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299)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01화(301/385)
구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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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오늘 감독님에게 휴가를 요청하려 했었다. 유리의 생일인 데다가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상황이니.
하지만 조금 생각하니 유리가 그걸 원하지 않을 거란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대기록이고 신기록이고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지만 오션스 팬들은 다르다. 야구계에 종사하는 꽤 많은 사람이 흥행몰이를 위해 내가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내가 휴가를 받아 경기에서 빠진 후 어디 놀러 간다면?
난 괜찮지만, 유리가 엄청나게 욕을 먹겠지. 게다가 유리는 오션스 팬이기도 하고, 내 기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해하며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
“경기 땡땡이치고 누나랑 둘이서 생일 파티하면 좋겠다.”
기어코 미련을 못 버리고 그렇게 물어봤지만, 유리는 그냥 흐뭇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구. 우리 건우가 그랬쪄? 누나랑 놀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 미안하지만 누나는 어른이라서 생일이라고 땡땡이치고 놀러 갈 수가 없단다. 아직 어린 건우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포기했다. 그리고 누나 생일이니 꼭 기념으로 홈런 한 방 치겠다고 약속했고, 경기에서 지긴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켰다.
사람들은 내 홈런 숫자를 보고 기뻐한다. 누군가는 질투심을 가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국 야구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는데 신기록에 다 같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그냥저냥 대답하면서 계속 시계를 확인했다.
유리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년 생일 때는 차를 선물했었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부모님의 명의로 된 아파트 말고, 우리가 결혼 후에 살 집으로!
“응? 응?”
유리는 집을 발견하고 약간 당황했다가 기분 좋게 마구 웃어댔다. 집 형태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집에는 엄청나게 큰 리본이 달려 있었다. 거대한 선물 상자 같은 모양이다.
뭐, 물론, 내가 저 리본을 단 것은 아니다.
“뭔데. 집 나 주는 거야?”
“응. 누나 거야.”
“우승 못 하면 도로 뺏어갈 거야?”
“아니. 설마.”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유리는 저 집이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생일을 기념하는 이벤트 정도라고 생각한 듯했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유리에게 선물로 뭘 줘야 할지 잘은 모르겠다.
뭘 주더라도 안 아깝고, 어떤 걸 줘도 부족할 것 같아서.
그래서, 과거로 돌아온 후 만난 몇 없는 정상인(때로는 아닌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인 대근이 형의 조언을 떠올려 꽃다발과 케이크, 그리고 목걸이 하나를 준비해뒀다.
특별한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다 주고받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우와. 건우야 이거 다 언제 준비했어? 바빴을 텐데…”
유리는 기뻐하며 날 끌어안았다.
언제 준비했냐면…
아마 유리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생각보다 현수는 심부름은 잘 하는 편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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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떠나 주말 원정 경기를 끝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이번 주는 다이아몬즈와 두 경기, 엔젤스와 두 경기만 있다. 취소됐던 경기들이 띄엄띄엄 있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선발 명단은 매 경기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영한이 형이 지명 타자를 맡기도 했고, 2군에서 담금질을 하고 돌아온 신인 투수 이병준이 선발로 한 경기 뛰기도 했다. 기존 선발 로테이션에서 부상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가벼운 설사 증세를 보인 앤디의 등판을 하루 뒤로 미루면서 기회를 받았는데, 3이닝까지는 잘 막다가 4이닝에 실점을 허용했다.
유리가 가르쳐줬던 싱커를 조금 끌어올린 모양이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니 조금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불펜이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최고 153km/h의 구속이 찍히는 포심과 싱커의 조합은 좋지만, 더 위력을 발휘하려면 커브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커브 던질 때 손목이 돌아 나오더라. 낙폭도 좋은데, 타자를 속이려면 투구 폼에 더 신경 쓰는 게 좋을 수도 있어.”
지나가며 던지듯 말했는데 이병준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꽤 대범한 성격으로 보였었는데.
하긴, 그러고 보면 노경우가 그랬었다. 후배들이 나한테 다가오기 어려워한다고.
선배들도 어려워하는데 후배들은 오죽하겠느냐고.
아니, 선배들이 날 어려워해?
틈만 나면 나 놀리고 싶어서 엉덩이 들썩거리는 저 양반들이?
어쨌든, 노경우가 했던 그 말이 생각나서 무심결에 말했다.
“커브 좀 봐줄까?”
사실, 커브는 어느 정도 타고난 감각이 필요한 구종이다. 기본적인 변화구 중 하나고 던지는 것은 쉽긴 한데, 완벽하게 숙달해 실전에서 잘 던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커브는 재능 빨 구종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지, 진짜로요? 감사합니다!”
이병준은 필요 이상으로 좋아했다.
뭐…
커브 재능이 아예 없어 보이진 않으니까.
폼이 역동적인 편이라 디셉션 만들고 폼 수정하고, 궤적 고치려면 한 2~3년 정도 가르치다 보면 괜찮은 커브를 던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3~4년? 음?
