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3)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95화(295/385)
끔찍한 농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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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했어요?”
내 질문에 승기 형이 시선을 피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상대 팬을 자극하는 행위는 꽤 재밌는 일이다.
물론, 그건 내가 제삼자일 때의 이야기다. 상대를 놀리거나 도발하는 것이 그럭저럭 익숙한 서구권 스포츠에서도 그런 발언이 나오면 꽤 논란이 되고 시끄러워진다.
한국은 지금까지 보기로는 그런 쪽에서 꽤 보수적이다. 뭐, 벤치클리어링 한 번 했다고 팬들에 대한 존중이 결여됐니 국민 스포츠에서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을 보여줬니 아이들 정서에 안 좋니 여러 말이 나온다.
사실 그런 의견은 미국에서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차이점은, 그런 기사가 뜨면 팀 베테랑이 기자를 대놓고 비웃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싸운 당사자를 불러 이상하고 어색한 사진을 찍게 만들기도 한다.
날 외면하는 승기 형을 바라보며 이 사람이 여전히 어리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짐작 가는 바는 있다. 사직도 아닌 곳에서, 왜 그런 세레머니를 했는가. 그리고 세레머니로도 부족해 평소 잘 하지도 않던 SNS에 그런 글을 올렸는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혹시 메테오스 팬들이 플래카드 건 것 때문에 그래요?”
“…흠.”
“민승기보단 박용재, 오션스보단 메테오스…”
“…”
“오션스 자리는 메테오스 바로 아래가 딱…”
“…아주 끔찍한 농담이었지.”
기어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듯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긴 하다.
항상 예상을 빗나가지만 잘 생각해보면 예상 범위 안에 있다.
“나를 모욕하는 건 상관없지만 오션스를…!”
사실 민승기보다 박용재라는 말도 모욕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즌이야 승기 형이 박용재보다 여러모로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민김박은 시즌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해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승기 형의 기록은 다른 두 선수에 비해 조금 부족했었다. FA 로이드를 치사량까지 빨았던 작년과 자신의 꿈과 희망이었던 오션스에서 뛰는 것이 이루어진 올해는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SNS에 글 올리고 국대 단톡방 나갔어요?”
승기 형이 눈을 내리깔고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왜요. 용재형이 뭐라고 할까 봐?”
“…”
“용재형이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요.”
“…뭘?”
“메테오스 팬들이 형 SNS에 폭격 때리고 있잖아요.”
“큭큭큭…”
“왜요?”
“댓글 5천 개 이후론 알림을 꺼버렸지…”
거기까지 버틴 것도 용하다.
“그래놓고 다음 경기 지면 어떡하게요?”
“강건우.”
“예.”
“그런 끔찍한 말은 입에도 담지 마라…!”
“아니, 뭐, 그냥 그럴 수도 있다 이 말이죠. 야구에 100%가 어딨어요?”
“오늘 지면 다 너 때문이니까 책임져라.”
“어떻게요?”
“3천만 오션스 팬 앞에서 무릎 꿇고 석고대죄라도 해야 할 것이다…!”
오션스 팬이 3천만 명이면 한 사람에 한 개씩만 형 SNS에 와서 댓글 달아줘도 메테오스 팬들 댓글은 보이지도 않겠다고 말했더니 승기 형의 눈이 뒤집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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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바보-멍청이-!”
“민-승기-바보-똥구멍-!”
메테오스와의 3연전 2차전 경기가 끝난 후, 메테오스 팬들은 신나서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승기 형의 눈빛이 따갑다.
오늘, 우리는 졌다. 승기 형은 정말로 경기 전에 내가 했던 말 때문에 지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절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잘못 걸리면 피곤해질 것 같아서 그냥 슬쩍 시선을 피했다.
아니, 이렇게 될 줄 내가 알았겠느냐고.
“성이성이…! 이건…모두 내 잘못이다! 크으으윽! 거기서 도루를 할 줄이야! 내 잘못을 스스로 질책하는 의미로 송구 훈련 5만 회를 소화하겠다!”
의현이 형은 항상 그렇듯, 팀이 패배하고 나면 투수에게 ‘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민성이 형은 별 변화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요. 운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만능열쇠 같은 말이다. 바람이 안쪽으로 조금만 더 불었더라면. 하필 잔디가 파인 곳으로 공이 가지 않았더라면. 마운드에 올라가지 전에 물 한 잔만 더 마셨더라면. 적시타를 맞을 때 시선을 잠깐 다른 곳에 두지 않았더라면, 같은 것들.
그런데 냉정하게 보자면 승부처는 그 도루를 허용한 장면이 맞기는 했다. 아무래도 민성이 형은 구속이 느린 편이다 보니, 상대 주자들이 도루를 많이 노린다. 연타를 잘 맞지 않는 편이긴 한데, 그 때문에라도 더 많은 주자가 한 베이스를 더 달려나가고 싶어 한다.
