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7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72화(272/385)
부산의 상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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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이건 민승기 본인의 주문과도 같았다. 사실, 민승기는 어릴 때부터 천성적으로 심성이 여린 사람이었다.
운동은 몸이 약해서 시작했다. 처음부터 야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축구를 배웠다가 많이 울었다. 몸을 부대끼는 종목에서, 또래에 비해 약한 편이었던 민승기는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일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야구를 보게 된 민승기는 공을 던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아무도 그 사람을 건드리거나 부딪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야구를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투수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
물론, 민승기는 과거의 이런 기억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릴 적 기억들은 미화되거나 왜곡되기 쉽고, 민승기 본인의 기억에서는 축구 클럽 에이스였던 자신을 본 야구팀 코치가 십고초려 정도는 해서 자신을 야구팀에 데려간 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하필 오션스 야구에 빠지게 된 것은 불운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오션스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타격과 모든 것이 타버리고 재밖에 남지 않은 투수진을 가진 팀이었고, 민승기가 내가 가서 저 팀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무튼, 민승기의 뒤틀린 기억과는 별개로.
작고 약했던 민승기는 중고교 시절을 거치며 키가 180cm 중반을 넘겼고, 자신의 약한 시절을 잊게 됐다.
그리고 항상 보던 모습이 그거였다. 야수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독한 투수.
혼자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자신의 힘으로 팀을 우승으로 데려가는 에이스. 알 없는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이 바로 민승기의 투수관을 보여주는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역전 시켜놨으니까 이제 점수 주지 말라고요!”
손바닥이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선배님.’
그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고개를 끄덕인 민승기는, 자신의 우상이자 전설적인 투수에게 호소하듯 속으로 말을 걸었다.
‘저는 선생님만큼 뛰어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마운드에서 홀로 서서 팀을 온전히 이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같이 이끌어줄 동료가 있어요.’
물론, 자신의 우상도 항상 이기지는 못했고 주변에 동료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가 선생님보다는 운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옆에서 주상욱이 내민 티슈로 콧물을 풀었다. 팽! 하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백투백 피홈런의 기억이 날아가는 듯했다.
“푸우우.”
아직도 오션스 공격이 진행 중이다. 어딘가 상쾌하다. 부끄러워할 생각은 없었다.
‘모든 위대한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강건우가 분석실 문을 열고 정유리 코치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홈런 때리고 못 한 세레머니다.
“자! 다 같이! 소리 질러어어어엇! 양-대-근! 양-대-아아앗! 지금 딴 곳을 보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양대근 주장님을 한목소리 한뜻으로 응원하면서 오션스에게 승리의 박수우우우웃! 짝짝짝! 짝짝짝! 짝짜라짝짝짝짝짝! 다 같이!”
그리고 저기서 숙련된 응원단장처럼 소리를 질러대며 덕아웃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박의현도 있다.
아무래도.
이제 다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줄 때가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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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삼는 투수들은 원래 피홈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홈런 타자들이 삼진을 많이 당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승기 형의 이번 시즌 실점 중 대다수가 피홈런이었다. 피홈런을 줄이려면 낮게 던지거나 그라운드 볼 유도에 유리한 구종의 비율을 늘리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탈삼진 비율이 떨어지게 되고, 플라이 볼 비율과 그라운드 볼의 비율이 조정된다.
높은 공은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지만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넘어간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승기 형은 평정을 되찾은 듯했다.
생일날 선발 등판한 것 치고는 상당히 끔찍했던 1회 초를 뒤로하고, 정신을 차렸는지 2회 초에 공 11개로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덕아웃으로 들어갔지만 기죽은 모습은 아니었다.
투수는 예민한 생명체다. 타자들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어느 한순간 사소한 계기로 삐끗하기 시작하면 그 뒤로 은퇴할 때까지 쭉 그 사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3회 초에는 시작부터 백투백 홈런을 때려낸 타자들을 상대하게 된다. 나는 승기 형의 등 뒤에서, 저 투수가 그 두 명의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봤다.
1번 타자에게는 초구 홈런을 맞았던 것과 거의 같은 위치로 투심을 던졌다. 저 투심은 만만치 않다. 박근수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고, 당겨친 타구가 내 앞으로 향했다.
포심을 생각하고 휘둘러서 배트 아래쪽에 공이 강하게 맞았다. 살짝 튕겨 오르려는 타구를 가볍게 글러브를 누르면서 잡아내고 전력을 다해 1루로 송구.
미트에 꽂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꽤 빠른 주자가 전력 질주했지만 심판은 주먹을 휘둘러 아웃임을 알렸다.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대부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투수다. 1회 초에 홈런 두 방을 맞았다고 해서 팬들이 지지를 철회할 리도 없다. 승기 형은 새 공을 받고는 공을 만지작거리며 날 보며 씩 웃었다. 눈가가 아직 살짝 새빨갛게 부어 있다.
