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8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86화(286/385)
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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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단의 성적이 지난 시즌에 비해 급전직하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뭐, 그런 모습을 보는 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모든 리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부분 ‘불운’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다.
주축 선수의 이적, 핵심 선수의 부상, 어딘가 안 맞아 떨어지는 밸런스, 그리고 누군가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범주에 들어가는 이상한 사건 사고 등.
때로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운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팀 타자들의 BABIP(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불운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또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라는 것도 있다. 팀의 시즌 총 득점과 총 실점만으로 승률을 가늠하는 예측 지표인데, 강팀은 당연히 실점이 적고 득점이 많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걸 보면 어떤 팀이 운이 좋고 나빴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득실차가 정확히 0이면 피타고리안 승률은 5할이 되는데, 100% 운과의 인과관계만 있다기보다는 팀 불펜의 강약이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필승조가 강한 팀은 1, 2점 차 승부에서 강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과 관련해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원래 야구에서 정답은 없다. 내가 아는 유일한 정답은, 대부분의 문제는 홈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것 또한 아닐 때도 있지만.
아무튼, 지난 시즌 우리와 한국 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불도저스가 작년보다 못한 모습을 보일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저 순위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다들 알다시피 FA 유출이 가장 컸고, 외국인 투수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선수가 한두 명 빠져도 2군에서 좋은 자원이 자꾸 튀어나오는 화수분 야구를 한다고는 하더라도, 토종 1선발과 잠실 20+홈런 타자 둘, 그리고 불펜의 핵심이 빠져버렸으니 팀이 잘 돌아갈 리가 없다.
물론 그것 말고도 타 팀들의 전력 보강이 괜찮았던 것도 있긴 한데, 그냥 안 풀리는 한 해가 있을 때도 있는 법이다.
“악!”
1회 말, 불도저스의 선발 투수로 등판한 김선혁이 영한이 형의 강습 타구에 발목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늘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여주던 영한이 형이지만, 원래 불도저스 소속이었던 선수다. 알고 지내던 사람이 다쳤으니 자기 잘못은 아니라 하더라도 꽤 미안해했다. 당황하기도 했고.
좋은 일은 당연히 아니다. 어지간히 악의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지 않는 이상, 다른 선수가 다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을 이유는 조금도 없다.
상대가 날 다치게 하려고 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런 기미도 전혀 없었다. 경기 전에 잠시 만나 인사한 서우주와 예지호는 날 보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아주 똑같은 타이밍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근황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올해 진짜 열심히 해야 할 거다. 건우야.”
“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요?”
“내년엔 우리가 너네 막을 거니까.”
“그래. 불도저스가 오션스 밀어버릴 테니까. 올 시즌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거든.”
“그럼 올해는 안 막네요?”
“어떻게 막겠냐. 아. 오션스는 한국 시리즈에서 잡아줘야 제맛인데.”
“그러면, 죄송한데 11경기 연속 홈런이랑 12경기 연속 홈런 좀 칠게요.”
“야. 하지 마라.”
“그래. 하지 마라.”
“두분는 요새 만담 콤비 그런 거 연습하세요?”
“아니.”
“아닌데.”
지난 한국 시리즈?
음.
어떤 선수들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기도 했고, 또 어떤 선수는 허탈해하기도 했다.
나는 뭐.
그냥 받아들이고 시간이 났을 때 유리와 데이트한 후 바로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시즌 마지막 경기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일 년 내내 어떻게 준비해왔고 어떤 시즌을 보냈는지와 관계없이 무언가가 벌어진다. 때로 그 경기는 허무하기도 하고, 열광적이기도 하다. 혹은 둘 다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 마법에 매몰되어 아쉬움만이 남는 순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약해지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안 그래도 구멍 난 선발 로테이션으로 후반기를 힘겹게 진행 중이던 불도저스는 급히 신인 투수를 올렸다.
그 투수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오늘 우리 팀의 접근법은, 선발을 빨리 내리는 거였다. 불도저스는 지난 일정인 바이킹스와의 경기에서 불펜을 엄청나게 소모했고, 오늘 승부처는 선발 투수가 얼마나 버텨주느냐였다.
기존 롱릴리프마저 끌어다 선발로 쓰는 마당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투수는 날 상대로 초구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1루 주자가 2루로 진루했고, 2구째는 한참 높게 날아가는 와일드 피치.
주자가 그냥 3루로 들어갔고 나는 결국 볼넷으로 진루했다.
