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8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85화(285/385)
쫄? -3-
#
시작은 별 것 아니다. 대부분의 어떤 사건들이 그렇듯 말이다.
-hooni1102
-(사진)
-내 동생 파이팅!!!
#큭큭큭강건우 #연속경기홈런 #훈이형이응원해
이훈은 경기 전, 진지한 얼굴로 훈련 중인 강건우의 훈련 모습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다. 자신의 셀카 뒤로 강건우가 스윙 연습 중인 사진.
어제 9승째를 거둔 이훈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가 코 앞이다. 한때 팬들의 관심이 무섭고 두려웠던 이훈은 최근 활발하게 팬들과 소통하려 하고 있었다.
└ㅎㄴㅎㄴ
└ㅎㄴㅎㄴ
└(작성자) 응원 감사합니다
└근데 큭큭큭 강건우는 뭐예요?
└(작성자) 건우한테 큭큭큭 강건우 하면 그날 홈런 더 잘 치는 징크스가 있어요!
└???
└진짜임?
└(작성자) 네!!! 우리 건우 많이 응원해주세요!!!
최근 후니단은 기세등등하다. 아직 10승까지는 1승이 남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이훈은 이미 2년 연속 10승 투수나 마찬가지였다.
김권종이나 박용재의 메이저리그 진출 썰이 나오면 항상 후니단이 등장한다. 그들은 한국 4대 에이스로 민김박훈을 주장하며, 다른 투수들은 다 성인데 이훈은 왜 이름을 넣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훈’은 고유명사다.
아무튼, 기이할 정도로 팬이 많은 이훈의 SNS에 달린 그 내용은 순식간에 퍼졌다.
-민승기! 친정 팀에게 여전히 자비 같은 건 보여주지 않는 모습입니다!
-삼진 하나를 곁들여 깔끔하게 막아냈어요. 1회 초를 끝내는 데 공 아홉 개면 차고 넘치네요.
-최근 오션스는 팀 전체가 완전히 물이 오른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투수면 투수, 공격이면 공격. 강건우 선수가 연속 홈런을 치는 내내 연승을 거뒀고요. 선수들이 시즌 후반부이니만큼 종종 지친 모습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정신적으로 굉장히 잘 단련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정말 대단한 팀이 됐습니다. 2년 전과 같은 팀이라고 말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1회 초가 너무 가볍게 끝나버렸다. 다이아몬즈 선수들은 어딘가 의욕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어쩌면 빨리 오늘 경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이번 시즌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다소 특이하게 정신 상태가 맑아진 배상운이 마운드에 섰다.
‘빨리 강건우랑 붙고 싶다!’
묘하게 고양감이 느껴졌다. 상대 1번 타자가 사람 죽일 듯이 쳐다보며 들어오지만, 지금이라면 진짜 치고받고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던진 초구.
“마!”
“마! 죽고 싶나!”
“마!!!”
서창열의 옷에 스쳤다는 판정이다. 배상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바깥쪽으로 던졌는데, 왜 몸쪽으로 날아간 거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서창열의 눈빛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191cm의 근육질 1루수 카메론 맥켄지는 뭔가 험악한 입 모양을 하며 투수를 노려보는 오션스 중견수를 보고 성질 사납기 그지없는 소형견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그냥 소형견이 아니라 어딘가 맹견처럼 느껴졌다.
배영한이 적극적으로 때린 타구는 다이아몬즈 2루수 글러브에 쏙 들어가 버렸다. 주루 센스 하나는 일품인 서창열이 안전하게 1루로 돌아갔고, 이제 사람들이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예! 여러분! 강! 건! 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예! 맞습니다! 팬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 건! 우! 강! 건! 우!”
배상운은 자기도 모르게 히죽 웃었고, 오션스 응원단장은 마이크를 잡고 힘차게 외쳤다.
그리고 오션스 팬들은, 강건우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어버렸다.
“큭큭큭 강건우…”
“큭큭큭 강건우…!”
“큭큭큭 강건우!”
“큭! 큭! 큭! 강건우!”
이훈의 팬들로부터 시작된 이 시도는, 이게 뭔지 모르던 오션스 팬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갔다.
“뭔데? 뭐 새로운 응원 구혼가?”
“저거 하면 건우 홈런 친단다.”
“진짜가?”
“그건 모르지.”
“큭큭큭 강건우! 니도 해라! 뭐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그래! 하자! 큭큭큭! 강건우! 큭큭큭! 강건우!”
