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00)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02화(302/385)
구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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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즈 홈구장에서 다이아몬즈 팬들은, 내게 야유를 보낼 만큼 열정이 남아 있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분노로 가득 찬 함성으로 경기장을 뒤덮을 만큼 많이 경기장을 찾지도 않았다.
종속진은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가 항상 투수를 비춰주곤 한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허망한 얼굴로 욕설을 쏟아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나는 저런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 좀 표출하고 쏟아내고 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잘못된 행동으로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자면 고의로 머리에 던져서 맞히려고 한다거나, 야구 배트를 들고 상대 선수를 두들겨 패버리려고 한다거나.
그러고 보니 저쪽에서 다 했던 행동들이네?
아무튼, 나는 때로 주먹질을 한다거나 그런 행동을 딱히 피하려 하진 않는다. 상대가 시비를 걸어 오면 피할 이유가 없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뛰었던 영향이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싸움을 걸어오는데 그걸 피하면 그냥 겁쟁이가 될 뿐이다.
겁쟁이에게는 더 많은 몸쪽 공과 더 잦은 벤치 클리어링만이 기다릴 뿐이다.
어쨌든, 말이 길었는데.
결론은 이거다.
“뭐, 어쩌라고?”
딱히 요란하게 홈런 세레머니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계속 욕을 하면서 인상을 쓰고 있는 종속진에게 한 말이었다. 나는 홈을 밟은 직후였고, 아마 내가 뭐라고 했는지 들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대충 표정만 봐도 알 거다.
큰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종속진이 글러브를 팽개치고 내게 다가오려 했고, 심판이 날 막아 세웠으며, 다이아몬즈 포수가 급하게 창열이 형의 앞을 억지로 막아섰다.
“저, 저, 저기, 잠깐, 선배님! 잠깐만요! 제발!”
다이아몬즈 내야수들이 종속진을 말리려 했다.
영한이 형이 손가락질하면서 앞으로 나가자 다이아몬즈의 베테랑 3루수가 영한이 형을 말렸다.
양쪽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다이아몬즈 선수들은, 대기 타석에 서 있던 대근이 형을 잠깐 잊었던 것 같았다.
“종속진!”
대근이 형의 커다란 배 통에서 나온, 어마어마한 울림을 가진 목소리에 다이아몬즈 선수들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까지 멈칫했다.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출근하는 거 깜빡했다고 얼굴색 새하얗게 변하면서 형수님한테 전화해 ‘여보…내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어…’라고 말하던 그 형이 맞나 싶을 정도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션스와 다이아몬즈는 몇 번이고 싸워댄 최근 KBO의 벤치 클리어링 파트너였는데, 대근이 형의 삿대질과 호통 한 방에 정리되어 버렸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다이아몬즈 주장인 정철준이 대근이 형의 팔을 살살 잡아끌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대근아. 형 얼굴 봐서라도 정리하자. 우리 올해 마지막 게임이잖냐. 내년에는 우리도 좀 웃으면서 게임 뛰어야지.”
뭐, 그냥 그렇게 정리됐다. 그 뒤로 종속진이 헤드샷이라도 날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이아몬즈 불펜에서 투수 하나가 몸을 풀고 있는 걸 미리 확인해서다.
주먹질이 오가거나 과열되는 양상의 벤치 클리어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 선수들이 경기장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투수가 몸을 푼다?
아마 곧 교체되어 나갈 테니까, 그런 걱정을 사서 할 필요는 조금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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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다이아몬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 따내며 95승!] [전인미답의 경지. 60호 홈런 때려낸 강건우.] [경기 시작 직후 일촉즉발. 또다시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 연출한 오션스와 다이아몬즈.] [다이아몬즈 선발 투수 종속진, 3타자 상대하며 볼넷 2개와 3점 홈런 맞은 후 강판.] [다이아몬즈 나성림 감독, 투수 강판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내년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강건우, ‘홈런 치고 베이스 도는 내내 욕을 하더라고요.’] [다이아몬즈 투수 종속진, 오션스 팬들의 비난에 SNS 비공개 전환.] [휴 브레드먼 감독, ‘글쎄. 홈런 맞은 게 그만큼 억울할 수도 있겠지.’] [리그 2위를 바짝 추격 중인 엔젤스, 다음 일정은 공포의 오션스. 과연?] [엔젤스 외야수 송병재, 팬들에게 고하다.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부산 원정 다녀오겠습니다.’]#
오션스는 이제 잔여 경기를 10경기 남겨뒀고, 대부분의 팀이 그와 비슷한 경기 수가 남았다. 돔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더버즈가 가장 적은 6경기를 남겨두고 있었고, 가장 많은 잔여 경기가 남은 팀은 12경기의 메테오스였다.
오션스의 잔여 경기는 엔젤스 3경기, 메테오스 2경기, 불도저스 2경기, 그리고 아이언스-선더버즈-파이러츠와 각 1경기씩.
