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8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89화(289/385)
피땀 흘려 이루고 싶은 것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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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훈갑 누구냐?]오션스 갤러리에서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오늘의 선수를 뽑는다.
이기면 최고의 선수를 뽑듯, 지면 최악의 선수를 뽑는다. 최악의 선수로 뽑히면 다음 경기가 열릴 때까지 오션스 갤러리의 먹잇감이 된다.
오늘 경기는 약간의 논란이 있기는 했다.
완봉승의 민승기.
수차례 호수비를 보여주고 결승타를 날린 강건우.
민승기는 등판할 때마다 거의 이름을 올리는 선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즌 18승째를 거두며 2029 KBO 시즌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25경기에 등판해 18승 3패. 강건우가 민승기 등판일에 엄청난 홈런을 때려내며 승리를 돕긴 했지만, 그걸로 민승기의 호투를 깎아내릴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등판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강건우도 말할 것도 없다. 현재 타율, 최다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에 심지어는 도루까지 모든 부문에서 KBO 타격 지표 1위를 달리고 있다.
투수로서도 완벽하다. 33경기 2승 30세이브. 48이닝 동안 내준 점수는 고작 1점이며, 선발로 등판한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했고 다른 한 경기는 완봉승이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ㅈㄴㅈㄴ
└ㅇㄴㅇㄴ
└ㅈㄴㅈㄴ
└ㅈㄴㅈㄴ
└ㅇㄴㅇㄴ
배영한의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려 출루한 김세완.
그리고 김세완의 대주자로 나와 도루 하나와 인상적인 베이스 러닝을 보여주며 결승 득점을 올린 유준.
강건우와 민승기가 잘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김세완과 유준은 평소 후보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우타 대타와 좌타 대타.
두 선수는 투혼을 발휘했고 경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누가 가장 팀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느냐 하면 민승기와 강건우로 갈리겠지만, 오늘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은 그 두 후보 선수에게서 나왔다.
└솔직히 오늘 유준 존나 개쩔었지
└ㄹㅇ투지 와 보다 눈물나옴
특히, 결승 득점을 올리는 그 장면.
국내 최고의 포수인 조용한은 아주 적절한 위치에서 송구를 받아냈다. 송구가 낮게 들어오자 몸을 낮춰 포구한 뒤 그대로 회전해 주자를 태그하려 했다.
그런데 유준은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로 그 태그를 피해냈다. 해설자의 외침은 마치 피를 토하는 것 같았다.
-아, 유준, 빠릅니다, 그런데 송구도 빠릅니다! 조용한이 앞에서 받아내고, 태그-아! 아! 아! 유준! 유준이 조용한의 태그를 피해 점프했습니다! 유준! 유주우우우우우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진 않았지만, 오션스 팬들에게는 그 어떤 감동적인 영화보다 훨씬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얼굴이 다 찌그러질 정도로 찌푸린 상태로 점프해서 거꾸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픈 티도 내지 않고, 유준은 홈을 찾으려고 두 팔과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진짜 개못생겼는데 존나 멋있었음
└본인 오늘부로 주니단임
└ㅈㄴㅈㄴ
어설플지라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야구 팬들을 그렇게 만든다.
[시즌 18승! 완봉승 민승기, ‘유준의 투혼을 보고 멈출 수가 없었다.’] [휴 브레드먼 감독, ‘유준 같은 선수는 팀을 행복하게 만든다.’] [유준, 들뜬 얼굴로 인터뷰. ‘팀 승리에 보탬이 되어 기쁩니다. 점프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잘 되어 정말 좋습니다.’]대형할인점 장난감 코너 앞에서 바둥거리는 아이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과 상반되는 멀끔한 인터뷰에 팬들의 반응은 다시 폭발했다.
└유준 왜 잘생겨보임?
└오늘부터 주니단이다
└후니단 아니었음?
└ㅎㄴㅎㄴ
└ㅈㄴㅈㄴ
└마 걍 대통합해라 ㅎㄴㅈㄴ
└ㅈㄴ가 앞에 오면 생각해봄
└ㅈㄴㅎㄴ
└ㅎㄴㅈㄴ지 솔직히 그건 좀
└마 주니단 정신 안 차리나
└ㅂ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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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 형은 그 플레이로 순식간에 슈퍼스타가 됐다. 그럴 만한 플레이였다. 뭔가 절박하고 간절해 보이고.
베이스 러닝이 좀 그렇다. 야구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플레이가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상대 송구가 좋으면 잡히게 된다.
베이스 러닝 도중 아웃당하게 되면 다른 플레이보다 훨씬 더 멍청해 보인다. 본 헤드 플레이를 하면 뭔가 내가 다 망친 것 같고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마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여기서 실수해서 아웃당하게 되면 다시는 대주자로도 못 나올지도 모른다.’
위험한 플레이이긴 했다. 게다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어설프게 떨어져서 더 다칠 뻔하기도 했고.
어쩌면 그래서 더 팬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마 그러니까 승기 형이 저렇게 좋아하는 거겠지.
“준아.”
“예. 선배님.”
