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7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74화(274/385)
이게…야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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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포츠 종목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된다. 물론, 스포츠 특성상 경쟁은 당연히 불가피한 요소다.
기존 기록을 깨기 위해 정진하거나 선수들 개인의 성과 혹은 점수를 겨루는 종목과 야구가 다른 점은, 상대방과 맞붙어 이겨야 한다는 점이다.
이 바닥에 절대 강자는 없다. 매년 선수들과 팀들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새로운 얼굴들이 튀어나오며, 이제는 끝난 줄 알았던 옛날 사람이 부활하기도 한다.
다크호스가 등장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절대 늙지 않고 쇠락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선수나 팀이 바닥을 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런 것을 두고 이변이라고 말한다.
투수는 상대 타자에 대한 대응책을 경기 전에 마련하고, 타자 또한 마찬가지다.
팀 대 팀의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
선발 투수가 마냥 잘 던진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타자가 어떤 구종을 잘 치고 어떤 구종에 약한지, 강한 코스와 약한 코스는 어디인지, 타구의 분포가 어떤지 모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션스도 항상 그런 작업을 진행한다.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전력 분석팀의 일이다. 준비한 자료를 선수 개인에게 맞춰 가공하는 것이 정유리 스포츠 과학자의 업무 중 하나고, QC(퀄리티 컨트롤)코치들이 거기서 세부적인 역할을 맡는다.
경기는 오션스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션스를 상대하는 팀도 당연히 경기 전략을 수립한다.
오션스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션스의 순위나 올 시즌 압도적인 승률만 보더라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시즌 3위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오션스와의 상대 전적이 1승 9패인 엔진스라면 더더욱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제 그냥 볼넷 주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아무래도 오션스를 상대하는 팀의 가장 큰 고민은 강건우다. 특히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채지성은 강건우를 만날 때마다 박살이 나고 있다. 포수 백준섭은 분명 한국 최고의 포수 중 하난데, 그 베테랑 포수의 멘탈이 흔들릴 정도다.
1승 9패라는 상대 전적만 봐도 안다.
“파이러츠 터지는 거 못 봤어?”
지난 경기에서 파이러츠 투수들이 골고루 얻어맞았다. 4연타석 홈런.
시즌 44호 홈런이며, 이미 100타점을 넘겼다.
엔진스 팀 내 홈런 1위는 외국인 타자 카일러의 21개다.
“그래도. 볼넷 주면 또 미친 듯이 뛰잖아.”
“홈런보단 볼넷이 낫지 않아?”
“아니, 우리 만나서 볼넷 얻으면 눈에 불을 켜고 뛰어 제끼니 그러지.”
“그렇다고 정면승부 하면 답이 나오나?”
“피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
두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사실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결국, 나오는 결론은 이것뿐이다.
“어쩔 수 있나. 쟤네보다 점수 많이 내야지.”
“저쪽 선발 앤디지?”
“요새 그 친구 공 만만치 않은데.”
“앤디, 국민성, 호세 순이네.”
“골치 아프네. 국민성 그 친구만 만나면 타자들 타격감 다 죽어버리잖아.”
올 시즌 오션스는 상대 팀 입장에서 걱정과 한숨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어느새 10개 팀의 소화 경기 수는 100경기 언저리가 되었고, 남은 경기 수는 40경기 남짓.
“차라리 적당히 애들 체력 분배해주고 다음 일정에 힘 쓰는 게…”
이런 의견도 나온다. 물론, 의견은 의견일 뿐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감독님 귀에 들어가면 난리 난다. 입 조심해.”
“진짜 그랬다간 팬들이 사퇴 시위라도 할 걸.”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도 답답해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다. 어차피 야구는 원론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상대 팀보다 점수를 더 내고 덜 내줘야 한다.
결국 선수들이 잘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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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건우야. 형이랑 약속 하나만 하자.”
경기 전, 엔진스 포수 백준섭이 날 찾아왔다.
“무슨 약속요?”
“도루 안 하기.”
어이없어서 한 번 웃었다. 하긴, 이 사람을 엄청 괴롭히긴 했다.
내가 투수일 때 도루를 내주는 것은 포수의 책임이다. 하지만 유격수로 서 있을 때 도루를 내주는 것은 투수와 포수의 공동 책임이다. 뭐, 야구는 원래 내로남불인 법이다.
투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도루를 내주는 것을 포수의 책임으로 본다는 것이 문제다. 구단 프런트야 조금 다르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포수 책임이 없을 수는 없다.
“엔진스 투수들이 볼 안 던지면요.”
“콜.”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거죠?”
“하. 우리 사이에 그러기 있냐?”
우리가 어떤 사이일까. 별 사이 아니라고…음. 오션스 선수였더라면 좋은 사이였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이 사람이 오션스 선수였다면 의현이 형은 못 만났겠지.