간결한 투구폼과 주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불규칙한 투구 리듬으로 도루를 억제하긴 하지만, 그다음은 포수의 몫이다. 평소보다 송구가 부정확했다. 뭐,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주자가 동점을 만들었고, 경기 흐름이 넘어갔다.
“송구 훈련 5만 회 도와 드려요?”
“앗! 강건우! 하지만 내가 네 중요한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지!”
그렇게 도망쳤다. 민성이 형은 날 빤히 바라보고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
“던질 때 엉덩이 미는 동작에서 살짝 무게 중심이 흐트러졌어. 시즌 후반기라 지친 건지, 아니면 마운드가 조금 미끄러워서 그런 건지 정확히 판단이 잘 안 되네.”
민성이 형이 길게 말하는 걸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냐면…
일단, 의현이 형에게 호감도 작업을 좀 더 해보라고 말해볼까 하는 고민 하나.
두 번째로는 신기함.
세 번째로는 조금 복잡한 심경이긴 한데, 약간의 부담스러움이 있긴 있다.
“둘 다 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잘 던지고 있으니 폼 수정은 별로일 것 같고, 스파이크를 조금만 가벼운 거로 바꿔 보는 건 어때요?”
“던질 때 골반 회전을 조금 덜 가져가는 건?”
“밸런스 유지에 문제없겠어요?”
“그건 자신 있어.”
“그럼 문제없겠네요. 유리 누나한테 미리 말해둘까요?”
“고마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민성이 형은 씩 웃기까지 했다.
아마 이런 면이 이 사람을 일본 NPB 굴지의 투수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문제라고 보기에도 힘든데, 미리부터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을 차단한다. 이런 건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신체 밸런스를 스스로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거다.
구속이 조금만 받쳐 줬어도 메이저리그에서도 무리 없이 통할 것 같은데.
아니면, 이 구속으로도 통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가 볼 생각은 없어요?”
“있어.”
“예?”
“기회만 된다면.”
역시 비범한 사람이다. 하긴, 그러니까 오션스에서 방출당하고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서 성공했겠지.
그리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 유리에게 입을 맞았다.
“기왕 때릴 거면 입으로 때리면 서로 윈윈 아닐까?”
“뭐래.”
“근데 갑자기 왜 때려?”
“맞을 만한 말 했더만!”
“승기 형이 일러바쳤어?”
“응.”
큭큭큭 거리면서 일름보 짓이나 하다니.
두고 보자 민승기.
언젠간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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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메테오스가 이겼음에도 메테오스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팬들이 분노해서 야유를 퍼붓고 소리를 질러댄다고 해서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없던 시절의 오션스가 그렇게 야구를 못 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호세 킹은 꽤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벤치에 앉아서 다리를 쭉 뻗어 어디 휴양지에라도 온 것처럼 굴고 있다.
“홈구장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야.”
주로 볼넷이 많은 투수를 두고 멘탈이 약한 편이라고들 말하는데, 호세 킹은 좀 다른 케이스다.
멘탈이 흔들려서 볼넷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볼넷을 내주는 거다.
“거의 어머니의 자궁 같은 느낌이지. 할머니가 해주시던 미트로프를 한 입 베어 문 것 같은 그런…”
사직에 수맥이 흐르거나, 혹은 오션스 유니폼에 뭔가 마가 낀 건 아닐까 하는 가설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자신 있어?”
“오, 자신감? 그걸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수밖에 없겠군. 101%. 100%를 초과했어. 지고 싶은 마음에 포심 100구만 던진다 하더라도 무실점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기자한테 그런 말을 하진 마.”
“크흐흐.”
자신감 넘치고 흥 오르면 더 잘하기도 하니까 방심하지 말라는 말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어쨌거나, 국대 단톡방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메테오스 감독이 승기 형의 발언에 좀 분노했다고 한다.
이런 취급 받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며 선수들을 닦달했다는데.
어째 공공의 적 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팀 성적이 성적이니만큼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점점 그런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
오션스를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은 오션스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어색하다고 주장하며, 내게 메이저리그로 꺼지라고 외친다.
메이저리그라.
사람들이 아무리 물어도 딱히 전에 했던 대답 외에는 해줄 말이 없다. 내 인생 목표가 그게 아니라서.
계단식으로 살아갈 이유는 없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럴 뿐이다.
하루하루 여기서 살아가며, 매일 유리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직선 도로를 달리는 삶도 꽤 즐겁다. 난 한국에서 썩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우연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가짐에 어딘가 변화가 생겼을 때 경기에서 꽤 좋았다.
오늘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자. 내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고 그걸로 인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해지는지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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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언더 투수인 홍정수는 올 시즌 11승 8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로 오면서 체력 문제를 조금 드러냈다. 그래도 시즌 초반에 메테오스의 돌풍을 이끈 핵심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메테오스에서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선수로는 박용재가 대표적이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홍정수에게도 꽤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선발 투수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불펜으로서의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긴 했지만.
