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78)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80화(280/385)
정의로운 도둑이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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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가 아이언스의 승부수를 홈런으로 깨부쉈을 때, 아이언스 팬들은 좌절하고 오션스 팬들은 즐거워했으며 메테오스 팬들은 행복해했다.
[족같은 꼴션스가 도움 되는 날이 다 오네]└ㄹㅇㅋㅋ
└야 근데 우리 다음 경기 오션스인데 어케함?
그리고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우리 오션스랑 잔여 경기 7개 남았는데 좆된거냐?
오션스도 메테오스도, 서로와 맞붙는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야구 팬들은 오늘 행복하다면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야구는 일희일비의 스포츠다.
어쨌거나 확실한 사실은, 아이언스의 계획은 빗나갔고 메테오스의 기도가 통했다는 것이다.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고준수는 침을 퉤 뱉고는 입맛을 다셨다.
야구가 어디 계획대로 흘러가 주는 종목이겠느냐마는, 첫 두 타자를 상대할 때만 해도 완벽하게 계획과 맞아떨어졌다.
원래 계획은 이거였다. 왼손 타자인 1, 2번 서창열과 배영한을 잡아내고 강건우를 피해간 후, 또다시 좌타자인 양대근을 잡는다.
그렇게 됐으면 좋았을 테지만, 베테랑 고준수도 조금 긴장해버리고 말았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용감한 정면승부겠지만 고준수의 실수였다.
그냥 힘이 좀 들어갔다. 그것뿐이다.
고준수는 베테랑이다. 만 32세의 불펜 투수.
그래도 여전히 공 끝에 힘이 넘친다.
만 32세 불펜 투수에게 4년 45억의 FA 계약서를 안겨 줬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 당장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뜻이다.
아이언스 팬들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홈런을 맞고 시작한 것에 좌절했지만, 고준수는 그러지 않았다.
경기의 첫 이닝에 핵심 셋업맨인 고준수가 등판했다는 것은 최소 1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아달라는 요청이겠으나, 어쩌겠는가. 물릴 수도 없고.
딱!
양대근의 배트를 끌어냈다. 그리고 3루수 박정신의 다이빙 캐치로 이닝 종료.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신난 오션스 팬들, 그리고 살짝 침체된 아이언스 덕아웃 분위기.
하지만 고준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투수 코치에게 물었다.
“1이닝 더 던질까요?”
강건우한테 홈런 한 방 맞았다. 팀에게 중요한 시점이고 오늘만큼은 반드시 이겨서 메테오스와 격차를 벌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은 더 생각해봤자 소용없다.
고준수에게 강건우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타자한테 맞은 것도 아니고, 강건우한테 맞았는데 뭐 어쩌겠는가.
투수 코치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고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1이닝 더해서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겠냐?”
“예.”
“좋다. 기다려봐.”
어떤 투수도 무실점으로 못 막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실점을 더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무조건 한 이닝을 실점 없이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왜 몸값이 4년 45억이겠는가.
다소 오래된 타입의 오대서 감독은, 투수 코치의 보고를 들었다.
“준수가 다음 이닝은 반드시 무실점으로 막아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게…홈런 맞은 게 자존심이 좀 상했나 봅니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한 대 맞았다고 질질 짜고 있거나 변명이라도 했다면 불호령을 내렸을 텐데. 만족스러운 대답이다. 물론, 투수 코치의 포장이 크긴 했지만.
“한 이닝 더 맡겨. 득점권에 주자 나가면 바로 교체라고 말해둬.”
“예. 감독님.”
오대서 감독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연봉 많이 받는 베테랑 투수가 그렇게까지 말했다는데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내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평소 미운털 박힌 선수라면 그런 것도 없겠지만, 고준수는 FA로 들어왔음에도 감독의 마음에 쏙 드는 선수였다.
좌투수 고준수의 다음 이닝 상대가 우타자들이라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해낼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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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2회 초, 마운드에 올라서 날 당황하게 했다.
“…”
“…”
“…”
“…뭐 하는 거야?”
“투수의 눈물을 보면 더 힘내서 때린다고 하더군.”
“…그래서 우는 거야?”
“제기랄.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그만둬. 방금 홈런 쳤잖아. 이제 또 다른 미친 짓을 보고 싶진 않아.”
“젠장.”
눈물을 흘리려고 했는지, 눈이 시뻘게질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의현이 형이랑 어깨동무하고 이상한 노래 부를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
“분명 민과 후니가 눈물 흘릴 때 더 잘 치고 잘 막았는데. Fuck.”
끝까지 포기하기 힘든지, 그렇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아니.
이제부터 투수가 힘들어하면 그냥 게임 터지게 내버려 둬야 하나.
옆에서 노경우가 멍하게 우리 대화를 듣고 있길래, 일침 한 번 놓아주기로 했다.
