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7)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299화(299/385)
구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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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 다음 날, 우리는 가볍게 훈련하고 회식을 진행했다. 코치진 뿐만 아니라 프런트 직원들까지 다 함께 참석했다.
운동선수들이다 보니 먹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회식 장소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하다.
야구를 잘 해서 더.
전에 왔었던 한우 집인데, 사장님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고기를 구워 주셨다. 오션스 팬이라고 하시는데, 우승 축하 선물이라며 보기 힘든 특수 부위도 서비스로 준비해주셨다.
“강건우 선수…”
“예.”
“진짜 미칠 정도로 팬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정말로요…”
어쨌거나 한참 회식이 진행 중일 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두 사람이 올라왔다. 그리고 단장님과 숙덕숙덕 얘기를 나눴다.
우리 테이블에는 나, 유리, 대근이 형, 민성이 형이 앉아 있었는데, 대근이 형이 말했다.
“모기업 비서실에서 나왔네. 회식비라도 주려나 보다.”
“비서실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그렇게 말하자 대근이 형이 미묘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전에 CF 찍을 때 와서 인사했었잖아.”
“그래요?”
“넌 어떻게…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관심이 없냐.”
대근이 형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나는 좀 인식하지 못했는데, 약간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대근이 형이 그쪽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자 슬쩍 일어나서 인사하러 움직였다.
대근이 형, 그래도 웃으면 귀엽다고 좋아하는 여성 팬들도 많은 편인데.
솔직히, 나는 사람들의 미의식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 편인 거 빼면 밤에 만났는데 눈 마주쳤을 때 씩 웃으면 오줌 지리고 기절할 것처럼 생겼다.
잠깐 인사를 나누더니 그 남자들은 가게 밖으로 나갔다. 대근이 형이 박수를 치니 사람들의 시선이 다 그쪽으로 몰렸다.
“아니, 무슨 박수 소리가 저렇게 커? 저게 사람 박수 소리야?”
내 말에 유리가 깔깔대며 웃었다. 말없이 고기를 집어 먹던 민성이 형도 웃었다. 물론, 유리가 보기에는 그냥 입가 조금 움직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대근이 형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왼손으로 무언가를 들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구단주님이 직접 카드를 보내셨습니다!”
사실, 누구 돈이든 무슨 상관이겠느냐마는.
“우와아아아아아!”
“회장님! 회장님! 회장님!”
“회장니이이이임! 저 박의현! 사직 구장에 자리만 만들어 주신다면 죽고 죽어 백골이 진토되더라도 사직 야구장의 수호령으로 남겠습니다아아아앗!”
…수호령이 아니라 지박령이 아닐까?
대근이 형이 열광적인 반응에 다시 한번 웃은 뒤, 묵직해 보이는 커다란 가방을 번쩍 들어 올렸다. 가방이 두 갠데, 한 개만.
“프런트 직원분들, 귀 막아 주세요!”
직원들 귀 막으라는 거 보니까, 선수단이랑 코치진에게 주는 금일봉 같은 건가?
근데 왜 저렇게 묵직해 보여?
대근이 형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어딘가 이상한 표정으로 외쳤다.
“구단주님께서…!”
왜 저렇게 뜸을 들이실까.
“직원분들께는 따로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프런트 직원들이 환호했다. 저기는 월급쟁이니까.
야구 선수들은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근이 형이 프런트 직원들의 환호가 잦아들 때쯤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체는 비밀이지만 코치진과 선수단에 특별 선물도 주셨습니다! 회식 끝나고 집에 가시기 전에 드리겠습니다!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이거 집에 가다가 잃어버리면 진짜 큰일 납니다! 사장님! 이제부터 술 내주지 마세요!”
뭐길래 저러는 걸까.
대근이 형은 인원수만큼 육회 포장을 주문했다. 그리고 급하게 회식을 끝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 형 배 채우려면 이걸로는 부족할 텐데.
그리고 육회 포장 쇼핑백에 뭔가를 담아 주면서 신신당부했다.
“절대 열지 마세요. 꼭 집 가서 열어보셔야 합니다. 무조건 집으로 직행하세요. 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였는데…
나와 유리는 차에 타서 당장 박스를 열어봤고, 유리는 놀라서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집어 던져버렸다.
“우와! 우와! 이게 뭐야! 우와! 진짜야? 진짜? 우와!”
박스 안에 들어있던 것의 정체는 금괴였다. 오션스 구단 마크와 ‘2029’가 새겨져 있는 1kg짜리 금괴.
음.
뭐 이런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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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팬들은 거의 반세기 동안이나 억눌려 있던 감정을 토해내며 사직 야구장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오오오! 오션스 승리하리라!”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으아아아아아!”
프로야구 구단들은 각자의 이미지가 있다. 좋거나, 나쁘거나, 오션스를 대표하는 한 글자는 ‘꼴’이었다.