미친 사람 중에 탑 클래스이긴 한데, 그래도 미워할 건덕지가 없다. 좀 시끄러우면 어떤가. 그만큼 좋은 사람도 찾기 힘들 거다.
“도루 안 할게요.”
“구라 아니냐?”
“저 못 믿으시는 것 같으니까 그냥 뛸게요.”
“마!”
“예.”
“제발.”
우리가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의현이 형이 근처로 왔다.
“앗! 백 준자 섭자 선배님! 오늘도 여전히 잘생기셨습니다! 크으으으! 대한민국 레전드! 엔진스의 엔진오일! 존경합니다!”
둘은 또 언제 친해진 걸까.
“의현이 왔냐. 야. 의현아.”
“옙! 사모해 마지않는 대 포수 백준섭 선배님! 말씀하십쇼!”
“건우 기강 좀 못 잡냐? 아니, 한 마디도 예의상이라도 져주질 않는다. 어?”
“…!”
의현이 형의 눈이 커졌다. 또 왜 저러지. 뭔가 불안한데.
“선배님…”
갑자기 목소리를 깐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강건우는 오션스의 실세입니다…”
“뭐?”
“강건우의 기강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단 한명!”
“누구? 대근이? 아니면…”
“씨알도 안 먹힙니다! 그건 바로!”
“바로?”
“정! 유리 누나! 코치님! 그 외에는 저 녀석은 그 누구도…!”
백준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엔 내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 통하는 사람이랑 대화를 시도했어야죠.”
나와 의현이 형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 백준섭이 고개까지 저으며 한탄하듯 말했다.
“시바. 내가 미쳤다고 너희랑 대화를 시도했지.”
날 같이 엮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의현이 형은 의기양양하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오션스에서 저희 둘이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상대일 겁니다!”
하지 마.
오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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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팬들은 기분이 좋다. 어제 경기는 꽤 임팩트 있었고, 오늘부터는 시즌 상대 전적이 압도적인 엔진스와 만난다.
그간 이겼으면 이제 질 때가 됐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오션스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등판하는 앤디 가필드의 시즌 성적은 평균자책점 3.02에 8승 5패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앤크라이의 기운이 약간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믿고 볼 수 있는 투수.
상대 선발은 네드 빌링엄. 엔진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용병이다. 시즌 평균자책점 2.87에 9승 6패.
지난번 네드 빌링엄은 호투하고도 우천 중단으로 오션스 상대 승리를 날려버린 바 있었다. 엔진스 팬들에게는 속 터지는 경기였다. 비가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1승 9패보단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됐다. 원정팀 엔진스의 선공.
지난 2년간 배영한, 김정혁, 민승기, 서창열이라는 굵직한 FA 선수를 영입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한 오션스와는 달리, 엔진스는 내부 육성으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앤디 가필도!”
“머꼬! 돌았나!”
“휴 브레도! 만!”
“마! 1절만 해라!”
앤디 가필드가 엔진스 타자들을 상대로 1회 초 피칭을 시작했다.
리드오프는 국가대표 중견수 정부원. 앤디는 좌타자를 상대로 무자비하게 싱커를 꽂아댄다. 상대 타자도 싱커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딱!
“파울!”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알고 때려도 안타를 맞지 않을 거라는.
5개의 싱커 이후, 높은 패스트볼에 정부원의 배트가 헛돌았다.
“스트라잌! 아웃!”
팬들이 앤디의 이름을 연호한다. 앤디는 국민성을 따라 하고 있었다. 사실은 기쁘지만 무표정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공을 받고 다음 피칭을 준비한다. 물론, 국민성은 크게 기뻐할 때도 무표정이라서 앤디가 모를 뿐이다.
앤디 가필드는 1회 초에 이현동에게 안타를 하나 맞기는 했지만, 엔진스 4번 타자 카일러를 깊숙한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1회 말 오션스의 공격.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인 좌완 네드 빌링엄은 오션스의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 둘을 가볍게 처리해냈다.
묵직하게 들어오면서도 제구되는 포심과 종 무브먼트를 보이는 슬라이더에 두 좌타자는 속수무책.
이 투수도 자신의 공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구위와 제구를 모두 갖춘 포심을 기반으로 좌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우타자에게는 써클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는다.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쳤다. 꽤 많은 외국인 투수들은 마이너리그보다 많은 연봉뿐만 아니라, 한국 무대에서 활약해 일본 리그 진출이나 메이저리그 재입성을 꿈꾼다.
그리고 네드 빌링엄은, 지금 자신이 상대해야 할 타자에게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리그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저 친구를 잡아내면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맞아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피하는 것보다는 낫다. 코치진의 그 누구도 저 선수에 대한 적절한 대처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포수와 싸인을 나누며 몇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면승부다.