“선배님은 너무 딱딱하구나.”
“예?”
“승기 형이라고 불러.”
“예, 승기 형.”
준이 형도 꽤 붙임성 있는 타입이다. 조준이 형과 친하게 지내는 것만 봐도 이상한 사람과도 잘 친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은 ‘오, 유준.’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충분히 재능 있는 선수다. 장타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좌투좌타로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컨택 능력과 선구안도 괜찮다. 발 빠르고 어깨도 괜찮은 편이다. 타구 판단 능력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가 얼마나 있다고.
지난 시즌 자리를 차지했었는데, 성적이 인상 깊지는 않았지만 올 시즌에도 충분한 출장 기회가 주어졌다면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창열이 형이 영입됐다는 거였지. 거기에 노루 형이 3루수로 변신하면서 석규 형이 좌익수 자리를 차지했다는 거고.
이것도 야구에서 꽤 흔한 일이다. 포지션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리고 수비라는 게 하루 이틀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물론, 노루 형 같은 케이스는 타격 재능이 워낙 확실하다 보니 수비 쪽에서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도 출전시키기 위해 3루수로 전향했지만.
조금 애매하긴 하다. 창열이 형과 영한이 형은 거액을 받고 들어온 선수들인데 성적마저 좋으니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 석규 형도 타격이 조금 약한 팀이라면 중심 타선에 들어올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운이 따르는지, 영한이 형이 며칠 정도 치료를 위해 빠져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물론 팀 자체로 보자면 운이 안 따르는 이야기다. 영한이 형 같은 선수는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서.
그래도 승패에는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었다. 백업 멤버들 감 살아나면 나쁠 건 전혀 없으니까.
다음 경기인 선더버즈전 라인업은 이랬다. 감독님은 라인업 용지를 라커룸 문에 붙여 두신다.
1. 서창열(CF)
2. 노경우(2B)
3. 강건우(SS)
4. 양대근(1B)
5. 울프팩(DH)
6. 이시욱(3B)
7. 황석규(LF)
8. 주상욱(C)
9. 유준(RF)
SP. 앤디 가필드.
포수 포지션에서 체력 관리가 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지난 시즌의 실패는 끔찍했다. 시리즈 스코어가 4대 3이었으니 포수 공백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긴 한데, 포수만 정상이었어도 우린 훨씬 편하게 경기했을 것이다.
“영한이 형…거기선 편안하세요…제가 형 몫까지 최선을 다 할게요…”
“…?”
라인업 용지 앞에서 작년 한국시리즈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틀어막고 슬픈 투로 말했다.
“노경우 뭐 하냐?”
“야. 딱 봐라. 오늘 4출루 할 거니까 홈런 네 방 날려서 나 4득점 만들어줘야 한다. 어?”
“2번 타자로 나온다고 영한이 형을 죽은 사람 만들어?”
노경우는 낄낄 웃더니 어깨춤을 췄다.
“9번은 내 옷이 아니라니까. 상위 타선, 클린업, 어? 거기가 내 자리지.”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어쩌면 2번이 노경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타선일지도. 2루타 잘 치고, 발도 빠른 편이고. 소위 말하는 강한 2번에 잘 맞는 것 같다. 타격 스타일도 지금 당장은 영한이 형의 하위호환 느낌이기도 하다.
“다이아몬즈 가면 3번 타자 가능할 듯?”
“뭐? 지금 너 다이아몬즈 무시하냐?”
“아니. 너 무시한 건데.”
“뭐라고?”
쓸데없는 소모성 말다툼을 하기 싫어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준이 형한테 공짜로 얻은 2번 자리 뺏기기 싫으면 열심히 해야 할걸.”
“공짜라니. 그동안 엄청 열심히 해온 결관데.”
“솔직히 너 요새 좀 존재감 없는 것 같다.”
노경우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했다.
“하긴…의현이 형한테 수다도 밀려, 어제 주목은 준이 형이 다 받았고, 하…노경우…”
“해결 방법이 있는데.”
“뭔데?”
나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펑고.”
“이 펑고무새놈이 또.”
“죽기 직전까지.”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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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버즈는 선발진에 구멍이 난 것이 이번 시즌 실패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도 가진 전력에 비해 2년 연속으로 성적이 영 나쁘다.
우동기 감독의 재계약도 물 건너갔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우동님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우동 그래도 우승도 시켜준 감독인데]선수들은 우동기 감독을 좋아한다. 게다가 팀을 맡고 준우승 이후 다음 시즌에 최초로 우승도 시켰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우동기 감독 자기 입으로도 재계약을 꺼내기 힘들 정도였다.
올해도 실패하면 최근 5년간 포스트 시즌 진출 단 1회. 그 5년의 바로 직전 해가 우승 시즌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기분이 영 묘하다.
야구를 업으로 삼으면서 후회는 수없이 해왔다. 그리고 지금 떠오르는 후회가 몇 가지 있었다.
