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7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75화(275/385)
이게…야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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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외국인 투수들은 학습 능력 같은 게 없나? 강건우가 데뷔하자마자 에이스 판독기 소리 들었던 이유가 뭐냐. 각 팀 용병 투수 중에 강건우한테 초구 홈런 안 맞아본 선수 얼마나 있어?”
세미나를 끝내고 모여 식사 중인 야구 기자 중 한 명이 강건우의 홈런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기자 중 한 명이 무심하게 말했다.
“이유 몰라?”
“몰라.”
“강건우 잡아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한테 눈도장 찍겠다 이거지 뭐.”
“그럼 잡고 눈도장 찍지, 왜 맨날 맞기만 하는 거야?”
“그게 맘대로 되면 강건우냐?”
“그쪽 용병도 그래요? 나도 전에 물어봤는데 강건우 잡고 메이저리그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홈런 맞나보네.”
야구는 매년 계속되고, 어느 정도 적정 수준의 성적이 나오곤 한다.
홈런왕은 대체로 30~40개 정도를 치는 선수가 가져간다. 타격왕은 보통 3할 중반대다.
평균자책점은 2점 중반대에서 3점대까지 분포되는 편이고, 다승왕은 10승 중후반에서 20승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 일반적.
강건우는 데뷔 시즌에 역대 공동 5위인 52홈런을 때려냈고, 타율은 역대 2위인 0.394, 한술 더 떠서 출루율과 장타율은 역대 1위인 0.531과 0.882를 찍었다.
어디 말 같지도 않은 괴물이 튀어나온 것이다. 직전 시즌 신인왕인 홍석헌만 해도 대형급 거포 신인이 튀어나왔다고 호들갑을 떨어댔는데, 홍석헌의 2027시즌 성적은 0.278에 25홈런이었다.
우익수인 홍석헌과 역대 최고 수준의 수비를 매일같이 보여주는 강건우의 수비력 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강건우는 투수로서도 말 같지도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긴. 홈런 몇 방 맞는 거 감수하고 붙어 볼만은 하겠네.”
“그렇죠. 쫄아서 볼 던지다가 새가슴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홈런 안 맞는 게 더 낫지 않나? 강건우가 뭐 야구의 신도 아니고.”
“얼마 전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만났는데, 강건우 지금 당장 메이저에 데려다 놔도 MVP급 활약할 거라고 생각하더라.”
“양키들 립 서비스야 뭐…”
“내가 보기에 립 서비스라고 할 것도 없다. 쟤가 안 통하면 누가 통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조금은 있었지만, 그들도 보는 눈이 있고 느끼는 바가 있다. 레벨이 다른 게 아니라 차원이 다르다. 강건우가 지금 오션스 소속으로 리그를 뒤집어놓고 있지만, 만약 강건우가 팀당 한 명씩만 있어도 리그가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야구라는 종목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이곳이 KBO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기자들도 야구 팬이고, 응원하는 팀이 있다 보니 약간의 볼멘소리는 나왔다.
“오션스 진짜. 운 너무 좋다.”
“밑바닥에서 한참 구르더니 어떻게 강건우 같은 괴물이 나와서…”
“강제로라도 메이저 보냈어야 했어.”
그런 말이 나오자, 순간 기자들이 이용길 기자의 눈치를 살폈다.
극성 꼴빠 기자.
평소엔 온화한데 오션스가 개박살나거나, 가을 야구 탈락이 확정된다거나, 오션스와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악마 그 자체가 되는 사람.
하지만 이용길 기자는, 최근 항상 그랬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슬쩍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긴 했지. 우리가.”
그리고 함께 있던 기자들은, 이용길 기자의 얼굴에서 잠시 스쳐 간 찰나의 표정과 다음에 이어진 말에서 전성기 악질 꼴빠 이용길의 추억을 엿봤다.
“그런데 강건우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큰 소리를…흐흐. 농담이다,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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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만, 그래도 KBO 역대 최고 홈런 기록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리그 간의 레벨 차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KBO에서 47홈런을 때렸던 용병 타자가 MLB에서 31개를 때린 적이 있었고, 한국에서 53개를 때린 타자가 미국에서 12개에 그친 적도 있다.
리그 스타일과 적응의 문제가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20개를 넘게 때렸던 경력의 타자가 한국에 와서 타율 2할도 못 넘기고 방출된 적도 있긴 하다.
내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 42개였으니까, 그래도 그때보다는 훨씬 많이 칠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몰아치고 나니 주변의 반응도 꽤 재밌다.
“야. 똑딱이.”
창열이 형이 말하자, 노경우가 대답했다.
“저요?”
“너 말고 니 옆에.”
“예? 저요?”
노루 형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
“제가요?”
“어.”
“제가 똑딱이라고요?”
“아님 뭔데?”
“행님. 저는 이번 시즌 30홈런을 노리고 있는 거포 3루수 이시욱이라고 합니다.”
“요새 30개도 거포 쳐 주냐?”
“행님 이번 시즌 다섯 개 아입니까?”
“나도 똑딱이 맞지.”