“병준아.”
“예, 예!”
“슬러브 배워볼래?”
2~3년에 3~4년이면 좀 애매하지. 차라리 각은 작아도 이 투수에게 잘 맞는 공을 장착시켜주는 게 낫겠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무조건 감사하다니까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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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우! 59호 홈런! 다이아몬즈 상대로 여전히 강한 모습 과시!] [이훈의 2년 연속 10승! 10승 투수의 겸손, ‘오션스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외야석부터 매진된 오션스-다이아몬즈전. 강건우의 홈런볼을 노리는 사람들.] [(이용길의 야구회로) 50-50이 역사상 처음이라고?]└아 ㅋㅋㅋㅋ 딱대라 60-60간다 ㅋㅋㅋㅋㅋ
└요새 꼴빠아재 기사 보면 거의 성불하기 직전인듯ㅋㅋㅋㅋㅋㅋ
[KBO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93승) 오션스! 어디까지 질주하나?] [다이아몬즈 팬들, 구단 사무실에 트럭 시위 감행. ‘부끄러워서 야구 못 보겠다.’] [역대급 시즌 막바지. 아이언스와 메테오스의 불편한 동행, 타이브레이커 가능성은?] [2위와 1.5게임 차 엔젤스, 2게임 차로 밀린 엔진스를 0.5게임 차이로 따돌려.] [휴 브레드먼 감독, ‘한국 시리즈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갱이 3루수로 출전할 수도 있고, 민승기가 마무리 투수가 될 수도 있다.’]└빵동님 언플 ㄷㄷㄷㄷㄷㄷ
[민승기, ‘팀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선발, 마무리 가릴 것 없다. 대주자로 나가라면 나가겠다. 번트를 댈 수도 있다.’]└형 그냥 공이나 던져 무슨 번트야 ㅅㅂ
└말이 그렇다는거지ㅡㅡ존나 보기 좋구만 왜 시발거림
└내가 언제 시발거림?
└ㅅㅂ라고 썼잖아 시발
└그거 시발아닌데
└시발 아님 뭔데
└뭐게?
└시발놈이
[다이아몬즈와 오션스의 시즌 최종전, 기묘한 선발 매치업 성사. 민승기 대 종속진.]└좆솢좆
└‘약’속의 선발 투수
└종속진 씨발 또 개짓거리 하면 죽는다
└꼴빠새끼들 니들이 1라로 뽑았던 투수한테 왜 그렇게 지랄함?
└약도 꼴션스에서 배운거 같던데
└민승기는 다전드냐 꼴전드냐
└존나 순도 100퍼 꼴전드지 뭘 묻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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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들은 혹시 모를 충돌을 조금 걱정하고 계셨지만,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에 한 번 보여줬으니까. 몸쪽으로 던지면 어떻게 될지를.
물론, 투수가 마음먹고 날 죽이려 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머리에 맞고 쓰러질 수도 있고, 그러다가 뇌진탕으로 과거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하는 선수도 꽤 많이 봤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창열이 형의 역할이 중요한 경기라는 뜻이다.
“아니, 시바. 왜 자꾸 야리냐고. 어?”
최고의 선수들은 주변의 요구나 기대가 없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곤 한다.
거대한 연봉과 비상식적인 긴 계약 기간이 쓰여진 계약서는 그런 선수를 위한 것이다.
10년간 3할을 치고 5년간 40홈런을 때렸다면, 장래에도 그런 활약을 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물론, 아마도, 단장이 창열이 형에게 사람을 때리고 협박하는 것 때문에 FA 계약서를 내민 것은 아닐 테지만.
그리고 홈런이나 타율과 저런 행동은 명백하게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이기는 해도.
창열이 형은 다이아몬즈 외야수 김성훈과 시비가 붙었다. 오션스에 있다가 승기 형의 보상 선수로 다이아몬즈로 간 선수인데, 벤치 클리어링 때 나한테 맞았던 그 선수다.
“너도 내가 우습게 보이냐?”
아무도 우습게 안 봤는데. 내가 입단하기 전에 FA로 다이아몬즈 유니폼을 입었던 김성호가 와서 뜯어말렸다. 창열이 형이 ‘성호 형, 자신 있으면 쳐 보시라고.’,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들이밀었던 그 사람이다.
김성호는 실실 웃으며 창열이 형을 달랬다. 창열이 형은 인상을 구긴 채로 김성훈에게 조심하라고 말했고, 창열이 형이 뒤돌아서 올 때 김성호는 불쾌한 얼굴로 침을 퉤 뱉었다.
그리고 창열이 형은,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분위기 과열되지 말고 서로 조심 좀 하자고 말하고 왔다.”
“그냥 일방적으로 욕만 한 거 아니고요?”
“그 정도 했으면 알아들어야지.”
