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7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81화(281/385)
정의로운 도둑이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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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경기를 치르고 있는 송태웅은 한때 자신이 KBO를 손쉽게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많은 유망주가 그런 생각을 가진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게 허황된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난다 긴다 했던 유망주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 프로다. 중고교 시절 아마추어 야구계를 평정하다시피 해도 여기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고교 시절에도 송태웅이 최고의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선수는, 자신에게 기록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어쨌거나 이 투수가 빼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데뷔 첫해에 1군 무대를 밟아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올해는 확연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선발 한자리를 꿰찼다. 4점 초반대의 평균자책점에 두 자릿수 승리를 노리고 있다.
박용재-홍정수의 국가대표 투수 둘과 외국인 투수 둘.
네 투수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메테오스는 송태웅이 박용재의 뒤를 이을 우완 에이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육성 역량과 기회가 몰린 것은 그런 판단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송태웅은 마운드에 올라가며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이시욱.
황석규와 박의현으로 이어지고, 출루를 허용하게 되면 노경우도 상대할 수 있다.
‘노경우…’
고교 시절 노경우는 자신에게 꽤 약했다. 강건우에게 두들겨 맞았던 기억도 있긴 하지만.
2009년생으로 입단 동기 중 현재 KBO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을 고르자면, 오션스에 두 명이 있고 메테오스에도 두 명이 있다.
물론 강건우가 압도적이라서 나머지 셋이 조금 빈약해 보이긴 해도, 최소한 다른 선수들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이시욱이 타석에 들어왔다. 오션스 팬들이 이상한 소리를 낸다.
“노-루! 노-루!”
“노루야!”
“꾸어어어어어어억!”
메테오스 홈 경기인데 오션스 팬들이 꽤 들어오긴 했다. 메테오스 팬들도 질 사람들은 아니다.
‘패스트볼 보다는 변화구로.’
타자들의 데이터에 관한 공부의 중요성은 팀 선배 홍정수에게 배웠다. 여기에는 배울 게 많은 선배가 있다. 베테랑 투수 이태현이 말하기를, 이시욱에게 포심을 던질 거면 죽어도 존 끝으로 던지라고 했다.
포심 실투 받아먹는 거 하나로 살아남은 놈이라고. 게다가 작년 후반기부터 변화구 대처능력도 좋아졌다.
슬라이더를 3구 연속 던졌다. 결과는 2볼 1스트라이크. 예전에는 슬라이더만 던지면 자동 삼진이었는데.
포수에게서 체인지업 싸인이 나왔다. 원래는 체인지업을 잘 못 던졌지만, 이태현에게서 체인지업을 배운 후 자신감이 붙었다.
카운트가 타자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체인지업은 존 끄트머리로.
따아악-!
배트 스피드와 손목 힘 하나 만큼은 탑 클래스라고 평가받는 이시욱이다. 거의 매년 바뀌다시피 했던 감독들이 이시욱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그거였고, 공 안 보고 휘두르는 노룩 스윙이라며 노루라는 별명을 붙여준 오션스 팬덤에서 이시욱의 개인 팬이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타구가 일직선으로 뻗었다. 이시욱은 헐레벌떡 달렸고, 펜스에 맞고 튕겨 나오는 타구에 겨우 2루를 밟았다.
“우와. 죽긋네. 아이고, 데다.”
송태웅은 입술을 깨물었다. 체인지업 제구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 아니.’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 분야 최고봉인 박용재의 조언을 떠올렸다. ‘안타를 맞어? 뭔 상관이여? 내가 맞았음 우리 타자들도 때려야지. 야아. 태웅아. 한 대 맞을 때마다 남 탓을 해. 아니, 그걸 못 잡어? 아니면 그걸 던지라고? 막말로 타자가 10점씩만 내주면 기본이 20승이고 잘만 허면 30승 투수가 되는겨!’