지난 시즌 챔피언 불도저스의 가을 야구 가능성은 이미 끝났다. 단번에 다수의 FA가 유출된 공백을 완전하게 메꾸진 못했다. 그래도 새 얼굴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는 점은 팬들에게 위안거리가 되었다.
물론, 지난 4시즌 간 우승 2회에 준우승 2회를 달성한 팀이기에 절대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겠지만.
어쨌거나, 굉장히 촘촘한 상위권 순위표 탓에 엔젤스 팬들과 메테오스 팬들은 불만이었다.
2위 파이러츠(74승 4무 56패)를 1게임 차로 따라붙은 엔젤스(73승 3무 58패) 팬들은 5승 8패로 열세인 오션스와 3경기가 남은 것이 영 탐탁지는 않았다.
그나마 2승 12패로 완전히 압살당한 메테오스 보다는 나았다. 메테오스는 박용재가 민승기에게 임팩트 있는 패전을 당하기도 하며 올 시즌 오션스를 만났다 하면 죽을 쒔다.
오션스 팬들은 꽤 느긋해 보였다. 물론, 작고 사소한 사건사고가 계속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 승률 반타작만 하더라도 전대미문의 100승 시즌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소개팅했는데 상대 남자가 오션스 유니폼 입고 왔어;;;]└넌 오션스 팬임?
└팬이긴 한데 소개팅이니까…
└좀 에바긴 하네
└아무리 너도 오션스팬이라도 유니폼은 좀 그렇지 않나?
└ㅇㅇ좀 예의없다
└ㄱㅅ다른거 입고 간다
└씨발 기출변형ㅋㅋㅋㅋㅋㅋ
└소개팅할 여자분 후니단이길래 이훈 유니폼 입고 갈랬는데
└야 후니단이면 혹시 모른다 호감도 +100일수도 잇음
└후니단? 그럼 유니폼 당장 입어야지 ㅋㅋㅋ
└소개팅 조지면 니들탓임
└그게 왜 내탓임 니 면상탓이지 ㅋㅋㅋ
└ㄹㅇㅋㅋㅋㅋ존잘이면 조용수 유니폼 입고 가도 통함
└그건아님
└그건좀…
여전히 부산은 오션스 우승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강건우가 수원에서 시즌 60호 홈런을 때린 날, 부산은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
[오늘 원정경긴데 서면 지하철역 강건우 유니폼 득시글한거 실화냐?]-(사진)
└뭔데 이거 ㅋㅋㅋㅋㅋㅋㅋ
└합성 아님?
└교복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경기 없으니까 존나 할거 없네 니들 뭐함?]└나도 존나 할거 없음
└비시즌에 뭐하냐…
오션스 팬들에게 이제 경기 없는 날은 끔찍한 날과 같았다.
그리고 그 금요일.
강건우는 자체적으로 훈련을 조금 빨리 종료하고 훈련장을 나섰다.
“응? 건우? 어디 가?”
“누나. 나 어디 볼 일이 있어서.”
“그래? 오늘 그럼 나 혼자 집에 가?”
“아니. 누나 퇴근 시간 맞춰서 다시 올게.”
“어디 가는데?”
“그런 게 있어!”
어딘가 들떠 보이는 강건우를 보며 정유리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냥 알겠다고 대답했다.
뭐 딴짓할 놈도 아니고.
훈련장을 나선 강건우는 정현수를 만나러 이동했다.
정현수는 결국 정유리의 황금 와펜을 구했다. 게다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강건우 황금 와펜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도 접촉했다.
강건우는 그 두 개의 와펜을 돈으로 사지 않았다.
정유리의 황금 와펜은 50호 도루를 기록했을 때 신은 스파이크와, 강건우 본인의 황금 와펜은 60호 홈런을 때린 홈런 배트와 교환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나가자 정현수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어색한 표정의 남자와 의심 가득한 표정의 여자. 두 사람은 이게 사기나 장난질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실제로 강건우가 나타나자 소리를 질렀다.
“지, 진짜네! 강건우 선수!”
“으와아아아! 강건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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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누나는 당연히 강건우 선수가 가지셔야죠.”
30대 남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가 미리 싸인해둔 스파이크를 받았다.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다고 했고, 내 스파이크를 신고 경기에 뛸 거냐고 물으니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럴 수는 없죠! 이건 가봅니다! 가보!”
그리고 내 와펜을 가진 여자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자기 아버지가 받아온 걸 조르고 졸라서 받았다고 한다.
“너무 팬이에요…정말…”
내가 고맙다며 배트를 건네주자, 이 팬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사실은 배트고 뭐고 날 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한다.
“배트 필요 없어요. 가지세요.”
“예?”