강건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민승기는 웃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영향력인가…큭큭큭 강건우…오션스 팬들이 모두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
팬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염원을 표하고 있었다. 승기 형은 어딘가 만족스러운 얼굴이다. 동료 선수들은 저 이상한 응원을 즐거워하고 있다.
나?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오늘 경기는 상당히 뜻밖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이아몬즈 선발 배상운이다. 다른 선수들은 특별한 부분이 없는데, 혼자 인생 투를 펼치고 있다.
배상운이라는 투수는 특출난 투수가 아니었다. 올 시즌 성적이 평균자책점 5점 중반대에 4승 9패던가. 그런데 승기 형과 막상막하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아니, 오히려 허용한 출루의 숫자만 보자면 승기 형보다 낫다.
첫 타자인 창열이 형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줄 때만 해도 경기가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홈런은 못 쳐도 괜찮다. 그리고 상대 선수 하나가 미쳐 날뛸 때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을 때도 있다. 물론 유리가 홈런 때리라고 하긴 했지만, 그거 못 친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그냥 날 응원한 것일 뿐이다.
다만, 다른 선수들이 마치 퍼펙트게임을 진행 중인 투수를 대하는 것처럼 나를 대한다는 것이 거슬린다.
현재 스코어 0대 0.
배상운은 몸에 맞는 볼 하나와 안타 하나를 허용했고, 승기 형은 안타 두 개와 볼넷 하나를 내줬다.
그리고 7회 말.
나는 선두타자로 나서면서, 아까와는 달리 어딘가 처절하고 간절한 느낌의 큭큭큭 강건우를 듣게 됐다.
24,500명이 이걸…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건지 정말…
#
배상운은 다시 마운드에 섰다. 6이닝을 소화하며 투구 수는 고작 75개.
‘완봉각…?’
어딘가 각성한 것처럼 공을 던져왔다. 마지막으로 6이닝 무실점을 소화했던 경기가 언제였더라.
완봉?
아직 해본 적이 없다.
강건우를 오늘 경기에서 두 번이나 잡아냈고, 완전히 불붙은 타격을 자랑하던 오션스를 제대로 잠재우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오면서 오션스 덕아웃의 반응을 살폈다. 어제와 다르게 꽤 조용한 분위기다.
‘나한테…쫄았어…?’
그런 생각이 들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다른 팀도 아니고 오션스를 상대하고 있다. 100억짜리 투수인 민승기에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의욕 없는 다른 선수들을 이끌고 압도적 1위 팀과 호각을 이루는 중이다. 이름을 크게 떨칠 수 있다. 강건우의 기세는 내 기세에 미치지 못한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상대가 강건우든 누구든 관계없을 것 같았다. 거침없이 포수의 싸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순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그랬다.
최하위 팀의 그저 그런 투수인 내가 알고 보니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와 비견될 만한 에이스?
KBO 역사를 뒤집어놓으러 태어났다는 사기 캐릭터 같은 타자를 구위로 압도하는 대투수?
따아아아아아악-!
그런데 스윙 한 방에 모든 게 물거품?
지금 날아가는 저 타구가 진짜? 꿈인가? 정말인가?
분명 강건우는 내 밥이었는데 어떻게 내 공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싸늘하게 피가 식는 듯한 느낌을 받은 배상운이 마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직 야구장을 가득 메운 오션스 팬들의 함성이 너무 시끄러웠다. 거슬린다. 짜증 난다. 배상운은 관중석을 보고 소리 질렀다.
“아아아아악!”
오늘, 평소와는 다르게 포심 위주의 승부로 재미를 보던 배상운이 초구 슬라이더를 실투로 던졌다.
강건우는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10경기 연속 홈런으로 역사를 새로 쓴 뒤 베이스를 돌다가 비명을 지르는 배상운을 바라봤다.
‘약이라도 했나. 오늘 왜 저러지.’
그것과는 별개로, 사직의 외야가 들썩이고 있었다.
수많은 잠자리채를 피한 홈런볼이 스탠드 빈 곳에 절묘하게 떨어지고 튕겨 나가자, 수많은 사람이 홈런볼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여러분! 팬 여러분! 안전! 질서! 그러다 다칩니다! 어허! 안전! 안전! 안전제일!
응원단장의 처절한 외침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
#
배상운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즈는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강건우에게 결국 10경기 연속 홈런이자 자신의 지난 시즌 기록을 뛰어넘는 53호를 맞은 배상운은, 지금까지의 호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무너졌다.
최종 기록은 6.1이닝 3실점.
양대근과 울프팩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너졌고, 이시욱을 상대로 겨우 아웃 카운트를 따내긴 했지만 황석규에게 적시타를 맞고 강판당했다.
