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8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84화(284/385)
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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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노골적인 욕설이 나오면,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시끌시끌한 와중에도 선수들은 다 안다.
왜 그러는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물론, 알고도 모른 척하는 행동들이 이어진다. 투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한숨을 내쉬거나, 수비 중인 야수가 쟤 왜 저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포수가 조금 더 낮게 던지라며 공을 던져주고는 두 손을 아래로 향하는 행동을 취한다거나.
다이아몬즈 덕아웃에서는 몇몇 선수들이 일어나서 마운드를 향해 삿대질했다. 오션스 외야수 하나가 짝다리를 짚고 그쪽을 바라봤고, 오션스 덕아웃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뭐!”
하지만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진짜 맞기라도 한다면 몰라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서로 알고 있다.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 다이아몬즈가 조금 흥분할 여지는 있었지만, 오션스는 현재 KBO 벤치 클리어링 최강팀으로 분류된다.
다이아몬즈는 선수단의 구심점이 되거나 앞장설 사람이 없다. 정귀현이 당할 뻔해서 그런지 오션스 출신 선수들이 발끈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별다른 행동을 보일 기미가 없었다.
단지 그걸로 끝이었다.
강건우는 2볼 노 스트라이크에서 시작해 공 세 개를 더 던져 삼진을 잡아냈고, 오션스 출신인 9번 타자 김성훈에게 초구 몸쪽 바짝 붙이는 공을 한 번 보여준 후 연속 탈삼진을 따냈다.
“…”
김성훈은 강건우에게 벤치 클리어링 때 맞기도 했고, 해당 시리즈에서 앤디 가필드에게 옆구리에 사구를 맞고 교체되기도 했었다.
헬멧을 푹 눌러쓴 채 조용히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강건우에게 맞았던 얼굴에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자, 김성호는 이를 악물고 타석에 섰다.
수원에서 있었던 벤치 클리어링 때 강건우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역으로 당했던 김성호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후배인 서창열에게 밀려났다.
분명히 봤다. 강건우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흡!”
강건우의 초구.
몸쪽 바짝 붙이는 것 같아서 눈을 감으며 반쯤 비명을 질렀는데.
“스트라이크!”
역회전성의 투심 패스트볼이, 무브먼트가 워낙 좋아 몸에 맞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존 안에 꽂혔다.
“…저, 시발…”
제구 안 되는 시늉은 분명 가짜다. 저 사기꾼 같은 새끼. 야구 좀 한다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조오오오오타! 강건우! 마치 마법 같은 공이었다아아앗! 존 안에 꽂히는데도 몸에 맞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다니이이이잇!”
순간 이성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타석에서 배트를 쥐었다. ‘내가 오션스에 있을 때만 해도…’ 같은 생각을 하며 각오를 다잡았지만, 갑자기 제구력이 돌아온 강건우는 167km/h 패스트볼을 존에 꽂아버린 뒤, 존 중앙으로 날아오는 듯하다가 갑자기 땅속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의 스플리터를 던져 세 타자 연속 탈삼진을 따내 버렸다.
다이아몬즈 선수들의 분위기가 더 처졌다. 경기에서도 그렇고, 기 싸움에도 져버렸다. 아직 이닝이 남아있지만 싸울 기운조차 사라졌다. 종속진이 올라가서 자존심 싸움하겠답시고 타자에게 사구를 꽂기라도 한다면?
“…야. 적당히 빨리 끝내자.”
160km/h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이 날아올 것이다. 아마도 그 전에 양대근의 손바닥이 먼저 날아올 테지만.
그렇게 별달리 특별한 일 없이 경기는 끝났다. 누군가의 의도가 사라진 야구장에는 오션스 팬들의 함성만이 남아 메아리쳤다.
“오오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오오-!”
“내일도오오-!”
“어제도오오-!”
“아직도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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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다이아몬즈에 대승. 팀 9연승과 강건우의 9경기 연속 홈런 대폭발.] [마무리 상황도 아닌 대승 중에 강건우가 마운드에 오른 까닭은? 휴 브레드먼 감독, ‘컨디션 점검 차원.’] [친정팀 마운드에 야유받으며 올라와 조용히 퇴장한 종속진.]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기록 타이 강건우, ‘제구가 잘 안 되더라고요.’]└제구 고장나서 3타자 연속 탈삼진ㅋㅋㅋㅋㅋㅋ
└아니 9겜 연속 홈런인데 제구 안된다 드립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구는 다이즈 투수가 고장난게 아니고?
└근데 홈런 저렇게 때리면 자랑할 법도 한데 왜 홈런 이야기 안 함?