리그 대표 꼴찌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꼴, 꼴찌를 해도 꼴, 아무튼 ‘꼴’의 대명사 같은 팀.
오션스 팬들은 거의 광분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부산 여기저기서 오션스 팬들의 노래가 들려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단체로 미쳤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겠지만, 오션스가 KBO 출범 이후 첫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을 알기에 다들 미쳐가고 있었다.
오션스의 프랜차이즈로 오랜 기간 활약했지만, 한국 시리즈에서 한 번도 뛰어본 적 없었던 은퇴 선수들이 방송이나 유튜브, 라디오 같은 곳에 대거 출연했다.
오션스 팬을 자처하는 음식점 주인들이 ‘오늘 공짜!’를 부르짖었으며, 사직 야구장 앞의 어떤 치킨 가게는 오션스가 90승을 했으니 치킨을 90원에 팔겠노라며 긴 하루를 준비하고 있기도 했다.
오프라인이 그만큼 시끄러운데 온라인이 조용할 리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이름 좀 날린다 하는 오션스 팬 키보드 워리어들은 다른 팀 게시판에서 난리를 쳐댔고, 일각에서는 양대근 FA 200억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솔직히 암흑기 동안 제일 꾸준하기도 했고 주장 맡고 나서 팀 체질 바꾼 건 양캡 공이 젤 크다 ㅇㅈ?]└대근아…
물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곳이 인터넷이다.
강건우는 이제 2년 차다. FA가 될 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게다가 중간에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다수다.
결국, 의미 없는 논쟁이란 뜻이다.
하지만 오션스 갤러리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의미 없는 논쟁을 벌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이훈은 4년 150억 정도는 받아도 될 듯]└150년 4억이면 만족
└후니가 좃으로 보이냐?
└4억은 모르겠고 150년 계약 콜
└150년 ㅅㅂㅋㅋㅋㅋㅋ
└오션스의…수호천사…이…훈…
└엔젤스빠 아니랄까봐 수호천사 ㅇㅈㄹ
어쨌거나, 중요한 건 오션스가 1982년에 시작된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초로 정규 시즌 우승을 달성했다는 사실이었다. 신생팀들이 창단 후 10년도 되지 않았을 때 우승을 달성하는 사이 손가락만 빨며 그걸 지켜보고 있었던 오션스 팬들은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 같은 기세로 사직 야구장을 향하고 있었다.
사직 야구장에 도착한 불도저스 선수단은 버스에서 내리며 본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우승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
“우주 형. 오션스는 처음이잖아요.”
“아. 깜빡하고 있었네.”
“깜빡할 걸 깜빡하셔야죠.”
“나이가 들었나…하긴. 우승할 때 되긴 했지.”
“오션스도 한 번쯤은 해야죠. 근데 오늘 분위기 어쩌죠? 지면 조롱 장난 아닐 거 같고, 이기면 또 난리 날 것 같고.”
예지호의 말에 서우주가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어떻게 해도 난리 날 거, 그래도 찬물 한 번 끼얹어 주자.”
“근데 오늘 오션스 선발 승기 형…”
“야. 민승기 공 못 쳐?”
“예…”
“사실 나도.”
“크흐흐흐흐.”
“웃지 마.”
“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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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정유리는 이제 23살에 불과하지만, 인생의 거의 모든 기간 동안 오션스를 응원해왔다.
2007년생인 정유리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유치원생쯤이었을 때.
오션스는 그럭저럭 괜찮은 팀이었다. 물론 기억 못 하는 시기도 있긴 하지만, 그 기간 오션스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불꽃처럼 터지는 화력과 불처럼 타오르는 불펜을 가진 팀. 여러 가지 의미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긴 해도 매력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정유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쯤의 오션스는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정유리가 중학생이 됐을 때는 더 끔찍했는데, 직전 해에 10위를 기록했던 오션스는 7위로 순위가 소폭 상승했으나 그 해는 파이러츠가 오션스보다도 먼저 우승을 거머쥔 해였다.
파이러츠가 1군에 진입하고 8년 차 되는 시즌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됐을 때, 정유리를 포함한 오션스 팬들의 행복회로는 꽤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8위.
그리고, 1군 진입 7년 차 신생팀인 수원 다이아몬즈의 통합 우승.
작년 포스트시즌 진출은 정유리가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처음 보는 가을 야구였다.
역대급 프로야구 비밀번호인 8888577의 마지막 해인 2007년에 태어난 아이가 이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팀을 보고 있다. 그것도, 그 팀의 일원이 되어서.
강건우 입단 후인 2028년 이전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 때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선수는 이제 김정용만 남아 있었다. 그때에도 오션스 유니폼을 입고 싶어 했던 민승기는 중학교 3학년이었고, 자신이 오션스 선수가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 했었던 양대근은 고등학교 2학년 생이었다.
