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71)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73화(273/385)
이게…야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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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의 가장 이상했던 생일날 벌어진 그 이상한 경기가 끝난 후, 나는 이날의 주인공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아니, 이쯤 되면 나한테도 롤렉스 하나 정돈 줄 만한데?”
승기 형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천장을 한 번 보고, 그다음으로는 바닥을 본 후 자기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롤렉스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다.”
“예?”
“오션스의 전설이 될 투수가 오션스에서 처음 맞는 생일날 따낸 승리 기념구…”
“이거 말고 롤렉스요.”
“강건우.”
“예.”
“부끄러워하지 말고 받아도 된다. 넌…이걸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아니.”
“자.”
“…”
승기 형은 흐뭇한지 미련이 남는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그 공을 올려줬다. ‘2029년 8월 16일, 민승기 시즌 15승.’이라고 쓰고는 이미 싸인을 해뒀다.
“중고로 팔아버릴 거에요.”
“그걸 팔면 아파트 한 채 정돈 충분히 살 수 있겠지. 네게 맡기마.”
“뭐라고요?”
자기애가 끝판왕인 것인지, 아니면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파트는 개뿔…”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노경우의 제안이 있었다.
“진짜 한 번 올려볼까?”
…나는, 이걸 팔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가격이 궁금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노경우는 날 보며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념구 사진을 찍어 중고거래 어플에 올렸다.
“이거 사려는 사람이 있긴 할까?”
“글쎄.”
예상보다는 훨씬 일찍 반응이 왔다.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서 노경우의 스마트폰을 함께 봤는데…
-Oceans12 : 야이 시발럼아
다짜고짜 욕설이 날아왔다. 우리가 당황하는 사이, 상대의 채팅이 엄청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Oceans12 : 어디서 장난질이냐
-Oceans12 : 사칭범 넌 뒤진다 진짜 짝퉁이나 처 팔고 인생 그따구로 살지 마라
-Oceans12님이 대화방에서 나가셨습니다.
“어…”
“음…”
다시 진동이 울렸다.
-동래구불붙은구르마 : 지금 당장 삽니다
-동래구불붙은구르마 : 어디시죠?
프로필 사진이 비현실적인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야. 이거 나가면 우리 죽이려고 할 거 같은데.”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눈물의왕자님☆ : 엔화로 거래할 수 있어요?
-wldnjs2000 : 신고함 ㅅㄱ
-noronoru : 혹시 가짜 암표 팔던 새끼 아니세요?
-noronoru : 하는 꼴 보니 그 십새끼 같은데 잡히면 죽습니다^^
-Yabal18 : 뒤지기 싫으면 사기 시도조차 하지 마라 반으로 접었다 반대로 또 접어버린다
대부분 장난이나 협박이었다. 노경우는 얼른 글을 내렸다.
“아니, 뭔…어떻게 사람 죽인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하냐…무서워서 장난도 못 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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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리는 그 경기가 끝나고, 강건우가 일단 혼인 신고부터 해버리자고 말하면 수락 해버릴지도 모르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그런 경기를 할 수가 있을까. 민승기가 첫 두 타자에게 홈런을 연속으로 맞았을 때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민승기의 과거 기록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잘 풀릴 때라면 민김박 세 투수 중 가장 압도적이지만, 어느 한순간 삐끗하면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향이 약간은 있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민승기를 대신해 박용재를 결승전에 내보내는 이유고, 김권종을 지난 올림픽 일본전에 등판시킨 이유였다.
물론, 민승기는 네덜란드와 베네수엘라라는 만만치 않은 두 팀을 상대로 등판했었다.
하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물론 조금 충격을 받는다 해도 남은 시즌 내내 부진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진을 이겨내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민승기가 다소 약해진다 하더라도 충분히 커버 가능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긴 했으나,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탄생도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의 성적으로 보자면 민승기가 유력하다. 하지만 후반기에 안 좋은 쪽으로 임팩트가 커지면 어찌 될지 모른다. 게다가 믿고 보는 민승기 아니던가. 에이스가 흔들리는 것은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건우야…”
“응. 누나.”
강건우는 정유리 앞에서 해맑게 웃었다. 정유리는 강건우보다 더 밝게 웃으며 강건우를 두 팔로 껴안았다.
“진짜 멋있었어…”
“반했어?”
“응…”
강건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민승기를 도운 것도 좋지만, 정유리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정유리의 기분이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오늘 경기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순위표에서 오션스의 위치를 보고 있으면 반쯤은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게다가, 하고 싶었던 일을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곳에서 하고 있으며, 자신이 오션스의 그 순위표에 일조하고 있다.
