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1화(31/385)
천재 코치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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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승 1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션스. 야구 없는 월요일이 야속한 오션스 팬들.]ㄴ지난 시즌만 해도 월요일이면 혈압 내려갔는데 이제 월요일에 야구 안 하는게 존나 한스러움
ㄴㄹㅇ임 흐름 이어나가야 하는데 하 시팔
ㄴ오션스특)다음달 되면 주중에 고혈압 월요일에 저혈압됨
ㄴ마 킹건우 프린스경우 무시하나?
ㄴ오션스 다음 선발 이훈 이현호 아니냐?
ㄴ2연패 각 날카롭게 섰네 ㅋㅋ
ㄴ리그 우승 2연패겠지 씹새덜아
ㄴ국내 최고의 보안업체 오션스 새끼들이 리그 우승 드립치니까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
ㄴ오션스 모기업 보험회사 아님? 보안업체도 함?
ㄴ8888577
ㄴ99101010
ㄴ학생 댓글 내려^^
ㄴ저게 뭐임?
ㄴ오션스 순위지 뭐긴 뭐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심지어 99101010은 최근 5년 ㅋㅋㅋㅋㅋㅋ
ㄴ야구에 강등이 있었다면 오션스를 안 봐도 됐을텐데
ㄴ야구에 강등이 있었으면 오션스도 2부리그에서나마 우승 한 번 쯤은 하지 않았을까?
ㄴ84년 92년 우승 했다 무식한 놈들아ㅡㅡ
ㄴ응 코시 말고 정규시즌 우승
ㄴ야구 뉴비라 그런데 그 두개는 다른거임?
ㄴㅇㅇ다름 21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팀 중에 유일하게 정규시즌 우승 못해본 팀임
ㄴ크보특)10개 팀 중 절반만 하면 포스트시즌 진출하는데 오션스는 몇년간 그 반도 못함
ㄴ고마해라…마이 뭇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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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을 거라고?”
정유리는 허, 허 하고 웃으며 아까 건우가 한 말을 생각했다.
강건우가 요즘 가끔 처량한 햄스터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덩치는 거의 말 만하다. 성인이 됐는데도 키가 약간 더 자라서 자세를 미세하게 교정해준 적이 있었다.
자기 말로는 척추가 좀 펴져서 커진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럼 왜 정유리는 안 커지는 걸까.
어쨌거나.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좋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회 출전 차 한동안 이곳을 떠나있을 강건우에게 누나 안 보고 싶겠냐고 말했다가 이런 대답이 돌아왔었다.
‘애냐?’
말투부터 태도까지 엄청나게 바뀌었다.
싸가지없는 놈.
지금은 그 싸가지없었던 강건우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도 없지만.
처음에는 조금 의심했었다. 애가 뭘 잘못 먹기라도 했나. 그냥 장난 치는 건가. 아니면 진짜 뭐 죽을병에라도 걸렸나 하고.
이제는 그냥 사춘기가 끝났구나 하고 마음 편하게 여기기로 했다. 모든 게 좋았으니.
-우리 건우♥ : 이제 출발해
-우리 건우♥ : 문 앞에 간식 놔뒀는데 봤어?
간식?
못 봤는데.
그러고 보니, 쓸모없는 동생 놈이 맛있다며 뭘 처먹고 있었던 것 같았다. 유리는 방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야! 정현수!”
“왜!”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집 앞에 있던데?”
“넌 오늘 죽었다.”
“아, 왜!”
“그거 내 거거든!”
“먹겠냐고 물어보니까 안 먹는다매!”
“암튼 넌 뒤졌다!”
“아! 누나 건지 몰랐다고!”
“미친놈아! 박스도 하트 모양이잖아! 하트 박스에 있으면 당연히 내 거지! 뭐야? 편지도 꺼내봤어?”
“아악! 아, 안 뜯었어! 진짜야! 아! 머리! 머리! 진짜 안 봤다고!”
“뒤질려고 진짜!”