따아아아아아아악-!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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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는 1회 말에 터진 강건우의 홈런 이후,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9회까지 앞선 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뜻이다. 앤디는 시즌 9번째 승리를 챙겼다. 7이닝 3실점.
하루 쉬었던 이시욱과 노경우는 지난 맞대결에서 네드 빌링엄에게 처참하게 당했었지만, 각각 타점을 올렸다.
한 경기를 졌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오전에 잠깐 비가 왔지만 취소될 만큼은 아니었다.
오션스 팬들은 다시 외쳤다.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태권도!”
“어제 금마 아이가!”
“이제 재미없다! 고마해라!”
엔진스 선수들은 단결했다. 오늘은 이겨야 한다고.
준비한 것은, 3루 쪽으로 빠르고 강한 타구를 보내는 작전이었다. 1, 2루 간으로도 괜찮다.
유격수 쪽은 거의 철통 보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리그 최고의 그라운드볼러인 국민성의 공을 외야로 띄워 보내기도 쉽지 않다. 물론 홈런을 뻥뻥 때려내면야 좋겠지만.
“국-민-성!”
“대-륙-민-성!”
“월-드-민-성!”
“우-주-민-성!”
국민성의 피칭은 리드미컬하지 않다.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정해진 패턴은 없다. 그냥 던지고 싶을 때 쓱 하고 던진다. 그렇게 던지면서도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다는 점이 국민성의 대단한 부분이고, 큰 힘을 쓰지 않고도 타자를 잡아낸다.
딱!
정부원이 작전대로 밀어 때렸다. 국민성에게 투구 수 늘리기는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투구 수 늘려서 100구가 넘어가봤자 딱히 재미를 볼 건덕지도 없다. 애당초 투구 수 늘어난다고 구속 떨어져서 때릴 수 있다면 진작에 때릴 테니.
3루 라인에 붙여 때릴 생각이었지만, 그게 항상 의도대로 된다면 정부원의 타율이 3할에 머무를 리가 없다. 3유간을 향하는 타구. 기우뚱 몸을 기울였지만 3루수 이시욱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강건우가 다리를 길게도 뻗으며 달려와 타구를 잡아냈다. 160km/h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 강건우가 강하게 공을 던졌다.
“아웃!”
리그의 대표적인 호타준족 정부원이지만, 공보다 빠르게 1루에 도착하지 못했다. 자칭 호타준족 양대근이 슬쩍 웃으며 받아낸 공을 다시 던졌다.
2번 타자의 타구는 1, 2루간으로 향했다. 덩치 큰 양대근이 의외로 민첩하게 움직여 타구를 잡아냈고, 양재현은 전력 질주했지만 국민성은 성실하게 1루 커버를 시도했다.
“아웃!”
투구 후 후속 동작이 작은 국민성은 수비에 허투루 임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라운드 볼이 많아 베이스 커버를 들어갈 일이 많기도 하다.
3번 타자 이현동의 타구는 투수 앞 땅볼. 국민성이 스스로 잡아 송구했다.
1회 초를 끝내는데 필요한 투구 수는 겨우 6개에 불과했다. 엔진스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오션스 팬들이 환호할 만한 첫 이닝이었다.
엔진스의 3연전 중 두 번째 선발은 제임스 베리다.
제구보다는 구위로 먹고 들어가는 우투수 용병.
강건우에게 인상적인 홈런을 꽤 맞곤 했던 투수지만, 어제 네드 빌링엄이 그랬던 것처럼 오션스 테이블 세터들을 출루시키지 않았다.
-컷 패스트볼의 구위는 오늘도 강력하네요. 타구가 뻗질 않습니다.
-좌타자들의 배트를 워낙 잘 잡아먹는 공이죠. 예. 다음 타자 강건우. 과연 어떻게 상대할까요.
객관적으로 제구가 잘 안 되는 투수다.
제구보다는 배트를 부러뜨리는 구위와 이닝 소화 능력.
엔진스의 대표 투수 중 하나인 제임스 베리는 포수의 싸인대로 던지기로 했다. 백준섭을 꽤 신뢰한다. 국적은 다르지만 형제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백준섭의 요구는 바깥쪽 낮은 포심.
그리고 제구 안 좋은 이 외국인이 실제로 던진 것은 몸쪽 어중간한 높이의 포심.
따아아아아아아악-!
강건우의 득달같이 휘두른 스윙에, 제임스 베리의 머릿속에 그간 강건우에게 두들겨 맞았던 여러 홈런이 스쳐 지나갔다.
“Holy…”
세 경기 연속 홈런이자, 세 경기 만에 여섯 개째.
백준섭이 허탈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도는 강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야구냐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