“와…그래 말씀하시믄 내가 할 말이 없는데…”
그 순간, 대근이 형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부드럽게 밀어친 타구가 유격수 키를 살짝 넘겼고 대근이 형이 1루를 밟은 뒤 덕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세레머니를 펼쳤다.
원래 자리에 없으면 안 먹어도 되는 욕을 먹는 법이다. 선수들은 박수를 치면서 다들 한마디씩 했다.
“저 똑딱이 저거. 단타 치고 좋아하는 거 봐라.”
“덩치만 보면 50홈런 거포 아니냐?”
“저 행님 진짜. 내가 처 몸이면 벌써 한 80개는 깠다.”
“요새 대근이 형이 자꾸 자기 호타준족이라던데. 그냥 똑딱이 아니에요?”
“똑대근이라고 부르자.”
“똑땡이 어떻습니까?”
“똑땡이?”
“똑딱거리는 뚱땡이요.”
“…”
순간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내뱉었다가, 창열이 형의 표정을 본 노루 형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농담인데요, 농담! 대근이 햄한테 꼰지르지 마세요! 아, 창열이 햄! 진짜 그라면 안됩니다!”
“왜?”
“저 진짜 죽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안 죽던데?”
그리고 그 말에 분위기가 진짜로 싸해졌다.
“혹시…행님.”
“어?”
“사람이 쉽게 안 죽는 거 어떻게 아시고 그런 말을 하십니까…?”
창열이 형이 코웃음을 쳤다.
“대기 타석 나가기나 해.”
음.
다른 사람이 했으면 그냥 농담이겠거니 하겠지만, 저 사람이 하니까 뭔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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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섭 : 포수 그만두고 싶다
-채지성 : 저는 오션스 가고 싶은데요
-민승기 : 지성이 형 환영
-백준섭 : 민승기 기강잡기 가능한 사람 있나?
-정조준 : 저요
-백준섭 : 다음
-정조준 : 형 저 다음 알레르기 있는데요
-백준섭 : 다음다음다음다음다음다음다음다음
-정조준 : ;;;;;;
-조용한 : 준섭아
-조용한 : 나 1루 수비 연습 하려고
-백준섭 : 지명타자로 전업이나 할까???
-서우주 : 3루수 컴온
-김권종 : 형들 투수 하셔도 잘 할 거 같은데요
-김권종 : 어깨 좋잖아요
-백준섭 : 용한이 형 쟤 기강좀
-조용한 : 안되는거 알면서 왜 또 기강 잡으래냐
-김권종 : 왜요???
-백준섭 : 강건우 도루 하는거 잡지도 못 하는데 무슨 어깨가 좋아 ㅅㅂ
-백준섭 : 백업한테 나 오늘 하루만 쉬게 니가 선발 뛰라 했더니 뭐라는줄 알아?
-조용한 : 배탈 났대냐?
-백준섭 : 어떻게 알았음??????
-조용한 : 동석이한테 건우 한 번만 잡아달라고 했더니 배탈났다고 하더라고
-백준섭 : 이 짬찌들 지들끼리 뭐 짰나???
-강건우님이 선착순 선물 게임을 시작합니다! 기회는 10분, 선착순 5명에게!
-백준섭 : 축하합니다! 선물 당첨!
-조용한 : 축하합니다! 선물 당첨!
-김권종 : 축하합니다! 선물 당첨!
-민승기 : 축하합니다! 선물 당첨!
-양대근 : 축하합니다! 선물 당첨!
-정조준 : ?
-정조준 : 아니 뭔데 왜 내 앞에서 끊기는데
-강건우 : 기회 못 잡는건 형 고질병인듯
-정조준 : ???????
-백준섭 : 역시 강건우 뿐이네
-정조준 : 아니 형 아까만 해도 강건우 때문에 포수 그만둔다고???
-백준섭 : 마 그냥 해본 말이지
-정조준 : 저 한우 살땐 그런 말 안 했잖아요
-백준섭 : 너랑 같냐?
-정조준 : ;;;;
-정조준 : 더러워서 못 살겠네 진짜;;;
-김권종 : 못 살 정도로 더러우면 좀 씻고 사는 게 어떨까??
-정조준 : ???;;;
-강건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준섭 : 그래 조준이 기강이라도 잡혀서 좀 기분이 나아지네
-백준섭 : 저 새끼 어떻게 사람 만드나 했는데
-손용기 : 진짜 힘들었지…
-손용기 : 해답이 다른 팀에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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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의 1, 2, 3선발이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션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그나마 호세 킹과 이훈을 노리려 들었다.
선발 로테이션상, 민승기-앤디 가필드-국민성을 상대해야 한다면 우리가 무슨 죄인가 싶을 것이다.
앤디 가필드의 싱커에 당하고, 국민성을 공략하지 못한 엔진스는 호세 킹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파이러츠를 맹렬히 추격하다 발목이 잡혀버렸다. 상대 전적 1승 9패도 끔찍한데, 2연패로 1승 11패가 되어버렸다.
사실 그보다 더 엔진스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엔젤스에 추격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시즌 4위로 내려앉았다.
한 경기만으로도 뒤집을 수 있는 차이이기는 해도, 심리적 타격은 꽤 크다.
