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4)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96화(296/385)
관심을 주세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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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팀은 10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야구 팬들은 시시때때로 친구와 원수를 갈아치우곤 한다.
이번 주 수요일만 해도, 몇 시즌 간 순위표에서 완전히 붙은 채로 한 세트처럼 하위권을 뒹굴었던 동병상련의 아이콘이자 자칭 자연재해 동맹이며 타칭 돌꼴 동맹의 일원이었던 오션스는 메테오스 팬들에게 영원한 친구이며 운명 공동체와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메테오스 팬들은 오션스와 경기중인 홈구장에서 쓰레기를 집어 던지며 광분하고 있었다.
“개-새-끼-들-아-!”
시작은 3연전의 첫 경기 민승기였다. 그리고 사실, 어제는 꽤 기분이 풀렸다. 타 팀 팬들이 메테오스의 시즌이 끝난 것처럼 놀려댔었다. 오션스에게 3연전 스윕 패배를 당하고 가을 야구 경쟁에서 탈락할 거라며.
그런데 꽤 좋은 경기를 했고, KBO 미스테리 중 하나인 국민성을 패전 투수로 만들었으니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어제 경기 후 메테오스 팬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솔직히 다른 새끼들 코시 가봤자 오션스 잡지도 못하는데 킹테오스가 가야 함]└ㅇㅈ
└ㄹㅇ임 어차피 단기전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그나마 선발진 받쳐주는 우리가 가는 게 제일 재밌을 듯
└민승기랑 박용재 매번 존나 개쩌는 투수전 하는데 우리 타자들이 1~2점만 내주면 첫 경기도 승산 있음
└나도 그렇게 생각함
└그렇게 많이들 생각해라 ㅂㅅ들아 ㅋㅋㅋㅋㅋㅋ
└생각이란걸 할 줄 알았다면 돌빠는 안 됐을텐데
└쉿
그렇게 가라앉았던 메테오스 팬들의 마음에, 강건우가 돌을 던졌다.
강건우는 KBO 역대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우는 그 홈런을 때려내면서 손키스를 날렸다. 물론, 그 홈런 타구가 장외 홈런이 되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원래 그런 법이다. 그냥 별거 아닌데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것이 야구다.
그런데 그 홈런만으로 메테오스 팬들이 쓰레기를 던지며 소리 지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호세 킹이 첫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내고 춤을 춘 것이나, 3회 초 노경우-강건우의 더블 스틸, 3회 말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서창열의 다이빙 캐치 후 습관적 식빵 굽기 같은 일들이 있었다.
유병성이 호세 킹의 몸쪽 공에 맞았을 때도 분노해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시욱이 홈런을 치고 이 사이에 낀 초코파이의 잔해를 혓바닥으로 더듬는 것을 본 메테오스 팬들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개발리는 경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날이면 탈탈 털린 선수들이 자존심이 상해야 하는데 팬들이 자존심이 더 상하곤 한다. 특히 인터넷에서 그렇게 싸워대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거라고 호언장담을 해놨으니 더 그렇다.
어제 국민성을 털고 오늘 호세 킹에게 털린다. 메테오스 팬들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 했고 상상하기도 싫었던 일이었지만,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늘 호세 킹은 시즌 10승을 거뒀고 강건우는 56호 홈런과 시즌 45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메테오스 팬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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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시즌 90승에 오직 단 1승만 남겨둬.] [메테오스 상대로 위닝 시리즈 거둔 오션스.] [오션스 대 메테오스 경기, 관중 소란으로 경기 3회 중단.] [호세 킹, 시즌 10승으로 두 자릿수 승리. 아이언스 전에 이어 2연승.] [강건우, 56호 홈런! KBO 기록 타이!] [강건우의 56호 홈런, 추산 비거리 155m…경기장 외벽을 훌쩍 넘기는 장외 홈런.] [메테오스 팬들의 야유와 분노. 그건 누굴 향한 것이었나.]└직관하고 온 돌빠인데 첨엔 좆건우랑 좆세 킹 때문에 빡쳤는데 나중엔 우리 팀 선수들한테 빡침
└왜 빡침 야구 좀 못 할 수도 있지
└솔직히 말해라 건우 없어서 부러워서 그런거 아님?
└ㄴㄴ아님
└솔직하지 못한 새끼들
└ㅆ바 아니라고
[강건우, KBO 역사상 최다 홈런 확실시?]└18경기 남았는데 당연히 깨지
└60개 가능할 것 같지 않냐?
└60-60도 가능할듯
└4할은 좀 간당간당한데 4할에 60홈런이면 진짜 시발 ㅋㅋㅋㅋㅋ크보에서 뛰는건 반칙 아니냐?
└솔직히 투수새끼들 개쫄아서 볼넷 존나 안 내줬으면 80개는 칠듯
└ㅇㅈ투수새끼들 느그가 그러고도 프로가???
