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6)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98화(298/385)
관심을 주세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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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꽤 끔찍하다. 그건 특히, 2029시즌 한국 시리즈에서 오션스를 만나는 것이 목표인 팀이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이다.
보통 골치 아픈 상대가 아니다.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전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나마 구멍으로 뽑을 만한 곳이 3루 수비 정도다. 2루수의 수비는 작년과 비교하면 괄목할 정도로 올라왔고, 기존 3루수가 포지션을 바꾼 좌익수 포지션의 공격과 수비 또한 평균 이상이다.
전 타순에서 홈런이 나올 수 있다. 약간의 약점이 있긴 하나 강건우가 종횡무진하는 내야 수비는 상위권이라 할 수 있었다.
중견수 서창열은 외야 수비의 퀄리티를 상승시켰고, 포수 포지션 또한 안정적으로 상위권이다. WAR로 따지면 포수 포지션에서 리그 3위. 조용한과 백준섭이 버티고 있는 바이킹스와 엔진스 다음이라는 점에서,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투수진 또한 그렇다. 5인 로테이션의 안정감은 리그 최고고, 불펜은 지금까지 홀드 80개를 합작했다.
당연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강건우였다. 2위 파이러츠는 오늘 휴식일이었고, 파이러츠 코칭 스태프가 이 경기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은, 5위와 4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한다. 4위 팀은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시작하며 1승 혹은 무승부만 거두면 준플레이오프로 진출한다. 5위 팀은 무조건 2승이 필요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승자와 3위 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으며, 준플레이오프의 승자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2위 팀과 맞붙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긴 팀이 1위 팀과의 한국 시리즈.
엔진스와 오션스는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양 팀이 이 경기에 전력을 다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분석을 위해 경기를 볼 필요가 있었다.
강건우는 KBO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쓰는 홈런을 때렸고, 수비에서 눈이 절로 뜨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시즌 46호 도루를 성공시키며 또 한 번 리그 최고 포수 백준섭을 물 먹였다.
좌완이라도 여지없이 뛴다. 뛰고 싶을 때 뛴다. 그리고 대부분을 성공시킨다. 도루 실패도 있긴 하지만 성공률이 90%를 훌쩍 넘긴 선수다.
발도 빠르지만, 그것만 믿고 뛰는 것이 아니라, 투수와 포수의 동작을 정확하게 읽고 뛴다는 느낌이 강하다. 상대를 꼼짝 못 하게 만든다.
“쟤 마음먹고 뛰어다니면, 잡을 방법은 있나?”
조용한과 백준섭은 공수겸장 포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엔젤스 차종윤이 커리어 단 한 번이긴 하지만 잠실 20홈런 포수로 주목받았었으나, 국가대표 포수 둘은 빼어난 공격력뿐만 아니라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로 평가받는다. 도루 저지 능력 또한 최상위권이다.
그런데 그냥 제집 안방 드나들듯 편안하게 뛴다. 마치 예전에 다른 팀 발 빠른 주자들이 오션스 포수를 상대로 아무 생각 없이 뛰어대던 그때처럼.
“어이가 없네 진짜. 아니, 맞으면 넘어가고 보내면 뛰고. 어쩌란 말이야?”
한국 프로야구 전체로 보면 흥행에 큰 도움이 되는, 리그를 홀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슈퍼스타긴 하지만 저 선수를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런 건 아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쟤는 어디 한 번 다치지도 않아?”
“그러게. 다칠 때도 됐는데.”
“투타겸업 그거 저렇게 아무 이상 없이 쌩쌩하게 할 수 있는 거였냐고.”
대응책은 마련하기는커녕, 그저 투덜대는 사이 강건우는 1루타를 친 후 도루 하나를 더 성공시키고 양대근과 울프팩의 연속 희생 플라이에 홈을 다시 한번 밟았다.
앤디 가필드는 시즌 12승을 거두기에 충분한 피칭을 보여줬다. 6이닝 1실점, 8K, 4피안타 2사사구.
필승조가 차례로 올라와 7회와 8회를 삭제했고, 9회에 오늘 1홈런 2도루로 맹활약한 강건우가 등판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오션스! 부산 오션스가! KBO 리그가 창설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습니다! 예! 오션스! 역사상 최초의 정규 시즌 우승! 47년 만의 우승입니다!
-이걸로 부산 오션스는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우승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어이없는 일이긴 하다. 프로야구 원년 팀이 이제야 우승이라니. 저 팀이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치는데 거의 반세기가 필요했다.
세이브를 기록한 강건우가 마운드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고, 오션스 모든 선수가 마운드로 뛰어나왔다. 휴 브레드먼 감독이 선발 투수 셋을 부산으로 돌려보낸 것은 우승 코앞에서 선수들이 지나치게 들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엔진스 팬들은 오션스 선수들이 자기 홈구장에서 정규 시즌 우승 확정을 자축하는 것을 보며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대체로 이런 반응이었다.
