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hitter hides fastball RAW novel - Chapter (302)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304화(304/385)
구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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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엔젤스가 창원 파이러츠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런데 야심 차게 영입해 데려와 잘 써먹고 있는 새 마무리 투수 봉재석을 써먹을 기회조차 없었다.
이틀간 강건우에게 홈런 세 방을 허용하며 2연패.
첫 경기에서는 홈런 2개를 맞으며 밀려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호기롭게 맞붙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일부 팬들이나 일부 언론이 비난하긴 했으나, 호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에서 강건우가 첫 타석에서 또 홈런을 때리자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엔젤스가 외국인 투수 둘을 뽑은 기준은 구위였다.
넓디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에서, 땅볼보다는 뜬공을 유도하는 플라이볼 투수를 뽑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 엔젤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두 용병 투수는 잠실뿐만 아니라 다른 구장에서도 훌륭한 구위를 자랑했다. 올 시즌 10개 팀의 용병 투수 합계 9이닝당 피홈런 수치가 가장 낮았다.
1회에 강건우에게 홈런을 맞은 후의 마르크 파냐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강건우 외의 다른 타자에게는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3회 들어 하위 타선을 상대로 제구가 흔들렸다. 양대근이나 울프팩, 이시욱을 상대로 배짱 넘치는 투구를 하던 마르크 파냐가 박의현에게 볼넷, 노경우에게 2루타를 얻어맞으며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서창열의 아주 잘 맞은 타구는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대현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싹쓸이 안타가 되었을 것이다.
3루 주자 박의현은 잡힐 거라 생각 못 했기에 급히 귀루하며 추가 득점하지 못 하고 1사 2, 3루.
도미니카 투수 마르크 파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했으나 나아지지 않았고, 배영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강건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마! 그냥 남자답게 홈런 함 맞지!”
누가 봐도 버거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벌써 몇 년째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엔젤스에서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사실, 2.1이닝밖에 소화하지 않았는데 팀의 기둥과도 같은 외국인 투수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
억지로 집어넣다가 양대근의 만루 홈런이 터졌을 때, 오션스 팬들은 환호했고 부산 사직 야구장까지 원정 응원을 하러 온 엔젤스 팬들은 주저앉았다.
엔젤스는 그대로 밀렸다. 이 경기에서 단 1이닝도 앞서지 못했고, 뒤이어 등판한 다른 투수들은 무더기로 볼넷을 내줬다.
이기겠다는 의욕이 넘쳤으나 투수진의 볼넷 퍼레이드에 집중력을 잃은 야수들은 실책을 네 개나 저질렀다. 기회에서 병살타가 세 번이 나왔으니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더라도 이기기는 힘든 경기였다.
5연승을 기록하며 시즌 100승에 단 3승만 남겨둔 오션스 팬들은 기세등등하게 노래를 부르며 여흥을 이기지 못해 집이 아닌 술집으로 향했고, 성난 소수의 엔젤스 팬들은 선수단 버스 앞을 막아서고 소리쳤다.
“정신 차리고 야구 해라!”
“볼넷, 실책, 병살 보려고 부산까지 온 줄 아냐!”
엔젤스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버스에 올랐다.
그 와중, 오늘 3안타 경기를 펼치며 홀로 분투한 주장 송병재가 가방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90도로 인사하며 ‘졸전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다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팬들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캡틴은 잘 했어요!”
“다음부터 잘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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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 충격적인 연패를 당하며 4위로 추락!] [휴 브레드먼 감독, ‘우린 이제 그냥 팝콘을 들고 TV 앞에 앉아서, 갱(강건우)이 뭘 더 보여줄 수 있는지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빵동님 실례가 안 된다면 팝콘 한 봉지만 사주십시오
[엔젤스 박재정 감독의 고집? ‘야구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모호한 대답.]└결과론적인 이야기니까 결과적으로 개발렸으니 사퇴해라 ㅆㅂ 빡재정
└우리도 외국인 감독 한 번만 써보자
└외국인 감독 쓰면 투수들 홈런 맞을거 안 맞냐?
└엔젤스의 빛 박재정 감독님의 종신계약을 기원합니다
└오)박재정 명감독아님?
└명감독이면 느그가 데려가라
└솔직히 다른 감독들 볼넷주고 고의사구 줄때 정면승부한거 보면 배짱 하나는 명감독이다 ㅇㅈ?
└배짱은 개뿔 그냥 빡대가리인거지;;;
[경기 끝난 후, 일부 엔젤스 팬들이 선수단 버스 막아 세우고 분발 촉구.] [2경기 3홈런. 강건우에게 밀려버린 ‘윈나우’ 엔젤스.]└윈나우는 개뿔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해체해라
└님 울면서 ㅋㅋㅋㅋㅋ 치고 있는거임?