“뭘 쳐다봐요. 삼진이나 잡으라고요.”
나도 모르게 그만. 멘탈이 돌아온 것 같아서 틱틱대듯 말했다.
그러자 승기 형은 자신이 돌아왔음을 웃음으로 표현했다.
“큭큭큭 강건우…”
그래도 뭐.
따흐흑 강건우보다는 낫네.
입가에 미소를 띠고 2번 타자 김해근에게 삼구삼진을 잡아냈다. 투심, 포심, 커브 순이었다. 투심이 절묘하게 존 끝에 걸쳤고, 아까 홈런 맞은 곳과 비슷한 곳에 용감하게 투심을 던진 후 커브로 헛스윙 유도.
백투백 홈런의 주인공 두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잡아낸 승기 형이 모자를 고쳐 쓰며 관중석을 한 바퀴 빙 둘러보며 자신 있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승기 형에게 말했다.
“아직 2아웃인데요.”
“알고 있다.”
“쓰리 아웃 다 잡은 것처럼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조준이 형이나 잡아요.”
승기 형의 눈이 희번득 빛났다.
“조준이는 잡아야지.”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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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렸던 정조준은 민승기와 마주했다.
민승기의 생일을 기념해 지하철 광고도 주도하고 경기도 보러 온 일본인 팬은 마운드에 선 투수를 정면에서 볼 수 있는 포수 뒤쪽 자리에 앉아서 민승기만큼이나 울고 있었다.
민승기가 홈런을 맞을 때 발을 동동 구르다가, 스마트폰 중계 화면에서 민승기의 눈물을 보며 같이 울었다. 강건우가 즉시 역전 쓰리런을 때려 민승기의 짐을 덜어줄 때도 울었고, 홈런 이후 비친 덕아웃에서 민승기가 우는 것을 보고 또 울었으며,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민승기가 거짓말처럼 부활투를 펼치자 또 울었다.
“민-슨-기! 민-슨-기!”
목놓아 그 이름을 외쳤다. 뜬금없지만 어느 날 반해버린 투수다.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데 국적 혹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느새 한국 야구에 통달해버렸다. 그리고 상대 타석에 서 있는 타자가, KBO에서 가장 위험한 타자 중 하나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민승기는 그 타자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5구, 파울. 6구, 볼. 7구, 파울.
이곳의 야구 팬들은 꽤 거칠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안다.
“마!”
“조준이 이 새끼야 대충 휘두르고 뒤지뿌라!”
용기를 내어 같이 소리쳤다.
“디지뿌라!”
튀김 요리의 발음과 비슷해서 발음하기 쉽다. 민승기가 혼신의 1구를 던졌다. 공이 가슴 높이로 날아오다가 뚝 떨어진다. 정조준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고, 공을 살짝 스쳤다. 하지만 공은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박의현은 손가락 끝으로 공을 잡아낸 후, 파울팁 삼진 판정을 받고 포효했다.
“삼지이이이이이이인!”
정조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고, 민승기는 기뻐하며 모자를 벗어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완댜님…”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일본인 여성 팬은 기뻐 어찌할 줄 몰랐고, 강건우는 다음 타석에서 또 홈런을 때려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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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석에서 집중력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린 그 잔상이 조금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런 것이 의도한다고 무조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요한 순간 내 몸과 정신의 컨디션이 최고에 가깝다면 그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종종 후유증이 있다는 거지만.
가끔 그렇게 좋은 타구를 뽑아내고 나면 몸이 약간 굼떠진다. 그래도 경험이 부족했던 때와는 다르게 내 컨디션을 컨트롤 하는 법을 알고 있기에 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메이저리그 시절 투수를 그만두고 타자에 집중하면서 그런 것들을 익혔다. 경기 후 훈련 방식을 조금 다르게 가져가며 회복하는 것도.
어쨌거나, 나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렸다.
1점 홈런이었지만 팀 사기를 끌어올린다는 즉효를 발휘했다.
파이러츠 감독은 투수를 내렸고, 승기 형은 여전히 마운드에 올랐다.
4대 2. 2점 차.
제 모습을 되찾은 승기 형은 내게 말했다.
“더 안 때려도 된다. 이제 나는 단 1점도 주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때릴 수 있는 공을 안 때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날아가는 공을 멈춰 세울 수도 없는 일이고.
따아아아아악-!
사실, 파이러츠 감독의 퀵후크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는 꽤 효과를 보고 있었다.
나한테는 아니지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맹대규는 1.1이닝 동안 한 개의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세 번째 투수인 이석준은 내게 방금 홈런을 맞기 전까지 무실점이었다.
슬라이더가 덜 빠져나가고 존 안에 맴도는데 지금 몸 전체에 남아있는 이 감각으로는 놓치고 싶어도 놓칠 수가 없었다.