└역대 최다 홈런이랑 최다 볼넷 동시에 깰듯
[56호 홈런 강건우, 메테오스 팬들의 야유에 대해. ‘오션스 팬을 제외한 다른 팀의 팬들이 날 보고 분노할수록 내 일을 더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휴 브레드먼 오션스 감독, ‘갱(강건우)은 진정한 슈퍼스타다. 저런 선수가 있다는 것은 야구라는 종목에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정유리 오션스 스포츠 인턴 과학자가 만들어낸 오션스의 새로운 것들.]└아직 인턴이라고?
└오션스 돌았네 인턴으로 뽑아놓고 뭐 저렇게 뽑아먹음?ㄷㄷㄷㄷㄷㄷㄷ
└아직 대학생이라 인턴임 내년에 정직원 될 예정
└아니 시발 인턴이면 하이재킹 가능한거 아님? 메테오스 프런트 개십새들아 빨리 스카웃 안 하고 뭐함?
└아무리 스카웃해봐라 유리 누나가 돌멩이를 가겠냐
└돈 존나 주면 오겠지
└오션스는 존나 안 줄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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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스 원정을 끝내고 대구로 이동하는 선수단 버스에 탑승할 때 봤는데, 메테오스 팬들이 단체로 몰려들어 시위하고 있었다.
대근이 형의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어우. 끔찍하다 진짜. 우리 아니라 다행이다.”
석규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홈 6연전 6일 연속 청문회 요구 기억나네요…”
“그땐 홈 경기가 너무 싫었지.”
“원정 가고 싶어서 홈 경기할 때도 캐리어에 짐 싸서 들고 왔었는데…”
“…”
“…저기 범인이 있습니다.”
석규 형이 가리킨 것은 창열이 형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편하게 거의 눕듯이 자리에 앉아서 낄낄 웃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랬지…”
“저 형 홈스틸 했을 때 기억납니까?”
“…기억나. 하…”
둘은 같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노루 형이 끼어들었다.
“그다음 날 그라운드 홈런 쳤다 아입니까.”
“아…”
“으…”
“내 그날 12시 다 돼서 퇴근했는데. 팬들한테 맞아 뒈질까 봐.”
“저 악마 같은…”
이야기만 들어도 오션스 팬들이 왜 저 사람을 싫어했는지 알 것 같다. 세완이 형이 옛날 기억이 떠올랐는지 아주 침울하게 있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난 그날 실내 훈련장 구석에서 잤어요…”
“뭐?”
“진짜로?”
애환이 아주 많이 묻어나는 과거 회상이다.
그리고 나는 저 사람들만큼 잘 알지 못하는 오션스 팬들의 한 모습이겠지.
내가 본 오션스 팬들은…음.
경기 보면서 이미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 후, 경기 끝나고 제발 해체하라고 울부짖으며 잠들었다가 다음 날 일어나면 오늘 선발 김정용이라고 좋아하던…
음.
미국에 놀러 오셨던 장모님 말씀하시기를, 속 터지는 한국 야구 안 보고 미국 선진 야구 봐서 너무너무 좋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새벽에 몰래 일어나 오션스 야구 보고 계시더라. 쌍욕 박으시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의하면 장모님은 깃발에 불붙여서 사직 야구장에 꽂아놓으신 적도 있다고 했었지.
아버지는 양반이셨다. 지금은 다시 오션스 광팬이 되셨지만.
어쨌거나, 창열이 형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이어폰을 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뭐, 왜! 왜 보는데! 니네 또 내 욕했냐?”
창열이 형 이야기를 하던 오션스 선수들이 살짝 주눅 들었다. 그리고 옆자리의 노경우가 말했다.
“형.”
“근데 너 왜 자꾸 내 옆에 앉냐?”
“하나 배우고 싶은 게 있는데요.”
“또 뭐? 이상한 소리 하면 진짜 죽는다.”
“어떻게 하면 다른 팀 팬들한테 그렇게 욕을 먹을 수 있어요?”
“뭐라고?”
“아니, 메테오스 팬들이 형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요.”
창열이 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구시렁거리며 안대를 꼈다.
“넌 그냥 궁둥이나 존나게 흔들어라.”
“예? 형?”
맞는 말이다. 저놈 엉덩이 흔드는 거 진짜 장난 아니지. 요샌 좀 덜 흔들긴 하는데, 내가 상대 팀 투수면 엉덩이에 강속구 꽂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제 한 경기만 이기면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된다. 2위 파이러츠가 전승을 거두고 우리가 남은 일정에서 모두 패배해도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순위표의 윤곽도 잡히고 있다. 불도저스-바이킹스-선더버즈는 아직 5위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고, 엔진스와 엔젤스는 파이러츠와 3게임 차이다. 파이러츠는 15경기를 남겼고 엔젤스와 엔진스는 14경기가 남아 있다. 마지막에 어느 한 팀이 치고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5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아이언스와 메테오스는 0.5게임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어느 팀과 한국 시리즈에서 맞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꽤 자신 있다. 나도 작년보다 육체적으로 많이 완성되었고, 팀은 지난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선발, 불펜, 타선. 모든 면에서.