그래. 맞다. 아직 점수를 내준 것도 아니고. 선두 타자 2루타? 막으면 그만인 데다가 점수 내줘도 타자들이 점수를 역으로 내면 된다.
송태웅은 황석규를 외야 플라이로 잡아냈다. 1사 3루.
박의현에게는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1사 1, 3루.
노경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자신감이 샘솟았다.
병살을 잡아야겠다. 일단 카운트 하나 잡고, 2구는 애매한 공으로 간 한번 보고, 3구째에 체인지업으로 잡는 거다.
계획이 이렇게 머릿속에 그려질 때는 보통 결과가 좋았다.
그렇지만, 그 계획이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따아아아아악-!
초구로 던진 151km/h 포심을 노경우가 제대로 잡아당겼다. 강건우처럼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는 타구는 아니다. 빠른 배트 스피드로 잡아당겼고,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걸린 공이 순식간에 내야를 벗어나 외야를, 외야를 넘어 펜스 위를 지나쳤다.
“우아아아아아!”
“노라니! 노라니! 노라니!”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상대에게 홈런을 맞은 충격은 크다. 게다가 9번 타자다. 오션스 타선이 워낙 강해서 다른 팀에 간다면 상위 타선에 들어갈 수 있을 잠재력을 보이는 노경우가 9번에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충격은 충격이다.
“후…”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1회가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2회에 9번 타자에게 쓰리런을 맞다니.
거기서 끝이 아니다. 1아웃에 불과한데 타순은 다시 1번부터 시작이다. 강건우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선배 투수들의 가르침은 송태웅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선배 투수들이 강건우를 두고 뭐라고 했더라?
‘강건우? 고놈…음. 뭐라 해줄 말이 없다.’
국대 1선발 박용재의 말이었고.
‘벤치에다 싸인 보내~고의사구 해달라고~“
베테랑 이태현은 이렇게 말했다.
‘가끔 머리에다 강속구 꽂고 싶어진다…근데 형은 지금 공이 느려서 머리에 꽂아봤자 안 다칠 거 같다.’
또 다른 국가대표 투수 홍정수는 한숨을 쉬더니 그렇게 말했다.
하긴.
어쩔 수 없다. 혹시 또 강건우 차례가 온다면, 그냥 또 볼넷을 내줄 수밖에.
그런데 홈런 친 노경우가, 홈을 밟으면서 두 팔을 위로 벌리며 팔짝 뛰었다.
조금 심란해진다. 우리 팀 타자가 홈런 치고 저거 한 번 해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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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큭큭큭 노경우!”
“큭경우 홈런 지리고!”
사람들이 홈런 치고 돌아온 노경우에게 큭큭큭 드립을 치기 시작했다.
“홈런 한 방에 강건우 똑딱이 바로 만들어주고!”
“이야! 큭큭큭!”
큭큭큭이 재밌는가보다. 난 한때 저거 때문에 힘들었는데…
승기 형은 어떻게 생각할까.
“큭큭큭…노경우…”
…저것이 바로 원조다.
하긴. 누가 됐건 홈런만 치면 저 악질 꼴빠에게는 만족스럽겠지.
노경우는 3점 홈런을 때리고 꽤 신나 보였다.
“야. 존나 멋있지 않았냐?”
“홈런 노리고 어퍼스윙 하는 것보다 방금처럼 그렇게 스윙하는 게 타율도 좋아지고 홈런도 늘어날걸.”
“넌 진짜 야구 못 했으면 사회생활 그렇게 못 해서 어쩌려고 했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건우, 대기 타석 나가야지.”
반박하려는 순간, 창열이 형의 타구가 중견수에게 잡혔다. 영한이 형이 타석에 나서고 이제 내가 대기 타석에 나가야 한다.
세상에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노경우한테까지 저런 소리를 듣는다고?
그리고 반박도 한마디 못 하고 대기 타석에 나가야 한다고?
“큭큭큭…”
“큭큭큭…”
배트를 꺼내서 대기 타석으로 나가려는데, 뒤에서 단체 큭큭큭이 들려온다.
