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5)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97화(297/385)
관심을 주세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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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설렁설렁해도 괜찮아. 그냥 쉬어. 어? 사람이 어? 가끔 출루 못 하는 날도 있고 그런 거지. 어?”
“그래. 어떻게 사람이 패전 한 번을 안 할 수가 있겠냐. 오늘 뭐, 블론 세이브 해도 괜찮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아라.”
오늘 상대할 엔진스 선수들, 특히 백준섭에게 들은 말이 아니다.
왜 팀 동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하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칠 수 있고 막을 수 있는데도 굳이?
아니 뭐, 어쩔 수 없이 안 되는 날도 있을 수 있긴 한데 같은 팀 선수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야. 그래. 건우야. 오늘 생일이니까, 좀 쉬엄쉬엄해도 괜찮지 않겠냐. 막말로 시욱이가 에러 세 개 하면 진짜 가루가 될 만큼 까일 건데 넌 뭐 팬분들도 봐줄 테고.”
“아니, 행님. 저 요새 수비 잘 하는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늘 에러 세 개 하면 행님 탓이라고 인터뷰할 겁니다.”
“에러 세 개 하고 인터뷰할 수나 있겠냐? 아무튼, 건우야. 부담 갖지 말고 하자.”
익숙하진 않다. 그래도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 싫지도 않다. 부담감이 얼마나 있는진 나조차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혀 없다곤 말할 수 없다. 그냥, 나는 부담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데 익숙한 사람이었기에 나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저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부담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들 그걸 잘 알 텐데도 저렇게 말한다는 것은, 정말로 내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없애주고 싶어 하기에 그런 걸 거다.
-백준섭 : 야 오늘은 진짜 아니다
-백준섭 : 경고한다 강건우
-백준섭 : 생일이니까 하루 쉬어라 진심으로 경고한다
-정조준 : 형 뭐 아직 2위 포기 안 했어요?
-송병재 : 우리도 있다
-정조준 : 아니 뭐 ㅎㅎㅎ 엔젤스는 강건우한테 홈런 친 타자도 하나 없음서 ㅎㅎㅎ
-정조준 : 일단 강건우 기강잡기 협의회 가입부터 하시죠
-송병재 : 홈런 때린지 1년 넘은 놈이 무슨 기강잡기 협의회냐?
-정조준 : 한 번 홈런은!!!
-정조준 : 영원한 홈런!!!
-송병재 : ㅅㅂㅈ
-정조준 : ???
-정조준 : ㅅㅂㅈ이 뭔데요???
-정조준 : 시발정조준??? 시발좃???
-송병재 : 송병재인데 찔렸냐?
-정조준 : ;;;
-손용기 : 조준이 스마트폰 1달간 압수
-정조준 : 예??? 왜요???
-손용기 : 도발 좀 그만해라 이놈아
-정조준 : 제가 언제요???
-김권종 : 조준아 형 아는 명상 선생님 계신데 한번 만나 볼래?
-정조준 : 아니요
-김권종 :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든 상태인 것 같아
-김권종 : 많은 도움이 될거야
-정조준 : 형 명상도 해요?
-김권종 : 응
-김권종 : 건우한테 홈런 맞을 때 마다 용한이 형이랑 같이 가는데 꽤 좋아
-조용한 : 야 김권종
-조용한 : 니가 가자고 하도 억지를 부려서 한 번 따라갔는데 뭘 맞을 때 마다 가
-백준섭 : 권종아 나 소개좀 지성이랑 같이 가게
-채지성 : 저 가요???
-백준섭 : 우린 마음의 안정이 좀 필요하다
-민승기 : 내가 명상보다 좋은 걸 알고 있지
-백준섭 : ?
-민승기 : 오션스 이적
-서우주 : 누가 승기 기강 못 잡냐?
-양대근 : 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전 그냥 바지 주장이라서…
-양대근 : 대선배님들 오션스 와서 애들 기강 좀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용한 : 얼씨구 저놈까지
-정수호 : 대근아 오늘 엔진스 좀 꼭 잡아주라 부탁할게
-채지성 : 아 청탁 가능한 부분?