더 바랄 게 어딨겠는가. 오션스를 넘어 KBO 역대 최고의 선수가 오션스를 위해 헌신하고 있고 그게 자기 남자친구이기도 한데.
“건우야.”
“응.”
“40-40은 껌이겠지…?”
“당연하지. 내일 찍을까?”
“히히. 50-50은?”
“그건 1~2주 정도 더 걸리겠다.”
“너무 무리하진 마.”
“100-100 보여줄까?”
“응.”
“누나.”
“응?”
“그게…내가 말이 좀 헛나왔나 보다.”
“100-100 안 돼?”
“그…”
“난 건우가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한다.”
“응?”
“올해는 좀 그렇고 내년에 100-100 간다.”
정유리가 깔깔 웃으며 강건우의 가슴을 퍽퍽 때렸다.
“아, 농담이야. 당연히 장난이지. 그렇게 진지하게 말할 일이야?”
강건우는 정유리의 말이 장난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홈런 백 개에 도루 백 개?
말이 쉽지.
일단 열심히는 해보고, 부족하면 열심히 했는데 안되더라고 말하려 했는데.
“아무튼, 오늘 최고였어. 좆준이 표정 봤지?”
“당연하지. 그 맛에 야구한다니까.”
“크으으으. 우리 건우가 뭘 좀 안다?”
파이러츠 3연전이 끝났고, 이제 엔진스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팀을 상대하더라도 이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상위권 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은 훨씬 더 좋다.
사실, 정유리는 1위를 달리고 있을 때 1위나 2위 팀을 만나 승차를 벌리는 즐거움을 이제야 알았다.
왜 아니겠는가.
오션스가 제대로 1위를 했던 적이 있어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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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는 등판 다음 날이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러닝을 소화한다. 이게 민승기의 루틴이다. 그리고 오션스에 와서 사직 야구장 앞에 집을 구한 뒤, 또 다른 루틴을 추가했다.
딱히 루틴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긴 한데, 주상욱과 정예성을 데리고 뛰는 것이 바로 새 루틴이었다.
주상욱과 정예성은 처음에는 이게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이제 적응했다.
“가자.”
“예…”
“예 형…”
물론,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말이지 이게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등판한 날에 민승기는 빨리 잠들고 다음날 일찍 일어난다. 그리고 다른 둘의 사정을 봐주지 않기에, 주상욱과 정예성도 민승기와 함께 뛰려면 일찍 잘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오션스 소속의 세 선수가 사직 야구장 근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있었다.
“젖산을 쥐어짜내라! 그게 네 프로 커리어를 더 길게 만들어줄 것이다!”
민승기는 항상 정신력을 강조하고, 하드 트레이닝을 추구한다. 그건 본인의 약점에서 기인한 생각이다. 강건우는 정예성에게 타격 기술 훈련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러닝을 한다고 나쁠 일은 절대 없다.
“민승기 선수. 생일 축하합니다. 이야. 어제도 잘 던지드만.”
“감사합니다!”
“초반에는 좀 불안불안했다.”
“개선하겠습니다!”
여기서 하도 뛰었더니, 이제 인근 주민들도 꽤 알아본다. 가끔 팬들이 민승기를 보겠다고 구경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어어, 민승기! 보소! 커피 한잔해라! 내가 사께!”
“운동 중에 카페인은…”
“아따, 디카페인 모르나!”
“지금 운동 중이라서 끝나고 꼭 얻어먹으러 오겠습니다.”
“꼭 와야 한다! 내 기다리고 있으께!”
“예!”
가끔 팬들이 선물을 주기도 한다. 민승기는 고가의 선물일 경우 정중히 거절한다. 특히 어린 여성 팬들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더더욱.
“우리는 안 보이나 보다.”
“형은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 꽤 있잖아요.”
주상욱과 정예성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주상욱은 한동안 주전으로 나서기도 하고 박의현의 체력 보전을 위해 종종 선발로 뛰기도 하지만, 민승기만큼의 인지도를 쌓기는 무리였다.
민승기는 귀를 열고 달렸다. 팬들이 부르면 꼭 인사를 받아주고, 가벼운 싸인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자신의 운동 페이스에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부족하다고 느끼면 나중에 훈련장에서 보충하면 된다.
팬들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릴 적 오션스 선수들에게 몇 번 외면당한 뒤, 자신은 절대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것을 지키고 있었다.
‘어제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서자 민승기는 그제야 어제 경기 생각을 시작했다. 복기하자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행복감을 느낀 날이었다.