한 경기 세 번째 홈런을 때리고 나자, 관중들의 관심이 승기 형에게서 내게로 옮겨온 것 같았다. 오랜만에 유리를 향해 두 팔로 크게 하트를 그려 보이자 이미 반쯤 쉬어버린 목소리의 환호가 쏟아졌다.
“건우야으으으으으아!”
“유리 누느아그아아아아!”
“%@$#% #@%@#%!”
마지막엔 뭐라고 한 걸까. ‘뽀뽀해! 뽀뽀해!’ 같은 소리도 들렸다.
승기 형은 점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데도 힘을 빼지 않았다. 어쩌면, 첫 두 타자에게 맞은 두 개의 홈런이 거짓말이라고 믿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아웃 카운트를 잡아댔다.
초반에 좀 흔들려서 투구 수가 늘어났음에도 7이닝 2실점. 심지어, 2회부터는 퍼펙트다.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그랬어요?”
“…”
내 말에 기어코 시선을 회피하더니, 투수 코치님의 교체 싸인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갱. 투구 수가 지금 107개라고 확인 좀 시켜주겠어?”
“형 투구 수 107개라서 교체래요.”
“107개가 아니라 700개라도 던지고 싶다고 전해.”
“코치님. 반항하려는 것 같습니다.”
“생일 파티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줘.”
“형 생일 끝났대요.”
“아직 오늘이 끝나려면 몇 시간은 남았어.”
의미 없는 말다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려올 때는 내려와야 한다. 결국, 승기 형은 등판을 마감하게 됐다.
다음 투수로는 이휘은이 선택됐다.
3점 차 경기가 계속되고 있으니 필승조 전원이 등판해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으면 된다.
하지만, 내가 9회 초에 등판해 경기를 내 손으로 마무리하는 일은 없었다.
뭐,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따아아아아아악-!
아직도 내 몸에 그 감각이 남아있었던지라.
4타석 연속 홈런을 때려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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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7이닝 2실점! 자신의 손으로 생일을 기념하는 시즌 15승 투!] [시즌 41호 홈런부터 44호 홈런까지, 단 하루에. 강건우의 4타석 연속 홈런!] [1회 초 백투백 홈런으로 위기에 빠진 민승기를 구해낸 강건우의 홈런 쇼.] [(PHOTO) 사랑하는 민승기 생일 축하합니다! 경기 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오션스 팬들.] [(PHOTO) 민승기 생일 축하 사직 구장 카드섹션.] [(PHOTO) 백투백 홈런 맞고 눈물짓는 민승기.] [(PHOTO) 강건우 역전 홈런 이후 행복한 오션스 덕아웃.] [(PHOTO) 강건우의 세 번째 홈런 후 ‘코치님’을 향한 양손 하트.] [(PHOTO) 4연타석 홈런 강건우! 외야에서 날아가는 타구를 허무하게 바라보는 정조준.] [(PHOTO) 경기 후 불꽃놀이 펼쳐지는 사직 야구장.] [민승기, ‘나를 구해낸 것은 오션스 선수들. 생일에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오션스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1회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팬들께 죄송.’]└와 강건우 ㄷㄷㄷㄷㄷ 존나 간지난다 ㄷㄷㄷㄷ
└ㄹㅇㅋㅋㅋㅋ
└박의현 분위기 살리는거 실화임?
└승기형 ㅠㅠㅠㅠㅠㅠㅠ
└울보새끼
└사람이 좀 울수도 있지 씨발 너 지금 어디냐 몇대 맞으면 니도 울게 될거임
└근데 진짜 오늘 영화 한편 뚝딱임 ㄷㄷㄷㄷㄷ
└직관갔는데 1회 초에 진심 경기장 나올 뻔 했다
[들썩이는 부산. 오션스 홈 경기 날이면 사직 인근 소비 폭발.] [사직 야구장 암표상, 티켓 한 장에 50만 원 요구하다 오션스 팬에게 맞아 병원행. 경찰 조사 중.]└오늘 굿즈도 주는 날인데 그 정도 받을 수 있지 않음?
└시장경제 무시하냐 하여튼 무식한 꼴빠새끼들 ㅉㅉㅉ
└위에 암표상 두 새끼 검거
└나가 죽어라 암적인 새끼들아
└솔직히 처맞아도 싸지 않냐
└때린 성님 합의금 모금할 사람 있냐?
[100억 투수의 특별한 생일. 경기 후 경기 중 입었던 바지까지 벗어 팬에게 선물한 민승기.] [축제 같았던 8월 16일의 밤. 불야성(不夜城)을 이룬 부산.] [(이용길의 야구회로) 강건우의 생일인가 민승기의 생일인가. 아니면, 부산 야구의 생일인가.]└제목 뽑는 클라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꼴뽕 치사량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그 다 해처무라 꼴션스 십새들아
└ㄱㅅ
└77ㅓ억
└아 배터지긋네 ㅋㅋㅋㅋㅋㅋㅋ
└꼴빠아재 오늘 행복사 하는거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