“아! 건우 형한텐 살랑살랑 웃더니! 동생한테도 반만 쫌!”
“야! 돼지 새끼야! 건우랑 너랑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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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이동해서 그런지, 다들 피곤한 표정이었다.
나도 약간 뻐근하긴 했는데, 스트레칭 조금 하면 괜찮아질 것 같다.
뭐, 메이저리그 이동 거리 생각하면 이 정도쯤이야 별거 아니다.
뉴욕 양키스 시절 시애틀 매리너스 원정 경기 가려면 비행기로만 6시간 이상이 걸렸었으니.
어쨌든, 숙소에 도착했다.
“아, 어깨 아픈데.”
이시욱 선배가 구시렁대며 자기 짐을 들었다. 출발 전에 주장다워진 양대근 선배의 엄포가 있었다.
“내 밑으로 자기 짐은 다 자기가 든다.”
오션스 선수단은 꽤 젊다. 베테랑들이 FA로 떠나서 그런지 양대근 선배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별로 없다.
배영한이 은근슬쩍 들이밀었다.
“양캡 위로는 어떡하나?”
“제가 들겠습니다.”
“오. 양캡. 개 멋있어.”
배영한은 실실 웃으면서 주장을 놀렸지만, 군말 없이 자기가 자기 짐을 들었다.
그리고 양대근 선배는 투수조 조장인 김정용 선배의 짐을 자기가 들겠다고 나섰다.
“형님 짐은 제가…”
“아, 됐어. 노친네 취급하지 마.”
“어깨도 안 좋으시잖아요.”
“어허. 이 사람이 진짜.”
약간 어색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입 가벼운 이시욱 선배가 알려준 사실인데, 예전에 야수조와 투수조가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정귀현과 고은태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기가 실책해놓고 투수한테 왜 처맞고 지랄이냐며 욕을 했다나.
게다가 몇몇 투수들 간의 알력도 그놈들이 이간질을 했다고 들었다.
어쨌거나, 조금씩 문제가 해결되어 가고 있다.
음. 불펜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려면 멀었지만.
나는 서울 원정 숙소에서 이시욱 선배와 룸메이트가 되었다. 배영한이 아니라 다행이다.
방 배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양대근 선배와 박의현이 같은 방에 묵게 되었다는 사실 같았다.
“양! 대! 근! 선배님!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방졸로서 최상의 서비스를 선사하겠습니다!”
“어, 의현아, 어, 야…”
박의현은 양대근 선배의 짐을 빼앗아 달아났다.
누가 봐도 저건 강도 같은데.
“건우야.”
“예.”
“족발에 소주 한잔할까? 같은 방 된 기념으로?”
이시욱 선배의 장점은 지난 안 좋은 일을 금방 잊는다는 거고, 단점은 기억력이 나쁘다는 것이다.
“제가 알콜 알러지가 있어서요.”
“아! 알콜 알러지! 맞다! 기억났다!”
방은 뭐, 그리 나쁘진 않았다. 오션스의 모기업인 대양이 문어발식으로 이거저거 사들여놔서 호텔도 대양 것이다.
나는 짐을 풀자마자 유리에게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방 사진도 찍어서.
그리고 유리가 만들어준 자료를 보기 위해 앉았다. 퀄리티 컨트롤 코치가 제공해준 자료에 유리의 해석이 더해져 있다.
다음 경기에서 상대하게 될 팀은 불도저스. 현재 KBO 리그에서 3강으로 꼽히는 팀이고, 전체적인 수비력이 좋다. 주전 라인업에 20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가 6~7명. 투수 분업화가 잘 되어있고 불펜이 빼어나다.
만날 선발 투수는 2006년생의 젊은 우완 김진종. 구속도 KBO에서는 꽤 빠른 편이고 넓은 잠실 구장을 잘 활용하는…
“야. 건우야.”
족발은 아니고 혼자서 어디서 났는지 오징어 다리를 뜯던 이시욱 선배가 말을 걸었다.
“예.”
“뭐 재밌는 거 보나? 같이 볼까?”