뒤를 이어받은 투수가 승계 주자 한 명을 더 들여보내며 그렇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배상운 잘 하던데 우리가 데려오면 안 되냐?]└시발롬들아 벼룩의 간을 빼 처먹어라
└냠냠
└;;
└77ㅓ억
└;;;
연속 홈런 기록이 진행 중이던 강건우를 상대로 겁먹기는커녕 첫 두 타석에서는 윽박지르는 투구를 보여줬다. 강건우의 타구가 멀리 뻗지 못하는 모습이 상당히 이목을 끌었다.
물론 강건우의 10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 때문에 조금 묻히긴 했지만.
그리고 강건우에게 묻힌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17승…”
민승기는 오늘 달성한 시즌 열일곱 번째 승리를 자축하며, 불 꺼진 사직 야구장을 내려다보며 와인잔에 채운 저지방 우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형.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주상욱과 정예성은 민승기가 준비한 고깔모자를 쓰고 민승기가 산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었다. 민승기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이걸로, 오션스 투수 역사상 공동 7위에 해당하는 17승을 올렸다.
하지만 민승기는 여기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직 부족하다.”
민승기의 목표는 시즌 20승.
오션스 역사상 시즌 다승 2위에 해당하는 그 기록.
민승기가 존경해 마지않고, 그토록 닮기를 바라는 전설적인 그 투수가 오션스 시즌 다승 1, 2, 3위를 독식하고 있다.
27승.
20승.
19승.
민승기는 전설 그 자체인 자신의 롤모델을 추월하고자 하는 마음까지는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을 뿐이다. 전설은 전설로 남겨둔다. 다만, 그 사람 바로 아래에 이름을 새겨넣고 싶었다.
20승을 기록한다면 오션스 역사상 공동 2위가 된다. 민승기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 지켜봐라, 주상욱, 정예성…!”
엎드려 절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주상욱과 정예성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형. 케이크는 건우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건우는 정유리 코치님이 챙겨 주겠지.’
‘근데 오늘 케이크는 왜…?’
‘승기 형한테 네가 물어볼래?’
‘아니요.’
‘그래. 그냥 불이나 붙여 드리자.’
둘은 이제 민승기 앞에서는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통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
[오션스의 10연승, 그리고 강건우의 10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 달성! 팀 선배의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천재 타자’ 강건우.] [민승기, 시즌 17승째 기록. 오션스 역사상 다승 공동 7위.] [시즌 53호 홈런 강건우! KBO 역대 홈런 공동 3위 등극. 신기록 달성까지 4개 남겨둬.] [오션스의 남은 일정 30경기. 지금 강건우는?] [타율 0.401, 출루율 0.540, 장타율 0.973. 53홈런 40도루. 강건우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진짜 4할 치는 거 아니냐;;;;;;
└진심 개미쳣네…
└이게 사람이냐
└‘야구의 신’
└솔직히 이건 좀 아닌 듯ㄷㄷㄷㄷㄷㄷ 걍 메이저 보내자고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건우 없어도 1위 할것 같긴 함
└장담은 못 하지
└후니가 있는데 왜 못함?
└씨발 후니단
[‘최하위’ 다이아몬즈에서 유일하게 야구를 했던 배상운.] [배상운의 역투. 다이아몬즈 팬들의 심금을 울리다.] [패전에도 불구하고 민승기만큼이나 빛났던 배상운.]└민승기보단 좀 덜 빛남
└?
[휴 브레드먼 감독, ‘대단한 경기였다. 상대 투수가 정말 잘 던져서 진땀이 날 정도.’] [강건우, ‘유리 누나가 오늘도 홈런 쳐달라고 했습니다.’]└유리무새 이제 좀 지겹지 않음?
└님은 사는 게 지겨움? 안 지루하게 만들어 드림?
└‘누나’
└길가다 내 눈에 띄지 마쇼
[강건우 홈런 볼 주운 행운의 주인공, ‘아니 그게 딱 내 앞으로 굴러오는데, 와.’]└이 상황에서도 아주라가 나오냐?
└주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부럽다 진짜
└저 공 얼마쯤 함?
└오션스 구단에서 바로 사갔다는데
└나 같으면 존나 버티다 더 비싸게 넘겼을텐데
└존나 비싸게 사갔다는 소문이 있음
└민승기 17승 기념구vs강건우 53호 홈런볼
└이건 당연히 후자지; 세계 신기록인데;
└밸런스 ㅇㄷ?
└난 전자
└승기형…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