└울긴 ㅅㅂ 이딴 팀에 기대한 내가 븅신이지
└자아성찰에 성공하셨군요 이제라도 본인이 븅신인걸 깨달으셨으니 다행입니다
└개새끼야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
└아뇨 불난 집에 선풍기 트는데용
└씨발놈들이 진짜
[인상적인 피홈런 기록을 보여주던 엔젤스 용병 투수들은 어쩌다 동네북이 되었나.] [(이용길의 야구회로) 홈런왕에게 겁먹지 않은 ‘맹장’ 박재정.]└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건우한테 정면승부 해줬다고 빨아주는거 보소 ㅋㅋㅋㅋㅋ
└개족같은 기레기새끼가 안그래도 빡치는데 더 빡치게 만드네
└기레기라니 이용길이야 말로 이시대의 진정한 언론인인데
└용길아…
└용길이 댓글 같은 거 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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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팬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실, 내가 오션스 팬들이 어떤지 직접 볼 기회는 거의 경기장뿐이긴 한데, 주변에 악성 꼴빠들이 꽤 있어서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일단, 그때 와펜을 가지고 나왔던 여자 팬과 단둘이서 야구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는 현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형. 나 토요일 티켓 두 장만 구해주면 안 될까?”
“티켓 매번 주지 않냐?”
“그게…”
살짝 눈치를 보던 현수에게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엄마랑 좀 떨어진 다른 좌석에 좀…앉고 싶어서.”
“데이트냐?”
현수가 꾸물대며 실실 웃었다.
“응. 그런데 요새 티켓 구하기가 너무 빡세.”
이미 우승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도 티켓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 구해줄게.”
“암표 값도 미쳤어. 형 덕분에 살았다. 고마워.”
예비 장인어른은 오션스 팬 카페 정모 뒤풀이를 집에서 하셨다는데, 어제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길에 오션스 응원가를 부르는 술 취한 아저씨들의 떼창을 들었다. 유리의 안색이 나빴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아저씨들의 외침이 들렸다.
“오! 유리 누나!”
“유리 누나님 오셨습니까아아!”
진상 느낌 물씬 나는 외침.
아마 일반적인 부부라면 예비 장모님이 손님들이 다 간 뒤 장인어른을 잡으려 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장모님이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라서.
“야! 니들한테 쟤가 누나면 나는 뭐냐!”
다음 날 유리에게 물어보니 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해줬다.
“들어가니 이미 다들 잔뜩 취하셨더라고…뭐, 나 들어가고 금방 돌아가긴 하셨는데. 엄마도 취하셔서.”
유리는 어이없다는 듯 픽 웃더니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아빠랑 친했던 사람들이거든. 근데 분위기 엄청 바뀐 거 알아?”
“어떻게?”
“너 오션스 오기 전에는 아저씨들 같이 술 마시면서 야구 볼 때 대화가 없었어.”
“그래?”
“잠깐 동네 치킨집 알바 했을 때 거기 와서 야구 보셨거든? 여럿이서 소주만 죽어라 마시다가 아저씨 한 분이 씨발 하면서 말없이 먼저 집에 가고, 한 10분 있으면 또 다른 사람이 에이 씨발 하면서 또 집에 가고.”
유리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생각해보면 재밌는 광경이긴 한데. 물론 그건 제삼자로서 멀리서 봐야 재밌었겠지.
“요새 전화번호 바꿀까 싶어.”
“번호는 왜?”
“아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자꾸 티켓 구해달라고 연락 오잖아. 싸인 좀 해달라고 하고 막.”
유명해지면 원래 귀찮아지는 법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빠 보이거나 정말 귀찮아 보이진 않는다.
아. 아버지는 전에 사드렸던 4억 대 SUV를 랩핑하셨다.
그것도…
오션스 유니폼 모양으로…
“아들. 아빠 차 어떠냐? 간지 터지지 않냐?”
“이거 어떻게 타고 다녀요?”
“아들아.”
“예.”
“어차피 거의 타지도 않는데 뭐…”
“…”
사장님 차보다 훨씬 비싸서 타고 다니기가 좀 그렇다고 하셨었지. 주말에 가끔 타시긴 하시는데.
“그래도 엄청난 장점이 있다.”
“뭔데요?”
“주차장에서 찾기 쉬워.”
“…”
이런 랩핑 안 해도 찾기 쉬운 찬데.
아무튼, 주변 꼴빠들이 광분하는 걸 보니 진짜 좋긴 좋은가보다 싶다.
심지어, 우리가 원정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에 올라탈 때, 경기 없는 날인데도 꽤 많은 팬이 몰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서울 원정을 떠난다. 남은 8경기 중 절반이 원정 경기인데, 이번 원정에서 3경기를 치르고 돌아와서 홈 경기 중간에 창원 원정이 있으니 사실상 이번 시즌의 마지막 원정길이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또 하나의 악질 꼴빠.