└강건우 : 50홈런이 뭐가 대단하다고??
└시발 아직 서른겜 정도 남았는데 52홈런 ㅋㅋㅋㅋㅋ 작년 타이기록이네
└이러다 한 70개 치는거 아님?
└70개? 강건우 안티임? 보수적으로 봐도 90홈런인데?
└보수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새끼 보수동 살듯
└오디오는 보스 스피커를 쓰겠지
└옷은 휴고 보스를 입고
└하여튼 꼴빠새끼들 뇌절은 ㅉㅉㅉㅉ
└조폭 보스출신 앗 뇌절인가요?
└알면서 왜 묻냐 ㅂㅅ아
[강건우, 내일도 홈런 치면 세계 신기록 달성.] [야구 역사상 최초의 10경기 연속 홈런 나오나?] [다이아몬즈 나성림 감독, ‘남은 경기에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발전하려면 니가 나가는게 최선일듯
└감독이 무슨 죄냐 전임 단장이 개판치고 짤렸는데
└선수들이 저따윈데 누가 오든 답이 있음?
└전술도 변칙도 성장도 아무것도 없는데 뭐땜에 안 자르고 계속 가야됨?
└오)야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싸움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오션스가 수십년 간 계속 키배 뜨던 주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거구나
└2년 전만 해도 우리도 존나 싸웠음 선수가 문제다 감독이 문제다 단장이 문제다
└그래서 니네가 내린 결론은 뭔데?
└해체지 뭘 묻냐 씨발
└왜 해체 안함?
└강건우 먹어서…
└족같은새끼들 강건우도 먹고 민승기도 훔쳐갔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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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갖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래. 건우야. 너무 의식하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만. 알지?”
집을 나설 때,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유리와 함께 나온 예비 장인 장모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야구계 원로들, 강건우의 10경기 연속 홈런에 대해 ‘부담감만 안 가지면 충분히 가능’]이런 기사도 떴다. 지나가다 날 알아본 팬도 부담 갖지 말라는 말을 했고, 아무튼 날 보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담 갖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이거, 사람들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부담을 좀 가져야 하나 싶을 정도다.
동료 선수들도 어딘가 딱딱해 보인다.
“강건우. 오늘 컨디션은 어때?”
노경우는 입가가 굳은 상태에서 어딘가 철 지난 AI 스피커처럼 말했다.
뭐, 다들 비슷하다. 누가 그렇게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도 역시 유리가 날 가장 잘 아는 것 같다. 훈련장에 도착한 후, 유리는 복도 한쪽에서 주변을 휙휙 살피더니 씩 웃고는 가볍게 키스하곤 말했다.
“유리 누나가 오늘도 홈런 쳐달래.”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유리 누나가 홈런 치라면 쳐야지.”
“못 치면!”
“못 치면?”
“누나가 뽀뽀해줄게.”
“치면?”
“키스?”
그 외에도 경기 전에 만나는 사람마다 부담 갖지 말란 말을 해댔다. 그런데, 이용길 기자는 조금 달랐다.
“강건우 선수.”
“안녕하세요.”
“역사를 만들 기회…”
“예?”
“제 눈으로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아, 예…근데 뭐, 상대 투수가 승부를 해 줘야 치든가 말든가 할 텐데요.”
“이런 기록이 걸려 있을 때는 투수도 부담을 느낄 겁니다.”
“그렇죠.”
“생각해보세요. 역사적인 이벤트 앞에서 볼만 던진다? 그러면 그 투수의 커리어는 몽땅 지워지고 겁쟁이 타이틀만 남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나는 혹시나 해서 말했다.
“그래도 그런 기사를 쓰진 마세요.”
“…”
“이미 쓰셨어요?”
“썼다가 지웠습니다…”
“잘 하셨어요…”
기록에 연연하지 않지만, 이런 기록은 특히 조금은 더 그런 부분이 있다.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래도 운도 많이 따라야 하는 기록이긴 하니까.
어쨌든, 경기 전 내 기록을 두고 나온 반응의 화룡점정은 이 사람이 찍었다.
“큭큭큭 강건우…”
“홈런 치라고 응원 해주는 거 맞죠?”
“나는 그런 데는 관심이 없다.”
“예?”
“오직 팀의 승리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럼 형 던지고 있을 땐 점수 안 내고 형 내려간 뒤에 점수 낼게요.”
“에이스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저?”
“오늘의 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응원할게요.”
“큭큭큭…강건우…오늘 경기의 MVP는 내가 될 것이다. 네가 10경기 연속 홈런을 치더라도, 4타석 연속 홈런을 치더라도 그건 변함이 없다. 알겠나, 강건우.”