11경기 연속 홈런이 걸려 있는 경기다. 투수가 홈런을 피하려고 볼넷을 주는 것 자체가 팬들의 분노를 사게 될 행동이긴 하지만, 저 투수의 표정을 본다면 누구도 그렇게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뭐…
팬들이 다들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는 아니란 것이 조금 문제기는 하다.
“마! 볼넷? 장난하나!”
“죽고 싶나!”
“핏챠! 니 지금 뭐하노!”
“마!!!”
연속 경기 기록이라는 것이 대단히 성공하기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의미를 두기 힘든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홈런?
내가 치는 것부터가 문제긴 한데, 상대 투수가 의도했든 아니든 이렇게 던지면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게임이 초반부터 터져나갔다. 불도저스도 그러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투수들이, 경기 분위기를 타서인지 내게 던지는 족족 볼이었다. 어설픈 볼을 강하게 때려보긴 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파울 폴 옆을 지나가는 파울이었다.
그렇게 내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종전 기록에 한 개만을 더한 채 마무리되었다. 관중들이 ‘큭큭큭 강건우!’를 아무리 외쳐도 변하는 건 없다. 야구란 원래 그런 종목이다. 간절히 바라고 해내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가 끝날 때, 한 팬이 펜스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크게 소리쳤다.
“마! 쫄았나! 아무리 쫄아도 이건 아니지!”
투수가 겁을 먹은 건 맞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뭐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아쉽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잘 해냈고, 그런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거든요. 그보다는 팀이 11연승을 거뒀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짓고 올해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아. 유리 누나랑 약속했거든요. 한국 시리즈 우승 확정 짓는 홈런 때리기로요. 작년엔 그 약속 못 지켰으니 올해는 꼭 지키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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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선수들에겐 다들 각자의 목표가 있었다.
민승기는 시즌 20승, 이시욱은 30홈런, 황석규는 20-20, 노경우는 타율 3할, 이휘은은 홀드왕.
물론, 명확한 개인 목표가 없는 선수도 있긴 하다.
앤디 가필드는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션스에서 뛰는 것도 꽤 괜찮았다. 부산에서의 생활은 꽤 즐거웠다. 강건우가 없다면 이렇게 행복한 생활을 즐기진 못했겠지만, 당연히 그런 가정은 한 적이 없었다.
호세 킹은 재계약이 목표였다. 점점 좋아지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아직 재계약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그럴 시기도 아니긴 하지만, 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건 울프팩도 비슷했다. 다만 울프팩은 오션스가 포지션 정리에 착수한다면 자신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야 수비도 계속하고 있었으며, 이시욱이 수비 훈련을 할 때 항상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헤이. 노-루. 이봐. 일어나. 더 할 수 있어. 컴온!”
그리고 많은 것이 바뀐 주장 양대근은,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자신과 강건우가 찍은 CF를 보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분한 강건우가 경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냈다. 그리고 상대 운전자(부산 사투리를 쓰는 덩치 큰 아저씨)에게 혼이 나다가 몰래 스마트폰을 열어 통화를 누르고 외쳤다.
-대근이 혀어어엉!
그러면 퍼엉 하고 연기 속에서 자신이 등장한다.
양대근은 자신의 등장 장면을 보고 생각했다.
‘우와…미치겠네. 부끄러워 죽겠다.’
팔짱을 끼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아주 어색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대양맨! 양대근맨! 저를 찾으셨나요! 고객님!
‘아…’
아내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저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다른 거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려 했지만,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대양맨! 양대근맨! 제가 모두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대양~생명!
이건 클라이막스다. 뒤에서 사회 초년생 강건우의 얼굴(발갛게 상기되어 있다)이 춤을 추고, 양대근은 든든한 포즈로 마무리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든든한 보험회사 직원이 아니라 자기가 봐도 어마어마한 덩치의 조폭 같은 느낌이었다.
“와. 행님. 모니터링 합니까? 좋긋네 진짜. 난 언제 씨에프 함 찍어보노.”
“솔직히 넌 못 생겨서 좀 그렇다.”
“뭐라 합니까! 내가 햄 씨에프 봤는데 진짜 건우랑 비교되가지고 안 그래도 난장판인 얼굴 완전 개판 됐드만! 같은 인류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
“뭐? 개판? 일단 거울 한 번 보고 이야기하자.”
“개판이라곤 안 했는데요. 그리고 거울 뭐, 잘생기기만 했구만 뭐.”