-채지성 : 우주 형 오늘 엔젤스 잡아주면 다음 만날때 홈런 하나 공짜로 드림
-백준섭 : 야이 미친새끼야
-서우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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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강! 건! 우! 생일 축! 하! 합니다!”
대구까지 찾아온 팬들이, 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렸다.
“유리를 사랑하는-강-건-우.”
옆에서 노루 형이 극혐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순식간에 웃는 얼굴로 바뀌며 내 어깨를 주물러줬다.
뭐 생일날에 무조건 잘 해주기로 나 없을 때 선수단 합의라도 했나?
나는 그냥 생일 고깔모자를 쓰고 내 시선을 끌기 위해 난리를 치고 있는 오션스 팬들에게 다가가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생일 축하해요!”
“강건우 태어나줘서 고마워!”
“50살 생일 때까지 오션스에서 오래오래 해 처먹어 주세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른다고 치더라도, 설마 50살까지 선수로 뛰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몸이 허락하더라도 그때까지 뛰고 있진 않을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엔 고작 2년 차지만 난 꽤 오래 현역으로 뛰었다.
그리고, 지금 선수단에 호세와 훈이 형, 민성이 형은 빠져 있다. 부산으로 먼저 가서 트레이닝 파트와 함께 회복 훈련을 진행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승기 형은 또 가지 않고 여기까지 동행하고 있다. 내가 팬들의 말에 웃고 있는걸 보더니 다가왔다. 팬들이 승기 형의 이름을 외치며 좋아한다. 오션스 팬이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겠지. 워낙 성적도 좋고, 팬들한테 잘 하는 사람이라서.
“안녕하십니까. 오션스 선발 투수 민승기입니다. 먼 길까지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승기 형이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아니, 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러 온 사람들한테 왜 자기가?
우리는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며 인사를 마쳤다. 어떤 팬은 흰색 유니폼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싸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아무튼.
“강건우…”
“예.”
“너도 어쩔 수 없는 놈이로군…”
“예?”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한 승기 형은, 평소와는 다르게 꽤 푸근하게 웃더니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뭔데 이거.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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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엔진스 원정 덕아웃의 한쪽에 앉은 민승기는 오션스의 경기를 관람할 준비를 마쳤다.
오늘 선발 투수는 앤디 가필드. 꽤 믿음직한 투수로,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다.
승패 기록만 보면 에이스 수준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승 운이 영 따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상하게 앤디가 등판하는 날이면 타격이 안 터지거나 불펜이 터지곤 했다.
운이 안 따를 뿐이지 실력은 확실하다. 운 안 따르는 거야 자기도 경험해봤었고.
다른 선수들도 아마 오늘은 괜찮을 것이다.
내일은 휴식일이니 불펜 투수들도 상황에 맞춰 나올 수 있을 테고, 타자들의 감도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버스에서 눈물을 보임으로써 다른 선수들의 걱정을 한 몸에 샀던 강건우.
‘100%…’
민승기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괜찮아졌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했다.
이유는 바로 경기 전에 본 그 모습이다. 팬들에게 웃음을 보이는.
‘강건우…네 녀석도…’
아마도. 자신과 같은. 그런.
‘오션스의 승리를 바라며 여기까지 찾아와준 팬들을 보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겠지…’
민승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살짝 감았다.
진정한 프로의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돈을 써가며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강건우는 프로다.
‘큭큭큭…’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맴돌았다.
강건우는 자신의 라이벌이자, 함께 나아가야 할 동료이며, 어쩌면 야구가 자신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홀로 외로이 그 감정을 느끼지 않게,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강건우를, 야구의 신이 내려준 것은 아닐까.
“완댜님. 우유에 비트 슈가를 넣어 살짝 데워 왔습니다…”
“음.”
고개를 끄덕이며 주상욱이 내민 컵을 받아 들었다. 이제 야구를 감상할 시간이다.
아마 엔진스에게도 놓칠 수 없는 경기일 것이다. 놓쳐도 되는 경기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경기가 끝나면 사직으로 이동해 하루 쉬고 불도저스와 한 경기 후 엔진스와 두 경기를 하게 된다.