‘강건우…’
강건우. 특별한 이름이다.
어쩌면 야구의 신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돕기 위해 보내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원래 주인공은 성장하는 법.’
자신이 최고라고 믿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갈 길이 멀다. 더 좋아질 수 있다. 더 나아질 수 있다. 완벽해지진 못하더라도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다.
청사진이 펼쳐진다. 신체를 단련하고 기술을 연마한다. 론 버거킨 코치와 함께 하는 작전 회의도, 정유리 코치의 미세한 신체 밸런스 수정도 좋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데다가 자신을 향한 팬들의 기대감이 어마어마하다.
그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다.
“…님!”
그런 생각들에 불타올라 누군가의 외침을 못 들은 채 지나쳤다. 한 여성 팬이 발을 동동 구르며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주상욱이 민승기를 멈춰 세웠다.
“형! 승기 형! 형!”
“응?”
“저기 팬 분인 거 같은데, 형 불러서요.”
“팬분이 계시다고? 어디?”
단련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은 날아가고, 자신의 팬을 지나쳤다는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주상욱이 손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전에 분명히 본 적 있는 팬이 서 있었다.
민승기가 환하게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가며 인사했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민승기를 불렀는데 지나쳐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일본인 팬이 어쩔 줄 몰랐으며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한국말, 배웠어요! 안녕하세요!”
남겨진 주상욱과 정예성이 바닥에 걸터앉아 숨을 몰아쉬며 대화했다.
“근데 저분, 승기 형한테 완댜님이라 부르지 않았냐?”
“저도 그렇게 들은 거 같은데요.”
“지하철역에 광고 붙인 사람이 일본인이라던데.”
“아. 설마?”
“혹시?”
“음.”
둘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주상욱이 머리를 긁적였다.
“승기 형 연애라도 하면 우린 어디서 사냐.”
“아…여기가 진짜 좋긴 한데…”
“여기 얼만지 알아?”
“어림도 없던데요.”
“그렇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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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의 시선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오션스에서 뛰는 것 또한 대중의 관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쉽지가 않다.
그런 관심을 즐기기도 했고, 때로는 환멸이 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그런 것들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프로 스포츠 선수다. 무관심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그런데도 지금 느껴지는 이 시선은, 뭐라고 해야 하나.
느껴 본 적 없었던 부담감을 내게 안겨주고 있다.
“…”
“…”
승기 형은 어제 등판해서 100구를 넘게 던졌음에도 훈련장에 가장 빠르게 출근한 사람 중 하나다. 죽어라 달리더라. 아침에 운동을 만족할 만큼 못 했다나.
이런 의미 모를 말도 했다.
“강건우…언젠가 네가 내게 기댈 수 있도록…큭큭큭.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제를 잊지 않겠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뭐…
가끔은 저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수치심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따흑흑 강건우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야. 승기 형 왜 저러냐?”
노경우가 그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이것뿐이었다.
“저 형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하긴…저 형은 진짜 야구 안 했으면 뭐 해 먹고 살았을까.”
솔직히 그런 사람들은 여기 많다. 그래도 반대인 사람도 있다.
의현이 형? 저 사람은 어디 던져놔도 먹고살 사람이다. 어쩌면 화개장터의 전설이 될 수 있는데 야구장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노경우는 코를 긁더니 말했다.
“창열이 형은 야구 해서 다행이고…”
“야구 안 하면 뭐 했을 거 같은데?”
“뻔하지 뭐. 조폭이나 사채업…”
말하다 중간에 급하게 끊었다. 창열이 형이 석규 형한테 화를 내면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석규 형이 야구 안 했으면 뭐 했을지 궁금하네.”
“저 형 은근 레크레이션 강사나 어르신들 노래 교실 강사 같은 거 잘 어울릴 거 같지 않냐?”
“잘 어울리겠다. 할머니들 이상한 개그 해도 좋아해 주시잖아.”
그렇게 우리는, 고참들 뒷담화를 나누며 승기 형의 뜨거운 눈빛을 느꼈다.
아.
사람 피곤하게 만드네.
“요새 여자친구랑은 잘 지내냐?”
“존나 잘 지내고 계시지.”
“금방 차일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있냐.”
“맞추기 좀 힘들지 않냐?”
“우리 누나가 얼마나 착한데!”
“그래?”
“눈빛이 불손한 거 같은데.”
“아니,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
“근데 왜 눈시울이 붉어지냐?”
“내가 언제?”
“착하다고 할 때 좀 손이 떨리던데.”
“아니라고.”
“우냐?”
“아,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