“같이 보시죠.”
이시욱 선배가 내 곁으로 쓱 다가오더니 내가 보는걸 보고 질색했다.
“니는 진짜 열심히 하네.”
솔직히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때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해야죠.”
“지금도 잘 하고 있잖아.”
“지금 잘 한다고 내일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요.”
조금 꼰대 같았나? 흠. 이시욱 이 사람도 좀 손 봤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잘 풀리면 울프팩이랑 둘이서 폭발하는데, 안 풀리면 흐름을 무지하게 끊어먹는다.
“와…천재는 다른 건가…”
신체 조건은 참 좋은데. 소프트웨어가 좀 애매한 타입이라.
오징어 다리를 마저 뜯어먹은 이시욱 선배가 슬쩍 말을 꺼냈다.
“야, 그. 이야기 들었는데.”
“어떤 이야기요?”
“노경우 엉덩이.”
“경우는 엉덩이로 배팅 리듬 조절하는데 너무 본능적으로만 하다 보니까 리듬이 깨질 때가 있어서요.”
“그래. 그거. 그거 니가 알려 준거가?”
관심을 조금 보이는 걸 보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제가 아는 천재 코치가 하나 있는데요…”
“천재 코치?”
“예. 경우 타격하는 거 보더니 딱 문제점을 짚어 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조언을 해줬습니다.”
“오.”
노경우의 케이스는 내가 미리 말을 해놔서 유리가 문제를 찾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시욱 선배는 굳이 미리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유는 뭐.
유리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이시욱! 저 노루 새끼!’
…물론 노루 새끼라고 말했다고 할 수는 없고.
‘저렇게 스윙할 거면서 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냐고!’
이시욱의 스윙은 뒤에서 받아치는 스윙인데, 그런 스윙은 공을 끝까지 지켜보고 상황에 맞게 때리는 타자에게 좋다고 했었다. 그런데 공을 보기는커녕 마음 내키는 대로 휘두르는 타입이니.
하지만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것은 엉덩이 한 번 덜 흔드는 거랑은 다른 문제다. 지금 당장 그렇게 하라고 한들 적용하기 쉬울 리도 없고, 까마득한 후배가 당장 고치라고 하면 그 말을 들을지도 의문이다.
“관심 있으시면 한번 말해볼까요?”
“흠. 그 천재 코치님이 누군데?”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유리 누나요.”
“유리 누나?”
“예.”
“니 여자친구?”
“예.”
“여자친구가 천재 코치라고?”
“제 스윙 폼도 유리 누나가 만들어줬습니다.”
“경우 엉덩이도?”
“예.”
“와. 직이네.”
이시욱 선배는 ‘직이네’를 몇 번 말하더니 자리에 누워서 초코파이를 꺼냈다.
한입에 초코파이를 하나씩 넣으며 초코파이를 없애는 마법을 보여주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크어어어어어…”
…아니, 생각은 무슨. 그냥 잠들어버렸다.
“선배님.”
“크어어어어, 어? 어?”
“양치질하고 주무셔야죠.”
“어, 괜찮다. 임플란트. 임플란트하면 된다.”
“예?”
“크어어어…”
생각보다 한국에 튼튼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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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이시욱 선배 스윙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리 누나 : 노루???
-유리 누나 : 노루는 스윙 좀 간결하게 바꿔야지
-유리 누나 : 칠 때 보면 왼 다리에 무게 중심이 극단적으로 실리거든
-유리 누나 : 그러다 보니 오른쪽 다리가 많이 떠
-유리 누나 : 그래서 머리 흔들려서 정확도 떨어지고 부상 위험도 있고
-유리 누나 : 무게 중심 이동이 비효율적인 거지
-나 : 와 누나
-유리 누나 : 응??
-나 : 누나 진짜…
-유리 누나 : 나 뭐?
-나 : 장난 아니다. 진짜 똑똑하네.
-유리 누나 : 야 강건우
-유리 누나 : 누나 똑똑한 거 이제 알았냐???