언더 스로우라는 생소함과 더불어 훌륭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던지는 싱커와 체인지업이 큰 무기가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최근 몇 시즌 간 외국인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 투수이기도 했다. (정규 이닝 기준)
일반적으로 언더 투수에게 타격 좋은 좌타자들이 꽤 많은 오션스는 곤란한 상대다.
국가대표급 좌타자들이 즐비하다. 그나마 배영한이 빠져 있긴 했지만 그 자리를 메꾼 노경우도 2번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래도 홍정수는 싱커와 체인지업으로 좌타자를 요리하는데도 능한 편이었다. 그래서 메테오스 감독은 홍정수를 그대로 내보냈다.
오히려 홍정수에게 가장 부담되는 상대는 우타자였다.
그냥 우타자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골치 아프지만, 강건우.
정면 승부도 힘들고 피해 가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일단은 눈앞의 선결 과제부터 해치워야 했다.
딱!
싱커 3구를 연속으로 던진 후 과감하게 몸쪽 패스트볼.
서창열이 체중을 뒤로 한껏 빼며 기술적으로 타격했다.
강하게 때리진 않았다. 스위트 스폿에 맞히려고 노력하며, 2루수 키를 넘기려는 타구.
“아웃!”
아직 팀에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2루수 조정민이 몸을 날려 어려운 수비를 해냈고, 메테오스 팬들이 마치 9회처럼 환호성을 쏟아냈다.
“조정민! 조정민!”
“오션스 너흰 죽었다!”
팔이 꽤 유연한 느낌이 들었다. 회전이 잘 먹힌다. 그리고 노경우를 상대로 초구 바깥쪽 싱커를 던졌다.
따악-!
안으로 살짝 말려 들어간 타구를 때리는 스윙.
서창열처럼 기술적인 타격이라기보다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때린 타구였다.
23세 이하로 구성되는 내년 아시안 게임 야구 부분에서 뽑힐 가능성이 매우 큰 선수다. 다른 팀이었더라면 붙박이로 상위 타선에 투입됐을 거라는 평가.
하지만 오히려 하위 타선에서 차차 성장한 것이 노경우에게 득이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어쨌거나, 타구 속도가 꽤 빨랐고 복현성이 빠르게 달려 나와 공을 잡아냈기에 2루로 달리려던 주자가 1루로 재빨리 돌아왔다.
한 베이스를 덜 가게 하는 수비는 정말 훌륭했다.
2루에 가면 바로 득점권이다.
그런데, 이 칭찬해줄 만한 수비에 홍정수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2루를 내줬으면 고의사구라도 할 텐데.’
양대근도 부담스러운 상대라는 것은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지금은 강건우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국가대표 투수다.
현재 언더 스로우 혹은 사이드암 투수 중에서는 두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장태영이라는 투수가 특이한 스타일로 치고 올라오긴 했지만, 홍정수는 언더 스로우임에도 선발로 안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좋은 투수다.
분명 강건우에 대한 준비도 했다.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도 많이 했고, 더 집중해서 던지려 했었다.
그런데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미친 듯이 홈런을 몰아쳤다가 최근 네 경기에서는 홈런이 없다.
비교적 타격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내릴 법도 하지만, 홍정수가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달랐다.
네 경기 동안 홈런이 없다?
그러면 칠 때가 됐다는 뜻인가?
포수는 바깥쪽 낮게 커브를 요구했다. 판단력이 흐려질 때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심호흡하고, 차라리 타자 강건우를 시야에서 지우려 애썼다.
그냥 연습 투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확하게 던지려던 곳에 던져넣으면 아무리 강건우라도 홈런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코스다.
글러브 속에서 그립을 쥐었다. 살짝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 꽤 괜찮은 느낌이다. 그런데 집중력이 아주 살짝 일찍 풀려버렸다.
강건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 뒤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동작을 취했는지 살짝 정신을 놓쳐버렸다.
아주 잠깐 기억이 없다.
눈을 질끈 감아버린 것 같은데.
기억나는 거라고는.
따아아아아아악-!
하는 타격음.
그리고 잔상처럼 남아 있는 커브의 잘못된 궤적.
커브는 타자를 속이기도 쉽지만 제대로 걸리면 넘어가기도 쉽다.
어깨에 담이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메테오스 홈구장의 외야에는 잠자리채가 가득했다. 오늘 때리면 역대 KBO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다. 오션스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면서도 홈런볼을 챙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다.
관중들의 비명이 환호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문득, 홍정수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 강건우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야구공이 마법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홈런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하도록.
그런데 외야에서 흔들리던 잠자리채가 일시에 멈췄다. 관중들은 하염없이 외야 바깥쪽 외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구장에서 그 누구도 홈런볼을 갖지 못했다.
강건우의 거대한 홈런 타구가,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의 외야를 넘고 펜스를 넘고 외벽까지 넘어갔다.
거대한 장외홈런에 야구장이 침묵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 강건우는 정유리를 향해 손 키스를 날리고 있었다.
홍정수에게는 이 광경이 퍽 비현실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