이쯤 되면 우승할 때도 됐다.
다른 놈들이면 모르겠는데 쟤들은 워낙 짠해서.
심지어 박수를 쳐주는 팬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오션스 선수들이 광분하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펄쩍펄쩍 뛰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던 민승기는, 다른 선수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 슬쩍 마운드로 올라가 무릎 꿇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다 함께 기뻐하며 소리 지르고 뛰던 주상욱은, 그런 민승기를 발견하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민승기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민승기에게 말했다.
“…사진 한 방 찍어 드려요?”
민승기는 흐릿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부탁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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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역사상 첫 정규 시즌 우승 달성!] [V3를 향한 오션스의 역사적인 발자취.] [뭐니 뭐니 해도 오션스는 ‘강건우 엔딩’] [강건우, 2안타(1홈런) 2볼넷 2도루에 3탈삼진 퍼펙트 세이브까지!] [오션스의 역대 최초 정규 시즌 우승, 강건우의 KBO 한 시즌 역대 최다 홈런 기록까지 같은 날에.] [(이용길의 야구회로) 잔칫집, 그리고 되는 집. ‘갓산 킹션스’.]└시발 기사 제목이 이따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산 킹션슼ㅋㅋㅋㅋㅋㅋㅋ
[(PHOTO) 우승 확정 후 마운드에 무릎 꿇고 눈물 흘린 민승기.]└승기 오늘 등판도 안 했는데 왜저럼
└난…ㄱ r끔…눈물을 흘린ㄷ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이네 진짜
└미친놈?
└미친놈한테 사과해
[승장 휴 브레드먼, 마무리 상황에서 강건우 투입을 고민한 이유는?] [휴 브레드먼, ‘우리가 아직 어린 소년인 갱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승리가 간절히 필요한 상황에서 갱만큼 훌륭한 카드가 있을까. 민이 등판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우리 선택은 갱이었고, 그 선택은 확실했다.’] [생일 자축포치고는 너무나 거대했던 강건우의 대기록.] [(PHOTO)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정유리 ‘누나’ 오션스 인턴 스포츠 과학자.]└유리 누나 귀여워…
└여신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리누나 온 뒤로 진짜 팀 존나 좋아짐
└로봇공학의 세계 일인자 ㄷㄷㄷㄷㄷㄷㄷ
[강건우 생일 축하 특공대, 대구에서 역사상 첫 정규 시즌 우승을 만끽하다.] [강건우, ‘축하해주러 오신 팬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 인사로는 꽤 괜찮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강건우의 하이퍼 퀄리티. 오션스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경기가 없음에도 들썩인 사직 인근. 다시 한번 불야성을 이루다.]#
정규 시즌 우승은 물론 기쁜 일이긴 한데, 내게 가장 기쁜 것은 유리가 행복해서 방방 뛰는 모습이었다.
정말 좋아하고 있다.
사실, 팀 모두가 정규 시즌 우승을 코앞에 뒀음에도 어딘가 의식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느낌이 강했었는데, 우승이 확정된 이후 라커룸 여기저기에서 코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물론, 마냥 기뻐하는 쪽도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옷! 저 박의현! 이런 역사상 최고의 팀에 몸담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 아아!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행복사한다면 저를 반드시 사직 구장 홈 플레이트 아래에! 예!”
거기 사람 묻으면 불법일걸?
아무튼, 원정 라커룸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이기는 무리인지라.
내일 휴식일에 선수단 회식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아파트 정원에서 잠깐 섰다.
“건우야…”
“응. 우리 이제 결혼까지 반쯤은 왔다?”
유리가 약간 과장된 표정으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날 찰싹찰싹 때렸다. 그리고 살짝 글썽거리는 눈을 하더니 입을 조금 삐죽거렸다.
예전에는 결혼하자고 하면 기분 좋아하면서도 약간은 부담스러워 한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받아들인 것 같다.
반쯤 세뇌시킨건가?
유리 손을 잡고 웃었다. 뭐 어때.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만큼 행복하게 해주고, 같이 잘 살면 된다.
“나 진짜 누나 때문에 오션스 온 거다?”
“응?”
“메이저리그 가려니까, 누나랑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
“잠깐도 떨어지기 싫어서.”
메이저리그로 갔던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을까.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진심이니까. 약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또 우는 건 보여주기 싫어서 씩 웃었다. 그리고 유리를 안았다.
그런데 유리가 살짝 꼼지락거리더니 말했다.
“…저기…”
“응?”
“…뒤에…”
“뒤에 뭐?”
“엄마랑 아빠랑…”
뒤를 돌아보자, 풀숲 뒤로 숨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아저씨랑 아주머니랑…있어…”
진짜 저 양반들이, 분위기나 깨고. 나는 아주 짧게 한숨을 쉰 후, 유리의 얼굴을 붙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야. 야.”