요즘 겨우 승기 형을 좀 알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이건 응원인가 도전인가.
큭큭큭 강건우는 1일 1홈런이라는 선수단의 낭설을 떠올리며, 나는 맘대로 하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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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이 가득했다. 부담감을 느끼지 말라는 수많은 응원에 부담감 따윈 느끼지 않는 강건우와는 달리, 다이아몬즈 선수들이 사용 중인 사직 야구장의 원정 라커룸은 부담감 그 자체 같은 모습이었다.
“부담 갖지 말고…”
정작 그 말을 하는 나성림 감독의 얼굴은 이미 부담감에 짓뭉개져 버린 듯했다. 시즌 80패가 코 앞이다. 구단 고위층에서 거액을 들여 새 감독을 데려오고 쇄신을 위해 올 시즌 종료 후 FA에 거액을 투자한다는 소문마저 들려온다.
그리고 오늘 선발로 나설 배상운은 영혼이 빠져 버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워도 너무 부담스럽다.
어제 오션스 타선이 미친 듯이 점수를 뽑아내는 걸 봤다. 타격감이 제대로 물이 오른 것 같았다.
그것도 그거지만, 이런 날은 투수에게 크나큰 부담이다. 강건우의 세계 신기록이 걸려 있다.
‘시발. 그냥 치라고 던져줄까.’
당연히 홈런을 맞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 홈런을 맞는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강건우 10경기 연속 홈런 상대 투수 배상운.’
그렇다고 피한다면?
대기록 방해한 놈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옳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투수가 맞고 싶겠는가. 무서우면 피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오늘 야구를 보러 사직 야구장에 오는 사람 중에 이성적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지도 모른다.
[금요일 연차 내고 야구 보러 가는 사람들. 부산에서 무슨 일이?]부담감에 짓눌리다 못해 무기력해져 버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팀 동료들도 어제부터 거의 말이 없다. 의욕이라도 다지던가, 농담이라도 나오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지만 조용하다. 몇몇 선수들은 경기 후 몰래 나가서 술을 한잔하고 온 모양이었는데, 차라리 술이라도 진탕 먹고 덜 깬 상태로 던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심지어 정귀현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며 라인업에서 빠져버렸다.
선수들은 다들 의도가 뻔하다고 느꼈다.
어제 강건우한테 망신살도 뻗쳤지. 오늘 선발 투수는 민승기지. 대기록 걸려 있으니 주목받을 게 뻔하지.
도움이 조금도 안 되는 놈이다.
그냥 비라도 왕창 왔으면 좋겠는데, 눈치도 없는지 어제부터 날씨가 끔찍하도록 좋다.
소문에 의하면 오션스 구단 측에서 강건우의 홈런 볼을 매입 중이라고 했다. 꽤 큰 보상을 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요즘 문구점에서도 찾기 힘든 잠자리채가 유행이다. 오션스 구단 측에서는 언제 준비했는지 오늘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모기업 로고가 새겨진 잠자리채를 증정한다고 한다.
배상운의 의식이 여기저기로 흐른다.
어느 정도에 도달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시발. 누가 맞아준대?’
화가 났다. 이건 마치 오늘 100% 홈런이 나온다는 분위기 아니던가.
‘그래.’
배상운의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야구계가 배상운 홈런 맞으라고 고사를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강건우에게 4타석 연속 탈삼진 같은 거라도 잡으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상무 지원할 때 가산점 정도는 붙겠지.
아니면 임팩트가 크니 아시안 게임에 뽑아줄지도.
‘오늘 강건우 내가 잡는다.’
게다가 오늘 선발 매치업의 상대는 민승기다.
거액을 받고 오션스와 계약한 민승기. 작년까지만 해도 같은 팀이었던. 옆에 있을 때 좀 배워 놓을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고 야심이 불타올랐다.
‘민승기도 내가 잡는다.’
부담감과 무기력이 가득한 다이아몬즈 라커룸에서 배상운 혼자만이 의욕과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마치, 꺼지기 직전의 불꽃처럼 찬란하고 뜨겁게.
그리고 반대쪽의 오션스 홈 라커룸.
“큭큭큭 강건우…”
“큭큭큭 강건우…”
“큭큭큭 강건우…”
지긋지긋해 하는 표정의 강건우가 오션스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 그거 한다고 홈런 치는 거 아니라고요…”
“큭큭큭 강건우…”
“아니, 아까는 부담 갖지 말라면서요?”
“큭큭큭 갱-거누…”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