내심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오늘 이기면 정규 시즌 우승 확정이 아닌가. 오션스 역사상 최초의 도전이다. 단 한 번도 하지 못 했던 원년 팀 오션스의 정규 시즌 우승.
그 대기록을 자기 손으로 써버리고 싶었는데.
만약 오늘 패배한다면 다음 일정인 불도저스 전에서 민승기에게 기회가 온다.
작년 시즌 말의 기억이 떠올랐다.
민승기 있는 오션스와 민승기 없는 오션스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결국 감정에 휩쓸려 제 손으로 우승시키는 것을 택했고,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그건 오션스 소속이 아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민승기라는 이름이 오션스 유니폼의 등에 새겨져 있는 이상, 누가 어떤 경기에서 던지고 이기더라도 관계없다. 물론, 한국 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만큼은 민승기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긴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민승기는 꽤 관대했다. 어쩌면 부상으로 팀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때일지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당연히 민승기가 없으면 오션스의 우승 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팀이 우승할 수만 있다면.
그런 뜻에서 강건우의 인터뷰 중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 ‘0홈런으로 끝내더라도 오션스가 우승한다면 만족합니다.’
민승기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옆에서 그 모습을 힐끗 바라본 주상욱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민승기에게 작은 수건을 건넸다. 입가에 묻은 우유를 닦아낸 민승기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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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엔진스 감독 백태현은 타자를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타격 코치 출신으로, 현 엔진스의 끈끈한 타선을 손수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유망주 시절 수비형 포수 소리를 듣던 백준섭의 선구안을 향상 시킨것도, 부동산 트리오를 완성한 것도, 그리고 이주혁(이번 시즌 성적 타율 0.268, 출루율 0.354, 26홈런)을 과감하게 밀어줘 이번 시즌 신인왕 1순위로 만든 것도 백태현 감독이었다.
백태현 감독은 딜레마에 봉착해 있기도 했다.
오늘 만약 강건우가 홈런을 때린다면, 엔진스 레전드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자신들의 홈에서 깨도록 만들어주게 된다.
그렇다고 볼넷으로 피해간다?
강건우는 현재까지 4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 몇 개만 더하면 야구 역사상 최초의 50-50이 탄생하게 될 수도 있다. 강건우는 45개의 도루 기록 중 13개를 엔진스 전에 성공시켰고, 8월 1일 엔진스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한 경기 4개의 도루를 해내기도 했다.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네드 빌링엄은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적도 있다.
물론, 강건우에게 홈런을 안 맞은 투수를 찾기도 힘들다는 것도 문제였다.
남은 경기를 보면 저러다가 홈런 60개는 가뿐히 넘길 판이었다. 심지어 막판에 다시 한번 터져버리면 70개를 칠지도 모른다.
“준섭아.”
“예. 감독님.”
경기 전, 백태현 감독은 백준섭에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홈런도 맞지 말고 도루도 주지 말자.”
“…”
타격 코치 시절, 같은 백씨라는 점을 들어 숨겨진 아들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던 백준섭이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였다. 백준섭도 백태현 감독 덕분에 본인이 여기까지 왔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백태현 감독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 하지만 감독의 그 말에는 토를 달 수밖에 없었다.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
“…”
“…”
요즘 나이가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강건우 때문이다. 이상하게 강건우 생각만 하면 눈물샘이 간질간질하다. 불펜 투수 권규영은 벌써 갱년기 온 거 아니냐고 놀리긴 하는데, 권규영도 강건우한테 홈런 맞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졌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래. 아니, 강건우도 사람이잖냐. 한 번 정도는 못 하는 날 있지 않겠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건우도 한 번 정도는 못 하는 날이 있긴 하다.
지난번에 오션스를 상대했던 마지막 경기에서 강건우를 상대로 홈런을 때리긴 했다.
홈런 치고 난 뒤, 경기 영상을 돌려보고 든 생각은 이거였다.
‘시발. 내가 어떻게 친 거지.’
다른 선수들에게 ‘강건우한테 홈런 치는 법 배우고 싶은 놈 있냐?’라며 센 척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강건우가 더 버겁게 느껴졌다.