“정신 차려라.”
“…”
“…뭐 하냐?”
“어. 나도 한 번 울어보려고.”
돌아버리겠네.
“우리 팀 이름 오션스잖아.”
“그게 왜?”
“바다는 소금물이지?”
“…”
“눈물도 소금물 아니냐?”
“눈물 쏙 나올 때까지 펑고 한 번 받을래?”
“나한테 잘 해주기로 한 거 아니었냐?”
“…”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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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가필드가 시즌 10승째를 수확했다. 이로써 오션스는 선발 투수 세 명이 두 자릿수 승리를 확보했고, 시즌 80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시즌마다 다르긴 하지만, 종종 80승 미만의 정규 시즌 우승팀이 나올 때도 있다. 그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한 경기가 급한 아이언스의 노림수가 실패했다는 것은 아이언스와 5위 싸움을 진행 중인 메테오스가 웃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메테오스도 온전히 웃은 것은 아니었다. 바이킹스를 상대로 5대 1로 앞선 채 맞이한 9회에, 바이킹스 3루수 이성준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커리어 첫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것이다.
결국, 메테오스와 바이킹스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리를 그대로 가져갔더라면 더 안정적인 승차로 다음 일정에 돌입할 수 있었을 테지만, 메테오스는 아이언스와 1게임 차 5위에 만족해야 했다.
아이언스 팬들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성준은 아이언스에서 백업 역할을 맡고 있다가 바이킹스로 트레이드되어 간 자원.
바이킹스의 원래 3루수였던 박채석이 메테오스 투수 임성진과 트레이드된 후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트레이드였음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나비효과가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날 박채석은 9회 만루를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기에 메테오스 팬들의 비난이 거의 융단폭격처럼 이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메테오스도 오션스와의 2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경기는 대전에서 열리는 메테오스 홈 경기다.
[꼴션스 십새들 기강 한번 잡자 오늘ㅅㅂ]└이새끼들 전에는 오션스 형님 거리면서 아이언스 좀 잘 잡아달라느니 동맹 아니냐느니 하더만ㅋㅋㅋㅋㅋㅋ
└씨발아 내가 했냐?
└니들이 했지 그럼 내가 했냐?
└그거 타팀 분탕임 우리 아님
└ㅇㅈㅋㅋ우리가 미쳤다고 족밥꼴션스한테 형님거리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새끼들 진짜
정말 오랜만에 가을 야구 가능성이 보인다. 지난 시즌에도 초중반만 하더라도 괜찮았는데, 희망 고문만 당하다 결국 7위로 마감하며 또 실패.
원래 야구는 그다지도 냉혹하다.
오션스가 자신들과 순위 경쟁 중인 아이언스와 경기할 때야 동맹이고 친구지만, 맞붙어야 할 지금 오션스는 2년 전 자신들의 밑에 깔렸던 바로 그 팀 같지도 않은 팀일 뿐이다.
[솔직히 꼴션스 존나 어이없으면 추천 ㅋㅋㅋㅋㅋ]└ㄹㅇㅋㅋ운빨에 현질로 하면 누가 못하냐고 ㅋㅋㅋ
└니넨 못하잖아 ㅋㅋㅋㅋ
└강건우 우리가 먹었으면 지금 우리가 1위임
└건우가 돌멩이를 왜 가냐
└지가 안 오고 베김?
└돌멩이 갈바에 메이저를 가지 ㅋㅋㅋㅋㅋㅋㅋ
└꼴션스는 오늘 처맞고 울 준비나 해라
1위 팀과 5위 팀의 맞대결치고는 다른 경기들보다 조금 더 치열하게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년간 9위와 10위를 양분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쟤보단 낫지’라는 생각을 가져온 팀 팬들 다운 일이었다.
두 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하위권에 처지더라도 이 두 팀이 있기에 안도해왔다. 그렇기에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 팬들의 머릿속에 ‘쟤들도 이제 올라갈 때가 되긴 했지’라는 생각이 있지만, 오션스와 메테오스 두 팀의 팬들은 묘한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저놈들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새끼들 앵기는건 진짜 이해가 안 가네 ㅋㅋㅋㅋㅋ]└처발리고 와서 분탕 칠텐데 휘둘리지 마셈ㅋㅋㅋㅋ
└메)우리 발판이나 하던 놈들이 요새 존나 기고만장해가지고
└돌멩이특)발판을 머리에 지고 다님
└엌ㅋㅋㅋㅋㅋㅋ
└재밌냐?
└돌꼴 ㄷㄷㄷㄷㄷㄷㄷㄷ희대의 라이벌전 ㄷㄷㄷㄷㄷㄷㄷ
└갓직히 돌이랑 라이벌로 엮지 좀 말자
└안 엮기엔 니네 너무 붙어다녔음
└지금은 한참 떨어져있잖음ㅡㅡ
팬들이 이렇게 싸워대고는 있지만, 사실 두 팀 선수들 간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어. 정용이 왔냐.”