“뭐 어때. 어차피 결혼식장에서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뽀뽀시키잖아.”
뒤에서 ‘아이구. 저놈이 우리 있는데 신경도 안 쓰네.’ 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비 장모님의 목소리도 들렸다. ‘오늘 생일이잖아.’
생일에는 그래도 되는 거면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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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일에는 선수단 전체가 참여하는 자율 훈련을 하고 선수단 회식을 하기로 했다. 그게 자율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유리와 출근하는 길에, 유리가 조심스레 내게 말해준 것이 있었다.
“그때 너 버스에서 울어가지고…”
응?
“감독님이 진짜 걱정 많이 했어. 하루 쉬게 해주고 싶은데 홈런 기록도 걸려 있고, 한 경기 이기면 우승이니까 선발에서 빼기도 좀 그렇고. 일단 첫 타석에서 홈런 치고 잘 해서 조금 안심하긴 했는데, 마무리 상황 때 너 올릴까 말까도 엄청 고민하셨을걸?”
“나 우는 거 보셨어?”
“응.”
감독님이 보셨고 그걸 걱정하셨다면 코치님들도 다 안다는 건데.
“그, 혹시, 그럼 선수들이 나한테 막 친절하게 대했던 것도 우는 거 봐서 그래?”
“아마 그럴걸?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자, 봐! 아직 2년 차인데 다들 내 건우한테만 의존하고 말이야! 얼마나 부담스럽겠어! 우리 건우 진짜 고생 많았어! 거의 혼자 우승시킨 거나 마찬가지지!”
유리가 살짝 흥분한 투로 말했다.
아니…
그…
내가 울보라니…
“죄다 강건우 발톱만도 못 해가지고…!”
하지만 유리의 오버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부산으로 진입하자, 여기저기에 오션스가 걸어둔 배너가 눈에 띄었다.
‘오션스의 V3, 부산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합니다!’
홍보팀에서 전해 들었는데, 이런저런 행사를 준비해뒀다고 했다.
사직에 가까워질수록 오션스의 홍보물들이 많아진다.
“우와.”
유리가 감탄을 내뱉었다. 사직 구장 외벽에 언제 붙였는지 꽤 많은 수의 대형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선수별로 하나씩 붙여준 모양이다.
“더 베이스볼 강건우…”
“…”
내 사진이 붙은 플래카드에 그렇게 쓰여 있긴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둘러봤는데, 유리의 플래카드도 있었다!
“누나. 저거.”
“응? 저거, 뭐야? 왜 나도 있어?”
“정 유리 더 누나…”
“고소할거야…”
“누굴?”
“초상권 침해로…”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 그 플래카드를 막 찍어대자 유리는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둘러보니 코치진들의 플래카드도 다 붙어 있기는 했다.
유리가 조금 진정됐는지 내게 말했다.
“아무튼. 너무 부담 갖진 마.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잖아. 아니, 충분히가 아니라 엄청! 그리고, 그…힘들면 누나한테 기대. 알겠지?”
그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힘들지 않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힘든 척하고 유리한테 기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관심에도 익숙하고 유리의 관심에도 그렇지만, 유리에게는 이상하게도 더 많이 받고 싶단 말이지.
유리가 능숙하게 주차를 마무리했고, 나는 상체를 기울여 유리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응?”
“그냥…잠깐만 기대게 해주라…”
살짝 촉촉하게 말하자 유리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잠깐 멈칫한 유리는 몸을 돌려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토닥여주며 말했다.
“우리 건우 진짜 잘 하고 있어. 알지?”
알지 알지.
“내가 괜히 건우한테 우승시켜달라고 말했나 싶기도 해…”
거의 다 왔는데?
“부담감 느끼지 마. 우승 안 해도 누나랑 결혼하자. 응?”
“좋아.”
침묵하던 내가 순식간에 대답하자 유리가 조금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 연기를 눈치채진 못한 것 같았다.
“감독님한테 휴가 달라고 할 테니 결혼식장 얼른 알아보러 다니자.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까? 결혼할 때 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해도 돼. 사직 구장에서 결혼식 올리게 해달라고 요구해볼까?”
속사포처럼 쏟아내자, 유리가 멍하게 날 바라보다가 어깨를 찰싹 때렸다.
“야. 뭐 기다렸다는 것처럼…”
“당연히 기다렸지.”
“응?”
“내가 누나랑 결혼하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데.”
유리의 눈동자가 커졌다가, 그렁그렁해졌다가, 도끼눈으로 변했다.
“야. 우승 반지 가져와.”
“우승 안 해도 결혼해준다며.”
“취소야.”
“무르기 금지.”
“아무튼 가져와.”
음.
너무 성급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