‘2026년에 8위가 아니라 차라리 10위를 했더라면…’
물론 그 해는 오션스와 메테오스가 하위권에서 워낙 굳건했다. 아무리 져도 순위가 더 내려가지 않았다. 대체 이렇게까지 지는데 밑의 두 팀은 얼마나 못하는 거냐는 농담이 어딜 가나 들렸다. 그때 10위였다면 강건우를 데려올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은, 이거였다.
‘태호…’
윤태호는 팀의 간판이자 감독에게 누구보다 믿음직한 선수다. 불평 한마디 하는 적 없고, 팀이 힘들 때 솔선수범한다.
‘태호를 강건우랑 트레이드하자는 놈 말을 미친 소리 취급 안 했어야 했나…’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보여준 것도 없는 신인이랑 2년 연속 홈런왕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그런 건 그냥 후회가 아니라 미련이었다. 2026년의 메테오스(팀 타율 1위가 0.262였다)와 오션스(팀 세이브 1위가 7세이브였다)에게 밀려 10위를 했다면 당연히 해고당했겠지.
우동기 감독은 선수들 앞에 섰다. 선수들은 우동기 감독을 정말 잘 따른다.
다만, 황보경태가 빠져나간 구멍을 메꾸지 못했고 외국인 투수들이 망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선발 투수 둘이 시즌 아웃당하는 부상까지 입었고.
“부끄럽지 않게 경기하자. 마지막까지 프로답게, 팬들을 위해서.”
야구는 두 팀이 맞붙는 종목이다.
누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진다.
KBO는 10개 팀이 경합해 5개 팀이 포스트 시즌에 참가한다.
5개 팀이 가을 야구를 준비하는 동안, 나머지 5개 팀은 마무리 훈련을 해야 한다.
선더버즈 선수들은 몇 년 새 부쩍 늙어버린 감독의 얼굴을 보며 ‘예!’라고 외쳤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다. 그리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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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아아아아악-!
2사 주자 없는 상황, 앤디가 던진 포심을 윤태호가 잡아당겨 거대한 아치를 그렸다.
경기 전이면 잠깐이라도 만나 인사를 하곤 했던 윤태호였는데, 오늘은 연락도 없었다.
홈런을 치고도 묵묵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베이스를 돌았다. 어딘가 말 걸기가 힘든 분위기다.
윤태호의 시즌 32호다. 앤디는 인상을 팍 쓰고 홈런 타구를 바라보더니 발로 흙을 차면서 말했다.
“존나 fucking 앤디. 낮게 던지라고, 낮게. 장의사가 던지는 걸 봐놓고도 그렇게 존나 이상하게 던지는 거야?”
이해하긴 힘들지만, 앤디의 롤모델은 민성이 형이다. 항상 맞거나 볼넷을 주면 장의사를 찾는다. 물론 장의사는 민성이 형을 말하는 거다.
선더버즈 선수단의 분위기가 어딘가 결연하다.
라커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고 있다.
뭔가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항상 벌어지는 일, 그러니까, 시즌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현실화되는 누군가의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일 수도 있고.
우리의 공격 차례가 됐다. 1회 초에 홈런 맞는 걸 본 오션스 팬들이 선수단에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려고 하고 있었고, 선두 타자가 아웃되었을 때는 탄식이 흘러내렸다.
앤디는 이번 시즌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여전히 리그 상위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11승에 그치고 있다.
창열이 형이 6구 승부 끝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노경우의 차례.
나와 함께 죽으라고 펑고를 받아댄 덕분인지, 어딘가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 모습으로 초구에 크게 휘둘렀다.
따아아악-!
노경우의 타구는 힘 있게 쭈욱 뻗어 날아가는 편이다. 발사 각도가 높진 않아서, 외야 펜스와의 거리가 짧지만 펜스가 높은 사직을 홈으로 쓰니 개인적으로는 불리한 조건일 것이다.
그런데, 이 타구는 펜스 끄트머리를 아주 살짝 넘겼다. 타구 속도는 정말 빨랐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홈런이다.
팬들은 어? 어? 뭔데? 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노경우의 타구가 넘어온 방향의 관중들이 난리를 치자 그제야 홈런인 것을 깨닫고 목소리 폭탄을 투하했다.
“노갱우! 노갱우! 노갱우!”
“노오오오오개애애애앵우우우우우우!”
“갱우야아아아아아아!”
노경우는 오랜만에 찾은 2번 타자 자리에서, 첫 타석 초구 홈런을 쏘아 올리자 신이 났는지 두 팔을 들고 방방 뛰면서 베이스를 돌았다.
카메라를 향해 양손 엄지와 검지로 하트도 그렸다가, 팬들이 소리치자 귓가에 손바닥도 올렸다가, 두 주먹으로 가슴을 번갈아 가면서 때렸다가.
우리는 노경우의 헬멧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노경우는 맞으면서도 기뻐했고, 덕아웃 앞에서 빽 소리를 질렀다.
“노오오오갱우우우우우!”
자기 이름 외치는 건 유행 안 탔으면 좋겠는데.
뭐, 열심히 하는 건 싫어할 이유가 없긴 하다.
근데…
음.
노경우가 너무 오버를 했나 선더버즈 선수들 분위기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