“태현이 잘 지냈고?”
“잘 지냈지. 넌?”
“뭐 다 비슷하지.”
96년생 두 베테랑 투수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나이가 같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은, 팀에서 오랫동안 선발로 뛰다가 이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요샌 애들이 날 기상청으로 본다.”
“이제서야? 김정용 아직 짬밥 얼마 안 되나 봐?”
“더 빨리 늙어서 좋겠다.”
사실, 성격 좋은 김정용을 싫어하는 사람은 10개 구단에 거의 없다. 이태현이 능글맞게 말했다.
“왕고 힘으로 강건우 두 경기만 좀 라인업에서 못 빼냐?”
“왕고는 무슨. 힘없는 말년이야. 오션스는 이등병이 왕인거 몰라? 이등별이라고 못 들어봤어?”
“뭐야. 2년 차 한테 완전히 먹힌 거야?”
“그렇다고 봐야지. 강건우, 지금 왕이야. 난 뭐 그냥 늙다리고.”
김정용도 너스레를 떨었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가을 야구 이야기가 나왔다.
“어우. 힘이 좀 되어주고 싶은데 영 쉽지가 않네.”
“야. 난 나 없어도 별 상관 없을 거 같아서 쉽지가 않다.”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제구는 여전하지만 구속과 구위를 잃은 베테랑.
리그 역사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그간 너무 많은 공을 던져 힘이 빠진 노장.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었고, 이태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안 봐줄 거다.”
“봐주지 마. 우리도 그럴 거니까.”
“사람이 참 간사하다.”
“왜?”
“오션스가 아이언스 잡아줄 때는 영웅 같았는데, 또 막상 오션스랑 붙으려니까 강도 떼 같네.”
“왜, 벌써 질까 봐 겁나?”
“겁? 당연히 나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한 번만 가을에 던져봐도 이제 소원이 없겠다.”
김정용은 작년에 이룬 목표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때, 어린 친구들은 어쩔 줄 몰라 할 테지만 김정용은 그냥 슬쩍 웃고 넘겼다.
물론 아직 두 투수 모두 당장 은퇴해야 할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다음 시즌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 열심히 해.”
“안 그래도 그러려고.”
“건우한테 너 나오면 무조건 홈런 때리라고 할 테니까 그냥 피해가.”
“난 절대 니네 강건우한테 정면승부 같은 거 안 하지.”
“고의사구?”
“당연하지. 요새 팬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아냐? 중딩이 쳐도 넘어가겠단다. 그런데 무슨 강건우랑 정면승부야?”
이태현이 또 씩 웃었다. 김정용도 씩 웃으며 주먹으로 이태현의 어깨를 툭 쳤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나자.”
“아, 그럼 좀 져줘.”
“져준다고 올라올 수나 있고?”
“2년 전만 해도 우린 언제 가을에 던져보나 같이 한탄해놓고 이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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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과 맞붙게 된 메테오스 선발 투수는 송태웅이었다.
강건우, 노경우와 입단 동기이자 해당 연도 투수 최대어로 꼽혔던 유망주.
올 시즌 평균자책점 4.21에 8승 11패로 지난 데뷔시즌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투수는, 1회 초를 무사히 넘겼다.
[킹태웅 ㅅㅅㅅㅅㅅㅅㅅㅅ] [꼴션스 새끼들 ㅋㅋㅋㅋ 1회에 좆건우 홈런 칠거라고 지랄하드니 ㅋㅋㅋㅋㅋ]서창열에게 안타를 맞고 배영한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양대근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후 울프팩에게 병살 유도.
좋아할 만한 세부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실점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후.
메테오스 갤러리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ㅅㅂ수비는 존나 길게 하더니 공격은 개짧게 하네] [저 똥볼 던지는 투수새끼 어케 좀 안되냐?] [진짜 저걸 왜 못 치는건데]고작 공 여섯 개를 던지는 것으로 국민성은 1회 말을 마무리했다. 스물한 개나 던진 송태웅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수비에서도 실수가 나올 수 있고 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성은 삼진이 거의 없어 야수들이 대부분 공을 처리해야 하기에 여러 의미로 타자들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투수이기도 했다.
홈구장을 가득 메운 메테오스 팬들은 그래도 시작부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던 국민성이 뒤를 돌아보더니, 모자를 살짝 눌러쓰며 강건우에게 말을 걸었다.
“큭큭큭 강건우…”
이미 투수들의 이런 반응에 익숙해져 있었던 강건우지만, 이번만큼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와…진짜…와…형까지…?”
국민성은 다른 말 없이 뒤돌아서서 다시 덕아웃으로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