“내 얼굴이 개판이면 넌 뭐냐?”
“꽃사슴?”
“사슴 똥구멍같이 생긴 게.”
“와. 또 인신공격하네.
양대근은 어제 조용한의 전화를 받았었다. 대근아. 내년에 우리 팀 올 거지? FA 때 온다고 했잖아.
양대근은 대답했다. 형. 죄송합니다. 쉽게 말씀드리기가 힘드네요.
원래는 그 팀으로 갔을 것이다. ‘탈꼴 효과’라고 불리는, 소위 말하는 ‘혜자’ FA로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계약의 주인공.
그런데 이야기가 꽤 달라졌다. 주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고, 모기업 CF도 찍었으며, 오늘은 아내가 시구도 하러 오기로 했다.
“야. 시욱아.”
“왜요.”
“형 FA 때 딴 팀 갈까?”
이시욱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머라고요?”
“너 형 없으면 다시 1루수로 뛸 수도 있고, 좋지 않아?”
“안됩니다.”
“왜?”
“행님 없으면 안 됩니다.”
“3루수 힘들다며?”
“아뇨. 행님. 저 중견수도 가능하니까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양대근은 씩 웃었다. 맨날 덤비긴 하지만 진심은 바로 이게 맞을 것이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매일 그렇게 싸우면서도 붙어 다녔다.
“행님 못생겼다고 놀려서 그랍니까?”
“어.”
“아니, 하루 이틀 못 생긴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거 가지고 삐지는데요?”
이번엔 껄껄 소리 내서 웃었다. 아직 FA 계약 이야기를 할 때는 전혀 아니지만, 오늘 아침에 단장과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양대근 선수. CF 보셨죠? 우리 내년에도 몇 개 더 찍읍시다.’
꽤 가슴 뛰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오션스에 입단한 이후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었던가 싶었다.
기분 좋은 이야기지만, 지금은 그냥 팀을 우승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얼마나 멋질까. 우승하면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시욱아.”
“예.”
“넌 버킷 리스트 같은 거 없냐?”
“버킷 리스트요?”
“어.”
“…”
“…버킷 리스트가 뭐냐면…”
“아, 내도 알그든요.”
“…”
“햄은 뭔데요. 햄부터 말해보세요.”
“닭 다리로 나 때린 사람 기억나냐?”
“알지요. 아. 눈에 띄면 복수 해주려고 했는데 안 보이데요.”
“그 사람 불러서 시구시키고 내가 시타 하고 싶어.”
“예? 공 던지면 때려서 그 사람 머리 터뜨릴라고요?”
“넌 생각하는 게 진짜. 어휴. 야. 화해와 용서, 뭐 그런 거 있잖냐. 하나 되기 위한 한 걸음.”
이시욱이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마 제대로 이해 못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네 버킷 리스트를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는 영화배우 유혜나.”
“유혜나?”
“예.”
“유혜나랑 뭐?”
“시구 시타요.”
아무래도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를 정말 몰랐던 것 같다. 양대근은 이시욱의 무식을 비난하는 대신, 그냥 씩 웃으며 이시욱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너 30홈런 치면 내가 유혜나 시구 초청해줄게.”
“행님이 무슨 수로요?”
“이번에 찍은 CF 감독님이 유혜나랑 CF 서너 개는 같이 하셨다더라.”
“행님.”
“그래.”
“존갱합니다.”
“제발 평소에도 존경 좀 해라.”
“늘 존갱하고 있었습니다.”
“유혜나가 그리 좋냐?”
“존갱합니다.”
“나? 아님 유혜나?”
“둘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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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길이 남을 시즌을 보내는 오션스. 그 비결은 개인 기록이 아닌 팀 퍼스트.] [사실상 선두 탈환은 물 건너간 파이러츠, 목표는 2위 사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뛰는 젊은 엔진스.] [날고 싶은 엔젤스,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기 위한 총력전.] [메테오스 선발진의 힘. 11년 만의 가을 야구를 간절히 원하다.] [기적보다 더 큰 함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투혼의 아이언스.] [아직 끝낼 생각은 없는 바이킹스. 김영준 감독, 특타 지시.] [내년 반등을 위해서 팀을 정비 중인 불도저스 문호철 감독.] [자존심에 상처 입은 선더버즈, 다음 시즌 대규모 투자 예고?] [다이아몬즈의 공허한 외침.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