-나 : 우리 애 낳으면 무조건 누나 닮았으면 좋겠다
-유리 누나 : 애???
-유리 누나 : 하 강건우
-유리 누나 : 누나가 김칫국 압수라고 했냐 안 했냐???
-나 : 그냥 그러면 좋겠다는 말이야
-나 : 벌써 누나 보고 싶다
-유리 누나 : 아 우리 건우 어쩌나 누나 보고 싶어서 ㅋㅋㅋ
-나 : 다쳤다고 뻥치고 집에 갈까?
-유리 누나 : 야 뭔소리야 불도저스 찢고 오기로 약속했자나
-나 : 알겠어 며칠만 참을게
-나 : 누나도 나 보고 싶어도 참아
-나 :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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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흡! 흡!”
강건우는 평소보다 훈련 때 의욕이 넘쳤다. 배영한이 노경우에게 물었다.
“쟤 또 왜 저래?”
노경우가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했다.
“여자친구한테 불도저스 찢고 오기로 약속했다는데요…”
“아, 저 꼴통.”
배영한이 낄낄대며 웃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이상한 놈이긴 했다.
지난 시즌까지 불도저스의 주축 멤버였던 배영한은, 지금까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였다.
양대근이 5경기 출장 정지로 나오지 못하는 사이 거의 4할에 육박하는 타율로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경우야. 형이 힌트 하나 줄까?”
“힌트요?”
“진종이 체인지업 던질 때 평소보다 로진백 많이 만진다?”
“진짜요?”
“어. 잘 봐봐. 진짜니까.”
“다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글쎄. 그럼 네가 알려주든가.”
배영한은 의미 모를 표정으로 웃으며 자리를 떴다.
노경우는 배영한이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강건우는 오늘 상대 선발 투수를 상대로는 엉덩이를 여섯 번 흔들되 4분의 3박자로 흔들라고 말했다.
이 팀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김진종의 버릇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형님!”
“오! 이게 누구야! 사직 구장 2루에 뼈를 묻을 남자 노경우! 그래! 나다! 사직 구장 홈 플레이트에 뼈를 묻을 남자 박의현!”
“좋은 정보가 있습니다!”
“좋은 정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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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는 불도저스에 약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바이킹스에도 약하고, 파이러츠에도 약하다.
사실 오션스가 강한 상대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상대해서 우위인 팀이 있었다면 3년 연속 10위를 했겠는가.
“갱! 건! 우!”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팀이 있었다.
팀 성적은 영 나쁘지만, 미국 어딜 가나 팬들이 원정 응원을 오는.
잠실 구장의 원정 응원석에 오션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혹시 원정에서도 못 하면 닭 다리로 맞나요?”
내 질문에 대근이 형이 몸을 부르르 떨고는 대답했다.
“불길한 말 하지 마…”
“이제 안 그러지 않을까요?”
“이제? 그럴 리가…”
“바이킹스 투수 맞는 거 다 봤을 테니까요.”
이젠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아니야…아닐거야…”
덩치에 안 맞게 이상할 정도로 겁이 많다니까.
“형.”
“어? 어?”
“메이저리그에도 형보다 싸움 잘 하는 선수 별로 없을걸요.”
내가 처음으로 형이라고 불렀나. 대근이 형은 조금 당황하더니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사람 때리는 거 안 좋아해서…”
잘만 때리더니.
아무튼,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배영한은 불도저스 쪽으로 가서 놀았다.
아무래도 오션스보다 저쪽이 더 편해 보인다.
진짜 서울에서 얼굴이 너무 팔려서 부산에는 여자 만나러 왔나.
“하나, 둘, 셋 하면. 오션스 파이팅.”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한 주장의 구호 이후,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가 원정팀이니 1회 초 공격.
황석규 선배의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혔고, 배영한 선배의 타구는 2루수 라인드라이브.
그리고 내 타석에서는…
“볼 넷!”
좋은 공이 오지 않았다.
흠. 영리하게 야구 한다더니.
눈치 빠른 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