하긴, 대근이 형이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진정한 고수는 주먹 한 번 안 내지르고도 상황을 정리한다고.
어떻게 보면 상대를 자극해서 싸움을 유발할 것 같은 행동인데, 아마 미국이었더라면 경기 전에 벤치 클리어링이 났을 것이다.
우리 선공이기에 1회 초에 창열이 형이 가장 먼저 타석에 나섰다. 다이아몬즈 홈 응원단은 열심히 흥을 돋우려 했으나 관중석이 꽤 비어 있는 것이 눈에 띌 정도다.
그런데 외야 스탠드는 가득 차 있다. 내 홈런볼을 주우려는 모양이었다.
원래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이게 정상이다. 오션스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내가 볼 때는 성적에 비해서 관중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도. 물론 두 자릿수 관중이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라서.
아무튼, 종속진은 꽤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마운드로 올라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능은 썩 괜찮은 투수다. 아직도 선수들을 보면 KBO 기준으로 어떤 성적을 낼법한지 가늠하기 쉽지는 않지만, 공만 놓고 보면 훈이 형과 비슷한 성적은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즌에는 평균자책점 3점 중후반, 평소에는 3점 후반에서 4점 초중반 정도. 약물에 손을 댔다고 했으니 그것보다 더 잘 던질 수도 있고.
그런데 저놈은 멘탈이 문제다.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타입이다. 창열이 형의 행동이나 내가 다이아몬즈 타자들에게 위협적인 공을 던졌다는 사실 같은 것을 신경 안 쓸지도 모른다.
같은 팀 타자들이 다치거나 말거나 자기 기분만 풀린다면 제멋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는 점을 알고 있기에, 나는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퇴장당하면?
홈런 기록이야 뭐…
내년에 깨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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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진 선수, 바깥으로 크게 빠지는 공을 던지며 스트레이트 볼넷!
-서창열 선수가 상대하기 편한 선수는 아니죠.
-구설수에도 많이 오르는 선수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과감하게 몸쪽으로 던질 때 성적이 가장 좋기도 하거든요. 피해 가는 피칭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시즌 최종전 선발로 나섰는데, 조금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전 소속팀인 오션스와 전에 안 좋은 일도 몇 번 있어서 그런 걸까요?
-예, 2번 타자 배영한 선수가 타석에 나옵니다. 초구 볼. 바깥으로 많이 빠지는데요.
-포수 박성주 선수가 투수에게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오늘 제구가 잘 안 되는 모양이죠?
-원래 제구가 좋은 선수는 아니긴 합니다. 2구 볼. 경기 시작하고 내리 6개를 볼로만 던졌어요.
-오션스는 1번부터 4번까지 눈야구가 되거든요. 5, 6, 7번 타자가 공격적인 스윙을 하는데 위험합니다. 이렇게 볼넷만 내주다가는 크게 한 방 맞고 시작부터 경기가 넘어갈 수 있어요. 이미 10위가 확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죠. 예. 유종의 미를 보여줄 때입니다.
하지만 종속진은 두 타자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표정이 팍 썩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음에 드는 놈이 하나도 없다.
감독은 절대 오션스와 싸우지 말라고 했다. 시즌 막바지에 안 좋은 쪽으로 이슈가 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참 선수들도 비슷했다. 마지막 경기니 좋게좋게 넘기고 술이나 한잔하자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차라리 머리에 꽂아 버리고 퇴장이나 당하고 싶기도 했다. 어차피 거의 통째로 날려 먹은 시즌, 지금 와서 무슨 상관이라고.
타석에 들어온 강건우를 보니 배알이 뒤틀린다. 뭔가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몸쪽으로 던져버렸다.
종속진은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다. 머리로 던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몸통을 향해 던졌는데, 공이 몸에 맞을 만큼 가까이 붙진 않았다.
따아아아아악-!
그리고, 애매한 몸쪽 코스는 강건우가 꽤 잘 넘기는 공이다.
-강건우! 강건우! 초구를 잡아당깁니다! 퍼 올렸어요! 몸쪽으로 빠지는 공이었는데요! 그걸 때립니다! 엄청난 스윙! 소름이 돋는 스윙! 아! 아직도! 날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예, 아직도! 언제쯤! 어디까지! 아직도오오오오-예! 홈런! 홈런입니다! 강건우의 시즌 60호 홈런! 60호! 60개를 기록합니다! 저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새로운 KBO의 역사입니다! 강건우우우우!
꽤 많은 사람이 아나운서와 비슷하게 반응했다. 정신없이, 환호하며, 놀라워했다. 외야에서는 60호 홈런볼을 쟁탈하기 위한 관중들의 경쟁이 펼쳐졌다.
그리고, 일부 다이아몬즈 팬들을 포함한 어떤 사람들과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해설자였다.
-이야…저걸, 저걸 넘기네요. 이야…이건 뭐, 말이 안 나옵니다. 정말. 저걸 넘기다니, 허 참. 대단합니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