포수라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 놈들은 투수인데, 왜 내가 더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해야 하는가.
공 던지는 놈들은 홈런 맞고 나면 억울한 표정 지으면 끝인데 나는 저 투수 놈들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나서도 여기 앉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연전이라도 있으면 다음 날도 그래야 한다.
네드 빌링엄은 메이저리그 복귀에 뜻이 있다. 나이도 꽤 있는데 욕심도 많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50회 정도 있는데, 자기가 더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그만큼 능력 있는 투수긴 했다. 공 좋고 제구 잘 되고 구종의 완성도도 괜찮다.
그런데 그런 생각 따위는 싸인을 예닐곱 번 주고받으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고 있으면 날아가 버리기 마련이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백준섭이 한숨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그래. 시발. 어디 하고 싶은 대로 던져봐라.’
지난번에 몸쪽 포심을 용감하게 던졌다가 맞았던가.
네드 빌링엄은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낮게 던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개를 끄덕이고 던지도록 내버려 뒀는데, 볼.
힐끔 강건우를 바라봤다. 별 반응이 없다. 이놈이 가장 힘든 것은, 타격할 때 종종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은 배드볼 히터(비슷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때리는 타자)로 보이지만, 또 어떨 때는 게스 히터(공을 예측해 자신이 정한대로 스윙하는 타자)의 면모를 보인다.
뭘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그냥 입맛에 안 맞는 걸까.
2구는 백준섭이 조금 고집을 부렸다. 투수는 초구보다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고, 체인지업에 강건우는 배트를 내지 않았다. 2볼.
이번에는 네드 빌링엄이 다시 고집을 부렸다.
‘시바. 이건 뭐, 퐁당퐁당도 아니고.’
시간을 끌면 좋을 것 없다. 어차피 뭘 어떻게 던지느냐로 싸움이 길어지면 투수 뜻대로 하게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백준섭은 차라리 어린 투수가 더 나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지간하면 백준섭이라는 이름값 때문에라도 하라는 대로 하니까.
왜 네드 빌링엄이 잘 안 던지던 몸쪽 슬라이더를 던지려는 건지는 안다. 제구만 잘 되면 우타자가 제대로 치기 쉽지 않다.
포심을 너무 잘 때리다 보니 그런 거겠지.
네드 빌링엄이 다시 몸쪽 슬라이더를 던졌다. 공이 날아오다가 꺾일 것이다. 꺾여서 몸쪽으로 파고들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했는데…
따아아아아아악-!
강건우가 이번에는 과감하게 스윙했다. 공이 꺾여 들어올 때를 정확하게 노렸다. 뒤에서 보고 있으면, 가끔 정신을 놓게 된다. 강건우의 타격 폼은 힘이 넘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지만 타격 폼이 예쁘다.
그리고 타구의 궤적도.
백준섭이 포수 마스크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싶은 본능을 억지로 억누르면서 허망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타구가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시발…”
엔진스 홈 팬들의 탄식이 내려온다. 그와는 관계없이, KBO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이 될 저 타구를 잡기 위한 잠자리채의 파도가 외야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좆같네 진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오션스가 경기를 좀 더 남겨두고 있다는 거였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시즌 최종전이 아닌 게 어디인가.
강건우가 더 때리면 최다 기록이랍시고 홈런 맞는 영상이 박제되는 일은 없겠지.
네드 빌링엄이 양손을 자기 옆구리에 올리고 F 워드를 내뱉고 있었다. 백준섭은 어쨌거나 정신 차리고 자기 일을 해야 했다.
“헤이! 네드! 저스트 1이닝! 오케이! 괜찮아!”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해야지 어쩌겠는가.
“강건우! 강건우! 강건우!”
“건우야! 생일 축하한드아아아아아!”
“생일 축포 직이네 건우야아아아아!”
오션스 원정 팬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뭔가, 역대 최다 기록인 홈런을 때린 것 치고는 조금 조촐한 느낌이었다.
기존 기록이 엔진스의 전설적인 선수의 것이라 홈 팬들이 허탈해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더 입맛이 썼다.
“에이,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