승기 형은, 팬들 앞에 나서서 한껏 미소지은 채 인사했다.
그, 영화에서 외국 신사들이 하는 것처럼 한쪽 다리를 뒤로 빼고 손가락을 편 채 오른손을 반대로 뻗으며…
“팬 여러분. 오늘도 민승기의 오션스를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승기의 오션스?
“민승기! 민승기! 민승기!”
승기 형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 대 쳐서 눈물 쏙 들어가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어찌 감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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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스 팬들은 이미 이번 시즌을 놓았지만, 잠실에서 동거 중인 잠실 라이벌 엔젤스 팬들을 놀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분발해서 오션스 두 경기 다 잡았으면 좋겠다]-그럼 오션스 시즌 100승 하려고 엔젤스 잡으려고 존나 애쓸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족까 우리도 연패당하는데 하위권 불또져스가 오션스를 잡을 수 있을거 같음?
└정보)우리가 오션스한테 2연패하면 오션스는 시즌 99승 됨
└그게 왜 씨발놈아
└다음 경기 엔젤슨데 100승 달성하려고 존나 달려들지 않겠냐?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ㅋㅋㅋㅋ
└셋방살이새끼들 존나 나대네 방 빼 시발
└응 잠실의 주인은 불도저스~
└니네가 왜 주인임? 좀 나가라
└불도저스 잠실에서 우승 7번 하는 동안 너넨 몇 번?
불도저스는 유망주 잘 키우기로 유명한 팀이다. FA로 빠져나간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이번 시즌에 당장 완벽하게 메꾸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성장한 유망주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2연전의 첫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배영한의 강력한 타구! 아! 이대승의 엄청난 수비! 이걸 잡아내네요! 한숨 돌리는 불도저스! 물오른 타격감의 강건우 앞에서 이대승이 오션스의 맥을 끊습니다!
오션스 팬들이 불도저스를 보면서 항상 부러워하던 모습이었다.
누군가가 빠져나가면, 누군가가 나온다.
그리고 본 적도 없이 처음 보는 선수가 경기에 뛰고 있는데 수비를 잘 해낸다.
물론 지금이야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오션스 팬들은 불도저스의 화수분 야구를 보면서 한탄하곤 했다.
접전 끝에 불도저스가 오션스의 연승을 끊어냈다. 사실, 젊은 선수들은 대체로 일관성이 부족한 면이 있다. 잘 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베테랑 선수들은 못 할 때가 있더라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다. 당장 부진하더라도 이름값 있는 선수들은, 시즌 끝날 때쯤 되면 기대치에 어느 정도는 부응하는 성적을 내곤 한다.
여유 있는 상황이라 예전만큼 분노하진 않았지만, 오션스 팬들은 시즌 타율 0.239였던 이대승이 오늘 4안타 경기를 펼치자 어이없어했다.
[아니 불도저스 신인들은 우리한테 안타 맡겨놨냐?]└맡x맞o
└맡이 맞거든 미친놈아
└맞x맡o
└오션스 그지같은것들 왜 우리랑 할때는 줘패고 불도졌스한테만 쳐발리냐?
└닌 5대 4가 처발린걸로 보이냐?
└그럼 그게 이긴거냐?
어쨌든, 패배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부산 야구 팬들은 관대한 편이었다.
2시즌 전 패배한 날이면 분명히 이런 대화가 오고 갔을 것이다. 아니, 2년 전 이맘때쯤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내일도 꼴션스 야구 보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시즌 137호 인간 포기 선언 아니냐?”
“점마 내일도 저래 말할걸.”
“해체 좀 해주라 시발, 제발…”
“해체는 개뿔 되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술이나 무라.”
“소주가 너무 씁다 친구들아…”
“그럼 소주가 쓰지 달달하나?”
“오션스가 이기면 달낀데…”
그랬던 오션스 팬들이었지만, 오늘은 꽤 지성 있는 야구 애호가처럼 보였다.
“불도저스가 신인은 진짜 잘 키운다. 안 그렇나?”
“이대승 내년에는 2할 7푼은 치겠더라. 수비 범위도 넓고 글러브질도 괜찮고.”
“근데 wRC+가 너무 낮다.”
“올해가 풀타임 처음이니까 좀 낮을 수도 있지. 그보다 정희석이 갸는 선구안 조금만 좋아지면 진짜 거물 되겠드만.”
“맞다. 나도 그래 생각한다.”
“잠실에서 홈런 서른 개는 까겠드라.”
“잘 커서 FA 때 오션스 오면 되겠네.”
“니 야구 좀 아네.”
“내가 좀 알지.”
“마! 소주가 달다! 한 잔 묵자!”
“적시라!”