화가…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문득, 승기 형 등판 때 홈런을 몰아 때린 이유가 이 분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정말인가? 나도 모르는 홈런의 원동력이?
메이저리그 시절 오션스 선수들이 있었으면 거기서도 50홈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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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부산 오션스 3 : 0 대전 메테오스.]-배영한 안타.
-2사 1루.
-3번 타자 강건우.
-투수 코치 마운드 방문.
└아니 꼴전에 왜 송태웅 내냐고 그러니까 ㅅㅂ
└로테이션상 씹태웅임
└알긴 아는데 로테 조정해서 다른 투수 낼수도 있었잖아 ㅡㅡ
└돌동님 그래도 현명한거 아님? 박용재 나와도 개털릴텐데 차라리 송태웅으로 한 경기 버리고 가는거지 ㅋㅋㅋㅋ
└솔직히 누가나와도 처맞는다 돌빡들아
└박용재 올시즌 오션스전 2전 전팬데 무슨 ㅋㅋㅋㅋㅋ
└돌용재고 뭐고 일단 우주민성 공략부터 좀 ㅋㅋㅋ
-경기 재개
└아 투수 바꾸라고
└아직 2회촌데?ㅋㅋㅋㅋㅋㅋ
└오 킹건우 표정이 몬가 심상치 않음
└ㅈㄴ진지하네 표정 꼴받게
└안 바꿀거면 고의사구좀
-초구 볼(153km/h)
└아니 걍 고의사구 가자고
└ㄹㅇ왜안하지
└오)마 그냥 한대 처맞고 깔끔하게 오늘 경기 포기해라
└포기는 씨발
└아이언스 경기 어케되고 잇음?
└속보)메가 아이언스포 폭발
└뭔데 저기 왜 아직 1회임?
└첫 이닝에 7점 냈네 아이언스
└오늘 우리 져도 5위임?
-2구 타격(132km/h)
└씹
└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크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돌동 씨발
-중월 홈런(비거리 123m)
-시즌 50호(7경기 연속 홈런)
-부산 오션스 5 : 0 대전 메테오스
└야구 개좆같이 하네 씨발놈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칭찬ㄱ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다살다 우리가 야구 좆같이 한다는 소릴 다 듣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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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내 원동력일 줄이야.
생각해보면 메이저리그 시절 나는 항상 분노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그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 나 자신에 대한 분노?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시즌 50번째 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 때 옛날 생각이 나버렸다. 지금이 2029년이고 그때는 2040년쯤이었으니까 이게 옛날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야. 강건우. 넌 진짜 야구 못 했으면…그래도 누나가 거둬주긴 했을 건데, 어?’
무슨 일 때문이었더라. 그냥 내가 누군가에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유리는 정말 착한 사람이다. 나 같은 놈한테 저렇게까지.
오늘 우리는 승리했다. 나는 50호 홈런을 때렸고 국민성은 시즌 12승을 기록했으며 팀은 80승 고지에 선착했다.
그리고 나는 유리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응? 꽃다발? 왜? 나? 내 거? 내 생일? 아닌데? 무슨 날이야?”
유리는 내 50홈런을 축하해주려다가 오히려 꽃다발을 받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아니 뭐…50홈런 그거 뭐라고. 나는 웃으면서 급하게 쓴 손편지와 함께 꽃다발을 전해주며 말했다.
“누나 없었으면 나도 없었을 거니까.”
너무 함축적인 말이었나?
하지만 진짜 그럴 것이다. 과거로 어떻게 돌아왔는지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유리가 아니었으면 그럴 일은 없었을 거다.
그랬다면 나는 후회하며 살아가는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에 불과할 것이다. 손에 쥔 것을 모조리 흘려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껏해야 TV 쇼에 가끔 출연해서 과거 자랑이나 늘어놓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거 시절 딱히 누군가와 친하게 지냈거나 살갑게 대했던 적이 거의 없으니 방송에 출연할만한 인맥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유리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맞다.