오션스를 상대로 5할 승률만 했더라도 파이러츠를 앞서 나가고 있을 성적이었다.
“오늘은 진짜 잡자. 오늘까지 질 순 없다.”
국가대표 단톡방에서는 농담도 하고 그랬지만, 팀 내에서 백준섭은 다른 선수들에게 투지를 요구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본인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신인 시절부터 어깨 하나는 정평이 난 선수였다. 여러모로 멘탈이 바스러지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이번 시즌 백준섭의 성적은 타율 0.301, 출루율 0.395, 15홈런에 71타점. 포수가 아니더라도 정상급 타자임은 분명하다. 거기에 리그 최상급의 수비력도 갖췄다.
강건우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하지만 징징대기만 할 수는 없다. 오늘 선발인 호세 킹도 못 잡으면 자존심과 성적 모두를 놓칠 수 있다.
백준섭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다른 선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공 좀 오래 보고 투수 괴롭히겠습니다.”
리드오프 정부원이 말하자 이현동도 거들었다.
“욕심 안 내고 천천히 해보죠.”
다들 한 마디씩 결의를 다졌다. 그래도 해볼 만한 상대다.
“자. 가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이언스 흉내를 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이언스는 중심 선수들이 삭발하고 나타나 오션스를 크게 꺾었다.
그런데 이게 또, 그대로 따라 했다가 지면 더 비웃음거리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어쨌거나. 경기가 시작됐다.
오션스 팬들은 기세 좋게 소리를 질러댔다. 스윕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았다.
좌타자 정부원이 먼저 타석에 섰다. 포심과 슬라이더. 현혹되지 않고, 정확하게 때려야 한다. 공은 빠르지만 그게 거의 다다.
초구는 볼이었다. 정부원이 작게 웃었다.
요즘 호세 킹도 컨디션이 꽤 괜찮은데, 이런 타입의 투수들은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끈질기게 승부를 가져가며 컨디션을 파악해 팀 선수들에게 오늘 공이 어떤지 알려주는 것 또한 선두 타자의 임무다.
두 번째 공.
머리를 향해 날아온다.
‘흡!’
눈을 질끈 감고 피했다. 하지만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정부원이 황당하다는 듯 심판을 바라봤지만, 심판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정부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요즘 심판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농담이다. ‘스트라이크 먹고 억울한 표정 짓는 놈은 사고치고 야구로 보답한다는 놈 보다 멍청한 놈이다.’
3구째는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조금 아쉬웠다. 존 한복판에 들어오는 공이었다.
2볼 1스트라이크.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쥐고 왼발을 열었다. 어떻게든 건드리며 버텨볼 요량이었다.
치려고 보니, 뭔가가 어색하다. 왜일까. 어색하다고 한들 경기는 계속해야 한다. 그래도 심판에게 타임을 한 번 요청해보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각이 좀 이상한데…’
타석에 다시 돌아와 자세를 취했다. 유격수 강건우가 3루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밀어치는 타격에 대비한 시프트다. 왼쪽 팔꿈치를 살짝 들어 올려, 적합한 공이 온다면 당겨칠 준비도 했다.
투수가 공을 던졌다. 스윙을 시작했다.
부웅-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삼진이 나오면 심판이 몸을 뒤틀며 삼진임을 주변에 알린다. 삼진을 당한 뒤 그걸 보면 꽤 얄밉다.
그런데 얄밉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정부원을 덮쳤다.
‘내가 왜 스윙했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느리게 스윙했지?’
불길한 느낌이 엄습한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오는 양재현을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타이밍이 안 맞는데…재현이 형. 포심, 포심 타이밍이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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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타자 삼진. 2번 타자 삼진. 그리고, 3번 타자까지 삼진.
오션스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고 엔진스 타자들에게서는 당혹감이 피어올랐다.
호세 킹은 엔진스를 상대로 딱 한 번 등판했었다. 5이닝 5실점을 기록했지만 오션스 타선이 폭발해 승리 투수가 되었던, 시즌 초반의 경기다.
같은 팀과의 경기에서 국민성 다음날 호세 킹이 등판한 경기에서 호세의 성적은 6경기 3승 1패다.
국민성의 공을 본 다음 날 타자들이 호세 킹의 공을 보면 쉽지 않다.
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사사구로 꽁꽁 묶이고 있는 엔진스 타자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This is baseball, Baek.”
어제 패전투수가 되었던 제임스 베리가 백준섭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제임스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하려 한 것이었지만, 백준섭의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이게 무슨 야구냐, 제임스.”
제임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겨우 3이닝일 뿐이야.”
“저스트 3이닝?”
“바로 그거야.”
“시발.”
“욕쟁이 새끼.”
“야! 누가 제임스한테 욕 가르쳐줬냐!”
엔진스 선수들의 눈이 백준섭을 향했다. 누구겠는가. 백준섭이지.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백준섭은 민망하다는 듯 코를 매만지고는 빽 소리쳤다.
“자! 역전 가자! 정신 차리고! 이제 한 바퀴 돌았으니까 이제 뒤집자고! 어? 저스트 3이닝이다, 이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