됐어요!”
“What?”
그, 누가 머리를 뜻하는 은어인 뚝배기를 깍두기라고 잘못 알려주기라도 한 건가.
뭐 그게 무슨 상관이겠느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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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은 민승기는 자신의 알 없는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경기가 곧 시작된다. 여기 앉아서 경기를 보는 것도 기쁘지만, 또 다른 기쁜 소식이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팬들이 부산 지하철역에 민승기 생일 축하 광고를 걸었다는 소식.
오늘부터 광고를 걸었다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 오션스가 승리하면 경기 후에라도 가서 직접 볼 생각이었다.
‘이게…인생이지.’
얼마나 기쁜 일인가. 팬들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억지로 인터넷을 안 보고 있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어떤 모습의 광고인지 보게 될 테니까. 최소한 첫 만남 만큼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오늘 이겨야 하는데.’
민승기에게는 이상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최소한 팀이 진 날이면 밖에서 팬들의 눈에 안 띄는 것이 좋다는.
물론 민승기는 밖에 잘 나가지 않는 편이기도 했고, 패배한 날 밖에서 선수를 만나면 인터넷에 올려 조리돌림 하는 극성 팬들이 있기는 해도 그런 걸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승기는 기억하고 있었다. 오션스가 거의 20점 차이로 대패했던 날, 술 마시며 웃고 떠드는 오션스 모 선수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을. 중학생이었던 민승기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호세 킹의 초구가 존 중앙에 꽂혔을 때, 민승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 좋은 공…’
마운드에 서 있을 때는 오션스의 에이스이자 사직의 왕자지만, 여기 앉아있을 때는 오션스 팬 중 한 명이다. 경기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자리는 아니더라도, 아무나 앉을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이 만족도를 높여줬다.
2구 싱커가 파울을 유도했다. 민승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3구도 파울. 4구도 파울. 민승기의 표정은 초구 때처럼 밝지는 않았지만, 그건 실망해서가 아니라 기대감 때문이었다.
‘제발. 삼진. 아니면 범타라도.’
딱!
타자가 다섯 번째 공을 때렸다. 민승기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타구의 방향을 살폈다.
“아웃!”
타구가 꽤 뻗었지만 우익수 배영한이 설렁설렁 걸어 내려와 잡아냈다. 민승기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이틀간 오션스의 야구를 마음껏 즐길 생각이다.
그리고 자신의 등판일.
8월 16일.
자신의 생일 파티를 자축할 예정이었다.
눈을 살짝 감았다. 그 날의 사직 야구장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민승기, 생일 축하합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오션스 팬들이 자신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몸이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옆에서 주상욱이 조심스레 말했다.
“완댜님. 이 날씨에 오한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십니까…? 따뜻한 우유와 담요를 가져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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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우가 조금 지쳐 보인다. 아무래도 아직 성장기인가 싶기도 하고.
나야 뭐.
체력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MLB의 일정을 생각하면 KBO 일정은 그래도 할 만한 편이다.
딱!
호세는 우타자를 상대로 싱커를 던지는데 재미가 들렸고, 잡아당기는 우타자라 할지라도 2루수 쪽으로 타구가 꽤 가는 편이다.
싱커가 완성도가 엄청 높은 편은 아니라서. 강하게 그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노경우가 공을 잡았다가 한 번 놓쳤다. 멀리 튀진 않았다. 이럴 땐 빠르게 콜을 해줘야 한다.
“오른발 안쪽!”
그래도 공을 바로 찾아서 1루로 던져서 아웃. 노경우가 숨을 몰아쉬었다.
“힘들면 잠깐 바꿔줄까?”
난 최대한 친절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노경우는 그게 놀리는 말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 올해 2루수 골글 받을 거거든?”
노루 형이 입 모양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마. 노갱우. 정신 똑띠 안 차리나.’인 것 같다. 중간에 식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보통 투수들은 야수가 조금이라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표정이 안 좋아지지만, 호세는 박수를 쳤다.
“좋아, 니거. 네게 크게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훌륭했어.”
호세가 발음이 좀 특이한 편이기도 하고, 빠르게 말해서 앞의 두 단어만 들은 듯했다.
노경우는 이제 슬슬 자기도 니거라고 말해도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입을 오물거리다가 결국 말하는 것을 포기했다.
조준이 형은 오늘 경기에서 호세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덜 빠진 슬라이더를 밀어서 홈런.
“딱 대라! 홈런왕 내가 먹는다!”
내 홈런 반 밖에 안 되면서 유세는.
호세가 더 좋아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승패보다는 경기 내용에 더 집중하는 모습 때문이다.
승패는 투수를 판단하기 좋은 기록이지만 큰 의미는 없다. 9이닝 1실점을 해도 패전 투수가 될 수 있다.
뭐. 이번 시즌 우리 팀 타자들이 터져주면서 득점 지원은 상당히 잘 받는 편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꽤 치열한 경기 끝에, 호세는 승리 투수가 됐다. 6이닝 2실점. 시즌 초반에 승리를 따낼 때는 뭔가 꾸역꾸역 운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는 느낌이라면, 이제는 경기를 자신이 운영하고 이끌어간다는 느낌도 있다.
감독님은 필승조를 나눠서 몽땅 투입했다. 에이스를 내세운 파이러츠를 확실하게 잡아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조준이 형은 태영이 형의 업슛에 농락당했다. 이 투수의 장점은, 언더 투수임에도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조준이 형만 잡고 내려갔는데, 조준이 형은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공 오래 보고 기다리는 타자보다는 공격적인 타자에게 강하다.
나도 등판했지만, 조준이 형과 상대하진 않았다. 시즌 27호 세이브.
경기가 끝나고 조준이 형이 내게 외쳤다.
“마! 운 좋은 줄 알아라!”
나는 그냥 손을 휘저었다. 꼬우면 이기셨어야지.
유리는 호세가 확연히 좋아진 것에 꽤 기분이 좋아 보인다. 전반기부터 계속 공을 들였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니.
감독님도 승리한 것이 기뻐 보였고, 다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집에 가면서 유리와 잡담을 하며 떠들어대는데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민승기 : (사진)
-민승기 : (사진)
-민승기 : (사진)
이게 뭐야?
사직의 왕자님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울고 있는 사진?
-강건우 : 누가 승기형 놀려요?
-민승기 : ?
-민승기 : 강건우…
-민승기 : 죽고 싶으냐…?
아니,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