유리는 이렇게, 별 것 아닌 일에도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과거로 돌아오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어떻게 우리 누나는 울어도 그렇게 예쁘지?”
“아닌데…”
“워터프루프로 화장했나? 울 거 예상하고?”
“야!”
유리가 빽 소리를 치고도 마구 웃어댔다. 울다가 웃으면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유리 손을 잡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누나 행복해서 우는 모습만 보고 싶다. 슬퍼서 우는 거 말고.”
“어?”
“내 인생 최종 목표야.”
이번엔, 코 먹는 소리를 내며 웃더라.
그 마법의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과거로 돌아와 오션스 우승시키기?
그건 뭐.
유리 행복하게 해주기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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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는 메테오스 갤러리에 글을 쓰고 있었다.
[강건우가 도둑놈 같으면 추천ㅋㅋㅋㅋㅋㅋ]아이언스 뚜드려 팰 때만 해도 존나 한국 야구의 빛이었는데 지들이 처맞으니 메이저리그 안 가고 한국에서 양학하는 승리 도둑처럼 느껴지면 추천좀ㅋㅋㅋㅋㅋㅋㅋㅋ
메테오스가 지고 아이언스가 이겼다.
메테오스의 승률은 48.64%고 아이언스의 승률은 48.62%다. 할도 푼도 리도 아니고 2모 차이다. 만약 다음 경기도 진다면 단번에 뒤집힌다.
메테오스 팬들의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 내일 두고 보자느니, 강건우도 이제 홈런 끝날 때 됐다느니.
정유리의 아버지 정종석은 자신이 운영진으로 있는 카페에 글을 올렸다.
[아홉수 그런 거 없네요. 49홈런에서 50홈런, 79승에서 80승. 오션스와 건우가 자랑스럽습니다^^]여기는 오션스 팬 카페이기에 찬양 댓글만 달렸다.
강건우의 아버지 강현재는 회사에서 강건우 싸인볼을 뿌리고 있었다.
“아니, 김대리. 아직도 파이러츠 야구 보나?”
“강차장님…”
“오션스 넘어오면 내가 유니폼 하나 챙겨줄게. 어때?”
“같이 파이러츠 V10 찍을 때까지 응원하자고 하셔놓고서…”
“어느 세월에 V10 찍어? 오션스 V10이 빠르겠다.”
1992년 이후 아직 V2임에도, 강현재의 콧대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리고 강건우와 정유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이, 이미래와 오소희를 보고 소리쳤다.
“어! 쌍깃발 아줌마다!”
“안녕하세요!”
“너희 여기 살았니?”
“네!”
사직 야구장에서 만난 꼬마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평화롭고 즐거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오션스 팬들에게 한정된 이야기다.
메테오스 감독 정태구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해석이가 다쳤다고?”
“예. 웨이트 하다가 등을 조금…”
“아니, 하. 어쩌자고 지금 이 시점에.”
“그래도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호 한 번 선발로 내 보시죠.”
“김지호?”
“예. 오션스 출신이지 않습니까. 이를 갈고 있을 수도 있고요.”
“어쩔 수 없긴 하네. 지호 준비 시키고, 그보다. 용재 컨디션은?”
“용재야 뭐…”
오늘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에이스 박용재가 나선다. 주전 중견수 이해석이 경기에서 빠진 것은 마이너스지만, 그래도 호세 킹이면 박용재가 충분히 우세를 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 내가 용재랑 한 번 이야기해 볼 테니 잠시 후 내려갈게.”
“알겠습니다. 감독님.”
계약 마지막 해다. 감독 입장에서는 가을 야구 냄새라도 맡아야 한다. 팀 리빌딩에 성공했다며 아직은 지지를 보내는 팬들이 많지만, 사람 욕심은 끝도 없고 감독은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강건우를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쉰 정태구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