게다가 유리도 있고.
작년 같은 실패를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자면서 악몽을 꿨다.
메이저리거 시절 내 생일, 나는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3.2이닝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었다.
난 술에 취했다. 그리고 살짝 잠에서 깼을 때,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내 경기를 복기하던 유리를 발견했다.
고맙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나는 모른 척하고 그대로 잠들었고, 유리는 다음 날 아침에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다시 생일상을 차려줬다.
음.
음.
음.
“…야!”
“…한다!”
어쩌면 다행일까. 꿈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에, 누군가가 날 흔들어 깨웠다.
“어…?”
비몽사몽 해서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생일 케이크를 든 유리가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버스에 다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까지.
무슨 일인지 파악이 안 되어 조금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유리가 웃으며 외쳤다.
“건우야! 생일 축하해!”
“축하한다!”
“생일 축하합니다!”
경기가 조금 길긴 했다. 다 끝나고 대구에 도착하고 나니 12시가 넘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내 생일인 모양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의 계획은 날 깨워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려던 거겠지만, 나는 왠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벌떡 일어나서 케이크를 들고 있던 유리를 안아버렸다.
“어? 케익!”
“억!”
유리는 놀라며 케이크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노루 형의 얼굴에 케이크가 꽂혀 버렸다.
“누나…고마워…”
“어…응?”
내가 유리를 꼭 안고 그렇게 말하자, 옆에서 케이크를 맞은 노루 형이 말했다.
“아이고…달다…달아…너무 달다…”
유리는 어쩌면, 잠깐 버퍼링이 걸렸다가 조금 뒤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아직 인턴이며, 버스 안에 자신의 상사와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놓으라며 바둥댔다. 그런데 놓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나와버려서.
“존나 해피 버스데이, 거-누.”
앤디의 말에 다들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웃었다. 그리고 다들 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당황했던 유리는 내가 울고 있단 것을 깨달았는지, 내 등을 토닥였다.
왜 하필 그때 꿈을 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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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 남았다. 이제 이 경기에서 승리하게 되면 2029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
이미 팀 역사상 최다승 기록은 갈아 치운 지 오래다. 90승을 목전에 뒀고, 남은 일정이 꽤 있으니 KBO 역사상 최다승 기록 또한 새로 쓸 가능성이 컸다.
이런 경기는 상대 팀도 그렇지만 오션스 또한 부담스럽다. 어딘가 삐끗해서 의욕만 앞서게 되면 영 좋지 못할 수도 있다.
스포츠에서 단 1승만을 남겨두고 미끄러진 역사가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몇 경기 정도 연패한다고 해도 정규 시즌이 물 건너갈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오션스 코칭 스태프들의 회의 시간은 꽤 진지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오늘 선발은 앤디 가필드다. 상대 팀 엔진스는 로테이션 상 채지성이 등판할 가능성이 꽤 컸지만, 채지성이 오션스에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변화가 있을 수도 있었다.
“앤디의 컨디션은?”
“좋습니다. 로테이션 변경으로 8일을 쉬기도 했고, 본인의 의욕도 강하고요.”
올 시즌 앤디의 승패는 11승 5패다. 남은 경기에서 몇 번 더 등판할 수 있으니, 더 좋은 기록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영한이는 홈에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우는 2번 타자에 욕심이 있습니다. 확실히 2번에서 더 잘 치고 있기도 하고요.”
“불펜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체력이 돌아왔습니다.”
“태재랑 병준이 공이 좋아요. 여유 있을 때 조금 더 기회를 줘봤으면 합니다.”
여러 좋은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그렇지만 휴 브레드먼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갱은?”
문제는 강건우였다.
어제 다들 내색은 안 했지만, 강건우가 눈물 흘리는 것을 봤다.
강건우는 자기가 우는 걸 아무도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정유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괜찮긴 한데요…”
아침에 일어나 밥도 잘 먹었고 항상 하던 대로 운동도 했다. 집중력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른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울었으니까.
“좋아. 갱을 좀 더 집중해서 점검해줬으면 해. 정, 알겠지만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전력이야. 최소한 오늘만큼은 갱에게 좀 더 밀착해서 지켜봐 줘. 그의 생일이기도 하니까.”
“알겠습니다.”
“어쩌면…우리가 아직 어린 그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맞아. 부담스러웠을 거야. 그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자고.”
감독은 진지하게 말했고, 정유리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건우는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동료 선수들이 유독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자기 생일이라 그런 줄 알았고, 정유리가 다른 선수들을 제쳐놓고 자기 옆에 붙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인 줄 알았다.
훈련할 때 코칭스태프 전원이 자신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조금 거슬렸지만, 그냥 그만큼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