“강건우 선수 실제로 한번 보고 싶어서 나온 거거든요…60호 기념 배트면 진짜 귀한 거잖아요. 저 못 받아요.”
내 스파이크를 들고 연신 싱글벙글하던 남자 팬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두리번거리다가 스파이크가 담긴 가방을 소중하게 꼭 안더라.
안 뺏어가는데.
어쨌거나 한사코 거절하길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대학생이세요?”
“네. 올해 신입생이에요.”
“그럼 뭐라도 보답하게 해주세요.”
“뭘로요?”
“현수 노트북 사주러 갈 건데, 노트북 필요하시면 하나 사 드릴게요.”
“네? 노트북은 너무 비싸지 않아요?”
이거, 순진한 사람이라 다행인 것인지 모르겠다.
이 배트, 노트북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비쌀 텐데.
짧은 논쟁 끝에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나버려서, 나는 현수에게 카드를 건넸다.
“너 사고 싶은 거 하나 사고, 하나 사 드려.”
그런데 뭔가 눈치가, 현수가 이 여자 팬분이 마음에 든 것 같아서. 여자분도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고.
“밥도 사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좀 애매해서. 둘이서 노트북 고르고 밥도 맛있는 거 같이 먹어. 부담 갖지 말고 비싼 거 먹어도 돼.”
현수 입이 찢어질 것 같다. 한창 좋을 때지.
조만간 군대 가야겠지만.
나는 다시 훈련장 앞으로 돌아와서, 주차장에서 유리를 기다리며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현수에게 말한 것과는 달리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안…녕…유…리…누…나…
조금 띄엄띄엄 편지를 쓰며 실실 웃고 있으니 내가 진짜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왜 그랬을까.
조금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음…
유리가 나쁜 남자 스타일이 좋다고 말했던 적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난 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냥 나쁜 새끼였으니 그런 걸 변명으로 삼을 수도 없겠지만.
편지를 거의 다 쓸 때쯤, 유리가 살짝 지친 얼굴로 모습을 보였다. 난 이미 도착했으니 차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내뒀었다.
유리는 피곤한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목을 꺾었다가,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모르는지 괜히 한번 씨익 웃으며 차로 다가왔다.
차 문을 열고 내려서 유리에게 인사하자 유리는 가식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밝은 표정을 내게 보여줬다.
“건우야아아!”
두 팔을 휘휘 저으며 팔짝팔짝 뛰면서 내게 다가왔다. 나는 뛰는 유리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어디 갔다 왔어?”
“누나 줄 선물 가지러 갔다 왔어.”
“선물? 정말?”
“응. 뭐, 별 건 아니긴 한데.”
“별거 아닌 게 어딨어!”
“아까 왔는데 좀 부족할까 봐 편지 쓰고 있었어.”
“편지? 편지 좋지!”
유리가 살짝 호들갑 떠는 모습이 귀엽다. 우리는 차에 앉아서 시동을 걸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내 거랑 누나 거 황금 와펜. 아무래도 이건 우리가 나눠 가지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아서.”
가져온 와펜을 건네자, 유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귀엽다!”
“이건 편지!”
“이것도 귀엽다!”
“누나도 귀엽다.”
“당근빳따지!”
오늘 어쩌면 현수가 늦게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말도 해줬다. 와펜 가져온 여자 팬이 현수랑 동갑이었는데 둘이 신나서 노트북 사러 갔다고. 결제 문자가 도착했는데, 음.
남의 카드로 생색 좀 낸 모양이다.
유리는 와펜이 마음에 드는지 이래저래 돌려보며 좋아하다가, 오늘 훈련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다.
“너 가니까 노경우 완전 살판 나서, 어휴.”
“기강 좀 잡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뭐 했길래?”
“박대경한테 수비 가르쳐 주겠다고 펑고 받으라고 막.”
유리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박대경은 20살 신인이고, 주로 2군에서 활약했던 꽤 재능 있는 유망주다.
발 빠르고 내야 전체에서 수비를 꽤 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유리가 웃는 포인트가 그거다.
한 해 선배라고 자기보다 수비 잘 하는 후배한테 수비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다니.
우리는 한참이나 출발하는 것도 잊고 대화를 나눴다.
매일 붙어 다니고 잠깐 떨어졌을 뿐인데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즐거운 걸 왜 귀찮다고 생각했을까. 뭐, 그런 걸 생각하면 끝도 없겠지만.
“내가 평생 안 심심하게 해줄게.”
“응? 갑자기?”
“나랑 있으면 재밌지 않아?”
“완전 재밌지.”
“우리 평생 이렇게 재밌게 지내자. 같이. 절대 떨어지지 말고.”
유리가 살짝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가, 조금 민망한지 아저씨처럼 리듬을 붙여 노래하듯 말했다.
“아이고오~우리 건우가아~언제 이렇게 커 가지고오~”
가끔 아저씨 같아도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