국가대표급 FA 외야수 서창열과 배영한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각자 바이킹스와 불도저스에 지명된 그 해였다.
그때 강건우는 겨우 초등학교 2학년.
그런 팀이었다 보니 미국에서 건너온 휴 브레드먼 감독이나 론 버거킨 코치는 오션스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구단주의 반응에 꽤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놀라운 팬들이야.”
“이 팀을 사랑하세요?”
감독이 껄껄 웃었다. 포장하지 않더라도 이 팬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물론, 강건우가 과거로 돌아와 오션스에 입단하지 않았던 휴 브레드먼의 말로는 처참했다. 오션스 팬들은 휴 브레드먼을 하는 거라곤 한숨 쉬고 박수 치는 것밖에 없는 무능한 미국인 취급했고, 지역 신문에 해고를 요구하는 광고까지 냈다.
열정적인 팬은 클럽에 축복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양날의 검이다.
“뭐,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군. 겨우 2년밖에 안 됐지만.”
“정 그러시다면 더 남으셔도 참아 드리겠습니다.”
“내가 팀에 남는데 왜 자네가 참아?”
“제가 이 팀의 감독이 되는 걸 조금 참아 드리겠다고요.”
“젠장. 자네가 이렇게 야망이 큰 사람일 줄이야.”
“봐요. 불닭볶음면 드실 줄 아세요?”
“난 그런 거 안 먹어. 날 암살하려는 생각이야?”
“산 낙지는?”
“Fuck…”
“번데기?”
“빌어먹을. 그만둬.”
“회식할 때 소의 생간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시던데.”
“음식으로 날 괴롭히려고?”
“부산팀의 감독을 맡을 자격이 없으시군요. 깻-잎에 고기를 쌈 싸 먹을 줄도 모르는 미국인 같으니라고.”
“이봐. 캣닙은 고양이들이나…”
“캣닙 말고 깻-잎!”
“Holy…”
“미더덕을 먹으면 인정해드리죠.”
“자네 인정 따윈 필요 없어.”
“Haha! 치즈버거나 드시지.”
휴 브레드먼 감독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론 버거킨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자신들이 역사적인 팀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했다. 쓸데없는 거로 말다툼을 벌이곤 하지만 두 사람의 동지의식은 강력해졌다.
“이제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해. 난 그냥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싶을 뿐이야.”
“저도 그렇습니다.”
“민은 잘 준비됐나?”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자면서요?”
감독과 투수 코치에게 민승기는 완벽한 상수다. 미국에서도 저렇게 프로 의식이 넘치는 선수는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틱틱대는 말투에도 감독은 씩 웃었다. 민승기가 자신의 목표를 20승이라고 했던가.
오늘 그 목표를 달성하고 좀 더 해내길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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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스는 지금 순위표의 위치와 관계없이 만만하게 볼 팀이 절대 아니지만, 승기 형의 의지가 워낙 강력했다.
오늘 경기?
별로 설명할 만한 것도 없었다.
승기 형에게는 엄청난 동기가 있었다.
“큭큭큭…정규 시즌 우승을 내 손으로 확정 짓고 싶었지만, 아직 그 여운이 남아 있는 팬들 앞에서 그다음 경기의 승리를 선사하는 것 또한 즐겁겠지…”
뭐, 그렇게 됐다.
예전에 시작하자마자 홈런을 맞았던 따흑흑은 사라지고 큭큭큭이 남았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승기 형에게 멘탈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의 승기 형은 자신감 그 자체다.
왜냐하면…
“나는 세계 최강의 야구팀 오션스의 에이스…민승기…”
…
“그런 투수의 공을 때릴 수 있는 타자는 없지…”
“저 있잖아요.”
“오늘 수비에 더 신경 써라, 강건우.”
승기 형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불도저스 타자들이 워낙 끈질겨야지.
그만 던지라고 하자 투수 코치님에게 자기는 200구 정도는 거뜬하다고 우겼지만, 수석 코치님의 이 말에 꼬리를 내렸다.
“목표인 20승 달성했으니 오늘 200개 던지고 남은 일정 그냥 관중석에서 볼래? 아니면 순순히 내려오고 다음 경기에도 던질래?”
오션스 팬들은 마음껏 소리 지르고 노래 불렀다. 정말, 맺혔던 한을 모두 푸는 것처럼.
승기 형은 엔진스 홈구장에서 했던 것처럼, 사직 구장 마운드에 무릎 꿇고 앉아서 두 팔을 벌리며 팬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옆에서 상욱이 형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우승 기념 플래카드를 들고 팬들 앞에 섰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오늘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
“@#$ %^$# ^&*$!”
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선수들의 눈시울도 붉어지고.
우승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나까지 울컥해지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유리 누나! 사랑해! 얼른 결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